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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름철 폭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생명안전 수칙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여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 단순히 ‘계절의 더위’로 여겨졌던 여름은 이제 ‘폭염’이라는 이름의 기후 재난으로, 우리의 일상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농사나 건설 등 실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인구가 많은 우리 사회 구조상, 폭염의 영향은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해로 기록됐으며, 전국적으로 폭염 일수는 24일, 열대야 일수는 20.2일에 달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에서는 온열질환자가 3,704명 발생해 전년(2,818명) 대비 31.4% 증가했으며,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271명의 환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처럼 폭염은 단순히 뉴스에서 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재난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다음과 같은 안전수칙을 모두가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기상정보와 폭염특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폭염 특보는 단순한 날씨 정보가 아닌 재난 경보다. 체감온도가 33℃ 이상일 경우 ‘폭염주의보’, 35℃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따라서 일상 속에서 기상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고, 특보 단계에 따른 행동요령을 숙지하여 실천해야 한다. 둘째, 충분한 수분 섭취와 무리한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주기적으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고, 필요 시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논밭이나 하우스, 축사 등에서 작업하는 분들은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의 한낮 시간에는 가급적 활동을 자제하고, 그늘 쉼터나 무더위쉼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셋째, 온열질환 증상을 조기에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열사병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의식 저하를 동반하는 응급질환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풀며 체온을 낮춘 뒤 119에 신고해야 한다.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도 방치할 경우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변 사람의 상태를 잘 관찰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넷째, 주변의 취약계층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폭염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과 이웃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재난이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웃에게는 안부를 묻고, 실내 환기나 냉방 상태를 확인하는 작은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임실소방서는 매년 여름철 폭염 구급대책을 수립하고, 무더위쉼터 안전 점검, 폭염 온열환자 대비 출동태세 확립, 폭염 대응 예비출동대 운영 등 군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체계적인 제도와 대책이 마련되어 있더라도, 가장 강력한 안전망은 주민 스스로가 폭염 대응 수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더위는 피할 수 없지만, 대비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물 한 병을 더 챙기고, 오늘 날씨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작은 실천이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우리 모두 폭염 안전수칙을 잘 지켜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7 18:13

[오목대] 권불3년(權不3年)

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 라 했다. 이 말은 중국 한나라 회남자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인간사는 워낙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좋았던 일이 나쁜 일로, 나빴던 일이 좋은 일로 바뀔 수 있으니 매사에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인간은 불완전체라서 시기심이 강하고 질투하는 존재다. 오죽했으면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생겨 났을까. 남도 아닌 가까운 친척이 논 샀으면 함께 기뻐하고 박수 칠 일인데 이를 폄훼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세상은 물질위주의 배금사상이 주를 이루면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남이야 죽건 말건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된다는식의 그릇된 가치관이 팽배해졌다. 이런 세상풍조가 만연하다 보니까 인정이 메마른 사막같은 삭막한 사회가 만들어졌다. 자기 잘못은 관대하고 남 잘못은 엄격하기 그지없으니 그저 소통하면서 살아간다는 말이 한낱 사치스럽게 들린다. 지난 정권이 원칙없이 뒤죽박죽 국정을 운영해 더 우리사회가 척박하고 불신풍조가 커졌다. 세상사는 영원한 게 없다. 그 만큼 변화의 속도도 빨라졌다. 챗 GPT가 나오면서 하나의 일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AI가 빠른 속도로 발달해도 결국 운용은 사람이 한다. 가끔 김건희여사가 남편 윤석열과 함께 비행기 트랩에 오르면서 환하게 웃는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뜬다. 그 때 그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아도 지금은 특검 수사의 칼끝이 그녀를 향하고 있다. 영화 명신을 보면 우리나라가 마치 주술공화국같이 운영되었다는 것에 기가 찬다. 무슨 점장이들의 말을 맹신해서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해서 3년간 국정운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창피하다. 생각치도 않았던 계엄령 발동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웠고 대외 신인도와 국격이 떨어졌지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3년하면서도 나라를 이렇게 절단 내놓았는데 2년을 더했으면 더 큰 일 났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드론을 평양 김정은 관저까지 날려 보내 국지전을 유도해서 계엄령 선포의 명분으로 삼을려했던 윤석열과 김용현의 꼼수가 밝혀졌지만 모두가 저주스럽다. 오직 윤석열은 그의 부인 김건희를 감옥에 안보내려고 술 취한 임금님마냥 감싸기에 급급했다. 그 추운 겨울 계엄해제를 요구하면서 윤석열 구속을 외쳤던 민초들은 민주주의를 살려냈다는 자부심으로 생활이 힘들어도 근본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윤석열 정권에 빌붙어 꿀 빨던 불나비들이 지금와서는 야당탄압이라고 버티지만 그들은 역사의 심판을 피해갈 수 없다. 역사를 바로 세워 정의가 도도하게 넘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특검은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꽃다운 청춘으로 채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강물에 휩쓸려 구천을 헤매고 있을 채상병을 생각하면 더 가슴이 아려온다. 그렇게 공정을 교과서처럼 되뇌이던 윤정권이 3년으로 끝난게 천만다행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7.27 18:13

