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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딛고 다시 핀 윤명호 화백의 예술혼

화업 60년 기념전 앞두고 화실과 작품 모두 소실
8년만에 완주 내아마을 그 자리에 `백당갤러리` 개관
팔순에도 도전과 열정 과시
딸 윤수연 플루티스트 설겆이까지 하며 화백에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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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갤러리' 개관을 앞두고 백당 윤병호 화백과 딸 윤수연 플루티스트가 전시할 작품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세림 기자

한국화가 백당 윤명호 화백(81)이 다시 일어섰다. 화업 60년을 결산하는 기념전시를 앞두고 화실과 전시 출품작 모두를 소실한 아픔을 딛고 소실된 그 자리에 `백당갤러리`를 새로 지어 문을 연다. 화실을 잃은 지 8년 만이다.

1990년 고덕산 줄기 뒷산을 배경으로 완주군 상관면 내아마을에 둥지를 튼 화백은 이곳에서 눅눅해진 작품들을 화목보일러에 말리다가 100m² 화실과 작품들을 모두 잃었다.

백당은 16살에 한국화에 입문해 전북일보에 `바두기`라는 이름으로 6컷 어린이 만화를 8개월간 연재할 정도로 일찍부터 재능을 나타냈했다. 1972년부터 6차례의 국전 입선과 1982년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 초대 작가와 전북도전 심사위원, 전남대 예술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화단 데뷔 60년을 앞두고 준비하던 작품들이 소실됐을 때 낙담할 법한데 화백은 오히려 홀가분하더란다. “그림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고, 회화성도 부족하고, 그래서 전시날짜도 잡지 못하고 고민하는 데 싹 타 없어져 신의 섭리 같았다. 그래도 붓도 남고 낙관도 그대로 남아 다행이었다.”

화백의 겸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대가 작품들을 찾아보고 고서점서 그림책도 샀다.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유화를 공부하고, 붓글씨 연습도 했다. 팔순의 나이에도 도전과 열정이 식지 않았다. 화실 화재가 오히려 자신을 키워주기 위한 과정으로 보았다. “인생 어려운 맛 모르는 사람은 헛세상 사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화실을 잃은 화백은 그동안 전주 금암동 전자상가 옥상의 텐트 같은 곳에서 작업을 해왔다. 나이가 들면서 귀가 어두워졌지만, 더 그림에 몰두할 수 있다고 여겼다. 과거처럼 오랜 시간 작업은 못 하지만, 쉬어가면서 한 작품을 오래 하다 보면 새로운 게 보여 작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윤 화백은 화재 후에도 작업을 계속하며 이듬해 개인전을 열고, 완주군 내 마을 벽화그리기 재능기부 등의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백당이 이렇게 작업에 전념하면서 새로운 화실을 갖게 된 데는 딸 수연씨(49)의 힘이 컸다. 수연씨는 피겨스케이팅을 하며 플루트를 연주하는 피겨플루티스트로, 부녀간 `특별한 동행`은 KBS 인간극장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전국생활체육빙상경기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딴 날 화실에 불이 났어요. 아버지는 그림으로, 저는 음악으로서 힐링센터를 하려고 작업실 증축을 준비하던 때여서 저에겐 청천벽력이었죠. 그런데 아버지는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하는 거예요.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평소 아버지의 가르침이 결코 입바른 소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수연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자신이 플롯 전공을 할 수 있게 뒷받침해준 아버지께 이번에는 자신이 선물을 드릴 차례로 여겼다.  “쓰러지거든 붓 한 자루만 쥐어 달라”는 아버지가 그대로 붓을 놓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플루트학원 보증금을 빼고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2년에 걸쳐 갤러리 건축에 매달렸다.

이렇게 완성된 백당갤러리가 20일 오후 4시 문을 연다. 개관식에서는 화백이 그동안 준비해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개관을 앞두고 3∼4개월 전부터 완산8경에 재도전하고 있는 백당은 앞으로 제자들도 길러볼 계획이란다. 클래식 음악이 있듯이 전통 한국화의 맥을 이어가는 것도 남은 인생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다. 

윤명호 화백은 “8년 전 화재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분의 사랑과 격려에 힘입어 재건축을 완료해 이날 소박한 개관식을 하게 됐다”라며 “그동안 후원해 주신 분들과 지인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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