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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옷 수거 시스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우리는 무심코 집에서 청소를 마친 뒤 헌 옷을 수거함에 별생각없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헌 옷의 수거는 얼핏 생각하면 더 이상 필요 없는 옷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재활용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게 고민해보면 헌 옷 수거는 단순히 오래되고 나에게 불필요한 옷을 버리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환경 발전까지 연결된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필요한 복장을 제공함으로써 작지만 중요한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때로는 재생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돼 등장한다. 헌 옷의 수거는 환경 보호를 위한 역할도 톡톡히 하게된다.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온실가스의 폐해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헌 옷을 재활용할 경우 환경 보호에 크게 기여,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게된다. 이처럼 헌 옷 수거는 아주 사소한 것 같아도 다른 이의 삶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지구의 삶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시민의식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젖은 옷에는 악취가 진동할뿐 아니라 벌레가 수두룩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의류 수거함에 생활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의류 수거함 내부에 내던지는 일도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몇명의 악성 투기자들로 인해 품질이 양호한 상태의 옷을 그대로 폐기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시민의식 제고뿐 아니라 옷 수거함 관리의 개선도 시급하다. 전주시내에는 약 1300개의 헌옷 수거함이 설치돼 운영 중인데, 양 구청별로 헌옷을 수거해오던 대행업체들의 계약이 지난해말 끝났다. 올해부터는 헌옷 수거함을 설치한 관리자들이 권역별로 나눠 수거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종종 헌 옷 수거함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도심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주시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헌옷 수거함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사실 악마는 늘 디테일에 있다. “굵직한 시정 현안도 많은데 그깟 헌 옷 수거 문제가 대수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다. 자치단체의 깔끔한 관리체계 개선과 높은 시민의식이 함께 해야만 우리 주변이 더 살기좋은 곳으로 탈바꿈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23 15:26

새만금국제공항 활주로 길이 확장하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이 재개된 가운데 활주로 길이가 너무 짧아 국제공항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대로라면 단거리 국제선만 띄울 수 있어 길이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자치도와 정치권은 국토교통부 등에 이를 촉구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웠으면 한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선정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국토부는 2022년 6월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다. 2024년 7월 착공해 활주로(2500m×45m)와 여객터미널(1만5010㎡), 화물터미널(750㎡) 등을 지어 2029년 개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으로 8개월 가량 사업이 지연되다 재개키로 했다. 국가예산은 올해 327억 원에서 내년 632억 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활주로 길이가 2500m로 추진될 경우 새만금 국제공항은 일본이나 중국, 일부 동남아 국가 등 단거리 국제선만 띄우는데 그칠 수밖에 없다. 현재 무안 국제공항은 2800m 활주로를 3160m로 늘리는 중이며 동남권 공항인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신공항은 3500m로 계획돼 있다. 최소 3200m가 넘어야 장거리 국제선을 운항할 수 있는데 다행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국토부가 2500m 활주로를 3200m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예정구역을 확보해 둔 상태다. 오랫동안 침체되었던 새만금은 최근들어 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기업들이 대거 몰리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10조원 가량의 투자가 이루어져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돼 생산품이 쏟아져 나오면 이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이나 독일로 화물을 운송해야 한다. 또 국토부는 제7차공항개발종합계획(2026-2030년)을 2025년 하반기에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새만금 국제공항계획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활주로 확장 등을 빠른 시일내 확정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주 서울지방항공청이 군산에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으나 환경단체 등의 물리력 행사로 20분만에 중단되었다. 환경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나 물리력 등 도를 넘는 행위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새만금 국제공항이 26년 전 김제공항의 전철을 밟아, 전북이 항공 오지(奧地)로 남아서야 되겠는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23 12:45

전주시, ‘쓰레기 수거체계’ 재정비하라

지난달부터 시행된 전주시의 새로운 쓰레기 수거체계가 여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추석 명절에도 시민 민원이 잇따랐다. 연휴 기간인 17일과 18일, 쓰레기 수거 업무가 중단되면서 시민들은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로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명절 연휴 쓰레기 배출량이 평상시보다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청소행정이다. 전주시는 추석 연휴 청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실 운영 등 청소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들은 연휴가 시작되면서 대부분 종료됐고, 그나마 추진된 대책도 한옥마을과 고사동 영화의 거리 등 관광지 위주로 진행돼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웠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달부터 쓰레기 수거 체계를 ‘전면 권역별 책임제’로 변경했다. 지역 전체를 12개 권역(대행 8개, 직영 4개)으로 나눠 각 권역별 담당업체 책임하에 권역 내 청소와 모든 성상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이다. 한 개의 동은 한 개의 업체가 쓰레기를 책임 수거해 특정 지역 수거업체 파악 및 책임소재가 명확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새로운 수거 방식을 시행한 지 거의 두 달이 지났는데도 시민들의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수거방식 변경 이후 하루 평균 6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고, 대부분의 민원은 직영 권역에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혼란의 원인은 지자체의 준비 부족에 있다. 직영 권역의 환경관리원들이 새로운 체계에 적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도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쓰레기 수거체계를 시행하기 전에 사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하고 보완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전주에서는 최근 수년간 종합리사이클링타운 운영 문제와 맞물려 쓰레기 대란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원성이 그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전주시와 정당, 노동계가 종합리사이클링타운 운영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로 시민들의 쓰레기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선 전주시민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불편과 혼선이 예견된 초기 시행착오인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구조적인 문제점인지 명확하게 가려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수거방식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서둘러 보완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22 18:52

