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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금 나와라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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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도깨비들이네요. 전주천 싸전 다리와 매곡교(梅谷橋) 사이입니다. 먼동이 트기 전에 전 펼치려면 한밤중에 나섰겠습니다. 뿔이 몇 개인지, 방망이는 어디 숨겼는지 도통 모르겠네요. 새벽 다섯 시, 어둑어둑 왁자합니다. “엄마 이것도 좀 가져가 잉”, “아따 천 원만 빼랑게” 오가는 말이 다 토막입니다. 콩나물 다듬듯 머리 떼고 꼬리 뗀 말이 귀에 설지 않네요. 맛보라 건네준 시금털털 개살구도 달기만 합니다. 도라지 몇 뿌리 더 얹어주는 손길에 더덕 향기가 따라오고요. 덤이 있고 에누리가 있고 정이 있습니다. 그래요, 삶이 힘들거든 가보라는 새벽 시장에 도깨비들이 붐빕니다. 카드 결제기처럼 입 꾹 다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성심으로 살다 보면 금세 좋은 날 오지 않겠느냐, 말없이 말 건넵니다. 일곱 시, 아 그런데 머리에 뿔이 없네요. 고단할 낯들이 대낮처럼 훤합니다. “아따, 새벽부터 언 놈 만날라고 쥐 잡아먹고 왔데여”, 짓궂은 타박만 영락없는 도깨비입니다. 저쪽 한구석에 미처 입이 안 풀린 듯, 초짜가 분명한 빵 도깨비가 보입니다. “만 원어치 주세요”, 봉지 가득 빵빵 담아주는 빵, 단팥빵 한입 베어 뭅니다.

 

피라미도 뛰고 백로도 모여드는 전주천 새벽 도깨비시장,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방망이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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