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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중국 경제와 한중 협력의 새 지평-양회로 본 중국 경제와 한중 상생의 길

최근 중국의 ‘양회(兩會)’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양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아우르는 연례 회의로, 매년 3월 초 약 3000명의 전인대 대표와 2000여 명의 정협 위원이 베이징에 모여 국정과 한중 경제 및 사회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이는 중국식 민주 정치의 생생한 실천 사례다. ‘양회’의 핵심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제출한 정부업무보고 심의다. 이 보고는 지난 1년의 성과를 정리하고 올해 정책 로드맵을 제시한다. 2024년 중국 경제는 안정세를 유지하며 GDP 134.9조 위안, 성장률 5%를 기록했다. 녹색 전환도 가속화되어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1300만 대,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는 3.7억 킬로와트를 돌파했으며, 대기질 우수 일수 비율은 87.2%로 상승했다. 혁신 분야에서는 상업용 우주항공, 베이더우 항법 시스템, 디지털 경제(핵심 산업 부가가치 GDP의 10%)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양회’는 경제성장률 5% 목표를 재확인하며, 서비스업·인터넷·문화·통신·의료·교육 개방 확대와 주요 전시회(중국국제수입박람회 등) 고도화를 추진키로 했다. 신기술·신제품 시범 사업과 상업용 우주항공, 저고도 경제, 심해 과학기술 등 신산업 육성, 그리고 바이오 제조, 양자 기술, 6G,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발전도 계획에 포함됐다. 리창 총리는 소비 진작과 투자 효율성을 강조하며 내수를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구환신’(낡은 전자제품 교체) 정책에 3000억 위안 규모의 초장기 특별 국채를 투입하고, ‘소비진작 특별행동 방안’(8대 행동, 30개 과제)을 발표했다. 올해 1~2월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는 134만 대(26% 증가), 1급 에너지 효율 가전 판매액은 241억 위안(36% 증가), 단가 6000위안 이하 휴대전화 판매는 3300만 대(860억 위안)로 호조를 보였다. 같은 기간 산업 부가가치는 5.9%,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5.6%, 소비재 판매는 4.0%, 수출은 3.4% 증가했고, 도시 실업률은 5.3%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한중 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지난해 무역액은 3280억 달러를 넘어섰고 한국은 흑자를 유지했다. 올해 1~2월 한중 무역액은 467억 달러(대중 수출 206억, 수입 261억), 한국의 대중 투자액은 104.3% 급증하며 협력의 견고함을 입증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유구한 역사와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중국과 활발히 교류 중이다. 약 3000명의 중국 유학생이 전북에서 공부하고, 전주 한옥마을은 중국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새만금 한중산업단지에는 중국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며 양국 협력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무역전쟁과 혼란 속에 놓여 있다. 한중은 ‘일의대수’의 이웃으로, 수천 년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며 현실적 협력의 필요성으로 운명을 묶고 있다. 내년 한국의 APEC 개최를 앞두고 양국은 상호 지지를 약속했으며, 이는 고위급 교류와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 속담에 “친척도 자주 만나야 친하고, 친구도 자주 만나야 가깝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무비자 정책으로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이 늘고 있다. 호남 지역민들도 중국을 방문해 발전상을 느끼고 한중 우호에 기여하길 바란다. 구징치 주광주중국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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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25 18:41

인종차별 국가의 불편한 진실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란스발주 요하네스버그 샤프빌. 수천 명 흑인이 경찰서 앞에 모였다. 흑인차별정책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였다. 흑인들은 평화적으로 시위에 나섰으나 경찰은 총과 무자비한 폭력으로 비무장한 시민들을 진압하고 해산시켰다. 시위대의 희생은 컸다. 69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18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어린이도 적지 않았다. 샤프빌 학살(Sharpeville Massacre) 전말이다.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는 본래 분리나 격리를 뜻하는 아프리카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을 뜻하는 말로 널리 알려졌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은 강고하다. 그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끝없이 이어진 백인들의 수탈과 착취, 그리고 결국은 영국령 식민지가 되어야 했던 고난의 역사가 있다. 남아프리카의 비극은 15세기 무렵 유럽의 대항해시대부터 시작됐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 백인들이 들어와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노예로 삼아 약탈했으며, 1795년에는 케이프타운이 영국군에게 점령당하면서 영국령 식민지가 됐다. 네덜란드계 백인들과 영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에서는 영국이 승리했으나 수적으로 우세한 네덜란드인들을 장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영국은 네덜란드인들과 타협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인종차별정책이다. 백인은 특권을 보장받지만, 유색인종은 철저히 차별당하는 이 정책으로 원주민 흑인들은 소외당하며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빼앗기고 빈민층으로 전락했다. 50여 년 동안이나 시행됐던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은 국제사회의 맹렬한 비판과 배척을 받으며 붕괴되기 시작했다. 넬슨 만델라 정부 때 공식적으로는 종료됐으나 이 정책이 남긴 상처는 깊었다. 지난 3월 21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아 지정한 날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부끄럽게도 한국은 인종차별이 심각한 국가로 지목되어 있다. 지난해 한 미국의 언론사가 전 세계 89개국을 대상으로 세계 인종차별적 국가 순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5위. 이란 벨라루스 바레인 미얀마 다음 순위다. ‘포괄적 인종차별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유엔의 권고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156만여 명. 지난해 통계청은 이들 중 17.4%가 차별대우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은 늘고 있고,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의 한 축이 된지도 오래지만 인종차별의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곳곳에서 불거진다. 들여다보니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일, 그 과제가 더 무거워진다. /김은정 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3.25 16:26