청년이 둥지 틀수 있는 셰어하우스 늘려야

전주시가 청년들에게 지역 정착을 위한 보금자리인 공유주택(셰어하우스)을 10월부터 무상공급하기로 했다. 시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손잡고 주택임대차 계약을 통해 주택 2동 8가구를 공급받아 전주지역 1인 가구 여성들에게 제공키로 한 것이다. 전북은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해마다 8000명 안팎이 탈출하는 지역이다. 그런 가운데 청년들이 안심하고 둥지를 틀 수 있는 주거보장정책이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소규모로 시작하고 제약이 많이 따르지만 규모를 키우고 제도를 보완해 청년들이 지역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전주시가 이번에 처음 공급하는 셰어하우스는 한 집에 방별로 여러세대가 입주하는 형태로, 개별공간과 공동공간으로 나눠 4명이 하나의 층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다. 1인 1실로 개별공간을 두고 화장실과 세탁실을 갖췄다. 또 주방과 거실, 공부방은 공동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 전용 공간인 만큼 방범안전창, CCTV, 현관문 이중잠금장치 등 주거환경 보안 안심장비도 설치할 계획이다. 입주자들은 보증금과 월 임대료 없이 관리비와 공과금만 내면 6개월부터 2년까지 중단기 형태로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다. 긴급하게 임시 거처가 필요하거나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이용하게 된다. 청년들을 위한 주택정책은 다양하다. 공유주택을 비롯해 사회주택, 코리빙(co-living), 청년 리지던스 등 여러 형태가 있다. 저소득층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1인 가구 청년 등의 주거 안정이 그민큼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전주에서 도입하는 셰어하우스는 어려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으나 8가구에 그쳐, 점차 규모를 늘렸으면 한다. 또 전주뿐만 아니라 익산, 군산 등 도내 다른 시군으로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여성만 뽑고 있으나 남성청년에게도 문호를 넓히고 기간도 2년에서 4년이나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주거보장에 그칠 게 아니라 취창업 정보 제공 및 연계, 지역사회 봉사단체와 멘토·멘티 연결, 자립지원서비스 제공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 수 있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9.22 18:52

개인 정보 유출 ‘심각’, 당사자들은 ‘무감각’

지방선거가 아직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이번 추석 연휴를 전후한 신규 입당원서 ‘이벤트’가 기록적인 9월 무더위만큼 뜨거웠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군들은 벌써부터 당선으로 직결되는 공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선거판이기 때문에 후보군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수백, 수천 장의 입당원서를 받아 소속 정당에 제출하느라 ‘혈안’이다. 최근 부안지역에서 A씨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확보한 개인정보’라고 하면서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사업 홍보에 이용,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상당수의 당원은 물론 부안지역 공무원 정보까지 활용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하지만 민주당 전북도당, 부안지역위원회, 부안군청은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2년 전 정부는 총리 주재 회의를 열어 개인정보 취급에 부주의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부안군은 공무원 개인정보 무단 유출에 대해 쉬쉬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전 전북도당 청년위원장, 다청년 중앙 회장 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A씨의 개인정보 사적사용 및 유출 의혹에 대해 나몰라란 반응이다. 민주당 전북도당 이원택 위원장은 “전북도당 컴퓨터를 통해 당원명부가 유출되지 않았다. 도당에 제출된 명부는 도당에서 책임지지만, 제출되지 않은 입당원서 등의 관리 책임은 없다”며 개인 사업에 활용했다면 그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책임 있는 간부 당원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이 의심되고, 그 사용이 명백하게 불법적인데도 불구하고 ‘유감스럽다’는 표현은 없고, 그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비록 A씨가 확보한 개인정보가 전북도당에서 유출된 흔적이 없다고 해도 A씨는 분명히 상당수 당원들이 입당하며 민주당에 제공한 개인정보, 그리고 공무원 개인정보까지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 그에 대해 이원택 의원은 직접 책임이 없으니, 아무런 일도 아니란 말인가.

  • 오피니언
  • 홍석현
  • 2024.09.22 18:51

지자체가 브랜드인 시대

‘진안’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소비자가 특정 카테고리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해서 반드시 구매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구매할 확률이 다른 브랜드들보다는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정주인구 1인의 소비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진안군 관광객의 수는 당일관광객 62명(숙박관광객 30명)이다.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하는 지자체는 선택을 정주인구 1명과 당일관광객 62명 중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지 선택해야 한다.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주택문제와 일자리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군은 전북개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월랑지구에 600여 세대의 주택과 상업시설 및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다. 또 LH 전북본부와 매입임대주택 공급사업을 통해 2025년 중에 신축 임대주택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면 소재지에도 들어설 공공임대주택도 귀농인들의 주거 걱정을 덜어줄 것이다. 군의 정주여건은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와 관련된 진안군의 정책은 취업훈련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 자격증 취득 지원, 공공형 일자리 운영, 수당 지급 등 단기적인 성과 창출이 가능한 부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진안군에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면 이 사업들은 지역 인재를 육성해 타 지역의 일자리로 내보내는 소모성 사업에 그칠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부지 매입 및 장기 무상임대, 세금 감면의 혜택을 내세워 기업을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군은 자연공원면적, 자연휴양림면적, 자연명승지면적이 넓은 ‘자연 생태자원 중심형 지역’이라 생활인구 중에서도 관광인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진안군은 숙박 관광객과 당일 관광객을 유인할 두 가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우선, 군은 숙박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깨끗하고 보존된 자연을 활용한 ‘산림치유’ 산업을 선도할 비전을 갖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전북권 환경성질환 치유센터(별칭 진안고원 치유숲)에 더해 내년 상반기 개원을 앞두고 있는 국립 지덕권 산림치유원, 운장산 일대의 군립자연휴양림까지 완공되면, 진안군은 도내에서 치유 중심도시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당일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진안군의 특색을 살린 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가을 마이산 아래에서 열리는 진안홍삼축제는 문체부에서 선정한 문화관광축제이자 전북특별자치도의 우수축제로 지정돼 있다. 어린아이부터 청년, 중장년층 모두가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홍삼주제관과 홍삼칵테일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들도 준비돼 있다. 지난 8월에는 ‘장화홍련:미로의 비밀’이라는 납량 특별 공포체험 행사가 미로공원에서 진행돼 10~20대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찾았다. 눈알 오미자 칵테일이나 치아쿠키처럼 이색적인 먹거리들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보자. ‘진안’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앞으로는 ‘산림치유’와 ‘홍삼축제’가 떠오르길 바란다. 이렇게 진안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관광인구를 유입하기 위함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부분이 바뀌지 않는 한 지방의 정주인구 감소는 피할 길이 없다. 감소하는 만큼의 인구수를 대체할 관광인구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 이유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9.22 18:51

