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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서성자 '격쟁 꾕과리를 울려라'를 읽고

‘격쟁(擊錚)’은 조선시대에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이 궁궐에 난입하거나 임금님의 기다렸다가 그 앞에서 징, 꽹과리, 북을 쳐서 직접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궁궐에 들어가는 것도, 임금을 기다리는 것 모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 둘래도 먼 길을 걸었고, 임금님을 기다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격쟁을 한다.

둘래 아버지는 소문난 쇳물 녹이는 대장장이다. 하지만 일한 대가로 받은 돈이 위폐로 밝혀진다. 그 위폐를 만들었다는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된다. 병중인 엄마를 살리려 애쓴 피땀의 결과가 죄인이라니…. 이 억울함은 낯가림이 심한 둘래가 용기를 낸 이유가 됐다.

정조는 가장 격쟁을 많이 들어주었다고 한다. ‘격쟁은 백성이 어버이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과도 같다.’라는 말에 가슴 한쪽이 뭉근해진다. 백성의 소리를 귀 기울여 해결해 준 좋은 임금이다.

『승정원일기』는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록한 책이다. 책 속에 열두 살 아이의 이야기가 있었다. 서 작가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 노력은 결실이 되어‘2021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

우리 코앞에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과제가 있기 때문인지 ‘격쟁’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요즘은 뚜껑도 열기 전에 흠집잡기 쟁탈전과도 같은 뉴스에 맥이 빠진다. 그래서인지 이 동화를 단숨에 읽었다.

믿어주는 이웃이 있어 감동이었다. 탄원서와 같은 ‘손도장’을 모아주는 모습을 보면 현실을 빗대지 않을 수 없었다. 웬만하면 남의 일에 얽히려 하지 않는 현실과 대비된다. 덕보는 둘래를 지켜주며 격쟁을 기어코 울리게 하는 진정한 지원자였다. 낯가림에다 두려움이 더해진 둘래에게 ‘빨리 도착해서 임금님을 만나야 걱정 대신 격쟁을 허제.’라고 말하는 야무진 강이까지…. 생인손 앓이와 화상 같은 상처는 격정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종종 동화를 놓고 현실을 부정하고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비난을 한다. 하지만 동화는 밝은 빛으로 가는 이정표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동화가 그랬다. 너무 가르치려 하고, 바른 이야기만 하는 꼰대 같은 동화와는 달랐다.

약방 할아버지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던 것이 곤경에서 구해주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고 하는데 모두 쓸모가 있었다. 둘래는 수줍음 많은 아이다. 겉으로 말 못하는 대신 세심하게 기억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 동화를 쓰기 위해 실제로 찾아보고, 알아보는 노력을 수없이 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둘래는 예전 옆집에 살던 아이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주위를 보듬는 온기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신기한 민간요법도 소개된다. 국소의 염증이 심하면서 온몸의 오한 발열이 있을 때에는 돼지비계를 찬물에 담갔다가 국소에 대기도 한다. 둘래가 생인손에는 돼지비계를, 멈추지 않는 진물을 빨아들이는 누에고치를 뽑고 남은 보푸라기 풀솜으로, 으깬 쑥덩이로 지혈 시켰다. .

단지 사건과 위기극복이 너무 잘 이어진 것이 이야기 탄력을 감소시킬 수 있겠다는 염려가 됐다. 하지만 이음새가 촘촘한 것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했는지 가늠되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울리고 있을지 모를 격쟁! 부디 함께 아파하고, 모두 새롭게 거듭나는 울림이길 바란다.

● 약력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마키코 언니’로 등단.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에서 ‘가족사진’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

2020년 11월 ‘레오와 레오 신부’ 장편동화 출간

2021년 2월 ‘가족이 되다’ 청소년소설 출간

현재, 초등학교 ‘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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