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시대다. 이렇게 답답하고 힘든 시기에는 무언가 창조적 도전 정신이 절실해진다. 마침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전시가 4월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을 비롯한 4개의 미술관에서 보유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화가 49명의 75개 작품이 전시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1910년대와 1920년대 러시아에서 등장한 전위적 예술운동이다. 전쟁과 혁명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러시아 예술가들은 유럽에서 들여온 모더니즘 미술을 자신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혁명적인 예술로 탄생시킨다. 그 대표적 예술가로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와 카지미르 말레비치(1879~1935)를 꼽을 수 있다. 칸딘스키는 예전의 화가들이 그렸던 자연을 모방한 그림과는 전혀 다른 완전한 추상에 도달한다. 완전한 추상이란 사물을 유추할 수 있는 그 어떤 단서도 없이 요약·응축한 형태를 말한다. 또한 칸딘스키는 바그너의 음악을 찬양, “회화도 음악과 같은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공감각을 주장했다. 그는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란 저서에서 상상에 의한 색의 표현을 강조했다. 노란색은 트럼펫의 공격적·세속적인 소리에, 푸른색은 파이프 오르간의 성스러운 소리에 비유했다. 전시된 칸딘스키 작품 ‘즉흥’ 세 점은 무의식중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 걸작이다.
또 다른 뛰어난 예술가 말레비치는 인상주의와 야수파로 시작해 상징주의, 입체주의, 입체미래주의로 계속 발전하여 추상미술 양식인 ‘절대주의’를 창안한다. 극단적인 기하학으로 단순화 시킨, 인식 가능한 사물의 형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인간 정신의 표현인 절대주의만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미술임을 피력하였다. 1915년 작품 ‘절대주의’는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킨 검은 사각형과 붉은 사각형, 검은 원 등이 화폭에서 팽팽한 긴장미가 살아있는 걸작 중 걸작이다.
다른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품도 놓칠 수 없다.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비구상적 구상’은 작은 도형들의 곡선과 명암을 통한 양감이 뛰어나고, 올가 로자노바의 ‘비구상적 구상’은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기본적 절대주의 구성요소를 잘 배치한 작품이다. 아리스타르호 렌들로프의 ‘우유 파는 여인’은 화려한 색채가 축제 같다. 그 외에도 뛰어난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장에 즐비했다.
젊은 시절부터 좋아한 칸딘스키 작품이 세 점밖에 되지 않고, 대표적인 작품이 아니어서 아쉽고 섭섭했다. 하지만 새롭게 말레비치를 알게 되고, 다른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도 보게 되어 기쁘기도 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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