전북정치 기상도

예나 지금이나 선거 때 돈 쓰는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선거가 임박해서 급한 나머지 돈을 확보해놓고도 법에 걸리까봐 무서워서 못 써 낙선했다는 후보들이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돈 잘 쓰는 것도 중요한 선거 전략이라는 것을 웬만한 후보들은 다 안다. 일명 실탄이라고 하는 선거 자금은 승패를 가를 정도로 그 위력이 크다. 출마 경험이 있는 후보들은 사전에 자금을 안전하게 세탁해서 관리하지만 신출내기들은 자금 마련하는 것부터 어설프다. 이번 추석을 맞아 각 지역별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인물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0월 16일 치러질 전남 영광 곡성군수 재선거 결과에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지난 총선 때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 현상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 조국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전북에서 1위를 차지, 전국에서 12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임실군의회에서 무소속으로 3선한 김왕중 의원은 민주당 복당이 좌절되자 조국혁신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군수 선거전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에서 아직까지 민주당 후보로 나오는 것이 유리하지만 여당인 국힘 후보를 찍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이 많아 전북민심이 변해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예전에는 민주당 지지기반이 워낙 공고해 민주당 공천을 못 받으면 아예 출마를 않거나 무소속 쪽으로 방향을 틀어 출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에 인지도 확산를 위해 출마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민비조'현상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면서부터는 내적으로 조국혁신당 쪽으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번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선전하면 다음 지방선거 때 전북서도 조국혁신당 쪽으로 정치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새로 국회의원이 된 전주 을, 병과 익산갑, 남임순 장수 지역 가운데 익산시장과 임실군수는 3선한 관계로 졸업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후보간에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항소심에서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정읍시장도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각축이 예상된다. 임기 후반부로 돌입한 지사나 시장·군수들은 재선하기 위해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등 지지세 확대에 주력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인재로 영입해서 복당시킨 김관영 지사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만 해소되면 재선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빠져 나가지 못하면 당내 경선부터 예측불허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로 출마하겠다고 움직이는 순간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해서 쓰느냐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돈선거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내 경선과 본선 때 철저하게 자기 돈 써가며 천신만고 끝에 완주군수에 당선된 유희태 군수가 소신껏 군정을 펼치는 것도 선거법을 지켜가며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9.22 18:51

감사의 말로 건강찾자!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운명할 때까지 말을 하고 살아가는데 신체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크고 작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기의 말이 자기를 98% 이상 지배한다는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대리언 리더와 데이비드 코필드 박사는 <우리는 왜 아플까?>의 저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어떤 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람 말을 들어보면 안다는 것이다. 관절염에 걸리는 사람들은 관절염의 말을 자주 하고 암에 걸리는 사람은 암을 유발하는 말과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말의 성격, 생활의 습관에 따라서 그 육신의 병들도 다르다는 연구다. 다도가로 유명한 김의정 씨는 ‘마음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책에서 “입 속의 도끼를 버려라. 태어날 때부터 입 안에 무서운 도끼를 물고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그 도끼로 스스로의 몸을 찍어댈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럽히는데 그것은 입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쁜 말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은 그 말에 해당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특히 병을 낫게도 하고 병에 걸리게도 한다. 우리는 과거에 말한 대로 현재를 살고 있다는 것이고 오늘 이 시간에 어떤 말을 하느냐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자주 하는 말이 나의 행동과 삶을 지배한다. 안 되는 조직은 안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잘 되는 기업은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실험의 내용을 보면 “사람들이 화를 낼 때 내뱉는 숨을 담은 봉지에 모기를 넣으면 얼마안가 죽어버리고, 반대로 웃을 때 뱉는 숨에서는 훨씬 오래 산다고 한다. 또한, 일본의 다케다제과의 경영주 다케다 회장은 과자, 빵을 만들 때 직원들에게 과자를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녹음한 테이프를 작업 시간 내내 틀어놓는다고 한다. 그 결과 ”다케다제과“는 일본에서 성공한 기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농사의 명인이 벼가 모판에서 자랄 때 매일매일 논에 가서 ”잘 자라야 한다, 쑥쑥 튼튼하게 자라라“ 말을 하였더니 모통 100알 열리면 말과 정성으로 더 많은 400알을 만들었다는 실험도 있다. 존 바그 미국 예일대학교(사회심리학) 교수는 대학생을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부정적인 단어 쓰게 하고 한 그룹은 긍정적이고 고운 말을 사용하게 하였더니 부정적인 단어 문장 사용한 그룹은 신체능력이 떨어지고 긍정적인 단어나 감사 문장을 사용을 한 그룹의 학생들은 뇌에 긍정적 영향과 신체에 예의 바른 행동을 촉진하고 건설적인 인생으로 이끌어 주었다고 발표했다. 연세대학교 김재엽(사회복지학) 교수의 연구를 보면 부부 사이에 평소 주고받은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이 암 예방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노인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에게 매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표현을 한 그룹 사람들이 스트레스 지표가 50% 감소하였다고 한다. 우리들의 말 한 마디가 암 예방, 노화방지, 스트레스 감소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저자 에모토 마사루 박사의 유명한 실험에서 말이 물의 결정체 모양을 변화시킨다는 실험을 이미 발표하여 알고 있듯이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물도, 모든 사물도, 동식물도, 사람도 이렇게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 한 마디가 나는 물론,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직간접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오늘부터 말과 행동을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로 바꿔가는 노력을 할 때면 건강한 삶! 즐거운 삶!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양옥(우석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한국스피치 웅변협회 전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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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2 16:57