‘ONLY 전북’ 특성화·차별화가 경쟁력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대전환의 시대’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AI(인공지능) 혁명, 초고령사회 진입, 기후위기 등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본 적 없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낙오자가 되고,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전환’해야 한다. 관점을 바꿔 목표와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이 그렇다. 소외와 차별, 낙후라는 단어에 익숙해진 ‘상실의 시대’를 묵묵히 버텨온 전북만큼 대전환의 필요성이 큰 곳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생각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ONLY 전북’이어야 한다. 글로벌시대, 지역 경쟁력은 특성화·차별화에서 나온다. 오직 전북만이 할 수 있는 것, 전북이 더 잘할 수 있는 것, 전북이 해야 하는 것을 찾아 집중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 이후 이미 여러 걸음을 뒤처진 상태에서 기를 쓰고 따라가봐야 맨 앞에 서기는 어렵다. 간신히 뒤쫓아가면 상대는 또 저만치 멀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중앙을 향해 소외와 차별을 하소연하며 ‘우리도~’를 외쳤던 그간의 행보에서 벗어나 ‘우리만~’을 찾아보면 어떨까. 전북이 수십년간 공들여온 약속의 땅 새만금은 지금 ‘ONLY 전북, ONLY 새만금’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차별화된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백화점이 됐다. 관광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팜, 바이오, 방위산업, 2차전지 등 다방면에서 ‘백화점식 전략’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의료용 대마산업(헴프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새만금에 ‘헴프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공력을 들여 추진했다가 헛발질로 끝난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새만금이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산업을 찾기 어렵다. ‘지금 전북, 그리고 새만금이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다’는 반박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적어도 ‘새만금’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앵커산업은 정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선 8기 전북특별자치도가 내세운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 비전은 타당하다. 더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 농생명산업의 수도 전북,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에서만 맛볼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는 음식이나 지역 한정 상품이 있다면 어떨까? 일본 3대 맥주로 꼽히는 ‘삿포로맥주’의 본고장 홋가이도에는 이곳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특별한 맥주(삿포로 클래식)가 있다. 수요가 늘면서 점차 판매처가 확대됐지만 생맥주로 마셔보려면 지금도 꼭 현지까지 가야 한다. 맥주 말고도 홋가이도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상품이 적지 않다. 이런 지역 한정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의 또 다른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아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전북 대전환’의 발판이 마련됐다. 전북이 ‘2036년 올림픽 대한민국 후보도시’ 로 선정됐다. 무엇보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아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북이 골리앗 서울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지방도시 연대라는 차별화 전략에 있었다. 이제 국제무대에서의 올림픽 유치 전략도, 지역발전 전략도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차별화해야 한다. 조기 대선 여부를 결정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년 후엔 지방선거도 있다. 전북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살펴봐야 할 때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할 ‘ONLY 전북’, ‘ONLY 전주’ 전략과 이행 방안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3.25 15:18

연명의료 활성화, 자치단체가 나서라

전북자치도의회가 23일 연명의료결정제도 설명회를 가졌다. 광역의회로는 최초로 가진 설명회에는 도의회 관계자 60여명이 참석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전북지역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2%를 넘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행사를 계기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전북지역 전체로 확산되었으면 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따라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여기서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시간만 연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77%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마지막 순간까지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임종을 맞이한다. 환자는 극단적인 고통에, 가족들은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환자 및 가족에게 고통과 부담이 커지면서 연명의료 중단을 희망하는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2%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제도가 올해 7년째를 맞고 있으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 실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19세 이상) 274만7000여명이 등록했으며 이중 전북은 16만3000여 명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 10%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등록률이 높지 않은 것은 절차와 범위 등이 너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임종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호스피스 병상과 인력을 확충하고 조력사 또는 안락사에 대해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연명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회뿐 아니라 보건소 등 자치단체가 나섰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25 14:25

한글서예 유네스코 등재 반드시 이뤄내야

서예는 오래전부터 한글이 아닌 한자로 써야만 좀 격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이용한 문자 예술 '한글서예'가 이제 국가유산을 넘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글서예는 독특한 필법과 정제된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여러 예술 분야로 범위를 확장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참으로 가슴벅찬 일이다. 한글서예의 유네스코 등재가 된다면 전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화적 위상을 한단계 높이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글서예의 한 중심에 전북이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한글서예의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은 대한민국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특히 전북인에겐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글서예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올초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한글서예는 한글을 먹과 붓을 사용하여 글로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 지식을 말한다. 주지하다시피 훈민정음 창제, 반포된 조선세종 이후 한글은 종이, 금석(金石), 섬유 등 다양한 매체에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는 수단이었다. 며칠전 한글서예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단이 공식 출범했다. 추진단은 2030년 등재를 목표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체계적인 전략 수립과 국제 공감대 형성에 나설 예정이다. ‘한글서예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은 2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자문위와 전문위를 통해 등재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송하진 조직위원장과 전북특별자치도 김관영 지사가 공동 위원장을 맡아 운영한다. 송하진 조직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서예는 한글로 써야만 더 멋과 맛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한문서예와 달리 한글을 표현하고 특유의 서체와 필법을 계승·발전시키는 한편,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유네스코 등재는 무망한 일이 아니다. 철저히 준비해서 독창적 조형 예술로 발전하고 있는 한글서예가 캘리그래피, 미디어, 공연 등 예술 분야로 영역을 더 확장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25 14:02

