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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내 마음의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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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농경 시대의 유전자였습니다. 보릿고개 설움이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땅만 보여도 고추, 상추, 오이, 가지, 파를 심었지요. 푸릇푸릇 생각만으로도 향기로웠지요. 골목을 오가는 이웃도 배가 불렀고요. 품이라도 팔아먹으려면 도시가 낫다던 디아스포라들, 손도 땅도 놀릴 수 없어 겨우 두어 이랑 가꿨지요.

 

다 계획이 있었던 겁니다. 삼천 산책길 옆, 날 잡아 잡초를 뽑고 빈터를 일구었습니다. 이젠 눈이 고픕니다. 고추, 오이, 상추 대신 대목장 먹줄 놓듯 줄을 띄우고 코스모스, 접시꽃, 백일홍, 사루비아 꽃씨를 묻었습니다. 삼천 노인회 어르신들, 벌써 겨울부터 언제쯤 어디에 빨강 노랑 하양 꽃씨를 묻을지 궁구하신 게 분명합니다. 세상 환해져라, 소원했던 게 틀림없습니다. 먼 산 아카시꽃, 오동꽃 아직 지기 전입니다. 아파트 울타리에 덩굴장미 한창입니다. 잡초 뽑은 손길과 꽃씨 묻은 마음도 이미 피었나 봅니다. 가는 봄, 세상이 온통 향기롭습니다. 어떻게 아셨을까요? 조리개는 하느님이 드셨네요. 흡족하게 한나절 비를 뿌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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