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진동규, 김종대 등 전북 대표 문인들과 시인과의 일화 유쾌하게 녹여내
세월 앞에 무력해진 인간 조기호의 모습들도 담겨
사회가 제시하는 획일화된 삶의 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한 가치와 취향이 각광받는 시대다.
이는 나와 내 감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에세이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조기호 시인의 첫 수필집 <구시렁 거리는 소리>(수필과비평사)에도 나를 향한,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삶을 찾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최영, 진동규, 김학, 김종대 등 전북 대표 문인과 조기호 시인과의 유쾌한 일화는 꼭꼭 숨겨둔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와 동시에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이지만 세월 앞에 무력해진 인간 조기호의 모습에는 애잔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젊은 혈기에 아픈 허리를 끌고 10여 년을 그럭저럭 다녔으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허리수술을 했는데 그때뿐이었다.(중략) 허리 고장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매일같이 점심과 양촌리 커피를 나누던 문우들이 아파하고, 아내와 자식들이 나 때문에 앓는다. 주변의 지인들이 아파하는 폐를 끼친다. 하여 병원에 입원하면서 마음다짐을 했다. 고장 난 허리도 허리지만 진짜 틀어진 나를 수리해야겠다고. 허리는 의사에게 맡기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일과 지인들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으려는 내 마음부터 내 스스로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자.(‘병상에서’ 중에서)”
조 시인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그간의 일상과 사건을 회고하고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시인의 감정과 생각을 천천히 따라가면 때로는 공감이 되기도,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도 만든다.
평소 글쓰기에 중독되어 회복할 수 없는 글쟁이가 되었다고 표현한 그는 이번 수필집에서도 50편의 일상을 기록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시인은 책 서문을 통해“수필은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엮어본 것”이라며 “막자갈을 이제 막 깔아놓은 신작로같이 울퉁불퉁하고 심리 위주가 아닌 사건 위주로 엮어진 듯하여 독자와 수필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수필을 이르는 표현처럼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못되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주 출신인 조기호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전주풍물시동인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저 꽃잎에 부는 바람아> <새야 새야 개땅새야>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너였을거나> <고조선의 달> <육자배기>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한국문학 백년상, 후광문학상, 목정문화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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