[사설] 전주시장, 완주군수 맞짱토론 기대 크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통합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전주시장과 완주군수가 3회에 걸쳐 맞짱토론을 갖기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오는 8월 5일부터 7일까지 총 3차례 TV 공개토론에 나선다. 그동안 통합 관련 토론은 여러번 있었으나 찬성측과 반대측의 자기주장만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선전장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 쏠리는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통합에 결정적인 키맨 역할을 할 수 있는 두 자치단체장들이 맞짱토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여론추이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말이나 9월초로 예정된 통합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두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처음으로 TV 생중계 토론에 나선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기자회견이나 기고, 각종 행사에서 저마다 입장을 피력하는데 그쳤을뿐 책임있는 당사자의 실질적인 대화나 토론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가 단순히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상대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에 머물러선 안된다. 전주시민이나 완주군민은 물론, 전북도민들은 통합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상당부분 알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기존의 입장을 단순히 반복하는 정도의 자리라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전주시장이나 완주군수가 당장 내년 지방선거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전제 아래서 진행되는 토론회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해당 자치단체 주민들에게 “내가 이 정도로 우리 지역의 민심을 대변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칫 지방선거를 앞둔 현직 단체장들의 지역 표심얻기에 그친다면 그것은 뭔가 부족하다. 단순한 통합 찬반을 넘어 두 지역의 상생발전과 전북의 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돼야하는 이유다. 현재 우범기 전주시장은 통합을 통해 행정구역을 넓혀 광역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의 자주성과 균형발전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어차피 전주시장과 완주군수의 맞짱토론이 성사된 만큼 한걸음 더 나가야 한다. 시장, 군수보다도 더 통합 여부에 결정적 키맨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의원이 더 이상 허공에 대고 자기의 주장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차제에 양자 토론도 가질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4 17:47

[사설] 극한의 폭염, 취약계층 건강 안전망 강화해야

연일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집중호우가 지나고 이제는 재난급 폭염이다. 전국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올여름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벌써 1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배나 많다. 찜통더위가 일찍 찾아온데다 예년에 비해 장마가 짧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견디기 힘든 극한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사회적·환경적으로 취약한 고령자와 저소득층·장애인 등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야외 노동자들이 폭염과 같은 기후위기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독거노인과 장애인·만성질환자·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지금의 극한 폭염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해가 갈수록 기후재난의 강도가 심해지면서 취약계층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다. ‘폭염은 태풍·홍수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낳는 조용한 재난’이라고 했다. 게다가 사회 취약계층에서 온열질환에 걸릴 확률은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우리 사회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나기에 특별히 신경써야 할 때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관심과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영농기, 논밭과 시설하우스에서 일해야 하는 고령의 농업인들이 걱정이다. 폭염에 가축 피해도 크게 늘고 있어 농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이다. 일손이 부족한 우리 농촌에서 ‘농사에는 다 때가 있다’며 농작업을 중단하지 못하고 뙤약볕 내리쬐는 논밭에 나온 고령의 농업인들이 쓰러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더 촘촘한 대책과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금의 극한 폭염은 그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해마다 판에 박힌 피해 예방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이 같은 대책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더불어 주변에 기후재난 대응 사각지대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살피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폭염 취약계층과 소멸 위기에 몰린 우리 농촌에서 극한 폭염으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할 일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4 17:45

[오목대] 세계유산 후백제역사유적지구

한국 반구천 암각화와 북한 금강산이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나란히 등재됐다.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고래, 고래잡이라는 희소한 주제를 풀어낸 걸작”이자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진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또 금강산은 사계절 풍광이 탁월한 명산으로 한국 불교문화의 성지로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17번째, 북한은 3번째 셰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 기준에 따르면 세계유산은 국경을 뛰어 넘을만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지녀야 한다. 세계적으로는 1978년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제도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 12개의 유산이 첫 등재된 이후 2025년 한국의 반구천 암각화가 1740번째로 등재목록에 올랐다. 국가별로는 2024년 현재 이탈리아가 60개로 가장 많고 중국 59개, 독일 54개, 프랑스 53개, 스페인 50개, 인도 43개, 멕시코와 영국 35개, 러시아 32개, 이란 28개 순이다. 이들 10개국 가운데 8개국이 세계에서 외국인 방문객이 가장 많은 10개국에 들어간다. 세계유산 등재가 관광객 유치에 큰 힘이 됨을 알수 있다. 세계유산은 소수의 자연유산을 제외하고 대부분 역사와 관계가 깊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고구려 고분군(2004년·북한), 개성의 역사 기념물과 유적(2013년·북한),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가야고분군(2023년) 등이다. 이들과 함께 후백제역사유적지구를 나란히 올려 놓으면 어떨까. 저평가된 후백제를 제대로 보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후백제는 백제를 잇는 나라였다(연속유산). 둘째, 후백제는 통일신라 말기 극심한 혼란을 딛고 중세의 문을 열었다. 폐쇄성을 뛰어 넘어 다양성과 열린사회를 지향했다. 연호 정개(正開·바른 세상을 연다)가 그것을 말해준다. 셋째, 호남·영남·충청을 아울렀으며 중국의 오월·후당·거란·왜 등과 교류하며 청자 등 탁월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넷째, 논란이 있으나 견훤왕은 백성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려에 항복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발굴과 보존, 고도(古都) 지정 등 할 일이 태산이다. 마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기로 결정됐다.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후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7.24 17:43

