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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시

인디언들은 1월을, 눈이 천막 안으로 휘몰아치는 달, 호숫물이 어는 달, 등 부족에 따라 다르게 불렀나 보다. 우리 부족은 저마다의 해맞이로 시작하니 1월은 ‘새로운 해가 뜨는 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만이 아니라 늘 새로움과 설렘으로 일상을 맞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지난해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축을 흔드는 엄청난 진동과 혼란이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새로움’을 창출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이 ‘새로움’을 얻기 위해 시바 신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도는 세상의 모든 자연과 자연의 법칙까지도 신이라고 해서 많은 신들이 있는데 그중 브라마는 창조의 신이고 비슈누는 유지의 신이며 시바는 파괴와 소멸의 신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파괴의 신인 시바를 가장 많이 찾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창조되면 그것을 유지하고 또 그것이 다 하면 파괴와 소멸을 통해 다시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자연과 우주의 순환구조 속에 있다. 사는 동안 남녀노소, 빈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현실의 고난과 어려움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파괴하고 싶고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게 된다. 시바 신으로 인해 현재의 고통과 절망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상을 살아가는 힘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서 나온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백지와도 같은 깨끗한 이 한해를 어떻게 채워나갈까, 하는 새로움에 설렘까지 더해 분주해진다. 그런데 한해의 벽두에만 이 새로움과 설렘을 맞는 것은 좀 아쉽지 않은가. 똑같은 해가 매일 뜨는데 왜 새해의 벽두에만 그 맛을 봐야 하는가. 진부하기만 한 하루를 매일 새롭게 맞을 수는 없을까. 어느 선사가 쓴 ‘깨달음’이란 시가 있다. 깨닫기 전에는 나무를 하고 물을 길었다 깨달은 후에도 나무를 하고 물을 긷는다 이 시를 보면 깨달음을 얻기 전이나 얻은 후에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그래서 깨달음은 물을 긷고 나무를 하는 일상의 현실에 있다는 것과 그 일상을 새롭게 보고 또 새롭게 사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나무를 하고 물을 긷는 것이 먹고살기 위한 일상이요, 삶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 지치고 힘든 현실을 새롭게 살 수만 있다면 세상은 고통이 아니라 마냥 신기하고 즐거울 것이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바깥나들이를 하면 아이들은 쉴 틈 없이 질문을 한다. 어른들에겐 진부하고 힘든 이 세상이 아이들의 눈에는 모든 게 새롭고 궁금한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늘 자연과 세상을 새롭게 보고, 매일 새롭게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깨달은 자의 일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마음의 여유도 없이 비상계엄 해제 이후 아직도 안정되지 못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런 정국이 얼마나 더 지나야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으나, 오래지 않아 어떻게든 진정되면 어떤 ‘새로움’이 다시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으로 행정부가 꾸려지고 국민을 배신하지 않은 2/3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있으니 어느 정도 국민의 정서에 부응하는 많은 개혁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시바가 지금 우리의 혼란을 파괴하여 소멸시키고 있으니 머잖아 ‘새로움’의 세상은 시작될 것이다. △박두규 시인은 <남민시(南民詩)> 창립동인이었고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냈으며 '생명평화결사'와 문화신문 '지리산 人'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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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6 18:46

소멸지역 지방자치단체가 고위직을 늘리는 조례 개정은 가당치 않다

소멸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원시가 국장급과 과장급 공무원을 늘리려 하고 있다. 남원시는 구랍 24일 국장급 공무원 2명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같은 내용의 조례가 부결된 후 다시 제출한 것이다. 골자는 기획조정실을 신설하고 자치행정국을 행정복지국과 문화관광교육으로 분국하여 국장급(4급)을 현행 5명에서 7명으로 2명 늘리고, 과장급(5급)을 1명 늘리는 것이다. 남원시는 인수소멸 위험지수가 0.26에 달하는 대표적인 소멸지역이다. 2024년 9월말 기준 인구는 약 7만6천명이며 매년 약 1천 명씩 감소하고 있다. 연간 출생아수는 약 240명에 불과한 데 반해 유출규모는 약 600명이며 그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라북도 도민 1인당 개인소득은 2,289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2,554만원의 89.7%에 불과한데, 남원은 그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시민 다수다 경제적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타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금준미주(金樽美酒)를 즐기려 한다. 참으로 낯 뜨겁기 그지없다. 남원시의 고위급 공무원 늘리기는 타 지자체에 비추어 봐도 지나치다. 대부분의 다른 지자체는 공무원 정원증가를 최소화하거나 주민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하위직 위주로 증원한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1개 시·군이 현재의 정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원시 조직개편안대로 국장급이 7명이면 6개의 실국을 운영 중인 특별시 자치구나 3~6개의 실국을 운영중인 광역시 자치구보다 더 많은 국장급 기구를 운영하게 된다. 서울시 자치구 보다 남원시에 국장이 더 많은 것이 합리적인가? 이는 정부의 방침에도 역행한다. 향후 5년간 기준인력을 유지하되, 매년 정원의 1%를 발굴하여 신규 또는 증가분야로 재배치하여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의 자치단체 인력관리 기본방향이 다. 남원시의 국장급 공무원 증가는 실제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부세를 축소시킬 개연성이 크다. 행정안전부는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초과한 전액을 지방교부세에서 감액하는 패널티 제도롤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액의 경우 200% 반영되는 반면, 인건비 결산액이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그 만큼 패널티를 받는 방식이이다. 때문에 실제로 줄어드는 시민의 몫은 상당 규모에 달할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었는지도 의문이다. 행정절차법은 조례개정안 제출 시 20일의 입법예고기간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남원시는 이번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겨우 4일의 의견 제출기간을 부여하여 행정절차법을 위반하고 있다. 영국의 학자 노스코트 파킨슨(C. Northcote Parkinson)은 1955년 실제 통계를 바탕으로 ‘파킨슨의 법칙’을 발표했다. 공무원 조직은 일이 많아서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남원시의 공무원 자리 늘리기가 특정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고위공무원을 늘리는 남원시의 이번 조직개편안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시민 몫을 빼서 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것은 변 사또나 할 짓이다. 시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목민관이라면 공무원 인건비를 줄여서 시민 복지를 늘릴 것이다. 남원시의회는 불합리하고 반(反)시민적인 남원시의 직제개편안을 반드시 부결시키기 바란다. 김원종 남원복지경제연대 대표·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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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6 18:45

