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귀한 손님

image
안성덕 作

 

폭설에 한파, 동토의 땅 툰드라가 따로 없습니다. 입춘 지난 지 일주일이 넘었건만 봄은 아직 기미도 없습니다. 풍패지관(豊沛之館)이 고드름으로 발을 쳤습니다. 눈 쌓인 지붕 위 하늘이 더욱 시립니다. 행여 기지개를 켜려던 모악산 어느 골짜기 개구리 깜짝 놀랐겠습니다.

 

풍패지향(豊沛之鄕)은 나라를 세운 제왕의 고향입니다. 한나라 유방(劉邦)이 강소성 패군(沛郡) 풍현(豊縣)에서 군사를 일으켜 왕위에 오른 데서 유래하지요. 조선 왕조 태조 이성계는 함경도 영흥 출신이나, 조상 대대로 살아온 전주가 풍패지향이지요. 풍패지관, 귀한 관리나 외국의 사신을 위한 객사(客舍)입니다. 

 

1606년 조선에 사신으로 온 명나라 문인 주지번(朱之蕃), 1593년 북경에 송강 정철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와 자신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던 익산의 표옹 송영구(瓢翁 宋英耉)를 찾았지요. 전주 객사에 묵으면서 망묘당(望墓堂)과 풍패지관(豊沛之館), 두 편액을 썼다지요. 

 

몸도 마음도 춥네요. 뾰족한 겨울 끝에 당도할 봄은 더욱 귀할 터입니다.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로 찾아오실 ‘귀한 손님’, 행여 길이나 잃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아니 아니지요, 여태 봄 거르는 해 없었지요. 분명코 이미 당도한 봄이 저 풍패지관에 유숙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