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우체국에 가면

image
안성덕 作

언제였더라, 손 편지 써 본 지 까마득합니다. 받아본 지도 아슴하고요. 아직 파릇할 적, 위문편지를 숙제처럼 쓰기도 했었지요.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청마(靑馬)의 시를 외우며 썼다가 찢어버린 밤 수북했고요. 

 

하루 한두 번은 지나는 곳에 우체국이 있었습니다. 못 보고 아니 애써 안 보고 지나쳤습니다. 그래요, 오늘은 전화 말고 문자 말고 도란도란 편지 한 장 써 볼 일입니다. 만년필이 좋겠네요. 이제는 아득한 그대 말고, 내가 쓰고 내가 받아도 좋겠지요. 우체통이 빨간 이유는 세상에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 성도 싶네요. 

 

계단에 앉아 프리지어 꽃다발은 못 건네봤어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못 들어봤어도 365일 열려있다는 우체국 문은 크고 넓습니다. 중양절에 갔다가 이듬해 삼짇날 봄소식을 물고 온다는 제비가 심벌마크네요. “우체국에 가면/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수익의 시 ‘우울한 샹송’을 불러봅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50∼60%' 또는 '53∼60%'로

군산군산시, 체납차량 야간 영치 단속 실시···고질·상습 체납 17대 적발

군산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콘크리트 다리 ‘새창이다리’ 존폐기로

전시·공연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부안김양원 부안발전포럼 대표, 22일 「통쾌한 반란,함께 만드는 내일」 출판기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