공감으로부터 시작된 기획, 공동체와 함께 자라는 커뮤니티 아트

특정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는 커뮤니티 아트를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대상을 이해하는 ‘공감’이다. 필자 역시 김제시 광활면 용평마을 어르신들을 만나기 이전에는 ‘노인은 이런 활동을 좋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선입견으로 기획을 시작한 바 있다. 이는 경험하지 않은 대상을 정형화하는 대표적인 오류로 실제 공동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정되어야 할 접근이었다. 만약 마을에서 먼저 벽화를 요청하지 않았고, 벽화를 꺼려했던 예술가들이 마을의 요구에 맞춰 기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았다면, 이전에 매스컴에서 접했던 타 마을의 예술적 성과를 마을에 그대로 적용한 성과 중심의 단발적 프로젝트로 귀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예술의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예술을 통해 확장하는 문화민주화(文化民主化)를 실현하는 것으로도 의미는 있겠지만, 주민이 예술의 능동적 창작자로 자리매김하는 문화민주주의(文化民主主義)로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기획자가 자신의 기획만을 고수하고 공동체에 대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 위주의 프로젝트를 이끌고자 하였다면, 용평마을에서 어르신들이 보여준 문화예술에 대한 자율성과 창의성은 결코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기획의 전환점은 종종 작은 순간, 찰나에서 시작된다. 첫해에는 “팔십 평생 붓을 처음 잡아봤다” 는 어르신들이 개별젹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낸 것이 인상 깊었고, 두 해째에는 그림들이 점차 서사성를 보이며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어르신, 우리만 보기 아깝네요. 어디 김제회관 하나 빌려 전시회라도 열까요?라 칭찬하는 필자의 말에 ”우리라고 전주에서 전시 못혀?“라고 웃으며 답한 어르신의 말은 다음 해 전시 기획의 씨앗이 되었다. 계획으로만 염두에 두었던 전시는 어느 기회를 만나자 실제로 실현 되었고, 방바닥에서 그린 그림이 전시장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본 어르신들은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내일 모레 죽는 날 받아 놨다” 고 말하던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꿈들이 서서히 피어나게 되었다. 무언가를 가능하도록 이끄는 일은 참여 구성원인 어르신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기획자는 프로젝트에 적절한 전문 예술가를 연결하고, 예술가들이 금전적 보상 외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소명과 비전을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언젠가 함께 하면 좋겠다”는 한마디에서 시작된 인연은 “어느 날 눈 떠보니 광활에 있더라”라는 고백으로 이어질 만큼 예술가 스스로 공동체에 마음이 묶이며 그 일부가 되어간다. 시간과 함께 축적된 공동체에 대한 이해는 예술가로 하여금 ‘공동체와 상호 교류하는 기획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으며 자문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의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예술가인 우리가 공동체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예술이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주체화하는 데 어떤 기여를 줄 수 있는가”로 자리 잡았다. 공감에서 시작된 기획은 공동체의 삶 속에서 자라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낸다. 새로 배우는 것이 두렵다는 어르신들의 일상은 달라지고 어르신들의 내면에는 변화를 받아들일 기초가 세워지고 있다. “나는 이 공동체 안에서 누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그 질문이 진심으로 시작되는 순간, 커뮤니티 아트는 비로소 사람과 삶을 물들이는 예술이 된다. 황유진 이랑고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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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24 19:07

조물주 위에 건물주는 옛말

고금리, 고물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북 도내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여전히 지역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상가 역시 형편이 좋을 리 없다. 수요층이 공존하는 거대 상권이 무너지면서 폐업이 늘고 공실률 또한 심각한 수준에 있다.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거래 절벽을 넘어 빙하기를 맞으면서 나락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잔해 위에 우뚝 서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회자되면서 건물주가 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과 희생을 해왔던 지난날과는 달리 높은 대출 이자와 상가 수익률을 감안하면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구도심. 대학가. 신도시 가릴 것 없이 빈 상가는 여전히 속출하고 있고 줄줄이 임대를 알리는 빛 바랜 현수막은 자영업자들의 줄 폐업을 알리는 슬픈 자화상이다. 건물이 통째로 임대가 나와 있는가 하면 몇 년째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된 상가도 흔히 볼 수 있다. 오랫동안 힘든 삶에 개미허리가 되어 버린 임차인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주시가 땅장사에 급급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채 지구단위계획이 빚어낸 최대의 참사이자 인재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도내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8,2% 전국 평균 12,7%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 역시 7,2%인 반면에 전국 평균 6,5% 보다 높다. 오피스텔 시장 또한 공실률 15.9% 전국 평균 8.9%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공실이 늘어 가는 이유는 뭘까? 먼저 과잉 공급을 들 수 있다. 신도시 개발 초기부터 인구 대비 수요를 파악하지 못한 채 상가부지를 남발한데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다음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몰락으로 창업보다는 폐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온라인 발달은 배달문화를 성장시키면서 젊은 친구들의 소비패턴까지도 바꿔 놓았고 그 외 상권은 침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넷째 젊은 층이 신도시로 유입되면서 구 도심상권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다섯째 창업 범위 안에 동종 경쟁업체들이 너무 많다. 여​섯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한번 계약을 하면 10년 동안 한 해 5% 이상 임대료를 인상할 수 없다는데 이유가 있다. 일곱째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분양가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상가는 훌륭한 투자 상품이긴 하나 경기나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는 고 위험군에 속해 있다. 상권은 구도심에서 대학로 또다시 신도시를 돌아 이제는 배달문화로 발 빠르게 옮겨 다니며 진화하고 있다. 이토록 위험한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가 투자나 임대는 더더욱 심사숙고해야 한다. 성공적인 상가 투자개발을 위해서는 상가 대비 인구 밀집도, 교통, 위치, 자기자본 등을 고려하여 보다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상권이 몰락하다 보면 경기 침체는 물론 소비시장까지도 위협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구심점이 무너지고 생존권마저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강자는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약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기에 오늘도 필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중앙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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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24 19:07