지역경제와 창업

대한민국 인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인구감소는 곧 지방소멸을 의미한다. 인구감소의 원인은 생산가능 인구, 더 구체적으로 청년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있다.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청년들은 생존의 욕구에 집중하느라 결혼과 출산이라는 자아실현 욕구를 포기한다. 이들은 왜 수도권으로 몰려갈까. 성장과 성공의 기회, 다시 말해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에 청년을 빼앗기고 있는 지방도시가 추구해야 할 바는 명확해진다. 양질의 일자리, 정확하게는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도 많이. 그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과거 지방도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절대 주체는 대기업과 그 협력 또는 하청업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에서 운영하던 사업장을 대거 수도권으로 이동시키고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해외로 이전시키기도 하면서 대기업이 떠받치던 지역경제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대기업으로는 안 되니 그 다음에는 산업단지 유치가 지방 정부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지방의 산업단지는 텅텅 비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다면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법은 도저히 없단 말인가. 있다. 바로 창업이다. 오늘날 전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모두 창업으로 시작했다. 21세기는 이들을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통계적으로 보아도 스타트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압도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2천개 사의 전년 대비 고용증가율은 전체 기업의 무려 12배 수준인 29.8%였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MZ라 부르는 요즘 세대에 맞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은 혁신과 빠른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몇 년 고생을 감수하더라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창업자 뿐 아니라 구성원들까지 적지 않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혹 실패하더라도 실패 경험이 개인의 커리어에 플러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몸값을 올릴 수 있다. 심지어 정부가 안전망을 갖춰놓은 덕분에 부모 세대가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사업하면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지역이 살려면 창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예산을 늘려 지역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두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 심은 씨앗에 오늘 열매를 기대할 수 없듯 물 주고 거름 주면서 수확의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창업생태계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임기 4년만에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의 꽃이라고 하는 상장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12년이 걸린다. 그러나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그 파급력은 심대해진다. 미국은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이 체결된 후로 80년간 세계의 패권국으로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전세계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전세계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힘은 이 혁신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들어선 동네는 당시만 해도 과수원을 운영하던 시골 동네였다. 그 곳에 비전을 가진 모험가, 혁신가들이 씨앗을 심은 것이다. △양경준 대표는 (재)헤이스타트업 이사장, (사)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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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6 18:45

지방공항의 위기와 활로

‘왜 이런 곳에 공항을⋯.’ 지방공항이 다시 논란이다. 지난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 지방공항의 시설과 운영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 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입지 선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결국 화살은 철새가 아닌 우리나라 지방공항의 태생적 문제점과 적자 운영 실태를 지적하는 쪽으로 향했다. 정치적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겨난 상당수 지방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이 같은 현실이 관리부실로 이어져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시장 수요보다는 정치 논리에 입각해 공항 건설이 추진되면서 결국 참사를 불렀다는 논리다. ‘활주로에서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익숙한 비아냥도 다시 나온다. ‘안전’ 문제는 몇 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선을 넘고 있다. 국가적 비극의 원인을 따지는 논의가 성급하게 지방공항 폄하, 지방폄하로 귀결되고 있다. 지방공항이 정치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다며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공항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대규모 참사로 인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 지방투자의 비효율성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정상, 기형으로 만들어 놓은 지독한 수도권 중심주의다. 수도권에 확충하는 SOC는 시급한 주민 편의시설이고, 지방에 짓는 공공시설은 쓰잘 데 없는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말인가. 이 같은 일방적 사고가 결국 수도권공화국을 만들지 않았던가. 지금도 수도권 과밀 해소 대책은 지방 활성화가 아니고, 제3기·4기로 이어지는 신도시 추가 조성과 GTX 등 SOC 투자를 통한 수도권 확장이다. 그렇게 지방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데, 공항같은 공공시설은 중앙집중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균형발전을 외친 역대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도로와 철도·공항·항만 등 SOC 구축 때 수요와 효율성을 앞세운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방 거점도시 공항 건립의 필요성은 넘친다. 물론 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무작정 공항을 늘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항의 필요성을 따질 때 경제성·효율성에만 집착할 일은 더욱 아니다. 사람과 재화가 한곳에 집중된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자는 정책에 경제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새해 새만금국제공항 착공을 앞두고 있는 전북은 예기치 않게 다시 불거진 지방공항 논란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다. 이번 참사를 거울삼아 착공을 앞둔 공항시설의 위험 요소와 안전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진작에 논란이 된 활주로 연장 문제부터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1.06 17:42

