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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김두엽·이현영 화가의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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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엽·이현영 화가 작품/사진=이승우 화백 제공

미술 전시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기억할 95세의 김두엽 할머니 화가와 아들 이현영의 콜라보작품전이 전주 숲정이길에 위치한 지후아트갤러리에서 2주간 열렸다. 대한민국의 모지스라 불리우는 할머니 화가 김두엽과 할머니의 아들 이현영의 작품전이다.

미국에서 '모지스의 날'도 만들게 한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념~1961년)할머니 화가는 그랜드마 모지스(Grandma Moses)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서 101세까지 그림을 그려 이미 세계적인 화가 칭호를 받았으며 미국 내에서는 유명 인사가 돼 있다.

모지스 화가의 이야기를 들었거나 본 일이 있는 사람들은 문화적 사대주의로 감히 대국(大國)의 문화재급 모지스에 견준다고 비웃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모지스보다 나으면 나았지 절대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할머니가 김두엽 작가이다.

김두엽 할머니가 '한국의 모지스'가 아니라 모지스가 '미국의 김두엽'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이다. 두 할머니 작가의 공통점은 아주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여줄 수 있는 기교의 부족 대신 참신하고 건강한 느낌을 주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모지스 할머니가 현실의 풍경을 진경으로 많이 그린 것이고 김두엽 할머니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당신의 기억만을 그리는 것이다. 김두엽 할머니는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나이 육십에 한글을 배우고 칠십에 그림을 시작해 95세에 이른 오늘에 이른다 하셨다.

오늘 전시장의 첫 날은 진풍경이 있었다. 익산에 거주하는 86세의 할아버지가 전주까지 신문에 난 전시 소식을 스크랩한 쪼가리를 들고 전시장을 방문하여 "나도 화가"임을 밝히면서 김두엽 할머니를 흠모하는 마음으로 전시날짜도 모르는데 무작정 오신 것이다.

좌담 중에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그림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시면서도 한 수 배우러 왔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나 진귀한 풍경이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 다섯 번의 전시가 남았다는 김두엽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두려워 설치한 실시간 CCTV  화면에서도 주위의 일상과는 관계없이 열심히 그림에 몰두하고 있어 나를 비롯하여 그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아들 이현영 씨는 이미 없는 형편에 서울까지 유학하여 미술대학을 나온 화가였다. 내가 옛날에 찾아본 동영상에서 아들은 나뭇가지를 붓으로 표현하는 어머니 김두엽 할머니께 나무젓가락을 깎아주며 "어머니 나뭇가지는 이것으로 그리면 좋아요" 하며 간접적으로 어머니의 표현을 돕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결과는 자신보다 더 유명한 할머니 화가를 만들 수 있었으니 지도 방법에 따라 미래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율을 강조하는 지도 방식이 이룬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모자가 함께 살면서 그림이 집안 경제로도 이어질 수 없어 택배 기사를 하며 어렵게 집안 경제를 꾸렸던 두 화가는 어느 날 기막힌 인연으로 골드 노총각 이현영 작가에게 짝꿍이 생기면서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짝꿍, 혹은 며느리를 들이면서 한 집의 두 화가는 오로지 그림 그리는 작업만을 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 우먼(idea woman)인 며느리 김소영 씨는 우선 시어머니와 남편을 위해 갤러리를 만들고 경제적 능력이 전무한 이 두 화가를 조직적이고 섬세하게 관리하여 경제적 걱정 없이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기막힌 홍보로 남편까지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훌륭한 매니저 역할을 잘 수행하여 이 모자에게 전국적인 무대를 마련해 주었고 당연히 경제적인 걱정도 덜어주었다. 얼마나 부러운지 나도 당장 김소영 씨와 매니저 계약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어머니 김두엽 할머니의 작품가격은 크기에 따라 50만에서 100만 사이로 거래된다. 아들 이현영 씨 그림은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며 호당 20만의 가격이라고 한다.

원래 호당 가격이라는 것은 네덜란드에서 일본과의 교역 때 처음 적용되기 시작하여 아직도 시빗거리가 되지만 프로 화가들에게는 아직 마땅한 방법이 없어 지금까지 그림의 값을 정할 때 관습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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