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의 전통문화바라보기] 트로트와 엔카

몇 년 전 전남 진도 출신으로 학창시절 판소리를 전공했던 송가인은 종편 방송인 ‘내일은 미스트롯’을 통해 대중음악의 스타가 되었다. 이러한 한 트로트의 오디션 방송은 장르의 새로운 열풍을 일으켰고 지금도 많은 각 방송 매체에서 다양한 장르 접목으로 국악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국악 창법과 유사하고 닮은 꼴을 많이 간직한 트로트(Trot)는 원래 ‘빠르게 걷다’, ‘바쁜 걸음으로 뛰다’라는 뜻의 명사이다. 이러한 트로트의 어원은 1910년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유행했던 리듬을 4박, 2박으로 나눈 폭스 트로트(fox-trot)란 명칭에서 나왔다. 이후 일본은 이러한 음악을 자국의 민속 음악과 접목하여 엔카(演歌)를 만들었고 대중가요 장르로 유행시켰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의 대중가수들은 전통의 민요를 신민요 풍으로 부르며 암울한 시대를 극복하였고 새로운 문화 접목을 통해 한(恨)의 트로트를 만들어 냈다.

황성옛터 LP 이미지 /사진 출처 = 네이버
황성옛터 LP 이미지 /사진 출처 = 네이버

한국의 트로트가 품었던 과연 ‘한’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트로트가 대중에게 다가서기 시작한 1930년대는 전통 예술인들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 시기였다. 조선의 왕립 음악기관인 장악원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아악부로 치부되어 간신히 축소 연명하고 있었지만, 궁궐 밖 민속악의 판소리 명창, 기악의 명인들은 조선음악연구회를 만들어 국민들의 애환을 노래하고 사라져가는 우리 얼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이에 질세라 대중음악인들도 나라를 잃은 마음을 노래로 풀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암울했던 시대의 트로트는 ‘황성옛터’, ‘타향살이’ 등 한의 가요로 불리며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트로트에 대한 필자의 의견과 다른 인식의 경우도 물론 있다. 그 경우는 우리의 트로트가 일본의 엔카에 뿌리를 둔 왜색 음악으로 논의하며 다른 방향으로 판단하는 경우이다. 필자는 대중음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논의하는 평론가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구성진 ‘황성옛터’와 ‘목포의 눈물’을 부르며 위안받았던 모습을 보며 자란 세대로 그 존재가치의 계기가 어찌 되었든 시대와 역사를 품고 우리의 삶을 노래한 것은 잘 알고 있다. 특히 전통소리인 판소리를 공부한 한국인이 더 트로트를 감칠맛 나게 가슴을 졸이며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그러한 역량이 일본의 엔카를 많이 학습하고 불렀기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그것은 엔카처럼 서양음악 선율은 단조이지만 한국 특유의 계면조 선율과 같고, 전통소리의 목구성(국악 전문용어로 성음 <聲音> 이라 한다)이 가미되어 한국인만의 소리인 트로트로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날의 실패와 잘못은 또 다른 희망과 미래를 준비하는 자산이 된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시대의 한 과거는 지나갔다. 이제 어려웠던 시대의 대중음악인 트로트는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적 감성과 수요에 의해 변화하였고 다시금 전통예술과 창의, 융합되어 세계 대중음악 중심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