식품사막, 총체적 농촌사회서비스로 풀어야

전북의 식품 사막(food desert)화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열악한 교통여건, 지역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영양 불균형에 노출돼 질병에 취약해지고 먹거리 기본권과 삶의 질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개발 전략과 연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서비스 등 농촌문제 해결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식품 사막은 신선식품과 같은 필수적인 식료품을 근거리에서 쉽게 구할 수 없어 생기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다. 1990년대 초 영국에서 도입된 용어로, 식료품점이 사라지면서 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행정리 3만7563개 중 73.5%인 2만7609개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83.6%로 가장 심하고 전남 83.3%, 세종 81.6%, 경북 78.9% 순이다. 또 전북은 정읍시 93.3%, 진안군 89.8%, 남원시 87.8% 등으로 높다. 식품 사막화를 막기 위해 전북자치도는 '내 집 앞 이동장터'를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식품의약품안전처·BGF리테일 CU와 협업해 매주 목요일 식품 구매가 취약한 진안 상가막·평촌, 임실 학암·급동마을 등 4개 마을에서 이동장터를 꾸렸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농협과 협업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장 차량이 농촌을 방문해 생필품 구입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전북연구원 역시 지난해 9월 이슈 브리핑을 통해 식품사막화 지도 제작, 협동조합 식료품점 개설, 식료품 바구니 정책, 식품사막화 지수 등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방안은 실효성이 의문이다. 이동장터의 경우 특장차량 1대에 운전기사 등 4~5명이 필요하고 기름값·인건비 등 실비 약 200만원이 든다. 반면 마을 4곳에서 거둔 총 판매 수입은 85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보전해줘야 지속이 가능하다. 결국 식품 사막화는 인구 감소, 고령화, 열악한 대중교통 등 농촌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 접근성, 디지털 격차, 의료, 돌봄 등 총체적 농촌지역 사회서비스로 풀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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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06 15:00

지역 쌀 애용은 농민과 상생하는 첫 걸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을사년 새해 화두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뜻의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제시했다. 농업과 농민들이 어려운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가장 힘들때 농민 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농협중앙회장이 새해 화두로 적절한 사자성어를 던진듯 하다. 불확실한 환경과 격화되는 경쟁의 파고를 헤쳐나가는 농업인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합칠 수 있으면 뭔가 힘이 돼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소할망정 우리 농축산물을 애용하는 것에서부터 상생의 가치는 빛이 나는 법이다. 동주공제는 엄청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데서 시작된다. 전국 각 자치단체나 기관, 단체들이 앞장서서 고장 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사실 이러한 동주공제의 첫걸음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좀 씁쓸한 구석이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겠으나 군산지역을 예로들면, 상당수 기관 및 업체 등이 지역쌀을 외면하고 있다는 거다. 군산시가 최근 진행한 ‘관내 기업체 등 지역농산물 이용현황 조사’를 보면 표본 조사 대상 15곳 중 5곳만 군산쌀을, 나머지는 타 지역 쌀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는 실망스런 수준이다. 군산노인복지관‧금강노인복지관‧군산경로식당‧나운종합사회복지관‧대야노인복지관 5개소만이 군산쌀을 이용하고 있는 반면 A공사‧B공사‧C연구원‧D대형마트를 비롯해 조사 대상 기업 모두 타 지역을 쌀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는 이와 별도로 모범음식점 지정업소에 대한 군산쌀 만족도 및 현황을 조사했는데, 관내 모범음식점 55개소(12개 업체 미참여) 중 군산쌀 이용 업소는 30개소, 군산쌀+타지역쌀 10개소, 타 지역쌀 3개소였다. 군산쌀을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관공사나 업체‧식당들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는 있다. 마른 수건도 짜야하는 경제난 속에서 조금이라도 가격이 낮은 쌀을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쌀을 외면한채 구매 물량의 전체를 타 지역 쌀로 충당하는 것은 뭔가 문제가 좀 있다. 지역상생이라는 것은 거창한게 아니다. 적어도 지역에 있는 관광서나 기업 등이 앞장서서 지역과 함께하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06 14:52

새만금국제공항 활주로 3km 이상 확장 ‘마땅’

올해 상반기 착공, 2029년 개항 예정인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2.5km 밖에 안돼 안정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활주로 길이로는 대형 항공기는 커녕 중소형 항공기의 비상 착륙에도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북특자도에 따르면 새만금국제공항에 설계돼 있는 활주로 길이는 2.5km로,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2.8km보다 300m 짧고 국내선만 운항하고 있는 군산공항의 활주로 2.745km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방공항의 활주로 길이도 엇비슷하다. 광주공항 2.8km, 여수공항 2.1km, 울산공항 2.0km, 사천공항 2.7km, 포항경주공항 2.1km, 원주공항 2.7km, 양양국제공항 2.5km로 지방‧국제공항을 불문하고 3km가 안된다. 지방공항 또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활주로 길이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추진해온 정부 당국의 안이한 태도 때문이다. 지방공항들은 최근 들어 노선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활주로 등 열악한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고는 언제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지방공항의 열악한 인프라를 전수 조사해 보완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국제공항의 활주로는 최소 3.2km 이상 돼야 한다는 항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TK·가덕도 신공항 등 다른 공항들이 3.2km 이상으로 활주로가 계획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해 상반기 착공하는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도 국제공항에 걸맞게 당장 확장시켜야 마땅하다. 현재 설계된 활주로 길이 2.5km로는 국제공항이나 거점공항 기능이 어렵고, 안전사고 대비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착공 전 설계 때부터 활주로 길이를 국제공항의 기준에 맞게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안전성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고 인프라 열악성 시비도 해소될 수 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현재의 2.5km 활주로 길이를 3.2km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예정구역을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정부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인 이춘석 의원이 새만금국제공항의 짧은 활주로 등 열악한 인프라 문제를 지적해 온 만큼 책임의식을 갖고 추동시켜 나가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05 18:01

최우선 과제 ‘지역경제 살리기’ 에 총력을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2%에서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으로, 한국은행(1.9%)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0%) 보다도 낮은 수치다. 게다가 정부가 성장률 전망에 현재의 정치불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정부가 새해 ‘1%대 저성장 한파’ 를 공식화하면서 ‘전북경제’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도 더 오래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새해 경제정책의 핵심축을 ‘지역상권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설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지원하고,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 시행된 전북특별법 특례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지역’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새만금 고용특구’ 조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새만금 고용특구지원센터’를 운영해 입주기업의 인력 수요를 맞춤형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각 시·군에서도 민생경제 살리기 시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주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2000억원 규모의 전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또 김제와 정읍·남원시, 완주·진안군은 설 명절 전에 주민들에게 1인당 20~50만 원씩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도민 한 사람당 25만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새해 벽두, 거듭되는 충격과 사회 혼란 속에 민생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도시의 어려움이 크다. 지난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의 장기화로 침체의 늪에 빠진 채 한 해를 마무리한 전북경제도 또다시 불확실한 국면을 맞았다.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서 민생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그 관심은 더 커진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각 시·군은 무엇보다 지역경제 살리기와 민생안정 시책을 역점 추진해 지역사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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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5 18:01