어차피 윤석열은, 파면입니다

“힘드시지요?” “헌재결정 기다리다 지치진 않으셨나요?” “헌재는 언제 결정하는지 왜 설명을 안 해주나요?” “파면이 되나요?” 헌재 변론종결 후부터 29일째, 12.3 내란부터 112일째 되는 날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 대화입니다. 저는 국회 윤석열 탄핵소추단으로 활동 중입니다. 형사재판으로 말하자면 검사의 역할과 같습니다.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마다 헌재에 갔고, 헌재 심판현장에서 윤석열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의 질문, 표정 하나하나까지 똑똑히 기억합니다. 헌법재판 진행과정, 윤석열의 어불성설 변명, 공개된 증거자료를 모두 지켜본 결과와 30년간 법률경험을 더해보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차피 윤석열은 파면됩니다!” 이제 좀 안심이 되시지요! 윤석열 12.3 내란을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요. 12.3 내란으로 시민들은 일상의 평온을 빼앗겼습니다. 1년 365일 중 3할이 넘는 113일이 되도록, 불안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주 풍패지관과 광화문 광장에 나와 윤석열 파면을 외칩니다. 오죽 답답하고 힘들면 100만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왔을까요. 여기에 내란수괴가 풀려나고,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일을 기약없이 잡지 않고 있는 것도 시민들을 광장에 나오게 한 요인이지요. 윤석열 파면은 국민 60% 대다수가 원하고 있고, 법리로 보나 증거로 보나 명백합니다. 1억분의 1이라도 기각은 곧 ‘계엄면허’를 주는 것이어서 결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제 윤석열 파면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길’입니다. 내란수괴에게 책임을 묻는 건 무너진 민생을 살리고,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루빨리 윤석열을 파면해 국민들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드려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광장과 시민들의 열망! 헌법수호를 해야 하는 헌법재판소가 모를 리 없습니다. 잘 알기에, 서두르지 않고 필요한 절차를 밟는 거라 생각합니다. 헌재에는 윤석열 말고도 박성재, 조지호 탄핵심판이 남아있습니다. 이들 탄핵소추사유 중 ‘내란’ 관련 행적을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또한, 헌재는 ‘절차적 문제’에 답해야 합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과거 자신의 징계재판에서처럼,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기피신청, 이의신청, 회피촉구 등 많은 ‘절차적 태클’을 걸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이겠지요. 윤석열 파면은 ‘만장일치’로 선고해야 합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을 다룰 때, 재판관들이 사전협의를 통해 가급적 만장일치에 이르도록 합니다. ‘국민통합’이라는 관점에서도, 8명 헌법재판관이 일치된 의견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약간 이야기가 옆으로 샌 느낌이지만, “윤석열이 결정에 승복할까?” 물어옵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대한민국이라는 회사가 있고, 그 주인이 국민입니다. 12.3 내란은 종이 주인을 겁박하고 주인이 되려고 한 것입니다. 윤석열은 대한민국과 그 주인인 국민에게 ‘내란’이라는 해(害)를 끼친 가해자입니다. 피해자들이 용서하지도 않는데 가해자가 무슨 승복을 말할 자격이 있나요! ‘판결 승복’운운 자체가, 윤석열에게 과분한 사치입니다. 24일 헌재가 한덕수 탄핵심판을 선고했습니다. 이제 헌재는 윤석열 파면을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시간도 없습니다. 윤석열이 가야 할 길은 ‘파면’과 ‘구속’뿐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어ㆍ윤ㆍ파(어차피 윤석열은 파면된다)!” 이성윤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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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3.24 19:07

‘멍멍이’가 어때서?

‘댕댕이’라고? 지난 주말 강아지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국제 강아지의 날’(3월 23일)을 맞아 반려견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강아지의 날에 펼쳐진 각종 프로그램 명칭에 당연히 들어가야 할 강아지나 반려견이란 단어를 찾기 어려웠다. 대신 ‘전국 댕댕이 사진 자랑대회’, ‘댕댕이 대잔치’처럼 하나같이 ‘댕댕이’로 표현했다. 동물이 내는 소리, 즉 의성어를 그 동물의 애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야옹이(고양이), 삐약이(병아리), 꿀꿀이(돼지), 짹짹이(참새) 등이다. 개는 당연히 ‘멍멍이’다. 결코 낮잡아 보거나 혐오의 감정을 담은 부정적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멍멍이가 댕댕이로 변형됐다. 온라인 공간에서 ‘멍’을 ‘댕’으로 대체해서 사용한 게 유행하면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신조어가 된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를 부추기면서 이제는 관공서 행사명에까지 쓰이고 있다. 귀여운 강아지의 이미지와 어감이 잘 어울려서 일 것이다. 한발 더 나가 ‘갓(GOD)’이라는 단어와 합쳐 ‘갓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강아지를 더 사랑스럽게 표현한 새로운 애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에서도 Dog나 Puppy 말고도 맥락에 따라 개와 강아지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개를 개, 멍멍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대놓고 개, 멍멍이라 불렀다가는 반려인들에게 ‘눈흘김’을 당해야 한다. 개를 개라고 칭했다가 민원인에게 호된 나무람을 들었다는 어느 공무원의 하소연도 생각난다. 시대에 뒤떨어진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개 앞에서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반려인구 1천500만명 시대, 이제는 개를 자식으로 여기는 데까지 왔다. 그들은 개의 앞발을 ‘손’이라고 한다. 이러다가는 앞다리를 ‘팔’이라고 부를 판이다. 물론 가족 같은 반려견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표현이겠지만 지나치다. 그런데 정작 반려인은 스스로를 ‘개엄마’, ‘개아빠’라 칭한다. 개를 개라고 부르는 것을 애써 피하면서 사람에게는 ‘개~’ 라는 호칭을 스스럼없이 쓴다. 언제부턴가 인간이 개와 한 종족이 돼 스스로를 개의 엄마, 아빠, 오빠, 누나라 칭한다. 개가 인간의 자식 자리를 슬쩍 차지한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 젊은 개엄마‧개아빠가 늘어난다. 젊은 부부가 조심스럽게 밀고 나온 유모차 안에는 아기가 아닌 모자까지 곱게 차려입은 강아지, 개가 누워있을 확률이 더 높다. ‘그 정성과 사랑을 개가 아닌 진짜 자신의 아기에게 쏟았으면⋯.’ 그래서 엄마‧아빠 대신 개엄마‧개아빠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야속하다. 그럴만한 사정은 있겠지만 그래도 불편하다. 개는 그저 개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더라도, 심지어 가족이더라도 그렇다. ‘반려동물’로 사랑하고 성심껏 보호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3.24 16:23

