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난감으로 빚은 정소라 개인전 ‘번슨슴’ 30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2층 전시실
정소라(42) 작가가 빚어내는 예술작품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쓸모를 다한 장난감이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었던 장난감이라는 일상적인 오브제는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체하고 재조합돼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에서 열리는 정소라 개인전 ‘번슨슴’은 버려진 장난감과 대화를 이어가는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자 7살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작가는 한때 아이에게 전부였던 장난감을 통해 ‘환경’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작품으로 풀어놓았다.
‘장난감 가게’를 테마로 1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작품명 때문이다. 작가는 세상에 없는 단어를 창조해 작품명으로 만들었다. 작품 제목들 살펴보면 ‘고르랑르륵’, ‘무스개’, ‘짐비래’ 등 독특하고 새로운 조형언어로 변환되어 낯선 언어를 창조해낸다.
지난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정소라 작가는 이에 대해 “작품을 구상할 무렵 아이가 받아쓰기에서 썼던 엉뚱하고 뜻이 없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발음이 가능한 낱말로 제목을 붙였다"며 “전시 제목인 ‘번슨슴’도 아이가 조합한 재밌는 낱말로 완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창가에 설치된 ‘BEONSEUNSEUM ver∞’이 눈을 사로잡는다. 폐기된 장난감 부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은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닌 기억의 잔해로부터 생성된 또 다른 생명체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작품들 사이에 여백을 두고 배체됐다. 각 작품마다 독특하고 강렬한 색채를 지닌 만큼 개성 짙은 작품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한 동선이다.
정소라 작가는 “주로 평면 작업을 선보였는데 문득 그림을 입체적으로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형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번 전시 ‘번슨슴’까지 이어졌다"며 “쓰레기도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가능성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도 유쾌하게 바라봐줬으면 한다”며 “제가 건넨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0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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