[금요칼럼] 개기일식이 주는 삶의 지혜

올해는 유난히 무더위가 일찍 시작된 느낌이다. 한밤중에도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아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어젯밤도 더위를 참지 못해 뒤척거리다 침대에서 일어나 찬물을 마시고 집 안을 서성거리다 소파에 앉았다. 다시 잠을 청하려다 문득 지난날에 대한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아름답고 좋은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그 시절을 힘들게 했던 어려운 일들, 그 일을 마주치면서 겪은 심적인 갈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미래에 대한 걱정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힘들었던 유학 시절이 떠올랐다. 논문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아 막막함과 불안함 속에 지내던 시기였다. 며칠씩 밤을 지새우며 내용을 고민하고 작성했지만, 지도교수님과의 면담을 거치며 공들여 쓴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지워지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과연 내가 이 공부를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주말, 머리를 식힐 겸 가족과 함께 교외 호숫가에 다녀왔다. 유난히 오리를 좋아하는 두 딸과 함께 오리들이 한가로이 떠다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너희는 참 평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물속을 바라보니, 물 위에 조용히 떠 있는 듯 보이던 오리들이 사실은 물 아래에서 쉼 없이 다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애씀이 있다는 것, 성과라는 것이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닌 여러 과정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자신감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당시엔 박사학위를 끝내지 못하고 귀국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지만, 그것은 성취의 과정이었고 그만큼의 애씀과 준비가 필요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교수님의 냉정하지만 날카롭고 세심한 지도, 주변 동료들의 도움, 가족의 응원이 결국 나를 성장시킨 동력이었다. 끝내 그 시간을 견뎌 학위를 끝내고 전공 분야의 학자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고 그 후에도 여러 번의 힘든 고개를 넘어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인생의 자산으로 남아있다. 얼마 전 ‘개기일식과 삶’의 비유에 대한 말을 들으면서 자연이 주는 교훈을 얻었다.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를 지나며 태양을 잠시 가리는 현상으로서 잠깐 동안 하늘은 캄캄해지고 태양이 사라진 듯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오죽하면 옛날 사람들은 세기의 종말을 보는 듯한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실제로 태양은 달보다 400배 크고, 방출되는 에너지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렬함에도 우리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서 태양의 존재가 없어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개기일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몇 분이 지나면 다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밝은 대낮이 돌아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의 모습은 희미해지다 못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난관이 태양을 가리는 달의 모습과 같아 보이는 것이 아닐까?’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개기일식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어려운 시기마다 내 곁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좋은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 응원하는 가족, 동료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득 ‘은혜’라는 제목의 노래가 떠오른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소.’, ‘내가 이 땅에 태어나 사는 것/ 어린아이 시절과 지금까지 숨을 쉬며 살며 꿈을 꾸는 삶/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돌이켜보면 위의 가사가 가슴에 와닿고 머리가 끄덕여진다. 내 삶에는 개기일식과 같은 순간이 있었고 지금 내 앞을 가리는 일들로 그 뒤에 감춰진 빛을 보지 못하고 힘들어하면서 ‘왜 나만 혼자 고생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해주는 크신 은혜와 좋은 분들과의 사귐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개기일식이 주는 삶의 지혜’는 지금의 어려운 문제 뒤에는 밝고 힘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혹시 그 문제가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처럼 시간이 지나면 말끔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해준다. 그와 함께 햇볕처럼 따뜻한 정감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분’들이 내 곁에 있음을 기억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가야겠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4 17:42

[기고]지속가능한 전북,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출산율 ‘0명대’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24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75명이고,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0.81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지 않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농촌지역이 많은 전북자치도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다양한 출산 장려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혼·출산 장려금, 산후조리원 지원, 육아휴직제도 확대 등 출산과 관련된 직접적인 유인책이 그 예다. 전북자치도 역시 청년취업기, 결혼·신혼부부, 임신·출산기, 육아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저출산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제도의 다양성과 실제 현장에서의 작동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출산장려금은 초기에는 성과를 보였으나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들며 지역을 떠나는 등 장기적으로는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있고, 육아휴직 제도 역시 수요는 많지만, 노동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이용은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출산은 삶의 일부분이지, 삶의 전부가 아니다. 결혼과 출산은 더 이상 생애주기의 필수 경로가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선택 가능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선택 이전에 현실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환경,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부족, 높은 교육비 부담 등 수많은 현실적 장벽은 청년들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불가능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우리 지역이 저출생과 인구소멸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으려면,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곧 주거 안정, 일자리, 돌봄 체계, 교육·문화 환경 등 삶의 전반을 지원하는 기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전북자치도는 청년 인구가 한두 도시에 집중된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도시 중심의 정책이나 일회성 장려책만으로는 지역 전반의 인구 기반을 회복하기 어렵다.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도 접근성과 생활 여건의 차이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역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신혼부부 주거 지원, 산후조리원 이용 등은 도심에 집중돼 있어, 군 단위 지역에서는 이용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산부인과나 소아과 접근이 어려운 분만취약지,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통폐합이 이어지는 농촌 현실 또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각 시군의 생활 여건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지역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필수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소규모 학교의 유지, 통학 교통 지원 등 실질적인 양육 환경 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는 출산과 양육이 모두 가능한 환경을 갖추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지역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 변화가 바로 지속가능한 지역의 미래를 여는 길이다. 임승식 전북특별차지도의회 의원, 농업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4 17:35