지방소멸, 내일도 올만하고 오늘도 살만한 지역이 생존한다

국가적으로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심화하고, 농산어촌에는 경제활동과 자녀 교육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로 사람들이 이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지금의 현실을 맞닥트리게 되었다. 과연 지방은 소멸하고 말 것인가? 시점을 조금만 과거로 돌려보자.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심각성이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주목받기 전에도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1990년대,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는 연말 기준 인구가 지방교부세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만큼 연말이 가까워져 오면 전입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전후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시의 신중했던 노력이 우스운 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지방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는 건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지자체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담배소비세를 늘리기 위해 출향민들을 대상으로 고향 담배 사주기 운동도 벌였었다. 지방자치 초기의 주민등록인구 늘리기는 ‘생활인구 늘리기’로, 담배소비세 늘리기는 ‘고향사랑 기부제’라는 제도로 바뀌었으며, ‘지방소멸대응기금’도 조성되어 지자체마다 처한 현실에 맞는 위기 극복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관점과 생각의 변화가 커졌다. “지방은 소멸하고 말 것인가?”의 답은 “아니다”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정말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대로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들다 보면 지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알리는 강한 신호다. 이는 지자체가 영원히 존재할 방안을 미리미리 찾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당시 무주현의 인구는 715명이었고, 절정에 이르렀던 1967년에는 7만 6197명이 살았다. 현재는 절정기에 비해 70%정도 줄어든 2만 3000여 명이다. 이대로라면 산술적으로 소멸에 이를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경고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지방소멸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지자체는 인구 유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앞다투어 이주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각 지자체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전국이 평준화되어 가고 있다. 무주군은 관광지의 장점, 급속한 고령화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내일도 올만하고, 오늘도 살만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관광지로 잘 알려진 덕인지 무주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생활인구 중 체류인구가 1분기에는 80만 5848명이, 2분기에는 46만 6857명이 무주를 다녀갔고 다수가 다른 시도의 주민이었다. 내일도 올만한 지역으로 자리잡고 있음이 틀림없다. 주민들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며 첫인상을 안겨주기에 정주인구 만족도가 높아야 방문객의 만족도 또한 높아진다. 주민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월당 김시습은 “노목개화심불로(老木開花心不老)”라 했다. “늙은 나무에 꽃이 피는 걸 보니 그 마음이 늙지 않았다”는 뜻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마음이 늙지 않으면(心不老) 늙은 나무도 꽃을 피울 수 있다(老木開花)”가 된다. 주민의 마음이 늙지 않고 건강한 마음으로 나이 들 수 있도록 만드는 무주군의 노력이 오늘도 살만한 삶터이고 나아가 지방소멸 대응의 가장 확고한 경쟁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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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5 18:01

최우수교육청으로 2연패한 전북교육청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뒤쳐진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문제가 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할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계획을 수립해서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북교육은 김승환 전 교육감이 12년간이나 진보쪽으로 편향되게 교육을 실시하다보니까 일선 학교에서 가장 기본인 학력신장을 소홀히 해 결국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므로 누가 뭐래도 공교육 다양화와 활성화로 학력신장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다행히도 서거석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학력신장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서 교육감이 취임 절반을 넘기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교육철학과 각종 교육지표가 다른 시도에 뒤쳐져 있는 것을 탈출하겠다는 교육감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전북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 교직원 79.5%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로 그간 무너진 전북공교육이 바로 잡혔다. 서 교육감이 2006년 제15대 전북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만해도 전북대의 전국적인 위상이 40위권을 넘나들 정도로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거점국립대학이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른 대학에서 벤치마킹 할 정도가 되면서 거점국립대학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이 같은 결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느슨해진 교수들의 연구논문작성을 강화해 나간 것이 주효했다. 초기에는 교수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쳤지만 성과에 미치지 못하면 승진도 할 수 없는 제도 덕분에 학교 분위기가 탈바꿈됐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서교육감은 전북대의 위상을 확실하게 재정립, 다니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어 놓았다. 특히 그가 전무후무하게 연임총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의 결과였다. 그 성과가 지금도 순기능쪽으로 작용, 2023년 첫해에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서 교육감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상급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못 되었지만 근면성실함으로 극복, 장학생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법학교수 시절에도 면학분위기 제고를 위해 발전기금을 내놓는 등 청빈생활 그 자체였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의 사랑의 정신이 교육감 재직시에 더 빛을 발휘하게 되었다. 신독(愼獨)은 그의 생활철학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공사가 분명했다. 교육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면서 일선교육현장에서 갈등구조가 많이 생겨났지만 학생인권신장이나 교권보호에 앞장서 비교적 전북교육을 잘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줄곧 학생중심교육을 실시하면서 전북교육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학부모들의 평가다. 특히 자정이 되어야 퇴근하는 모습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어떻게하면 학생중심의 교육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었다. 그 결과 2023, 24년 2년간 교육부 평가에서 최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일벌레라는 지적도 받았지만 AI시대에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더 혁신해야 한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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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1.05 18:00

법관의 신분보장(身分保障)과 사명(使命)에 대한  소고(小考)