호남권 메가시티, 갈등 딛고 실질적 성과내야

전북자치도와 전남, 광주광역시가 호남권 공동발전을 위한 '경제동맹' 강화에 나섰다. 김관영 지사와 김영록 지사, 강기정 시장이 23일 나주에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지난해 7월, 7년만에 재개된 호남권정책협의회의 후속조치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3개 시도는 그동안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다. 결국 전북이 호남권에서 이탈해 특별자치도로 독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3개 시도는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행정구역을 같이했고 정치 경제적으로 한 배를 탔었다. 이제 협약체결을 계기로 오해와 갈등을 벗어 던졌으면 한다. 갈수록 옥죄어 오는 수도권 일극체제와 메가시티 바람에 공동 대응해 협력과 상생발전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 업무협약의 핵심은 연합 추진체계를 기반으로 한 공동 대응이다. 국제행사 유치와 첨단산업 및 건설 SOC 등에 대해 세부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고 경제동맹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연합추진단을 운영키로 했다. 국제행사로는 2025 광주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 성공 개최와 2036 하계올림픽(전북 전주), 제33차 UN기후협약당사국총회(전남 여수) 유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는 농협중앙회 호남 이전을 비롯해 AI 미래산업 기반 조성, 청정에너지 기반 첨단산업, 에너지원 공동 R&D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인프라 확충을 위해 고흥-광주-완주-세종을 잇는 '호남권 메가시티 고속도로', 새만금-고창-영광-함평-목포로 이어지는 '서해안 철도', ‘광주 신산업선’ 구축 등 대형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 호남권은 1990년대 이후 개발사업 등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경우가 많았다. 전북의 새만금 개발과 신공항 건설 등에 광주 전남에서 잇달아 발목을 잡는가 하면 각종 인사와 국가예산 등에 있어 호남몫을 광주·전남이 차지하곤 했다. 이에 따라 전북은 소외감이 깊었고 3중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야 하고 대구·경북, 부울경, 충청권 등의 경제 블록화에 살아 남기 위해서도 호남권 협력은 절실해졌다. 구호에 그칠 게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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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24 12:34

도내 업체도 ESG 경영 마인드 강화를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그리고 기업 지배 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약어다.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비재무적 또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평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모은 것이다. 종전에는 기업을 평가할때 재무적 지표로만 했으나 요즘엔 무형의(intangible) 가치 또한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기도 한다. ESG의 개념은2004년 처음 도입됐으며 벌써 20년 이상이 지났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을 도입하는 추세다. ESG 경영 도입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수출기업의 경우,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외 바이어로부터 거래 중단이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금융권에서도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대한 우대금리 적용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가늠케 한다. 하지만 전북지역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은 매우 실망스런 수준이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에 따르면 도내 288개 가입업체를 대상으로 ESG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를 도입한 기업은 63곳(21.9%)에 불과했다. 제조업체 38.5%, 유통업 11.5%, 건설업 8.7% 등이다. ESG 경영을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비용 부담(23.4%), 이행 관계자의 요구가 없어서(21.5%), 경영진 인식 부족 (18.8%), ESG 개념의 생소함(18.5%), 경영상 필요를 못 느껴서(17.8%) 순이었다. 기업들은 ESG 경영 도입·확산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22.9%가 교육·컨설팅 비용 지원을 꼽았다. 한마디로 재정적 지원을 해달라는 거다. 세제지원 혜택 강화(21.8%), 업종별 가이드라인 제공(20.1%), 인프라·시스템 비용 지원(19.9%), 전담 지원기관 설립(15.3%)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협력이나 투자를 보류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다. 기업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만큼 우선 당장은 기업인들의 인식 제고다. 하지만 영세한 지역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해서 행정적, 재정적 과감한 지원을 통해 기업의 ESG 진단과 컨설팅, ESG 대응 교육과 설명회 등을 보다 광범위하게 펼칠 것을 강력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24 11:37

‘기쁜 소식'