[청춘예찬] 외로움을 마주하면서

저만 그럴까요? 아니면 남들도 다 그럴까요? 가끔 가파른 벼랑 끝에 서서 홀로 살아가는 듯한 외로움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 생각과 제 삶의 모습이 주변 사람들과 점점 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일까요? 서로의 다름에서 비롯된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외로움도 깊어지는 듯합니다.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1936~)가 쓴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 리빙스턴이 그랬던 것처럼요. 조나단은 평범한 갈매기들하고는 달랐습니다. 평범한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아 해변을 떠돌아다니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배불리 먹고 편하게 사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조나단은 하늘 높이 날기 위해 온갖 기술을 익힙니다. 다른 갈매기들이 잘 먹으려고 살았다면, 조나단은 멋지게 날기 위해 산 것이지요. 중요한 건 맛있는 먹이가 아니라 멋지게 날기라면서요. 이런 조나단에게 다른 갈매기들은 뭐라고 했을까요? “조나단, 비행하는 연습도 좋지만, 먹이를 어떻게 얻는지를 고민해야 해. 네가 하늘을 나는 이유는 다 먹기 위해서니까.” 다른 갈매기들은 조나단에게 훌륭한 비행도 좋다만, 멋진 비행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며 걱정하는 척 조롱합니다. 아름다운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꿈이 먹여 살리는 게 아니니, 현실에 맞춰 살라는 겁니다. 높이 날면 멀리 볼 수 있으나, 그만큼 먹잇감과 멀어진다면서요. 동료 갈매기들한테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조나단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어쩐지 저의 외로움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해집니다. 왜 우리는 남들과 다름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을 느낄까요? 어째서 우리는 자기와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비웃거나 경멸할까요? 배불리 먹기 위해 나는 갈매기들이 멋지게 비행하기 위해 나는 조나단을 비웃고 조롱하는 것처럼요. 그런 갈매기들을 보고, 그리고 그런 갈매기들에게 조롱당하는 조나단의 처지가 된 듯한 저를 돌아보다가, ‘소대지변(小大之辯)’이라는 말을 만났습니다.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장자(莊子, 서기전 369 ~ 289)가 한 말이지요. 소대지변(小大之辯)은 ‘작음(小)과 큼(大)의 분별(辯)’이라는 뜻인데, 장자는 작음과 큼의 ‘차이’나 ‘차별’인 ‘차(差)’가 아니라 ‘다름’이나 ‘구분’인 ‘변(辯)’을 강조합니다. 서로 다른 건 수준이 낮거나 못나서가 아니라, 서로 추구하는 삶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손가락질하며 무시하거나 비웃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우쭐하며 경멸해서도 안 되고요. 장자가 강조하는 소대지변(小大之辯)이라는 말에서 위안을 받습니다. 남들과 멀어지는 거리감은 잘남과 못남의 차이(差)가 아니라 서로가 추구하는 삶의 다름(辯)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요. 그러니 외로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인데, 괜히 힘들어했다고 웃어봅니다. 게다가 혼자일수록 외로울 수는 있으나, 외로워지는 만큼 더 자유로워지지 않습니까? 우리가 모두 갈망하는 자유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저마다 다르게 타고났으니, 저마다 타고난 대로 제 갈 길을 가면 됩니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남한테 끌려다니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습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내 삶을 만들면 그만입니다. 남들한테 행복하게 보이는 삶이 아닌 내가 행복한 삶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를 뿐입니다. 더 잘났거나 못난 건 없습니다. △구나연 작가는 청년들과 외국인을 위한 독서 치유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 『서른에 마주하는 서른 가지 질문』을 출간했다. ‘여연작가의 책방’이라는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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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24 17:31

[사설] ‘RE100 국가산단’ 유치, 집안싸움 안 된다

예로부터 ‘없는 집에 분란이 많다’고 했다. ‘가난이 싸움이다’는 속담도 있다. 경제력이 취약하면 작은 이해(利害)를 놓고도 서로 다투게 되어 큰 불화가 된다는 의미다. 지금 전북이 꼭 그 꼴이다. 이번에는 정부가 에너지 대전환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역점 추진하고 있는 ‘RE100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놓고 내부 갈등이 빚어졌다. 김칫국부터 마신 군산과 김제·부안 등 새만금권역 3개 시·군이 각각의 부지를 적지로 내세우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세 지자체는 그동안 방조제와 내부도로·신항만 등 새만금 관할권을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계속해왔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법정까지 넘나드는 이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기회의 땅’ 새만금은 ‘갈등의 땅’이 돼 버렸다. 이재명 정부가 ‘RE100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하고, 특별법 제정에 나서면서 후보지로 떠오른 전북과 전남·울산이 치열한 물밑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실, 국정기획위원회 등을 상대로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지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지난 21일 취임한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도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성장시키기 위해 RE100 국가산단 유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군산·김제·부안 등 새만금권역 3개 지자체가 각각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주장을 내세우면서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산시는 새만금 국가산단, 김제시는 새만금 배후도시용지의 제2산단, 그리고 부안군은 새만금 7공구 농생명용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해 RE100 국가산단을 유치하겠다며 각각의 장점과 당위성 부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3개 시·군이 또다시 출구 없는 내부 다툼을 벌인다면 RE100 국가산단 새만금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미래와 산업지도를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기회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를 지향해 온 새만금이 RE100 국가산단에 반드시 선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새만금권역 3개 시·군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이번만큼은 갈등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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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23 18:15