조선왕조실록 보호로 바라본 온고지신의 정보보호 실천

역사의 핵심은 기록이고, 기록은 바로 과거 데이터이다. 우리 역사에서 조선시대를 기록한 대표적인 데이터가 조선왕조실록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긴 단일왕조를 기록한 큰 규모의 역사서이며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전주와 인연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존의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에 우리 조상들의 목숨을 바친 항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선조가 전란을 피해 평안도 의주로 피난하는 등 혼란 속의 처참한 현장이었다. 이러한 전란 속에서 조선왕조실록도 많은 문화재와 함께 전쟁의 참화를 비켜 갈 수 없었으며 한양의 춘추관 사고 등 다른 곳은 모두 소실되었다. 천만다행히도 우리의 전주사고 실록만은 온전히 지켜졌다. 하지만 전란의 위기 속에서 전주사고 실록도 신줏단지 모시듯이 한자리에 고이 모셔두고 간수해서 저절로 보존된 것은 아니다. 역사 기록물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읍지역 선비 손홍록, 안의를 비롯한 여러 백성들이 혼신을 다해 우리 기록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한양까지 왜군 수중으로 들어가자 두 유생은 1,300여 권 60궤짝이 넘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내장산으로 옮긴 후 안전하게 보존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때 옮기지 않았다면 정유재란 당시 전주성 함락과 함께 여지없이 불타버렸을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지혜로운 노력으로 임진왜란이 끝난 후까지 무사히 보존되어 오늘날 세계에 자랑스러운 기록문화 유산으로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을 현대에 비추어 보면 바로 한자로 기록된 국가 데이터이다. 외부 침략자 왜군들의 위협으로부터 실록을 무사히 보존했듯이 국민의 소중한 병역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병무청도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보호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병무청은 ‘사이버안전센터’를 10년 전부터 운영하며 범국가적으로 관계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보안 전문인력이 통합관제시스템을 활용하여 병무행정시스템에 대한 실시간 보안관제를 365일 연중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병역의무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병역자료를 분산 보관함은 물론이고, 각종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대용량 로그분석 시스템과 개인정보의 노출이나 유출 방지를 위한 통합 감시시스템, 개인정보 접근통제시스템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노후화된 보안 관제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지능형 보안관제 및 대응체계를 운영하는 등 최신 보안 위협에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 체계 고도화를 지속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 정보보호를 위해 해킹에 대한 모의훈련, 악성코드 이메일 대응 절차 숙달 등의 활동을 하며, 일상 속의 정보보호가 실천되도록 각종 이벤트 행사 등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보안활동으로 지난 5년간 7,000여 외부 사이버 공격을 받았으나 해킹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선조들의 투철한 역사의식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이어받아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악의적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소중한 병역자료를 보호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성실하게 이행한 우리 국민의 자료가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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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2 16:57

기억은 그리움과 함께 온다

며칠간 시간을 내어 부산과 통영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왕 나선 김에 울산을 거쳐 가는 길이니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에도 가보고 싶었다. 이 사찰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안치하고 있어 불보사찰이라고도 부른다 하여 오래 전부터 마음에 점을 찍어 놓고 있었다. 천년고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경내에는 “백중기도”라고 쓴 직사각형의 흰 종이가 간격을 두고 벽에 붙어 있었는데 불교에서 중요시 여기는 의식 중의 하나로 여겨졌다. 천왕문 앞 양 옆으로 활짝 핀 배롱나무 두 그루에서 떨어진 연분홍 꽃잎이 8월에 내린 분홍 빛 눈 같아 밟으면 왠지 뽀드득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자장암으로 오르는 산자락에 붉게 핀 배롱꽃은 멀리서 바라보니 화사한 꽃다발이다. 산사로 접어드는 계단 옆으로 때 늦은 수국 몇 송이가 사랑스럽기 그지없고, 꽃들도 우리 사람들과 같이 다양한 피부색과 제 빛깔에 어울리는 향기와 이름을 가졌다는 것이 신기하다. 추녀를 살짝 들어 올린 곡선을 배경으로 하얗게 핀 배롱나무와 푸른 하늘은 뛰어나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번 여름은 이상하게 가는 곳마다 배롱나무만 눈에 들어오니 여럿이 섞여 있어도, 홀로 있어도, 저만치 있어도, 가까이 있어도, 어디를 가나 마주치는 꽃 고깔을 쓴 배롱나무를 보면 웬일인지 흥분이 되었다. 나는 딸이 다섯, 아들이 둘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막내 동생이 두 살 때 하늘나라로 떠나셨으므로 아버지와의 그 어떤 일도 음미하고 기억할 게 없었다. 그러나 딸이 다섯이나 되는데도 딸들을 굉장히 예뻐하셨다는 딸 바보 아버지의 사랑을 당숙 할머니께 전해들은 이후엔 몰래 아버지를 그려보기도 하고 은근히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어머니는 군대 간 오빠 대신 큰언니를 데리고 하숙집을 하셨는데 어머니를 닮아 음식 솜씨가 좋고 얼굴이 예뻤던 큰언니는 하숙생이었던 형부와 눈이 맞아 일찍 결혼을 해 아기를 연년생으로 낳았다. 형부의 발령에 따라 거처를 옮겨야 했던 큰언니는 날 데리고 가고 싶어 했다. 어머니와 잠시라도 헤어지는 건 싫었지만 귀여운 조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은 살짝 설레었다. 내 나이 열두 살 때의 일이다. 나의 도움에도 육아로 인한 큰언니의 체력적인 부담은 좀체 줄지 않았는지 언니는 우울증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나를 외롭고 힘들게 했다. 큰언니가 화를 내는 날엔 괜히 서럽고 속상해서 구석으로 숨어들어가 한없이 울었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처음엔 나를 달래주시던 형부도 나중엔 큰언니 입장에서 변호하거나 묵인했다. 소심하고 외로움을 많이 탔던 나는 사택 한쪽에 있는 배롱나무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울음을 토해내곤 하였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의 오래된 수장고에는 그 옛날 나의 위로자로 동무로 나의 눈물을 닦아주던 배롱나무가 있었고, 그 앞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며 눈물짓던 열두 살 어린 아이가 있었다. 이번 여행은 의도치 않게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한편 고인이 된 어머니와 큰언니를 만나는 아름다운 해후의 시간이기도 하였으니 큰언니는 마흔을 갓 넘기고 배롱나무 꽃보다 더 짧은 생을 살다가 꽃잎처럼 덧없이 지고 말았다. 모두가 다 지나고 보면 외로움도 오해도 사랑도 여과되어 잠재된 기억 속에서 애틋한 그리움으로 피어나는가 보다. 아, 그립다! 어머니, 그리고 큰언니...... 차창 밖으로 배롱나무 가지마다 무량한 꽃잎들 피고 진다. 한없이 지고 핀다. 그리 무섭던 여름도 언제부터인지 한복판을 벗어 나 기가 꺾여 가고 있다. △최윤옥 시인은 계간 문예지 '자유문학'과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라시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집 '이만 사랑을 잠재우고 싶다', '흔들릴 때 더욱 푸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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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9 18:20