마음이 헛헛할 때면 절집을 가보곤 한다. 산길을 따라 걷는 동안 계절의 변화가 몸으로 흘러들고, 흐트러졌던 생각은 저잣거리의 소란으로부터 멀어진 산중의 고요 속에서 저절로 정돈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아직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의 어린 나는, 엄마 손에 끌려 전남의 어느 절들을 몇 차례 간 적이 있다. ‘살아 청상’이 된 서른 초반의 처자가, 비슷한 처지의 작은집 시모와 함께 작은 시주를 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을 것이다. 자기 운명을 납득할 수 없어 뭔가 큰 존재에게 그저 무릎 꿇고 빌어보고 싶었을 젊은 여자. 절에 가는 길은 흙먼지를 뒤집어써 엉망이 되어버린 엄마의 한복처럼 늘 난감하고 고되었다. 어찌 우리 엄마뿐이었을까. 모두가 가난하고 사는 일이 더없이 막막하던 그때, 정안수 한 그릇에 손을 모으거나 절로, 교회로 또 다른 무엇에 의지하고 구하던 마음들은 전쟁의 뒤끝에 이어진 산업화의 빠른 속도가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바람 잘 날 없던 정치적 격동이 숱한 개인의 삶을, 우여곡절로 흔들었기에 근현대 한국인의 운명은 나랏일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절집에는 언제나 원願들이 그득하다. 산문을 지나 세속의 경계를 넘어선 뒤에도 그 걱정의 실타래들이 여러 보살, 나한, 부처의 형상을 입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한자로 쓴 전각의 이름들과 편액, 주련들을 애써 읽으려 할 때마다 이역에서 건너와 몇 겹의 시대와 공간을 통과하면서 이 땅의 삶과 뒤섞여 살아남은 어떤 고통, 발원, 수만 번 무릎 꿇으며 터트렸을 오랜 통증의 감정들이 물결치듯 나를 때린다. 전북의 절 중에 종남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완주 송광사는 알려진 대로 조선 왕실이 관여한 호국사찰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오래 된 천년의 절터, 그 폐허 위에 절을 다시 짓고 중창한 것은 조선이 큰 환란에 처한 병자호란 어간의 일이다. 대웅전에는 왕, 왕비, 세자의 안녕을 비는 삼전패가 지금도 놓여 있는데 이때의 세자는 청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다. 인조에 의해 소현이 완벽하게 지워진 뒤에도 세자의 무사 환국을 바라며 세워진 전패는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전설 같은 왕가나 도력 높은 선사의 이야기보다 우리를 이끄는 것은 부처의 원력에 기댄 보통사람들의 비원이다. 전각의 기왓장에 적힌 가족의 이름, 초파일 연등으로 나부끼는 간절한 염원의 말들, 죽은 이들을 달래는 촛불 들이 기실 그 거대한 전각을 기도처로 떠받치는 진짜 힘이다. 어떤 신이나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전례나 형상도 모두 이 깊은 슬픔에서 발원하는 것일 터인데. 나라를 뒤흔든 큰 변고를 제대로 매듭 짓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쳐가며 네 달째 거리에 서 있다. 노천에서 밤을 새우고 매일 광장으로 나오는 이, 삼보일배의 고행을 이어가거나 옥중에서 108배를 올리는 이, 며칠째 곡기를 끊은 사람,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으나 애타게 기도하는 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 큰 환란을 넘어서게 해달라고 같은 원을 세우고 있다. 이 땅에서 또 다시 격렬한 대립과 충돌로 애꿎은 희생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엎드린 기도다. 송광사 산문 바로 곁에 봄까치꽃들이 푸른 군락을 이루었다. 그의 꽃말은 <기쁜 소식>. 봄의 물기를 품어 물 오른 자태의 소나무들이 증거하는 것처럼 때 되어 찾아오는 계절은 결코 거역할 수 없느니. 3월의 끝자락에는 기쁜 소식이 천지간을 꽃처럼 가득 채우리라 믿는다.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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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23 17:05

글로벌 다문화사회, 도민 인식개선부터

대한민국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저출생으로 인구위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 외국인이 크게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다문화는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증가에서 비롯됐다. 특히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다문화사회 진입을 앞당겼다. 심각한 인구위기를 겪고 있는 농도 전북의 국제결혼 비율은 전국 평균을 훌쩍 넘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의 국제결혼 비중은 11.5%로, 제주(13.2%)와 충남(12.4%)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전북지역의 최근 3년간 국제결혼 건수는 2022년 543건에서 2023년 671건, 2024년 732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로 구성된 다문화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단일민족의 긍지를 내세웠던 대한민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예견된 일이다. 물론 새로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법적‧제도적 노력이 그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2007년 교과과정 개편으로 ‘단일민족’이란 용어가 교과서에서 빠졌고,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다문화 이해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됐다. 그러면서 사회적 인식도 많이 개선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제결혼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이주민 및 외국인에 대해 ‘혐오’의 목소리가 있고, 선입견과 편견으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글로벌시대,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지역에서 다문화가정은 지역 공동체 유지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또 도시와 산업 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역할과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우리 농촌은 이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제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을 떨쳐내고, 이주민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이자 지역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긍정적인 인식과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23 17:05