[사설] 전주시 '관광거점도시 육성' 용두사미 우려

전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 거점도시 육성’ 사업이 용두사미가 될 상황이다. 이 사업은 2020년 문체부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싶은 한국의 대표적 도시 가운데 관광도시를 새롭게 육성해 관광시장의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문체부는 대상지로 국제 관광도시에 부산, 지역 관광거점 도시에 전주, 강릉, 목포, 안동 등을 선정했다. 그리고 문체부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주시에 국비 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도비 200억 원, 시비 600억 원을 더하면 총사업비는 1300억 원 규모이다. 그런데 이 사업이 올해로 종료되는 가운데 전주시가 시비를 확보하지 못해 대규모의 국·도비를 반납하는 상황이 발생해 관광도시 육성사업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한(韓)문화 관광거점도시'를 비전으로 자본사업(하드웨어) 14개, 경상사업(소프트웨어) 27개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관광객 확대, 관광시설 확충 등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즉, 전주한옥마을 관광객이 코로나19를 겪으며 2020년 680만 명까지 감소했으나 2023년 1536만 명까지 다시 증가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또, 전주역 통합관광센터, 완산벙커, 덕진공원 열린광장 등을 조성하는 데 예산이 투입됐다. 그리고 광역 투어 패키지 프로그램 개발, 한옥마을 미디어 파사드 공연, 씨네투어 관광 상품 개발, 비짓전주 콘텐츠 고도화 등도 함께 추진되었다. 그러나 후반부 들어 시비 확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즉, 지난해 시비가 마련되지 못해 반납한 예산은 국비 25억 원, 도비 13억 원이다. 올해 반납해야 하는 예산은 국비 130억 원, 도비 36억 원에 달한다. 특히 대규모 국비 반납으로 정부 공모사업에서의 불이익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주시의 예산 미확보 문제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예산 전문가 시장이 역설적으로 예산문제 때문에 전주 완주 통합 반대의 빌미를 줄 뿐만 아니라 국가가 지원하는 관광거점도시 조성 예산마저 반납해야하는 촌극을 일으키고 있어 걱정이다. 전주시의 뼈를 깍는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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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23 18:14

[오목대] 전북 지방선거의 이재명 마케팅

마케팅(marketing)은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인 경영 활동이다. 보통 마케팅 이라고 하면 광고를 우선 떠올리는데 사실은 시장 조사부터 마케팅은 시작된다. 평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주변 상가에 스타벅스나 맥도널드가 입점하면 사람들은 그제야 비로소 “이렇게 좋은 명당 자리가 있는지 몰랐다”며 무릎을 탁 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세계적인 기업의 안목이다. 짜장면집 하나를 내고 문 앞에서 주인이 자기 몸에 “우리집 짜장은 값싸고 맛있다”는 선전 문구를 들고 있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선거때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선전하는 옷과 목도리 등을 두르고 인사하는게 상례다. 가성비 좋은 정치인 이라며 마케팅 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를 떠난지 오래됐지만 호남과 영남에서는 아직도 박정희 마케팅, 김대중 마케팅을 가끔 볼 수 있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의 후광을 얻겠다는 심리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선 정청래, 박찬대 의원의 이재명 마케팅은 가장 극명한 사례다. 박찬대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원실을 물려받았다며 소위 '명심(이 대통령의 마음)' 마케팅을 통한 당원 표심 잡기에 나섰고, 이에 질세라 정청래 의원은 “얼굴, 눈빛을 보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이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소위 명심 얻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에서도 소위 이재명 마케팅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후보군들은 입만 열면 이재명 대통령과의 각종 인연을 강조하고 있고, 사무실이나 카카오톡 등에 과거에 이 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나 문구 등을 대문에 내걸고 유달리 친분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실오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후보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때로는 낯이 간지러운 경우도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는 가히 절정이었다.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특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면서 당시 민주당 지방선거 후보들은 적어도 호남에서는 선거는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때 당선됐던 단체장들중 상당수는 “선거때 제가 뭐 한게 있나요, 문 대통령이 당선시켜 준 거죠”라고 솔직한 심정을 피력했다. 어쩌면 내년 전북의 지방선거 판도 또한 그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소지가 크기에 벌써부터 후보들은 이재명 마케팅을 한껏 활용하고 있는것 같다. 그런데 마케팅의 기본 중 기본은 화려한 외관이 아니다.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것이다. 그런점에서 콘텐츠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내년 지방선거때 생계형 출마나 정년 연장형 출마, 또는 적당히 돈으로 감투를 사려는 이들은 없는지 소비자들이 잘 살펴야 할 때다. 때론 포장지만 근사한 불량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일도 많으니까 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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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7.23 18:14

