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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격포(格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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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한 바퀴 돌아와 제 자리에 섭니다. 삼백예순 날 찍어온 발자국이 없습니다. 백사장을 걷고 걷습니다. 푹, 푹 모래 위에 선 내가 금세 지워지네요. 지도를 잘못 읽은 건지, 나침반이 고장 난 건지 작년 이맘때처럼 또 제자리입니다. 벌을 서는 듯, 궁리가 깊은 듯 고개 숙여 없는 발자국을 찾습니다. 격식 格, 제대로 살기가 힘에 부칩니다.

달려드는 파도를 봅니다. 저렇듯 갈기를 세우며 달려들건만 작년보다 더 다가서지 못했네요. 품 늘리지 못했습니다. 부서져라, 제 몸 부딪어 남기려 했을 발자국 없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오는 파도도 한 번쯤 저를 헤아려 볼까요? 지나온 한 해 뒤돌아볼까요? 방파제 끝 등대 찾아 제 발걸음 물음 뜰까요?

나도 파도도 헛걸음이었지만, 제자리걸음도 찍고 찍다 보면 만권 서책 쌓아놓은 저 채석강 읽어낼 날 있겠지요. 애써 넘긴 페이지 바람에 펄럭 제자리로 되넘겨졌대도 경전 귀동냥은 했겠지요. 항구를 빠져나가는 어선 뒤 포말이 이네요. 보세요, 발자국 없는 저 배가 수평선 너머로 멀어집니다. 화살표 거꾸로 찍은 갈매기도 앞으로 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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