야단법석이란 말이 있다. 보통은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운 것을 말하나, 원래는 야외에 세운 단에서 불법을 펴는 경건한 의식의 자리인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불교 용어에서 유래했다. 야단법석이 행해질 때는 멀리서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걸개그림인 괘불을 걸기도 하는데, 진안 금당사에는 보물 제1266호인 <금당사 괘불> 이 모셔져 있다. 금당사>
금당사는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에 자리한 사찰로 금산사의 말사이다. 금당사는 통일신라 시기 중국 승려 혜감이 창건했다는 설도 있지만, 고구려에서 백제로 건너온 보덕스님의 제자 중 한 명인 ‘무상(無上)스님’이 백제 말 제자인 금취스님과 더불어 금동사(金洞寺)를 창건했다는 ‘백제사찰’의 창건설이 천 사백년을 이어온다.
금당사는 자연 동굴을 법당으로 시작하여 ‘혈암사’라 불렸으며 고려말 나옹선사의 수도처인 ‘나옹암’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의 금당사 자리에서 나옹암으로 올라가는 지점에 옛 금동사 터로 추측되는 자리를 고금당(古金塘)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현재의 자리에 금당사가 건립된 것은 1675년이다.
이후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요사채를 비롯한 전각들이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치고 새로 지어지며 영산으로 알려진 마이산에서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금당사의 한자 이름이 고지도와 여러 문헌에 金塘寺, 金堂寺로 혼동되어 쓰였지만, 1692년 제작된 <금당사 괘불> 의 화기(畵記)에 “강희 31년 임신 6월 모일 용출산 금당사(金堂寺)에 불탱(佛幀)을 걸다”라는 구절에 그 이름이 등장한다. 금당사>
마이산은 시대별로 계절별로 불리는 이름이 다양한데 용출산은 고려 시기 불리던 이름이다. 괘불이 언제부터 그려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전각에 모셔진 불화를 야외로 옮겨 사용하다가 대형 불화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7세기경의 괘불이 많이 그려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시기 정유재란과 임진왜란을 겪으며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고 위안을 받기 위해서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괘불 중 걸작으로 평가받는 <금당사 괘불> 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청으로부터 1997년 보물 제1266호로 지정되었다. 폭이 대략 36cm인 삼베 13매를 세로로 이어 붙여 전체 높이 829cm 폭 455cm인 대형 불화로, 4명의 화원 스님인 명원, 처헌, 위청, 치헌이 그렸다. 금당사>
그려진 괘불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커다란 광배를 배경으로 양손으로 연꽃을 받쳐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둥글넓적한 얼굴에 치켜 올라간 눈매가 당당하고 수려한 코에 굳게 다문 작은 입술이 위엄있고 조화로운 모습을 지녔다.
머리에는 분홍색 연꽃이 장식된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으며, 보관의 중앙에는 7면의 얼굴을 2단으로 묘사하였고 봉황으로 좌우를 장식했다. 왼손은 연꽃 가지를 받치고 오른손은 어깨까지 올려 세 송이의 연꽃 가지를 잡고 있는데, 붉은 연꽃은 피어 있고 분홍색과 노란색의 연꽃은 피지 않은 꽃봉오리로 표현했다.
광배는 머리 광배와 몸 광배를 갖추고 있는데, 원형의 머리 광배는 가장자리에 노란색 푸른색 붉은색의 테두리를 두르고 초록색으로 채색을 했다. 몸 광배 가장자리부터 빛이 밖을 향해 뻗어가듯이 표현되었으며 불꽃 문양 안에 들어있는 불상인 화불을 양쪽에 10구씩 두었고, 광배는 화염문이 그려진 붉은 테두리 안에 연주문을 두르고 연주문 안쪽 연밥 부분에 범(梵)자를 쓴 연꽃을 배치하여 17세기 다른 괘불에서는 볼 수 없는 범자문을 그려 넣은 것이 특별하다.
<금당사 괘불> 의 주존에 대해서는 석가모니불이 꽃을 들어 진리를 나타냈다는 염화시중(拈華示衆)을 근거로 석가모니 부처로 알려져 왔으며 기타 불화 조성 시기가 재란을 겪으며 어려운 시기니 중생을 구제할 미륵불을 그렸다는 등 여러 의견이 있으나 화기의 명문에는 ‘괘불탱’으로만 되어있어 그 존명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금당사>
하단의 화기에는 탱화를 그린 화가와 탱화를 그릴 때 쓰인 재료, 불사에 재물을 바친 시주한 사람, 법회를 주재하는 법사와 신도는 물론이고 1951년 화면 손상 부분 등에 보수가 있었던 것을 ‘제2회 보결불사록’으로 하여 탱화를 수리한 불사에 관한 기록을 세세히 남겨 놓았다.
<금당사 괘불> 은 특히 기우제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를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단비를 내려준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멀리에서도 보며 위안을 받도록 큰 괘불을 걸고 야단법석을 행하는 불교 의식이 웅숭깊다. 하지만 이제는 보존을 위하여 보물 괘불을 법당 앞 야외에서 장엄하게 펴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이제는 보물 <금당사 괘불> 을 대신하여 불자들과 방문객들이 그 영험한 모습을 접할 수 있도록 반으로 축소한 괘불을 극락전에 모셔두어 희망과 위안을 건네고 있다. 금당사> 금당사>
작년 12월에는 우리나라 대표 불교 행사인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경사가 있었다. 석가탄신일을 축하하고 진리의 빛으로 세상을 비춰 차별 없고 풍요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연등회’가 인류의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등재의 기쁨을 온전히 나눌 수 없어 아쉬웠지만,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 시기 자랑이 된 연등회의 저력이 우리의 ‘마음과 세상을 밝히는 힘’이 되어 주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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