'법과 원칙'에 따라 새만금 분쟁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새만금 사업은 군산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축조해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하는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이다. 새만금의 성공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10여년 넘게 이어지는 관할권 문제에 대한 갈등 상황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는 해법은 누가 뭐라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이익만을 따지고 ‘예전부터 자신의 땅’이라는 막무가내식 주장이 아니라 누구나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은 물론 소모적인 분쟁 또한 줄어들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며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단식을 하고, 대화도 단절하다가, 야합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판을 짜놓고 나서는 "모두가 원하는 대화에 이제야 반대를 한다."며 김제만을 원망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서 너무나도 개탄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그동안 새만금신항의 무역항 지정과 관련해 김제시는 전북자치도에 중립을 지켜줄 것을 일관되게 요청해 왔다. 전북자치도 역시 중립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성사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동안 특별자치단체 참여를 반대해온 군산시를 설득하기 위해 전북자치도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 공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군산시가 특별자치단체에 참여할 경우, 전북자치도는 그간 군산시가 일방적으로 요구해왔던 자문위원회의 회의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일종의 밀약을 주고받은 셈이다. 김제시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전북자치도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자문위원회는 중립성이 크게 의심됨에도 이를 밀약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또한, 전북자치도가 특별자치단체를 한다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기본전제인 상호신뢰를 깨뜨리는 것 역시 묵과할 수 없었다. 더 이해되지 않는게 있다. 인접 시・도에서는 무역항을 3개씩 갖고 있으면서도 물동량 감소를 우려해 새만금신항의 국가무역항 지정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항만산업의 외적 확대를 위해 기존의 군산항 뿐만 아니라 새만금 신항까지 신규 무역항으로 지정받아 2개의 무역항을 확보하는 것이 전북발전에 유리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전북자치도가 새만금 신항을 군산항의 부속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군산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한, 국내 사례중 기존 항만의 부속항으로 지정된 경우는 일반적으로 기존 항만의 항만구역 내에 연접해 조성된 경우들 뿐이다. 그러나 다른 신항들과 달리 새만금신항은 군산항과 약 30km가량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물류 또한 식품·수소 관련 산업 등으로 특화되어 있어 군산항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새만금 분쟁의 명확한 해법으로 '법과 원칙'을 제안한다. 매립지 관할권은 지방자치법과 새만금의 전체 관할구도 및 매립지 관할결정에 대한 일반원칙에 따라 결정하면 되고, 무역항 지정은 전북발전의 대의만을 염두에 두고 항만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지역의 정치인들 역시 더 이상 감정에만 호소하며 도민 간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문제가 있다면 필요한 논리를 개발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해법은 쌓여왔다. 이제는 상호신뢰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법과 원칙에 따라 분쟁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성주 김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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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23 17:05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개헌‧정치개혁 약속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쓰나미가 온 국가를 덮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겨우 바닥에서 막 일어설 찰나에 암흑기를 겪고 있다. 소상공 자영업자 100만명이 폐업 또는 폐업의 위기에 몰려 있다. 종합건설사 641개가 면허를 반납했다. 이런 어려움은 처음이라는 경제인들의 불만이 높다. 한 때 현직 대통령 체포와 총리 탄핵, 경제부총리의 대대행 체제, 폭도들에 의해 법원점거 등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의료파업에 국민들이 생명을 앗기는 등 불편이 극에 이르고 있는 데도 정치권은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 비용과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대외적인 상황은 또 어떠한가. 우방인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관세가 가장 아름다워”하며 우리의 철강,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려 하고 있다. 고환율, 방위비 재요구, 핵 관련 민감국가 지정, 미·중의 소비위축 등 악재도 태산이다, FTA 협약의 일방적인 파괴 움직임과 6개월된 방위비 협약도 무효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빅테크 원천기술 과점과 기축통화 달러를 앞세워 반도체와 자동차를 미국 내에서 투자, 생산하라는 압박도 견디기 힘든 횡포다. 외교, 국방, 통상이 총체적으로 위기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런 막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을 한시도 늦춰서는 안된다. 5000만 국민이 헌재 재판관 8인에 주목하고 있다. 재판을 하루빨리 마무리하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첩경이다. 헌재 판단에 앞서 몇가지 당부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다. 첫째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결정에 승복하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내놓아야 한다. 승복하지 않는 행태는 혼란을 부추기는 파렴치한 이기주의요,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짓이다. 둘째는 개헌 약속이다. 낡은 1987년 헌법체제를 깨고 개헌을 통해 권력분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아울러 미비점 보완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셋째는 정치개혁, 검찰개혁이다. 정치는 4류라는 비판이 많다. 정당추천제, 의원 불체포특권, 국민소환제. 세비와 의원 수 조정 등 정치선진화 숙제가 많다. 국민눈높이에서 확 뜯어고쳐야 한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기관이 돼서는 안된다. 기소독점과 법 운용이 자의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법이 약자와 서민에겐 동아줄이 되고 고관대작에겐 언제든 뚫고 나갈 수 있는 거미줄로 기능하는 폐단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는 권력운용, 법에 의한 지배와 해석, 퇴행적인 정치문화, 돈과 신도에 기댄 극우 유투버와 일부 종교인, 유권자에 편승해 부화뇌동한 정치인 등 나라의 틀과 문화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기회를 허투루 보내서는 안될 것이다. 교훈으로 삼을 건 교훈으로 삼고, 개혁해야 할 것은 과감하게 개혁할 때 국민적 고통을 상쇄시키는 효율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도탄에 빠진 민생, 처참히 일그러진 정치를 바르게 세우는 대혁신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패거리 정치문화, 외눈박이 민주주의, 확증편향의 아전인수 등 퇴행적 문화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고는 민생도, 경제도, 외교 안보도 온전할 수가 없다. 이 과제를 수행할 장치는 개헌과 개혁이다. 우리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미래를 내다보고 역사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과 정당에 표를 주고 응원해야 한다. 김일호 전북미래발전추진단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3.23 17:04

올림픽 유치와 내부 갈등

어수선한 탄핵정국하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모처럼만에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골리앗 서울을 꺾고 다윗인 전북이 유치해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간 열패감에 휩싸였던 도민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서 도민들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이번 유치는 누가 뭐래도 김관영지사의 도전경성이 일궈낸 금자탑으로 도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박스선거에 능한 전북체육회 정강선 회장의 집념이 가해져 성공을 거두었다. 세상사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명심보감 안분편에 만초손겸수익(滿招 損 謙受益)이 나온다.가득차 있으면 손해가 오고 겸손하면 이익이 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여기에 호사다마(好事多魔)도 있다.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지금 도민들이 유치한 것을 놓고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초심을 잃지 말고 IOC 본선무대에서 최종유치를 확정짓도록 해야 한다. 개최지가 아시아에서 열릴 것으로 보지만 인도가 일찍부터 유치전에 뛰어드는 등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8개국 정도가 경합,경쟁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북전주가 국내후보지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게 돼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할때 독일 바덴바덴에서 정부 재계 체육계 문화예술계가 총출동해서 합작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거국적으로 유치운동이 전개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일은 도민들이 똘똘뭉쳐야 한다. 도민 다수가 반신반의 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극적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내부에서 분열이 있거나 갈등이 있어선 안된다. 김관영 지사를 정점으로 정치권도 최종 유치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내년 민주당 지사 경선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안호영 김윤덕의원이 전북발전의 기회라고 인식,최종유치전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내부적으로 어수선하고 수선스런 대목이 있다. 새만금개발을 앞당기려면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로 묶어 특별행정구역으로 묶어서 나가야 하는데 서로가 반목과 질시를 앞세우며 적대시 해 한발짝도 못 떼고 있다. 지금와서 왜 김제공항이 백지화되었는가를 되짚어봐야 한다. 정부가 용지보상까지 마치고 착공할려고 하는 상황에서 벽성대와 일부시민의 거센 반대가 있자 정부가 감사원 감사결과로 나온 예상 항공수요 감소를 이유로 2008년에 백지화시켰다. 더 가관인 것은 완주 전주 통합문제다. 65만이었던 전주시가 날로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공장유치할 부지가 없어 완주와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완주정치권의 강력한 반대로 4번째 통합기회가 날아갈 공산이 짙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통합청사를 완주군에 짓겠다고 공식화 했어도 수긍하지 않아 갈수록 갈등골만 깊게 패였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게 맞서 오히려 양측이 내년 지방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고 힐난했다. 올림픽 유치로 전북발전의 기회를 잡았는데 내부 갈등으로 이 기회를 못살리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3.23 17:03