[의정단상] 대한민국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서자

대한민국은 17개 광역자치단체로 이루어져 있다. 헌법 제122조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ㆍ개발과 보전’을 규정하고 있고, 제123조 제2항은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정신에 부합하게 우리나라의 17개 광역자치단체가 고루 발전하고 있는가? 턱도 없는 소리다. 애초에 모든 지역이 동등하게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 지역이 가 진 지리적ㆍ환경적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대다수 재원과 기회를 수도권에 집중시키면서, 격차를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켜왔다. 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대광법’으로 불리는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었다. 전국을 5개 광역권으로 묶는 과정에서 사실상 전북만 유일하게 수혜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전북을 포함하는 대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22대 국회에 들어와 ‘4선 의원이나 돼서 지역 얘기만 한다’라는 가시 돋친 말을 들으면서도 전북 소외에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은 우리 전북이 오랜 세월 겪어온 소외와 차별을 알리기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 생각했다. 실상을 알게 된 국토위 동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광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법사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으로 고락을 함께한 정청래 당시 법사위원장과 박범계 당시 간사가 큰 힘이 돼주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길은 구하는 자에게 열리기 마련이다. 전북 정치권은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지금 전북 앞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놓여있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북이 겪고 있는 ‘3중 소외’를 언급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에 치이고, 영호남에서 홀대받고, 호남에서도 전북이라고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전북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대통령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 전북의 처절한 외침이 그에게 가 닿은 것이리라. 항상 변방에 머물렀던 전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에 전북의 미래가 걸려있다.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 RE100 산단 조성 등 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이다. 전북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전북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국 2위 수준이고 전력자립률은 71.7%, 신재생에너지 자립률은 43.5%에 달한다. 더욱이 지금이라도 RE100 산단을 조성할 수 있는 새만금 단지도 있다. 전북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새만금 산단에서 바로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북은 더 이상 외면받는 땅이 아니라 기업들이 주목하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으로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챙기고 있다. 새로운 정부의 철학과 비전에 맞춰 전북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면, 그를 기반으로 우리 전북의 내일은 달라질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 전역에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에 올라탈 준비를 하자. 철저하고, 치열하게. △이춘석 의원은 제18~20대 국회의원, 제34대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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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23 18:14

[타향에서] 나날이 가꾸어야 하는 민주주의

서울 도심 사무실에서 창밖을 가만히 내다 본다. 7월 아침 해가 벌써부터 예열을 하는 듯하고, 출근길 직장인들 발걸음이 분주하다. 커피숍에는 헤드셋을 착용한 학생이 노트북을 살피고 있다. 신문을 통해 야당이 새 정부의 장관 후보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정부와 대통령을 향한 날선 말이 오가지만 아무도 제재되지 않는다. 참 평범한 아침 일상이다. 그런데 이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그런 존재였다. 공기처럼 늘 곁에 있고, 의식적으로 고마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누구든 자유로이 말할 수 있고, 다투어야 할 때 폭력이나 총 대신 대화와 투표용지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우리는 그러한 일상을 살면서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3일, 그 믿음은 흔들렸다. 윤석열 전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 계엄령 선포는 헌정질서를 훼손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우리의 상식을 뒤흔든 충격 그 자체였다. 총과 군화가 정치의 도구로 다시 등장할 뻔한 순간,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수십년 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야 했다. 그 동안 묻혀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혼돈스럽고 위태로운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의 응원봉만이 아니었다. 전주·부산·광주·대구·대전·춘천·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남녀노소 시민들이 손팻말을 흔들며 광장과 거리를 메웠다.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피고인 윤석열을 파면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는 바로 그 민주주의와 헌정 회복의 열망 위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민주주의를 다시 튼실하게 재건하고, 국정에 더 많은 시민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격의 없는 타운홀 미팅을 하고, 국회에서 시정 연설을 하고, 저잣거리에서 삼겹살을 굽는 것을 보면서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국회, 헌법재판소, 정부나 대통령의 노력만으로 온전해지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일상적인 실천과 행동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선거 때 투표를 하는 일,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일, 마을 토론회에 가서 한마디 보태는 일. 하나 하나가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들어 가는 작지만 큰 실천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매년 민주주의 성숙도를 진단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작년에 32위를 차지하여 ‘결함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구분되었다. 22위였던 2023년에 비해 10위나 하락한 결과다. 그렇지만, 조만간에 2024년 이전의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최상위 단계로 재진입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국민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한과 책무를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잘 행사하리라는 것을 고스라니 체험했기 때문이다. 계엄과 탄핵과 대통령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오늘은 누구의 하사품도, 저절로 주어진 것도 아닌, 나와 주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로, 말 한마디로, 참여로 인해 나날이 가꾸어진 결과이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우리의 눈길과 손발을 필요로 한다. △김춘석 부문장은 전주 상산고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조사협회 대변인, 한국조사연구학회 이사, 한국갈등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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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23 18:13