우리 인간은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이, 법이 존재하지 않고, 법이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할 때, 국가와 사회는 질서가 파괴되고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법을 떠나 한시도 생활할 수 없으며, 법과 같이 동행해야 한다. 법이 잘 준수될 때, 비로소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다. 차제에 법의 기능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 등이 핵심적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여, 모두가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고, 사회질서와 안정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법을 실질적으로 심판하고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법관인 판사이다. 법원의 상징 도형물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면, 정의의 여신상 등 설명에 있어 자료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필자가 생각할 때 법관의 사명인 공정성, 독립성, 중립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의 여신상에는 먼저 저울이 등장한다. 저울은 공정한 판단과 정의를 실현한다는 의미와 함께 법의 판단이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중립적임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있는데 이것은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공정하게 판결을 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정의의 여신상의 손에는 칼 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칼은 엄격함과 강력함을 나타내고, 법을 위반한 자에게는 엄정한 처벌이 따른다는 경고 의미가 있다. 법전은 힘 대신 지혜로 정의를 밝힌다는 의미라고 한다. 상징물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정성, 중립성, 독립성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법원은 헌법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모든 법률쟁송은 법관인 판사가 행하고 있는데, 헌법 제106조에 법관은 탄핵 결정이나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도록 규정하여 신분보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은 법을 떠나서 살 수 없으며, 또 국민은 법의 보호아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다투는 쟁송사건이 발생하기 마 련이다. 이러한 쟁송사건의 심판과 판결은 명명백백 올바르게 판결되어야 정의로운 사회가 유지되고, 국민은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법률쟁송의 심판과 판결은 신(神)의 영역에서 판결되는 것이 최선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상(理想)이며, 신(神)이 판결을 하지 않는 대신 법관이 판결함으로 법관은 신에 버금가는 신분으로 판결할 수 있도록 신분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법관은 판결 시 주위의 방해가 있더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양심 그리고 증거에 의하여 판결해야 하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판결하는 것이 법관의 사명(使命)이고 책무(責務)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법관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임으로 법관의 심리(審理)에 위해를 가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행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 한다. 우리는 법관이 신(神)의 영역에서 판결할 수 있도록 보호하여 줌으로써, 우리가 법의 확실한 보호 아래 천부(天賦)의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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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5 17:59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는 살인 활주로가 될 수 있다

무안공항에는 붉은 울음이 흐르고 있었다. 라운지에 가득 찬 유가족을 위한 난민 텐트에서 가끔 단말마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붉게 충혈된 눈의 사람들과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 침묵 속에서 봉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누군들 함께 울지 않을 수 있으랴. 검은 리본의 물결과 슬픔이 안개처럼 자욱한 무안공항을 나오며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해 생각했다. 새만금국제공항 주변에는 금강하구둑과 옥구 저수지, 만경강 하구의 넓은 풀밭과 평야지대 그리고 저수지 등이 산재해 있다. 그 때문에 겨울철에는 온갖 종류의 철새가 떼를 지어 몰려와 살고 있다. 금강하구둑의 철새 떼 군무는 군산시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게다가 새만금국제공항 주변의 철새 무리는 기러기나 큰오리류가 많다. 가마우지류의 새들도 서식하고 있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새만금국제공항의 반경 13㎞ 내에서 항공기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조류충돌 수(TPDS)는 최소 10.45에서 최대 45.92라고 한다. 국내의 다른 공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새만금국제공항의 TPDS가 비록 예상수치이긴 하지만 기존 공항보다 높다면 당연히 고강도 대책이 매우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가 국내 국제공항 가운데 최단 거리인 2.5km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짧은 활주로 길이 때문에 대형항공기의 취항이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필자도 여러 방송 등에서 이 문제를 직접 지적한 적이 있다. 활주로 길이가 유난히 짧아 새만금국제공항이 운항할 수 있는 기종(機種)은 C급(항속거리 최대 6850㎞, 좌석 수 124∼190명)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게 무슨 국제공항인가? 이름은 국제공항인데 그저 그런 동네공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를 돌이켜 보면, 활주로 길이는 안전사고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설계된 2.5km보다 최소 1km 이상 길어져야만 한다. 지난 1월 2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는 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계획상 새만금공항의 활주로가 거점공항에 비해 짧은 건 사실이지만 확장에 필요한 부지는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우선은 계획대로 올해 착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6년 동안 전북자치도민들은 새만금 희망 고문에 시달려왔다. 일제강점기 36년과 똑같은 긴 세월 동안 기본계획 변경만 수 차례 하고 있을 뿐, 새만금 산업단지의 가동률은 겨우 1%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왕 늦어진 것, 2025년도에 당장 공항 건설을 착공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첫째, 조류충돌 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반영하는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 둘째, 활주로 길이를 2.5km에서 3.5km로 변경하여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설계 변경이 이뤄진 뒤에 착공해도 늦지 않다. 최소한 이 정도의 설계 변경이 없다면, 착공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조류충돌과 활주로 길이는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는 안중에도 없고 착공부터 한다면 대규모 참사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미 도민들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제기했다. 도지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착공보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정도상 소설가는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로 작품활동 시작했으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낙타>, <꽃잎처럼> 등이 있고 한국작가회의 통일위원장,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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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5 17:59

