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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구월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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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긴 여름 짧은 방학을 마친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방학 숙제였던 일기를 몰아 쓰려 여기저기 지나간 날씨를 묻던 날이 있었지요.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있을 거라는 날들이 아득합니다. 

 

입추 지나 처서, 밤늦도록 악을 쓰던 매미가 한결 순해졌네요. 아직 짝을 못 만난 놈들 울음소리는 숫제 계면조로 바뀌었고요. 도대체 끝이 없을 것 같던 여름이 꼬리 잡혔습니다. 누구의 애간장을 끊었는지 귀뚜리는 간밤 내내 톱질이었습니다.          

엊그제 전미동 지나며 보았습니다. 미나리꽝은 벌써 벼 베기를 끝냈더라고요. 그래요, 내내 사람만 구워삶는 줄 알았건만 여름은 제 할 일 제대로 하고 있었던 거지요. 이제 곧 빈 논배미 찰랑찰랑 물을 받아 푸르게 미나리를 심겠지요.        

 

패티 김의 ‘구월의 노래’를 당겨 듣습니다. 저만치 구월이 오는 소리 들립니다. 한 달째 열대야라지만 바람 냄새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하늘빛이 달라졌습니다. 몽실몽실 푹신푹신 구름도 어느새 목화 구름입니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신태인역 가는 길엔 코스모스가 울컥거리겠지요. 그 길 따라 돌아올 사람 없어도, 기다리는 사람 없어도 살랑살랑 손 흔들겠지요. 긴소매를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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