[기고] 탄소중립 녹색성장의 실현

새로이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의 탄생을 축하한다. 이를 계기로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제·산업발전과 아울러 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신정부의 공약중의 하나는 탄소중립 녹색 성장의 달성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일상생활이나 산업공정상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뤄나가자는 것이다. 전북은 이처럼 산업과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모델을 구현하기에 그 어느 지역보다도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새만금지역은 이제 과거 35년간의 개발 역사를 넘어 산업의 시대로 이행해 가고 있는데, AI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신산업의 유치·육성의 기회가 주어져 있다. 기존 수도권과 타지역이 갖지 못한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와 광활한 산업용지를 가지고 있다.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이를 적용하는 새로운 산업과 기업투자가 뒤따른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미국 엔비디아가 피지컬(Physical) AI의 플랫폼으로서 ‘코스모스’라는 경악스러운 모델을 세상에 내놓을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어쩌면 새만금의 뒤늦었던 개발속도에 고마워해야 할 지도 모른다. 백지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기존 전북도내의 탄소, 수소, 전기자동차, 이차전지, 농생명바이오 등 기존 신산업에 더하여 AI혁명을 뒷받침할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 관련 인프라 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은 값싼 전력요금에서 나온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RE100산단에 전력요금의 혜택을 주어 수도권 대기업들이 전북지 역으로 이전토록 하거나 신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수도권 기업에게는 교통혼잡 부담금처럼 송변전 부담금을 물리는 페널티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그 리고 데이터센터의 공정에서 발생되는 폐열을 회수하여 발전시키는 기술(ORC)을 적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도 있다. 에너지 다소비업종에서 산업공정 상 발생하는 폐에너지의 재활용 및 탄소중립 시스템의 설치를 유도하는 도 조례를 제정할 수도 있다. 셋째, 최근 전북도가 추진중인 피지컬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공장을 지향하는 도내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와 아울러 AI 기술인력의 양성이 필요하 다. 전북도내 대학들이 관심 기업들과 연합하여 AI 융합대학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있다. 넷째, 태양광, 풍력, 그린수소, 폐열회수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체계적이고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전북 에너지공사’의 설립도 시급히 추진해 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래 신산업은 양질의 값싼 에너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모사업으로 전북도가 준비하고 있는 ‘전 북형 분산에너지 특화사업모델’에 사업지원주체로서 포함하면 좋을 것이다. 신정부 들어서 전북 정치인들이 행정부처에서도 중책을 맡은 지금의 시기를 잘 활용하여 ‘탄소중립 녹색성장’의 선도지역 역할을 실현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간 산업발전과 환경보호간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신정부가 지향하는 또 하나의 통합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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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23 18:13

[오목대] 방위백서와 한일수교 60년

일본이 해마다 주변국 군사 동향과 방위 정책을 분석해 공개하는 방위백서에 올해도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았다.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의 4개 섬)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방위백서는 일본 정부의 공식 안보 문서다.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억지를 부려온 것은 21년째. 지난 2005년부터 이 같은 주장을 이어왔으니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일본 영토에 ‘다케시마’로 표기된 독도가 포함된 지도를 담은 어린이용 방위백서까지 발간해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하면서 영유권 왜곡 논란을 키웠다. 우리 정부가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다양하고 끈질기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은 또 으레 겪는 관행쯤으로 여기고 지나갈 것이 틀림없다. 이런 논란이 있을 때마다 맷집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되돌아보면 일본의 끈질긴 역사 왜곡은 시도 때도 없이 이어져 왔다. 전략은 치밀하고 기민하기까지 했다. 2021 도쿄올림픽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성화 봉송 루트를 표시하는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인 양 그려 넣었다.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확인할 수 있는 치졸한 방식이었다. 한국 정부가 독도 삭제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일본은 관방장관까지 나서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한국 정부는 IOC에 중재까지 요청했지만, 지도는 끝내 수정되지 않았다. 이런 논란이 일자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지도에 다케시마가 한국령(독도)으로 되어 있다’며 ‘한국 측 요구에는 강하게 맞서면서 미국에는 항의도 하지 않는 보수파’를 비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영토다. 그러니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영토주권에 대한 부정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장. 일본 외신기자가 한일관계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독도를 둘러싼 영토 논쟁이 많지만 영토 분쟁이라 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명확한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분쟁은 아니고 논쟁이 조금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적 관계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꺼낸 것은 독도 논란이었다. 한일 수교 60년을 맞은 올해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거침없다. 60년이란 시간이 유독 허망해지는 이유다.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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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7.22 18:08

[사설] 뜨거워진 완·전통합, 주민판단 방해 말라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9월로 예상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찬반단체가 총출동해 각자의 주장을 펴면서 갈등 수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결국 판단은 완주군민이 해야 하고, 정치권과 찬반단체들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한다. 자신들만의 주장을 고집하면서 상대편을 배척·비방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주민투표일이 가까워오면서 찬반단체간 활동이 과열 양상을 띠지 않도록 자제와 금도(襟度)를 가졌으면 한다. 1997년 통합이 거론된 이후 이번에 4번째 시도되는 완주·전주 통합은 지난해 6월, 완주군민 6152명의 서명으로 시작됐다. 현재 대통령실과 지방시대위원회의 타당성 검토를 마쳤고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권고와 실제 투표만을 남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관영 도지사와 전주지역 정동영·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21일 전북자치도청에서 완주·전주 통합 추진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찬성단체들이 제안한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설치법을 제정해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윤덕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105개 발전방안에는 정부 통합 인센티브 완주에 전액 투자, 완주군민 현재 혜택 12년 이상 유지, 완주군의원 수 최소 11명·지역구 12년 유지, 통합 시청사·시의회 청사 완주 건립, 완주군민 동의 없는 혐오·기피 시설 이전 불가 등이 담겨있다. 이에 앞서 김 지사는 주소지를 완주군 삼봉지구로 옮기고 주민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반해 완주를 지역구로 둔 안호영 의원은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며 진행 중인 주민투표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희태 완주군수와 군의회는 읍면을 순회하며 통합반대 주민설명회를 갖고 완주군민의 자치권 수호와 독자성장을 외치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새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과 맞물려 있다. 나아가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정치권 등 전북을 이끄는 리더들은 좀더 넓고 멀리 봤으면 한다. 찬성측은 통 크게 양보하고 반대측은 대화를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 시장과 유 군수의 TV 토론도 조속히 실시했으면 한다. 주민들 또한 냉정한 눈으로 자신들이 주인임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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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22 18:07