돌아가신 부모가 빚이 많다면 고려해야할 사항

얼마 전 의뢰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산이 있지만 상당한 빚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감해하며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빚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지만 상속재산을 받고 불안하다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고려해보라고 조언해드렸습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많다고 예상되는 경우나 상속채무 규모를 잘 알지 못할 경우 상속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하지만 한정승인의 결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신청한 상속인은 상속을 받는 것이므로 납부할 상속세가 없더라도 상속세를 신고할 의무가 생깁니다. 게다가 상속부동산을 상속인이 매각하거나 경매로 넘겼을 때 공시가격이 오른 경우 양도세 부담의무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이때 경매로 매각된 대금이 모두 채권자들에게 배당되었더라도 양도세를 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한정승인으로 인한 세금문제 이외에도 한정승인시 재산목록을 작성해야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재산목록에 기재되지 않은 상속재산에 대하여 고의 누락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고의누락인정시 상속을 단순승인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한정승인과는 달리 상속포기의 제도가 있는데 상속포기는 재산에 대한 권리와 부채에 대한 의무를 모두 포기 하는 겁니다. 상속인의 권리를 포기하는 제도이기에 상속관련 세금문제에서 자유로울수가 있지만 상속을 포기한 상속인의 상속분은 후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후순위자들이 많을 경우 이를 기한 내 알려줘야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속포기는 전체 상속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절차가 상당히 번거롭고 전체 상속인의 상속포기가 필요한 부분이라 상속포기보다는 한정승인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신청하면 상속포기와 달리 후순위자들에게 순서가 넘어가지 않습니다.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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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2 17:01

육체노동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나는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방은 일곱 평 정도의 아담한 크기이다. 대부분의 책이 시집이고 나머지는 시인들의 에세이나 시론집 등 있다. 책방에서는 책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사람들에게 소개할 책을 고르며 책방을 돌보기도 하지만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읽고 쓰면서 보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낭만적이다. 구도심의 작은 책방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내는 일상.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러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도 즐겁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책방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 현재 책방 수입은 대부분 책방 운영비로 다시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나는 매일 새벽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바로 택배 하역이다. 택배 물류센터에서 화물차로 들어오는 택배를 컨베이어에 올리는 단순한 일이다. 보통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것이 좋기 때문에 아침은 먹지 않는다. 곧 땀을 흠뻑 흘릴 것이기 때문에 씻지도 않는다. 이십 분 정도 차를 운전해서 전주 장동의 한 택배 물류 센터로 간다. 차에서 내려 오 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물류센터로 들어가 안전 장구들을 착용하고 컨베이어 라인 앞에 선다. 잠시 후 여섯 시 반이 되면 물류센터에 벨이 울리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택배를 가득 실은 화물차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린다. 계속 같은 것을 반복한다. 무거운 물건도 있고 가벼운 물건도 있다. 한 시간마다 오 분에서 십 분 정도 휴식한다. 근무 시간은 들쭉날쭉하지만 보통 네시간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몸이 힘든 작업이다 보니 체감상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노래나 시를 떠올리며 일하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더욱 그렇다. 근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씻고 점심을 먹고 책방으로 출근한다. 책방 사장의 일상과 택배 하역 노동자의 일상이 잘린 듯 나누어져 나의 하루를 이루고 있다. 누군가는 빨리 물류센터에 출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책방의 매출 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가 은연중에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시간은 버려지는 시간이라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에 언짢았다. 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슬펐다. 하지만 두 일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하나의 몸으로 양쪽 일을 하고 있는 이상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어느 한쪽이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다. 그 단적인 증거가 이 글이다. 이십 킬로그램짜리 쌀가마니를 들고 내려놓으며 머릿속으로 이 글의 초안을 상상했다. 독자가 읽기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의 생각이 드는 미지근한 글이 되기를 원했다. 반대로 책방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물류센터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짐이 컨베이어 벨트에 내릴 때 나는 쾅쾅거리는 소리, 절인 배추 박스의 무거움, 잠깐의 휴식 시간에 마시는 믹스커피. 현실적으로도 하역 노동은 나와 책방을 지탱해 내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고, 근육이 붙었다. 이것만으로 만성적인 우울함이 많이 나아졌다. 어떤 시간은 다른 시간을 위해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요소는 분명히 있다. 나는 언제나 나이기에. △천기현 대표는 전주에서 시집책방 조림지를 운영하고 있다. 천기현 시집책방 조림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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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2 17:01

[금요수필] 손톱

손톱이 부러졌다. 아니 손톱이 찢어졌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어디에 걸려 이렇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살갗을 파고든 손톱은 절반가량 찢어져 사선으로 비스듬히 덜렁거렸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손끝이 쏙쏙아렸다. 옷을 입을 때, 머리를 감을 때도 날 선 면도날처럼 찢어진 손톱이 신경에 거슬렸다. 무엇이든 그 절실함을 모를 때는 그것의 존재와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손톱이 그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푸대접받은 게 억울했던지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손가락 중 쓰임이 제일 많은 집게 손가락이라 더 까다롭다. 시간이 가면 났겠지, 하고 임시방편으로 일회용 밴드로 감아 두었다. 그러나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는 집안일 때문에 일회용은 오래 배겨내지 못했다. 물에 젖은 밴드를 풀어보니 피부가 퉁퉁 부풀어 올라 있었다.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 다시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이 청소며 잔심부름을 도와주었다. 오래전 남편을 도와 사업을 할 때다. 그때 아장아장 세상을 향해 발을 떼기 시작한 두 살배기 아들은 팍팍한 내 삶에 단비처럼 커다란 기쁨이 되어 주었다. 사무실 하나에 방 한 칸이 전부였던 작은 공장은 매일 같이 시끄러운 기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위험한 곳이었다. 기계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아들은 유치원에 간 누나가 돌아올 때까지 온종일 혼자서 놀아야만 했다. 착하고 유순한 아들을 보고 사람들은 부모가 바쁜 것을 아는 듯 얌전하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나는 그때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손잡고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우두커니 혼자 노는 단칸 방문을 열어 보면 아들의 친구는 달랑 장난감 로봇 하나뿐이었다. 그해 여름, 공장의 후텁지근한 기계 열 때문에 환기를 시킬 요량으로 방문을 조금 열어 놓았다. 그때 공장 한쪽에서 숨넘어가는 듯한 아이 울음소리가 기계소음을 뚫고 들려왔다. 황급히 뛰쳐나가 보니 아들이 공장 유리문 틈에 엄지손톱이 끼인 채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작고 여린 손톱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선홍색 피는 아들의 새하얀 손가락 사이로 삽시간에 번져 나갔다. 파랗게 질린 아이는 마침내 울음소리도 못 내고 있었다. 아들의 작고 얇은 손톱은 바닥의 흥건한 피 위에서 종이배처럼 둥실 떠 있었다. 아이 손톱을 주워든 나는 슬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부러진 손톱은 영양분이 바튼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곤 하였다. 도무지 자라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손톱 때문에 심사가 뒤틀리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평소 이보다 더한 아픔도 참고 견뎌내던 때와는 달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이제 손톱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신경이 날카로워진 나를 더 경계하는 것 같았다. 떼어버리고 싶어도 뗄 수조차 없는 화근덩이는 점점 살갗을 파고 들더니 누런 고름이 잡혀갔다. '쇠갈퀴가 몸속 여기저기를 박박 긁어대는 것만 같다' 고중얼거리던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천성이 부지런한 친정어머니는 손톱 두 개가 없다. 왼손의 새끼 손가락은 손톱이 비틀려 뭉뚝하고, 네 번째 약지는 아예 첫 마디가 잘려나 가고 없다. 어머니의 손가락은 내가 아주 어릴 때 공장 기계에 끼어 마쳤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반지를 잘 끼지 않으신다. 아니, 반지를 낀다 해도 손가락이 뭉뚝해 예쁘지 않다. 아버지가 해주신 보석 반지들도 간직하기만 할 뿐 끼지는 않으셨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였다. 어머니는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 '파란색 보석이 행운을 안겨준다더라.'하며 몇 개 남은 반지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보라고 했다. 내가 망설이고 있자 제법 알이 굵직한 반지를 선뜻 건네었다. 나는 평소 어머니가 아끼던 반지니 그냥 가지고 계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연 손톱 하나가 이불 위에 덜렁 빠져 있다. 벽에 걸린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다. 며칠 뒤면 친정어머니의 생신이다. △박경숙 수필가는 <계간수필>에서 수필 천료로 등단하였으며 전북 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전북수필문학상, 산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미용실에 가는 여자>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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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2 17:00