한가위 정치 토크

가족 모임에서도 정치 얘기가 나오면 서로 얼굴 붉히고 서먹서먹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성향이나 인물 선호도가 다르다 보니 감정을 자극하기 일쑤다. 그런 와중에도 공통점은 정치인 평가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지역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선거 유세 다짐은 금배지 이후 권력 중심에 서며 퇴색하기 마련이다. 출사표를 던질 때 신인으로서의 참신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노회한 정치인의 모습만 연상케 한다. 추석 연휴 사람들이 모이면 풀어 놓는 정치인 뒷 담화의 내용도 알고 보면 여과없이 드러난 바닥 민심이다. 정치인 스스로 뼈저린 반성을 통해 초심을 잃지 않도록 자기 관리에 철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가장 발끈하고 분노 조절이 쉽지 않은 건 생뚱 맞은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다. 추석을 닷새 앞둔 지난 12일 의원 300명에게 휴가비 4백24만원씩 지급됐다는 뉴스다. 설날까지 합치면 연간 8백49만원이나 된다. 해마다 세비로 받는 1억5700만원과는 별개로 지급되는 떡값이다. 5급 이상 일반 공무원들은 별도로 명절 상여금이 없다. 직장인도 요즘 경기가 어려워 희망 퇴직설이 나오는 가운데 상여금은 아예 꿈도 못꾼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억대 연봉 외에 명절 상여금까지 꼬박꼬박 챙긴 것이다. 툭하면 개점 휴업 상태인 국회 모습을 보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하라는 비난이 쇄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편 가르기와 진영 논리로 인해 국민 통합이 절실한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의 팬덤 귀성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도부는 13일 대구 부산 지역의 경부선 출발지인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을 만났다. 반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호남 전라선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진행했다. 비록 한가위 이벤트이지만 정당의 텃밭이라고 자처한 강성 지지층 지역에만 편중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날 참석자 가슴 띠에 적힌 '희망가득 한가위' '모두의 힘 모두의 한가위' 등의 글귀를 무색케 했다. 호남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재보궐 혈투가 볼 만하다. 전북 정치권도 이 영향권에서 비껴갈 수 없어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 가늠자 역할과 동시에 지역 맹주 자리도 연계된 만큼 선거전 양상이 전면전을 띠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성적표를 보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호남 28석을 모두 휩쓴 민주당과 비례대표 득표율 호남 1위를 차지한 조국혁신당의 존재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 영광과 곡성 군수를 뽑는 지역 단체장 선거인데도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몰빵' 전략에 나선 걸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 직면한 정치권내 위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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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9.19 17:16

도시를 걷는 법

“뭔가를 지도로 만드는 것은 대개 좋은 일이다. 세상의 구석구석에 햇빛을 비추는 일이니까.” 데니스 우드, <모든 것은 노래한다>(2011, 프로파간다) 지역재생의 활동으로 자주 거론되는 단어는 ‘아카이빙’ 또는 ‘매핑(mapping)’이다. 도시와 동네를 함께 걸거나 공간에 대한 지역민의 미시사를 이야기 나누고 그것을 기록하며 의미화한다. 아카이빙이라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것에 애정을 가지며 그것의 현재를 기록함에 목적이 있지만 어찌 보면 그 대상이 변화하거나 사라질 때 의미를 가지는 아이러니함도 있다. 변화가 당연한 시대 속에서 아카이빙과 매핑은 도시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앞서 인용한 데니스 우드는 기존 지도의 객관성을 믿지 않고 누군가의 주관적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했다. 하여 그는 ‘짖는 개’, ‘나무의 나이’, ‘건물 자국’, ‘일광의 리듬’ 등의 여러 요소를 통해 공간을 탐구하고 기록했고, “서정적이며 개인적인 임무(아이라 글래스)”로 책을 ‘지도’를 완성해 냈다. 그의 방식은 내가 군산에 정착하며 단순히 경제적 활동을 해내고 주거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인식한 과정과 유사하다. 군산의 첫인상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틈’이다. 깨진 벽 사이에서 자라는 나무들, 동네 골목에서 쉽게 발견되는 버려진 욕조를 대용화분으로 쓰며 키우는 식물들,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는 낮고 고른 건물의 선들. 천천히 자신만의 시선으로 발견할 때 도시는 내 것이 된다. 모든 애정은 관찰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부족해도 사랑하게 되는 공간들. 그냥 지나치면 스쳐 지나가면 그저 풍경으로 끝나버리는 동네의 모습을 ‘아, 이곳에 이런 게 있었네.’, ‘이 시간엔 늘 저 고양이가 있네.’라는 생각으로 산책하고 걷고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네와 지역에 애정이 생긴다. 그렇게 자신만의 동네 지도가 완성된다. 수저가 깨끗한지 확인하며 놓고, 테이블이 끈적여서 친구와 대화하는 내내 식탁을 닦아야 할지라도 어딘가 편안하고 그곳에서만큼은 진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술집처럼. 자신만의 동네 지도가 완성되면, 나의 마음과 상태에 따라 발길을 편안하게 닿는 나만의 아지트가 생기는 것이다. 오래된 간판의 디자인이 남아있는 구도심, 곳곳에 놓인 화분과 의자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주택가의 골목, 노을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내는 동네, 마음이 번잡할 때 훌쩍 달려가 복잡함을 털어놓고 올 수 있는 해변. 군산에서 숨 쉬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나의 군산 풍경들이다. 다시 돌아온, 기후 위기의 무서운 경고장인 지난한 여름도 이번 주면 끝이라는 일기예보가 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엔 동네를 걸어보며 내가 발 딛고 있는 풍경을 관찰하는 건 어떨까. 겨울에 두릅나물을 먹고, 초봄에 냉이가 들어간 된장을 먹으며 식탁에 내려앉은 계절을 느끼는 것처럼, 지금 이 시기에만 내려앉는 햇볕과 지금 존재하는 건물과 사람들 그리고 동네의 여러 새와 동물을 보다 보면 매년 같이 느껴지는 시간과 공간, 계절과 일상이 조금은 특별해질 것이다. 애정 하는 우만의 동료(김다희)가 과거 『우만플러그, 군산』(2021, 우만컴퍼니)의 마지막에 쓴 글을 마지막으로 글의 마침표를 찍는다. “‘지역’이란 게 사람이 아닌데 그에겐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현재를 생동하며 살고 있는 것까지. 어쩌면 생명체인 나보다 살아있는 존재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그 움직이는 것 안에 있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움직이며 살게 되는 게 아닐까?” /김나은 여성주의 문화 기획사·출판사 우만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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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9 15:53

모집병에 합격하였으나 갑자기 사정이 생겨 입영이 곤란한 상황인데, 연기 또는 취소가 가능한가요?

