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담담함과 허허로움으로 채운 송하선 시인의 아흔 무렵의 이야기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이해, 노래한 시인의 작품 담겨

image
아흔 무렵의 이야기 표지/사진=교보문고 제공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노래하는 시인, 송하선 시인이 시선집<아흔 무렵의 이야기>(푸른사상)를 펴냈다.

현실에 대한 민감한 반응, 예리한 관찰과 비판, 불의와 부정을 고발하고 저항하는 개결한 정신의 발로가 시 또는 시인의 한 역할일 수 있다면, 송 시인과 같은 애정과 연민, 동정과 포용으로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고 긍정하는 자세 또한 중요한 한 기능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작품에서는 시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정서를 만날 수 있으며, 인간과 사물을 관조하는 따사롭고도 맑은 눈을 마주할 수 있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조금은 먼 거리에서 보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시 ‘꽃’ 전문)

“지금은 시인이 되어 있다지만/ 문단의 말석에 있는 시인이다,/ 그러나, 누구처럼 막걸리 마시며/ 떠도는 시인이 아니라/ 정직한 시인이 되어야지”(시 ‘어떤 시인이 될까’ 전문)

이처럼 잠시 들여다본 송 시인의 작품에서도 보이듯 그의 시에는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개안, 삶에 대한 통찰과 관용의 정신,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를 통해 시인은 마침내 자연과 삶과 죽음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현자의 세계에 이르러 있음을 넉넉하게 알려주고 있다.

장석주 문학평론가는 송 시인의 작품을 “송하선의 시들은 우리 시를 휩쓸고 지나간 민중 시도 아니요, 해체 시도 아니요, 생태 시도 아니다. ‘나’의 개체적 삶의 경험에서 길어내는 소박하고 조촐한 서정시의 세계다”며 “개체의 경험 중에서도 숭고하고 장엄한 것보다는 자연이나 가족, 이웃, 나날이 일상과의 교섭에서 이뤄지는 하찮고 사적인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고 평하며 그의 시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image
송하선 시인·우석대 명예교수/사진=전북일보 DB

송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아흔 무렵에 으르러 아내와 결혼 62년을 기념하기 위해 단시 62편을 모았다”며 “시집 제목을 아흔 무렵의 이야기로 정했다. 이야기는 소설을 흔히 말하지만, 굳이 이야기라 한 것은 이제 90의 나이가 돼가니, 간디가 물레를 잣듯 말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13권 시집에다 펴낸 시편들이 700여 편의 범작일 뿐, 명작이 없다. 그러나 오직 한길로 한 걸음으로 걸어온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생인 그는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등을 졸업했고,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1980년 우석대 교수로 부임해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인 그는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 목정문화상, 한국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다시 長江처럼>, <몽유록>, <시인과의 진정한 만남> 등이 있다.

전현아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