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이희숙 시인, 첫 시집 ‘느 아버지 부탁혀’ 출간

한 여성의 아내이자 어머니의 삶, 애달픈 인생 노래로

image
이희숙 시집 ‘느 아버지 부탁혀’(인간과문학사)

“근게 나를 중매헌 사람은// 저 아래 방죽 옆, 마산댁이여// 마산댁이 친정집을 왔다 갔다 험서// 욕심을 낸 것이지// 우리 신랑이// 마산으로만 장가간다고 떼를 썼다네// 인연이 될라고 그렸지” (시 ‘열아홉에 시집왔어’ 중에서)

한 남성의 아내이자 자녀의 어머니로서 삶의 무게를 무던하게 견뎌냈던 한 여성이 있다.

그런 그에게는 남모를 아픔과 또 다른 이면에 애달픈 감정이 스며있어 말도 못할 사연도 많다.

이희숙 시인이 문단에 첫 시집 ‘느 아버지 부탁혀’(인간과문학사)를 펴냈다.

그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한자씩 적어 내려간 시를 70편 넘게 모아 시집으로 만들었다.

시인은 시집 첫머리에 생전 어머니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아내 한편의 시로 남겼다.

“용이 돼지헌티 시집왔당게// 예날 옛적/ 열아홉 살 용이/ 스물네 살 돼지헌티/ 시집왔당게// 용/ 내 이름은 박성규고/ 나이는 아흔네 살 할미여// 내 이야기를 쭉 써내려간 이는/ 우리 막내딸여// 막내딸이/ 몰래/ 내 맘속으로/ 들어와 버렸당게”

오래 전부터 어머니의 일상과 어머니의 속내를 기록한 것을 어머니 어투인 전라도 사투리로 시에 담아냈다.

그러다보니 시를 낭독하다 보면 토속적인 분위기를 물씬 흠미할 수 있다.

시인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일생을 대화체로 생전에 나눈 이야기와 추억들을 시로 표현했다.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의 어머니가 시집온 이후부터 세상을 떠나기까지 오랜 세월 나무의 나이테마냥 켜켜이 쌓인 삶의 순간순간이 책장 앞에 풍경처럼 그려진다. 

시집의 제목은 임종을 앞두고 시인의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눈을 떠 보니/ 온 식구가 다 모였네// 느 아버지 부탁혀// 딸막거리는 어미 입에/ 귀를 대던 큰아들이// 얼굴을 묻고 울어싸// 흑흑, 어머니, 걱정마셔요// 인제 되었다// 인제 눈감어도// 원이 없고만”(시 ‘느 아버지 부탁혀’ 중에서)

시를 차분히 되새기다 보면 애달픈 이별의 아픔을 노래해 읽다 보면 어느덧 눈시울이 붉어진다.

image
이희숙 시인

시인은 김제 출신으로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교사로 재직했다.

2019년 한국여성문학대전 효 부문 동화 <할머니의 검은 봉지>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저서로 그림동화 <꽃파리>, 공저 <효자 장개남 이야기>, <효자동 도담이>, <춤추는 해바라기>, <하영이의 낙서> 등이 있다. 

현재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작가회의,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과 동화마중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영호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