모집병에 합격한 사람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지정된 입영일자에 입영할 수 없는 사람은 연기가 가능합니다. 1회만 가능하며, 입영일 5일 전까지 연기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선발 당시 모집 분야의 소요가 있는 경우에 입영일로부터 3개월 범위내에서 연기가 가능하며 입영일자 연기 기간이 통틀어 2년이 초과되는 사람은 연기가 제한됩니다. 연기신청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2주이상의 치유기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잠복결핵 치료 중인 사람이 치료를 원하는 경우. 둘째,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배우자, 형제자매 또는 세대구성원의 위독·사망 등으로 본인이 아니면 가사 정리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셋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자연재난·사회재난과 천재지변(재난)으로 인하여 일부 또는 광범위하게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쳐 본인이 아니면 이를 처리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넷째, 입영판정검사 결과 서류보완 또는 정밀검사대상으로 입영일까지 병역 처분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 다섯째, 동반입대병으로 선발된 사람이 입영일자가 연기되어 동반자가 연기된 입영일자에 입영하기를 원하는 경우.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지정된 일자에 입영하기 어렵다고 지방청장이 인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취업맞춤 특기병 지원자 중 기술훈련을 마치고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에 통상근로자로 취업한 사람은 취업사유로 24세까지 취업맞춤특기병 입영일자를 연기 할 수 있습니다. 취소신청 사유는 연기 사유 첫째, 둘째, 셋째와 동일하며 그 외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최종선발자 발표일 전날까지 각 군에서 모집하는 장교·부사관·병에 지원하여 수험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선발시험에 합격한 경우 또는 상근예비역에 선발된 경우. 둘째, 취업맞춤특기병 선발자로서 기술훈련을 계속할 수 없거나 입영할 수 없어 그 선발의 취소를 원하는 경우. 셋째, 18세 현역병지원 신체검사 결과 신체등급 4급으로 판정된 사람으로서 현역병으로 최종 선발된 이후에 신체등급 4급 판정 사유로 그 선발의 취소를 원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신청할 수 있습니다. 모집병 연기 및 취소신청은 '병무청누리집→병무민원→군지원→선발취소 및 입영연기 등 민원'에서 가능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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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9 15:53

산전수전(山戰水戰)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장군은 애초부터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륜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계 파행은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추석 기간에는 ‘중추가절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인사 대신에 아프지 말라는 인사가 유행하였다. 지금 겪고 있는 의료계 파행이 해결된다고 해도 그 시간 동안 고통받는 사람은 국민이다. 애초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능숙하고 유능한 장군이 나서서 이 문제를 지휘했어야 했다. ‘산전(山戰)에서는 내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기동하여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 수전(水戰)에서는 상대가 물을 건널 때 기습하여 승기를 잡아야 한다. 택전(澤戰)에서는 내가 가진 무기와 군장을 포기하더라도 늪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육전(陸戰)에서는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는 후퇴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손자병법> <행군(行軍)> 편에 나오는 ‘산전수전택전육전(山戰水戰澤戰陸戰)’을 모두 겪은 장군의 군대 운영에 관한 내용이다. 산전(山戰)의 핵심은 나의 의도와 생각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높은 산악지역을 이동할 때는 적에게 노출되기가 쉽다. 나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서 능선을 피하고 계곡(谷)으로 이동로를 선택해야 한다. 의사 정원을 늘려 국민 의료 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를 모두 드러내고 노출한 데 있다.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나의 명분만 강조한 것은 결코 현명한 정책이 아니다. 2000명이란 선언적 숫자까지 정해 놓고 전투에 임한 관계기관은 산전을 겪어보지 못한 리더라고 할 수밖에 없다. 수전(水戰)의 핵심은 상대의 빈틈을 찾아 공격하라는 것이다. 상대가 강물을 건너는 데 집중하고 있을 때를 놓치지 않고 기습하여 승기를 잡아야 한다. 강물을 반쯤 건넜을 때 기습하면(半濟而擊之, 반제이격지) 쉽게 이길 수 있다. 상대가 전열을 정비하여 정식으로 싸우기 전에 이미 싸움은 끝났어야 한다. 전쟁은 싸워서 이기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승리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확인하러 들어가는 것이다. 수전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대와 정면 승부에 집착한다. 택전(澤戰)의 핵심은 전투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 명분을 버리고 빨리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늪에 빠지는데도 불구하고 명분 찾고 자존심을 찾는다면 생존은 점점 더 멀어진다. 줄 것은 주고 버릴 것은 버려야 늪에서 나올 수 있다. 전쟁의 목적은 승리이지 자존심이 아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실 기능이 마비되고 의료가 파행되었다면 늪에 빠진 것이다. 늪에 빠진 상황에서 내가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의료 개혁 정책에 대해 의사들에게 사과하고 처음부터 다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자존심과 명분만 세우다가 결국 환자들의 고통은 배가되고 의료체계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육전(陸戰)의 핵심은 출구전략이다. 평지에서 싸울 때는 불리할 때 언제든지 빠질 수 있는 탈출 경로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들어가는 일보다 빠지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주식과 부동산을 투자할 때 과감하게 손절하고 빠지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에서 승패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패배를 인정하는 일도 전략이다, 훗날을 도모하는 권토중래의 용기가 필요하다. 지도자는 외골수나 한 분야에만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다. 산전수전택전육전 모두 겪어보고, 공중전까지 겪어본 사람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명분, 자존심, 뚝심, 고집이란 덫에서 벗어나야 국민이 행복하다. 진격과 후퇴의 결정은 오로지 국민의 안정(保民, 보민)과 국가의 안위(保國, 보국)가 우선이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지지할 것이다.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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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9 15:53

