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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다음 소희’ - 술이 당기는 스크린 속 불편한 현실

감독의 연출은 거침 없고 배우들의 연기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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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음 소희’ 중 한 장면. /사진제공=전주영상위원회

불편한 현실과 마주해야 할 때 우리는 흔히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면 할 말이 없어지거나 한숨을 쉬게 된다.

영화 ‘다음 소희’는 보는 내내 냉혹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쓰디쓴 술을 당기게 만들었다. 

영화는 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콜센터 현장실습을 나간 소희가 폭언과 성희롱, 부당한 대우를 받다가 세상을 떠나고 형사가 그 죽음의 전모를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담은 영화로 지난 2017년 전주 저수지에서 실습 5개월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의 실제 사건을 다뤘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다 울컥했다면 관객의 입장에서 보다 보면 울컥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영화는 살아남는 사람을 진정한 승자로 여기는 냉정한 현실을 비추면서 이런 사회에 다시 희생 당하는 다음 소희가 없어야 한다고 말 없이 보여준다.

극 초반에 잠깐 나왔다가 중반에 다시 등장하는 배두나의 형사 연기는 사회에 찌든 현대인을 잘 표현해준다.

정주리 감독의 연출력은 차분하면서도 거침이 없고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영화 초반에 몇분간 말 없이 춤을 추는 배우의 연기는 극이 전개되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이 부족해보여 약간의 아쉬움을 줬다.

아울러 12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은 중간에 지루함마저 느끼게 해 옥의 띠였다.

배두나와 김시은 등 두 주연배우가 1, 2부로 나누듯이 맡은 배역도 영화를 이어 붙인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전주시민의 관점으로서 보면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은 낯설지 않고 반갑고 익숙하다.

영화 소재도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 사회 이슈를 짚었고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사회가 직시하고 풀어야 할 문제를 잘 다뤘다.

그리고 갑과 을, 약육강식과 정글의 법칙이 판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학생은 학교에 을이 되고 학교는 회사에 을이 된다.

그런 대기업도 하청과 원청이 나뉘고 갑과 을의 이해 관계는 상충하면서 치킨게임을 계속 한다.

보릿고개를 넘던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하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되면서 장밋빛 내일을 볼 것이란 희망도 국민들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가 잘 살수록 결과만을 중시하는 성과 만능주의 사회는 자라나는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어둡게 하고 그저 돈이나 잘 버는 대기업 직원이 되는 길만이 최고라고 안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속에서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면서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해야할 몫은 다음 소희가 막다른 길에 몰리지 않도록 현실과 타협하거나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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