2025년 정치 개혁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방향은 분명하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분산과 승자독식에 따른 독선과 무능의 리더십에서 유능한 민주적 리더십’으로의 전환이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민폐가 아니라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자 미래 선도의 정치 리더십’을 지향한다. 1987년 체제의 핵심은 ‘1인 장기집권의 방지’였다. 당시 집권 가능성이 높았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권력의 자리에 올라야 해서 5년 단임의 암묵적 합의였다는 말도 있다. ‘제왕적 대통령과 승자독식의 제도’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과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는 정권 말기마다 교체 요구와 정치 보복으로 이어졌다. 진영 간 극단적 대립은 정치적 통합과 협력을 막는다. ‘여야가 5년 동안 죽어라 싸우게 하는 게 대통령제’가 되어 “‘상대가 악’이라는 선악 구도만 매몰”된 정치다. 최근에는 법조인 출신의 정치가 대세로 미래가 아닌 과거의 잘못만 따지는 과거 지향의 정치다. ‘갑툭튀의 끝판왕’ 윤석열 캐릭터의 등장과 계엄 그리고 탄핵은 겸손한 승리와 책임 있는 패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체제가 보여주는 최악의 모습이다. 대통령제가 “민주주의의 죽음의 키스”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OECD 37개 국가 중에서 대통령제는 6개국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권력 사유화와 교착 정치의 상시화’로 이어진다. 노무현의 “코드인사” 이명박의 “고소영 강부자 인사” 박근혜의 “수첩 밀봉 인사” 그리고 문재인의 “캠코도 인사”가 대표적이다. 교착 정치는 ‘정치 실종’이다. 직선 대통령의 권력은 국회 다수당과 대립한다. 일상화된 여소야대의 분점 정부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사라지고 극단적 대치와 교착 상태다. 우리가 본 거야의 입법과 대통령 거부의 악순환이다. 결과는 ‘정치의 사법화’다. 정치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풀지 못한다. 협상과 타협 대신 법적 해결에 의존한다. 정치 쟁점이 법정으로 넘어가면서 대화와 통합 그리고 미래의 정치 리더십은 사라진다. 법적 공방과 정치적 책임 회피는 시민들의 무관심과 냉소의 대상이 된다. 극단화된 ‘팬덤 정치’는 악화된다. 양당과 양 진영 모두 각자의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지향한다. 팬덤의 양당과 진영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줄인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저주와 분열 그리고 내전의 정치다. 승자독식 구조의 핵심은 선거제도다.정치적 양극화의 출발점이다.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제도로 2위 이하의 표는 국정에 반영되지 못한다.단순다수제와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와 결합하면서 양당 중심의 대결 구도를 심화시킨다. 지역주의 기반의 양당 체제는 기득권화되고 폐쇄적인 엘리트 구조로 변질된다. 양당의 극단적 대립과 양극화는 당연한 결과다. 어느 쪽이 집권하든 여당은 대통령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며 정책 보다는 정쟁과 대립을 주도한다.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포용적 정치 시스템과 포용적 선거제도’다. 민주주의를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성장을 촉지하는 체제”라고 한다면 상호 존중과 인정을 전제로 공동체의 함께 기여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협조와 협치와 공존과 공영의 정치가 불가피 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대통령 권한의 분산과 결선투표 그리고 도농복합선거구제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원칙인데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출발점이다. 국민여론도 우호적이다.유권자 10명 중 6명 이상이 “현 대통령제를 개헌해야”한다고 본다.“권한 축소한 대통령제의 선호가 가장 높아” 70%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개헌 시기를 ‘다음 대선 전’으로 하자는 의견도 국민 다수다. 보수보다 진보에서 더 개헌을 원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층 보다 더 개헌을 바란다. 헌정회 여야 원로들은 “선 개헌 후 대선”을 제안하며 “탄핵 정국이 개헌의 적기”라고 한다. 문제는 오해의 소지다. 이재명 대표는 “한가한 소리” “탄핵 관철에 집중할 때”라고 말한다.개헌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물타기를 의심한다. 탄핵 지연이나 권력 연장의 정략적 의도로 본다. 헌정 질서의 회복이 우선이라는 말이지만 정대철 헌정회장은 “권력이 눈앞에 보이니 성급해진다.”고 진단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결심이 중요하다. 특히 100명이 넘는 수도권 의원들의 선택이 핵심이다. 영남 출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그 다음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갈림길로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익우선이냐 사익 우선’이냐다. 2025년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등장을 기대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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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2 17:00