세금 안내는 사람 보호할 가치 전혀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세금은 국가활동의 기초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과하는 모든 경제적 부담을 의미하는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각자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공평주의'가 과세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세금을 회피한다면 그 공동체는 존립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다. 기업활동을 하다가 파산하거나 경제적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일거에 세금을 납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극단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고액체납자나 치고 성실한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악의적으로 세금을 내지않는 사람은 보호해선 안된다. 최근 3년간 전북특별자치도 지방세 고액 체납자와 체납액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한병도 국회의원(민주당 익산을)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자치도의 1000만원 이상 지방세 고액 체납자는 2021년 778명에서 2022년 921명, 2023년(잠정) 1137명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체납액을 보면 2021년 274억원에서 2022년 315억원, 2023년 434억원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00명 남짓한 고액 체납자의 체납액 비율은 2021년 29.4%에서 2023년 39.3%로 커졌다. 체납자 상위 0.5%가 전체 체납액의 40% 나 된다. 결국 미꾸라지 몇마리가 방죽을 흐리는 격이다. 사회 공동체는 일정한 의무를 다한 구성원에 대해서는 응분의 보상과 보호를 해야하지만, 이를 악의적으로 회피한 이는 어떤 형태의 시혜도 베풀어선 안된다. 아주 작은 모임에서도 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회원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게 사회상규다. 하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존립근거가 될 수 있는 세금을 회피하는 이가 그 공동체에서 보호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없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의 명단을 오는 11월 20일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고액·상습 체납자 383명 중 사유가 있는 46명을 제외한 337명에게 9월까지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체납자를 공개할 방침이다. 세금도 안낸 사람이 해외여행을 다니고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거나 고급 골프장을 드나드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조세정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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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9.19 14:44

전북특별법 특례사업 더 철저히 준비해야

개정된 ‘전북특별법’(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오는 12월 27일 본격 시행된다. 이제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전북은 올초 전북특별자치도가 됐다. 추가 재정지원과 각종 규제완화, 행정특례 등을 통해 지역발전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지난해 말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온통 장밋빛 청사진이었다.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라는 비전을 내걸고, 기존 법률을 전부 개정해 지역의 특성과 강점을 반영한 131개 조문 333개 특례를 담아냈다. 그리고 도민의 관심을 모은 이 특별법이 올 연말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특별자치도가 됐다고 해서, 특별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새로운 시대, 특별한 기회가 곧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열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의 노력으로 담아낸 특별법의 각종 특례가 실질적인 지역발전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전북자치도는 특별법에 규정된 ‘특례’를 활용해 농업, 청정에너지, 전통문화, 산림, 새만금 등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농생명산업, 문화관광산업, 고령친화산업, 미래첨단산업 등 333개의 특례 조항을 75개 사업으로 체계화하고, 사업별 특례 실행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75건의 특례사업 중 47건은 특별법 시행일에 맞춰 즉시 시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2025년에는 22건, 2026년 이후에 6건이 순차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북도민들은 특별자치도로의 전환이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여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별법에 규정된 각종 특례를 제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전북특별법에 담아낸 각종 특례가 당초 기대한대로 ‘더 특별한 전북’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전북자치도의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재정권을 포함한 새로운 특례 발굴과 이를 추가 반영하는 특별법 2차 개정을 위한 행정과 정치권의 지속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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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9.19 13:48

전북 정치권 분발하라는 추석 민심

추석 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닷새동안 이어진 연휴 동안 도민들은 성묘를 하고 국내외 여행을 다녀 오는 등 긴 휴식을 취했다. 이번 추석 연휴는 폭염이 계속되는 한 여름 날씨였다. 추(秋)석이 아니라 하(夏)석이라 불러야 할 정도였다. 한가위에 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그 만큼 기후 위기가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올해 추석 연휴는 고물가와 의료대란으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반면 조금씩 활기를 찾는 전북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컸다. 우선 올 추석은 바닥 경기가 나쁜데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크게 올랐다. 사과 배 등 과일값은 어느 정도 통제가 되었지만 채소값은 천정부지였다. 무 한 개에 4000원, 배추 한 포기에 1만원까지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했다. 염려했던 응급실 붕괴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길거리에 “추석 때 아프지 마세요”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고 국민들은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명절이었다. 의정 갈등이 7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에 제안한 여야의정협의체도 불발돼 더욱 그러하다. 그래도 도민들이 희망인 것은 점차 살아나는 전북의 정치력에 대한 기대다.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중진 의원들이 다수 당선되면서 무기력했던 21대 국회에 비해 다소 활력을 띠고 있어 고무적이다. 대정부 질문이나 상임위 활동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들이 원팀이 되어 과연 전북몫을 얼마나 찾아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2025년 국가예산을 챙기고 전북 홀대의 상징인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부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국가예산은 지난해 9개 광역도 가운데 유일하게 줄어드는 불이익을 당했다. 이에 앞서 전북은 지난해 8월 열린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예산과 각종 사업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올해는 지난 해 깎인 국가예산까지 찾아올 수 있도록 고군분투해 주길 기대한다. 추석 이후 전북정치권은 그동안 추락한 경제력을 회복하고 자긍심을 살려 도민들이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도록 한층 더 분발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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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9.18 17:08

지자체장 공약이행 평가, 신뢰성 확보부터

선거에서 후보자의 공약은 소속 정당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된다. 그런 만큼 당선된 지자체장이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보여주는 공약 이행 평가는 주민 알권리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각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공약평가단을 구성‧운영하면서, 공약 이행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전인수식의 잣대를 들이대 이행률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놓고, 이를 홍보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단체장의 치적을 부풀려 홍보하기 위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가 공약 이행 평가 방식을 개선, 보완한다는 취지로 주민배심원제도를 도입해 지난 12일 첫 회의를 열었다. 주민배심원제는 주민이 직접 공약이행 평가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공약 점검 방식 중 하나다. 전주시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방식의 음성응답시스템(ARS)과 전화면접 등을 거쳐 성별과 연령, 거주지역 등을 고려해 35명의 배심원을 선발했다. 이에 앞서 전주시의회에서 ‘공약평가단의 평가 결과가 시민들의 의견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약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매우 우수' 또는 '우수'로 평가됐고, ‘미흡’은 단 1건으로 나타났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시민의견을 분석해보면 부정적 의견이 53%에 달해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주민배심원제는 일단 공약사업 추진 상황을 좀 더 촘촘하게 관리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무작위로 선정된 주민배심원들이 지자체의 정책과 공약사업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지 않거나 그럴 의지조차 없다면 역시 집행부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거수기 노릇만 할 가능성이 높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자체에서 발표하는 공약 이행률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공약평가단이 단체장의 공약 이행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집행부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또 평가단과 배심원들도 주민 알권리에 기여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공약 이행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아울러 평가 결과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엄격한 검증 절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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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9.18 17:07