[사설] 새만금 미래 RE100 산단 유치에 달렸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성장시키느냐 여부는 결국 RE100 산단 유치 여부에 달렸다. 특히 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만큼 새만금에 이를 유치하느냐 못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 16일 TF 첫회의를 열고 규제 ‘제로(0)’ 기업 환경과 매력적인 교육·정주 여건 조성, 강력한 전기요금 인하 등 첨단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필수적인 인센티브 방안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RE100을 규제가 아닌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균형발전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끌어올리는 현행 에너지 수급 방식 대신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에 기업들을 유치해 송전망 구축비용 절감, 에너지전환 가속화,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RE100 산단은 일단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조성한 뒤 이를 전체 산단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RE100은 오는 2030년까지 기업이 쓰는 전기의 60%, 2040년 90%, 2050년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36곳이 참여하고 있다. 김의겸 신임 새만금개발청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새만금에 RE100 산단을 유치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실천하는 과정이며 결국 RE100 산단 유치라는 성과가 말한다. 김경안 전 청장이나 신임 김의겸 청장은 정책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론 강한 추진력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또 한편에선 실질적 성과를 어느정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없지 않다. 국회나 대통령실, 정부 관계기관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무슨수를 써서든 새만금에 RE100 산단을 유치하는게 급선무다. 이는 비단 새만금개발청장 한사람의 과제가 아니며 도내 자치단체장, 정치권 등이 함께 짊어져야 할 막중한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새만금사업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만큼 우선 당장 RE100 산단 유치부터 해결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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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22 18:07

[새벽메아리] 빈집에서의 마을살이 그리고 나의 재생

이전부터 ‘촌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살아있고 윤이 나는 툇마루가 있는 한옥이면 더 좋을 것이다. 직접 텃밭도 꾸려서 오이나 상추를 따고 지인들을 초청해서 삼겹살 파티도 열고 싶다. 시골살이에 대한 이런 로망은 확실히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생긴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런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지역으로 내려온 지 8년차가 되어서야 드디어 나는 ‘마을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이런 기회를 얻게 된 배경에는 ‘희망하우스’라는 빈집재생 사업이 있다.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의 경우 국가의 지원금으로 집 일부를 정비할 수 있다. 그리고 리모델링된 주택은 5년간 무상으로 임대를 내어줌으로써 빈집의 활용성을 높인다. 타 시군의 1만원 주택도 사실상 무상의 개념이니 같은 제도다. 임대인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저소득층, 귀농귀촌인, 청년, 신혼부부,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외국인 근로자 그리고 ‘지역문화예술활동가’(!)이다. 나의 경우 엄격한 심사 과정은 없었으나 이장님을 위시하여 마을분들이 나름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이주를 승인하였다. 빈집 정책은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지자체별로 빈집 실태와 현황조사를 시작하던 초기를 지나 최근에는 지역재생, 청년주거, 커뮤니티 활성화와 맞물려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을 주택으로 바꾸는 경우는 좀 얌전한 경우이고 마을호텔과 게스트하우스, 공방과 카페 등으로 바꾸기도 하고 아예 빈집을 덜어내고 공용주차장이나 쌈지공원 등 공공장소로 전환하기도 한다. 몇몇 성공적인 사례들이 생기면서 빈집은 흉물에서 마을발전의 동력이 되는 공공자원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빈집과 인연이 깊다. 2006년 군산 해망동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이다. 달동네이던 해망동 곳곳에는 황량하게 남겨진 빈집들이 제법 있었다. 기획팀은 집주인을 수소문하여 일시적인 사용 허락을 얻었다. 빈집의 상태에 따라 수선의 규모는 달랐지만 원칙은 원래 그 빈집이 갖고 있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것. 문패의 이름을 따서 빈집 다섯채가 ‘누구씨네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빈집은 예술가와 만남으로써 새로운 공간으로 경험될 수 있었다. 일반적인 벽화나 조형물을 공공미술로 인식하던 시기에 특정 지역 전체를 문화적으로 디자인한다는 발상은 지금은 오히려 지역재생의 접근법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다. 사실 모든 도시재생, 지역활성화 사업에서 물리적 외관의 재생은 두 번째 문제이다. 어떤 공간으로 어떤 장소로 바뀌어야 하는가를 지역민들이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결정하는 참여 디자인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이 과정에 사회적협동조합, 도시재생지원센터, 공공건축가, 커뮤니티 빌더 등이 결합되어 자립모델을 함께 구상하고 마을과의 협력모델을 구축하기도 한다. 외관보다 프로그램의 재생, 사람의 재생, 삶의 재생이 우선한다는 이야기다. 이장님이 희망하우스에 문화활동가(나!)를 들이면서 마을사람들의 기대가 크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처음으로 마을살이를 감행하는 나로서는 약간 걱정이 들기도 한다. 낮에는 문화활동가이지만 밤에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익명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기획과 삶이 통합되는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지만 이를 실천할 용기가 부족했다. 어쩌면 이번 빈집에서의 시골살이는 마을의 재생 이전에 나의 삶을 재생시키고 전환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내일 마을회관의 점심에 정식으로 초대되었다. 시골살이, 마을살이의 시작이다! △전민정 사무국장은 군산 해망동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장소특정적 공공미술, 리서치와 관계중심의 커뮤니티아트 등을 기획하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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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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