폭력사건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현역병으로 입영이 가능한가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면 현역병 입영 대상자입니다. 다만 상근 예비역 소요 제기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 상근 예비역으로 우선 선발됩니다. 상근 예비역이란 현역병으로 입영한 사람이 기본 군사훈련 후 지역방위 업무를 수행하는 군부대 또는 이를 지원하는 기관에서 복무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다만, 수형 사유로 상근예비역 선발 시 수형의 사유가「병역법」(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의 원인이 병역법인 경우 포함), 「도로교통법」,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사유가 있더라도 상근 예비역으로 선발되지 않습니다. 형량에 따른 병역처분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법」, 「도로교통법」,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외의 법위반으로 6월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및 1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상근 예비역 선발 대상이고 보충역 대상자는 「병역법」제86조에 따라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제외한 6월 이상 1년 6월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및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보충역 대상자입니다. 여기서 보충역이란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합니다. 전시근로역 대상자는 「병역법」제86조에 따라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제외한 1년 6월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대상이며 6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병적에서 제적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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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2 16:49

신년하례(新年賀禮)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시작됐다. 예전에는 새해에 연하장(年賀狀)을 주고 받았다.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개 인쇄된 것을 사다가 새해를 축하하는 몇 마디를 적어 보내곤 했다. 우체국에서 파는 연하우편은 따로 우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 간편했다. 일부 화가나 서예인들은 자기의 작품을 넣는 경우도 있었는데 예술성과 함께 정성이 깃들어 좋았다. 연하장에는 으레 송구영신(送舊迎新)과 함께 ‘근하신년(謹賀新年)’ 또는 ‘하정(賀正)’과 같은 문구가 들어갔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근하신년은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새해의 복을 비는 인사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근하신년은 180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널리 사용된 인사말로, 우리나라에는 1925년쯤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하정은 삼국시대부터 쓰였다. 신라말 최치원이 당나라 황제에게 바치는 글인 하정표(賀正表)가 그것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년축하 인사말이다. 하정표에는 ‘새해가 시작을 알리는데 큰 복이 오직 새롭기 바랍니다(元正告始, 景福惟新)’는 글귀가 나온다. 며칠에 걸쳐 연하장 수십장을 써보낸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것이 점차 줄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카톡이나 문자가 대세를 이룬다. 종이 연하장보다 감동이 덜 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반갑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태나 기술 발전으로 보아 이것이 또 어떻게 발전할지 모를 일이다. 이와 함께 새해가 되면 관공서나 회사에서 시무식 또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신년하례(新年賀禮)는 원래 새해를 맞아 상대방을 직접 찾아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며 축하의 예를 갖추는 것을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간을 내 일일이 인사하는 게 번거롭게 되었다. 그래서 한 곳에 모여 단체로 인사를 나눈다. 전주상공회의소에서 해마다 연초에 개최하는 ‘신년인사회’나 재경전북도민회가 여는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같은 게 대표적이다. 또 김제 금산사 등 산사에서도 신년하례법회를 갖고, 대학이나 고교 동창회에서도 동문들끼리 모여 덕담을 나누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나라에 유난히 큰 일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국 민주주의를 45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다행히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탄핵이 진행 중이다. 또 설성가상으로 12월 29일에는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이 전남 무항공항에 추락해 179명이 희생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새해에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나태주 시인은 ‘새해인사’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라고. 새해에는 모든 날이 평안한 새날이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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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1.02 16:12

‘더 특별한 전북, 더 좋은 삶터’ , 힘찬 발걸음을

혼돈의 새벽이다.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안공항 참사까지 겹쳐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정과 혼란의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실의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을사년(乙巳年), 새 아침이 밝았다. 다시 희망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어야 한다. 특히 전북은 2025년, 지역소멸 위기를 떨쳐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서 있다. 전북은 오는 18일 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맞는다. 개정된 전북특별법이 지난달 말부터 시행되면서 ‘더 특별한 전북’을 만들기 위한 ‘전북형 특례’사업을 새해부터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별법에 규정된 전북형 특례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더 좋은 삶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새해 벽두,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갑작스러운 탄핵정국으로 국회에서 해를 넘긴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안 처리가 급하다. 그동안 전북은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의 광역교통망 확충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대광법 개정을 통한 교통 SOC 확충은 전북 재도약, 그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또 국가예산 추가 확보에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 지난 연말 예기치못한 비상계엄·탄핵정국으로 인해 국회 단계에서의 전북예산 증액 노력이 무산되면서 다수의 지역 현안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에서 당장 ‘추경 확보’전략을 마련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새해 ‘2036 하계올림픽 유치’와 ‘전주·완주 통합’, ‘군산~목포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 지역 현안도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을사년 새해, 새만금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우선 ‘새만금~전주 고속도로’가 완공될 예정이고, 변화된 개발여건을 반영한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절차도 완료된다. 또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새만금국제공항’을 착공하고, 새만금 수변도시도 첫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새해에도 도민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전북의 미래, 지역의 희망을 만들고 키워가야 한다. 특히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이 앞장서 새만금을 비롯한 굵직한 현안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지역의 역량을 결집하고, 서민생활 안정에도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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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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