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경제성 평가 새만금 공항 판시의 전제로 삼아
예타 면제와 관련 지역균형발전보다 다른 공익과 사익을 우선
결과적으로 소멸지역의 기반시설 사업에 높아진 법적 문턱 상징
전북의 50년 숙원사업이었던 국제공항 건설이 착공을 불과 2달 앞두고 ‘법원’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발목을 잡히면서 지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선고된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은 법원이 행정부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은 매우 이례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 개발 논리의 핵심인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이익형량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결정되면서 향후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의 전면 충돌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 판결은 판사의 사법적 권한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일보는 3차례에 걸쳐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에 담긴 논리와 쟁점을 짚어본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 수석부장판사)가 지난 11일 판결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 결과(2022구합80664)는 신공항 건설을 넘어,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등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이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와 전북정치권은 곧바로 항소 의지를 밝혔고, 단체 측도 새롭게 심기일전하면서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소송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환경권에 반하는 국제공항 건설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사건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활용된 논리를 분석하면 ‘국가균형발전’ 관련 사업 전반에 법적 문턱이 높아진 게 이번 판결의 본질이다.
판결의 핵심은 새만금국제공항 등 국가균형발전 사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이 판례에서 활용된 논리는 향후 다른 행정소송에서도 인용될 수 있어서다.
법원은 이 판결에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대의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공익이나 사익의 위에 있는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제 판결문에서는 “이 사업은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었으나, 이는 곧바로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이 침해되는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상당한 정도로 능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이 환경파괴·경제적 손실보다 명백히 우위에 있음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원은 사업 타당성을 부정하고 기본계획을 취소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인 셈이다.
또 법원은 국가가 균형발전을 이유로 예타를 면제했더라도, 그 자체가 곧바로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정부에서 균형발전을 위한 시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해도 균형발전 시책이 기존의 권리나 공익을 침해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얼마든지 그 밑그림을 지워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첨예한 논쟁과 반발에 막힌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소멸위기 지역 내 각종 SOC 사업’ 등의 이익형량을 따질 때 지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논리다.
정부나 지자체가 아무리 균형발전을 내세워도 환경권, 생명권, 안전, 재정 건전성 같은 다른 이익이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우선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시각은 앞으로 인구소멸 시대 균형발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균형발전을 추진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되는 공익에 재판부가 더 큰 비중을 둔 사례여서다.
법원은 경제성 평가 개념도 다시 끌어왔다. 재판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의 편익/비용 (B/C) 값은 0.479로 나타나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낮은 경제성을 국가재정 투입의 (국가 전체)공익성 부족으로 연결했다.
이 같은 판단은 인구 부족으로 경제성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대부분의 균형발전 관련 사업에 치명타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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