어른들의 대화, 상상의 보고(寶庫)

지금은 불쑥 남의 집에 가면 실례이지만, 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초대와 무관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친가, 외가, 진외가 등 부모님을 중심으로 이어진 친인척들과 촌수를 따지기도 뭣한 먼 일가들이 명절이나 집안 제사, 하다못해 장날 특별한 용건 없이 드나들었다. 그들이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어린 나로서는 대부분 이해할 수 없어 생각나지 않지만, 그 광경은 생생하다. 울 정도로 배꼽 잡고 웃다가 허기지면 자주 돌아오는 생일 떡이나 국수를 끓여 먹기도 했다. 버스 시간에 누군가는 떠나고 다른 이가 그 자리를 채워도 대화는 탈 없이 이어졌으니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땐 왜 그렇게 심심했던지, 학교를 파하고 놀다가 집에 왔어도 저녁 식사 때까지 하루가 참 길었다. 일없이 곤충을 잡아 빈 병에 넣어 관찰하기도 했으니 손님으로 집안이 북적이면 싫지 않았다. 구석에 엎드려 숙제하는 것처럼 뭔가를 끄적거렸지만, 실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TV가 없던 시절 그들의 만담은 내게 연속극 재방송 같았는데, 왜 어른들은 비슷한 이야기에도 매번 재미있어할까 의아했다. 평교, 주산, 동진, 성내, 소성, 이평 등지에서 온 착하디착한 사람들, 그들의 자손은 지금 전주나 서울, 그리고 그 주변 어딘가 아파트에 살고 있을 것이다. 하도 많이 들어 귀에 못 박힌 군대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훈련은 고된데 부식이 형편없던 시절, 중대장이 애지중지 키우던 토끼 한 마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끝내 범인이 나타나지 않자, 중대원들 전부 연병장에 집합시켜 놓고 “토끼가 왜 죽었나”라는 구호로 토끼뜀을 시켰다는 이야기다. 기억이 부실한 탓도 있지만 옮겨 쓰고 보니 별 시답지도 않다. 누군가의 뱃속에서 이미 소화가 돼버렸을 토끼로 화난 사람은 중대장 한 사람이었을 뿐, 부대원들 모두 전우애로 똘똘 뭉쳐 그 기상천외한 구호를 외치며 뛰었을 상황은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된다. 화자도 어쩌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군대 이야기에 으레 들어가는 과장은 당연하고, 앞뒤로 높으신 중대장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장치가 들어가면 한 편의 완벽한 소극이 된다. 다음번 장날에 새로운 청중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이야기는 재현됐을 것이니 볕이 잘든 우리 집 마루는 일종의 소극장이었던 셈이다. 나는 논문이나 책을 저술할 때 비유를 즐겨 쓴다. 내용보다는 저술 중에 나온 비유가 좋다는 말을 간혹 듣는다. 그리고 대화나 강연 중에 ‘예를 들어’나 ‘비유컨대’로 새로 시작할 때가 많다. 그 말투는 단언컨대 장날 우리 집 손님들의 대화에서 익힌 것이리라. 그들은 자기 말에 집중케 하려고 월남전, 농사, 하다못해 소, 돼지, 닭까지 소품으로 썼다. 그 과정에서 비유와 우화, 메타포가 등장했고, 어린 나는 이런 문화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사회과 부도에서 본 나라와 광주, 부산 등 대도시, 어른이 되어야 가는 군대를 그려볼 수 있었다. 상상력이란 근육이 있다면 그때 부쩍 자랐을 것이다.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지냈던 성염 교수가 번역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비록 내륙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소싯적부터 조그만 잔에 담긴 물을 보고도 나는 바다를 상상할 수 있었다.” 감히 이에 견줄 바 못 되지만, 장날과 명절 어른들의 대화는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책이자 상상의 세계였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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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8 17:07

‘불 밝히기 운동’으로 세계한상대회 손님을 맞이하자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올림픽 당시, 서울시는 참여하는 선수와 경기를 관람하는 외국인들에게 활기찬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고, 전 시민의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해 질때부터 뜰 때까지 대대적인 시가지 ‘불밝히기 운동’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고층건물, 공공건물, 상가, 백화점, 음식점, 호텔, 문화재 등을 불 밝히기 대상으로 정하고 건물소유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올림픽을 성공시키는데 ‘불밝히기 운동’이 크게 일조했다. 전주, 전북대학교에서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열리는 세계 한인 비즈니스 대회는 한민족의 경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중요한 국제적 행사이다. 이러한 행사에 많은 국내외 참가자들이 모여드는 이 행사로 인해, 전주가 세계인들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리는 장소와 연계되는 전주 팔달로와 기린로는 전주 시내의 중심 도로로,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곳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저녁 시간대에 이 지역의 조명이 충분하지 않아 어둡다는 지적이 있어, 관광객들의 안전과 도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주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로 주변의 조명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세계 한인 비즈니스 대회와 같은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는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 대회는 단순히 전북대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주시 전체가 대회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팔달로와 기린로는 전주의 주요 상권이 위치한 곳으로, 상인들은 한상대회에 참여하는 국내외 비즈니스맨들에게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대회 기간 동안 거리를 밝히고 환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전주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조명을 밝히는 것은 단순히 밝고 어두움을 떠나, 전주의 따뜻한 환영과 정겨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도로 주변의 건물과 가게들이 밝은 조명을 켜고, 길거리를 환하게 비춘다면 전주가 얼마나 활기차고 환영하는 도시인지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창문을 통해 밝은 조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각 상점마다 작은 플래카드나 현수막을 걸어“세계 한인 비즈니스 대회 환영”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면, 방문객들에게 더 큰 환영의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단순히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넘어서, 전주 시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은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의 사람들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조명을 밝히고,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불 밝히기 운동’ 환영 행사를 통해 전주는 ‘환대하는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팔달로와 기린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의 조명을 밝히는 것은 작은 시작일 수 있지만, 이는 전주가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 상인들과 건물주들이 이번 세계 한인 비즈니스 대회를 맞아 조명을 밝히고,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모여 전주는 국제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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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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