완주군의회, 균형 잡힌 공론도출에 충실하라

자치단체 간 통합은 주민 의견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의 공론 도출은 원칙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완주군의회가 통합반대만을 위한 활동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논란이다. 군의회 내에 ‘통합반대특위’를 구성했고, 완주 곳곳에 통합반대 현수막 100여 개를 내걸었다. 또 통합반대 단체 격려에 업무추진비를 수차례 집행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북도의회가 ‘통합시군 상생발전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완주군 의원 11명 전원이 “통합 되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완주 도의원은 삭발까지 했다.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런 행태는 과연 이성적인가. ‘상생발전 도의회 조례’에 웬 삭발투쟁이며, 단체장 불출마 요구는 또 무엇인가. 통합되면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선언은 사실상의 통합 반대를 강요하는 메시지가 아니고 뭔가. 이는 완주군민들의 이성과 자율적 판단을 무시하는 행태다.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의 반발만 증폭시킬 수 있다. ‘주민회의 때 보면 찬성의견이 많은 데도 군의원이 반대 입장만 강요한다’는 주민들 비판이 많다. 찬성기류가 강한 지역 공통 현상이다. 영향력이 있는 군의회가 선봉에 서서 통합반대를 획책하는 것은 반 민주적인 행동이다. 지위를 이용한 강요나 다름 없다. 주민 이해가 첨예한 통합문제를 놓고 특정 입장만 강요한다면 정당성이 훼손되고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과거 통합반대를 획책한 몇몇 정치인은 호된 비판을 받았고 지금 ‘역사적 죄인’으로 단죄 받고 있지 않은가. 정도를 넘으면 군수와 군의원 자리를 지키려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반대에 몰입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과거의 쓰라린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완주군의회는 통합과 관련, 여론수렴과 균형 있는 소통을 꾀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적 셈법이 아닌, 하나의 정책으로서 공론 도출의 균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주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 전환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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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23 14:04

모나리자가 미완성이지만 명작으로 꼽히고 있듯

아프리카 카메룬에 코로나 첫 확진자가 뒤늦게 발생하였다. 그 당시 KOICA봉사단으로 약 20개월 정도 활동하던 시기였고, 20개월 동안 마을사람들과 땀 흘려 준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러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총괄 현지인 기술자와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들떴다. 정말 힘들게 준비해왔고 그 시기가 길어지기도 했다. 카메룬 마을 사람들도 나도, 기술자도 많은 기대를 했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설레는 월요일이었다. 기술자가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확진자 추가로 전원 긴급대피명령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고생해서 이걸 만들고 준비해왔는데, 첫날에 긴급 대피명령이라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본부에서는 오늘 당장 모든 짐을 싸고, 내일 수도로 올라오라고 했다. 토요일 귀국하겠다고 했다. 언제 공항이 폐쇄되고 언제 수도와 지방 이동도 통제될지 모르니, 당장 내일 오라고 했다. 살면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을 만나 사과했다. 이웃들과의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밤을 새워 집을 정리했다. 아침 6시까지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 정신이 나갈 것 같지만, 마무리할 일이 많았다. 제일 중요한 마을 추장님과 부인을 만나러 가야 했다. 추장님과 부인은 나의 카메룬 아버지, 어머니였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마을에 가서, 문을 두들겼다. 추장님과 부인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카메룬 어머니가 힘없이 내 팔을 때리며 오열하셨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평소 무뚝뚝하던 아버지 추장님도 눈물을 훔치셨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네가 이후 귀국하기 전 마을에서 크게 파티를 열고, 너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하려 했다.” 너무 슬프고 괴로웠다. 두 분은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한 기도를 해주셨고, 나는 절을 올려드렸다. 그렇게 슬픈 인사를 마치고 수도로 대피했다. 공항은 바로 폐쇄되었다. 결국 수도에서 무기한 격리를 이어갔다. 격리 중 본부에 여러번 부탁을 했다. 마을 사람들과 내가 함께 준비한 프로젝트이니, 내가 없어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에서는 난감했다. 결국 우물 프로젝트만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내가 없는 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결국 한국으로 귀국하고, 남은 계약기간 동안 프로젝트는 계속되었다. 지하 80m 아래에서 물을 발견하고 지상으로 첫 물이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받았다. 또다시 펑펑 울었다. 카메룬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사에 우물사업이 주말 내내 방영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우물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하지만 가슴엔 남아 있다. 약 2,000여명의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멀리까지 힘들게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된다. 숲속의 샘물이 아니라, 흙먼지가 섞인 물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주인이 되어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살면서 가장 큰 이별을 겪어 슬퍼하던 나에게 이모부가 말씀해주셨다. “가슴속에 큰 그림을 가지고 갔는데 다 못 그리고 왔다고 너무 서운해할 것 없어.” “모나리자가 미완성이지만 명작으로 꼽히고 있듯, 그들의 가슴속에 네가 심어준 희망의 불꽃으로 나머지 작품은 그들이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넌 너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동안 타지에서 고생 많았다.” 이제는 마음이 정리되었다. 함께 한다면, 그리고 함께 해왔다면 그걸로 되었다.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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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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