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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대 전주문인협회 회장에 정재영 시인 선출

전주문인협회 제11대 회장에 정재영(62) 시인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전주문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상휘)는 지난 24일 마감된 회장 입후보 등록 결과, 정재영 시인이 단독 출마함에 따라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9일 제5차 회의를 열어 최종 당선인을 확정했다. 순창 출신의 정재영 시인은 원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전주한일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또한 국제PEN 전북위원회와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 힘써왔다. 1993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다>,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탁란>, <그대 곁을 떠난 적 없습니다>와 청소년 시 창작 지침서 <청소년을 위한 시 창작법> 등을 펴내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중견 시인이다. 또 청소년 인문학클래스 및 전북 청소년 시창작 강사로 활동하며 문학 저변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은 향후 3년 임기 동안 △문예진흥기금 확보 △예술인 창작 공간 확보 및 제공 △전주시·시의회와의 교류를 통한 문화 발전 기여 △젊은 예술인 육성 △전주시 거주 예술인 처우 개선 등 5대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협회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 문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이며, 전주문인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달 18일 열리는 전주문인협회 대동제 행사에서 당선증을 전달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30 15:50

덕암 이용엽,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 출간

조선 전기,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잊혀진 문신(文臣)이 있다. 바로 이계(伊溪) 신공제(申公濟·1450~1522)다. 이용엽 진안역사박물관 운영위원장이 최근 펴낸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신아출판사)은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서예사적 업적을 새롭게 조명한 연구서다. 저자는 오랜 기간 한국 서화사와 조선 전기 문인서예의 흐름을 탐구해온 연구자다. 이번 저서에서는 특히 신공제가 집자·간행한 것으로 알려진 <해동명적(海東名蹟)>을 중심으로 한국 서예사의 주요 전통과 명적(名蹟)들의 서풍을 비교·분석하며, 조선 서예의 형성과 전개를 새롭게 해석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이계 신공제의 해동명적과 한국서화사의 고찰’에서는 신공제의 생애와 서예적 업적을 다루며,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세밀히 추적한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은 신공제’로부터 시작해, <해동명적>에 수록된 문종대왕·성종대왕·최치원·김생·신덕리·신장 등의 서첩을 원문과 번역문을 통해 분석했다. 이어 ‘온진정 중건기’와 ‘신도비명’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적 필치와 예서·초서의 미적 균형감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2부 ‘정부인 순창설씨의 역사적 고찰’은 신공제의 배우자이자 조선 전기 여성 문인으로 기록된 정부인 순창설씨(淳昌薛氏)를 다룬다. 『권선문첩(勸善文帖)』의 서화에 담긴 여성의 예학적 전통과 조선 여성 교화의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설씨 부인은 신공제와 교유한 문인층뿐 아니라 후대 여성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인물로, 저자는 승례문 편액(承禮門 扁額)에 드러난 그녀의 서예 감각과 신덕리·임명대군·유진동 등 동시대 문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녀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3부 ‘고령신씨 가문의 글과 그림’에서는 신공제의 후손인 신윤복(申潤福)과 신경준(申景濬)으로 이어지는 고령신씨 가문의 예술적 전통을 탐색한다. 특히 ‘신윤복 도록(畫譜)’을 중심으로 그의 회화세계를 재조명하며, 가계(家系)와 화풍(畵風), 대표작의 출처, 묘소 등과 관련된 체계적 연구를 덧붙였다. 이 책은 단순한 서예가의 평전이 아니다. 서화사 속에서 소외된 한 문신과 그 가족이 남긴 기록을 통해, 조선 중기 예학·문학·예술의 교차점을 읽어내려는 학문적 시도다. 이용엽 위원장은 “이계 신공제는 지역에서도, 가문 내에서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라 ‘신공제 신도비명’과 ‘해동명적’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신공제는 조선 서예사에서 『해동명적』을 편찬한 문인으로, 그 안에는 서풍의 변천과 미학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고, 경기도 이계 선생 묘역까지 찾아가 이장 작업을 함께해주신 신방수 회장님 등 문화재 보존에 헌신한 분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김수예 시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 발간

김수예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달아실)를 펴냈다. 시집은 ‘1부, 흰 그림자를 물고’와 더불어 ‘2부, 모래 몰래’, ‘3부, 일월화수목금토’, ‘4부, 섬은 섬을 향한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존재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줄곧 바라본다. “잔에 김이 오른다/ 잠시 비는 멎고/ 커피가 식어가고/ 휘청거리는 대기에/ 둥둥 떠내려가는 발걸음/ 뒤꿈치는 쩍쩍 갈라져/ 야자수가 부풀었다 홀쭉해진다/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서 오아시스/ 초여름 눈빛은 휘지 않아/ 서로 물들어가는 중/ 얹혔던 속이 턱,/ 초목이 한숨을 뿜는다/ 폐부 깊숙이 더운 숨에/ 뭉근히 번져가는 흙내”(시 ‘입김’ 전문) 이처럼 김 시인은 멀리 있는 것들을 손끝과 몸의 감각으로 불러내, 촉각-기억의 시학으로 풀어내는 시인이다. 그는 대상을 만지고 감각하며, 그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기억과 관계의 깊이를 탐구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첫 시집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등단이 늦은 만큼, 조급했었던 것 같다”라며 “‘시다움’이라는 주소를 들고 시의 집을 찾아가는 길은 힘겹고도 짜릿했다. 매 순간 절망하고, 매일매일 무릎을 꺾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시집에 다다라서는 ‘시’와 소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불도저의 시동을 끄고 내려와 가래로 흙을 고르기 시작한 듯, 시의 눈과 배를 맞추고자 손발은 헐렁거렸다”고 덧붙였다. 목포에서 나고 인천에서 자란 시인은 현재 전주에서 시를 읽고 쓰며 살고 있다. 그는 문학매거진<포엠포엠>으로 등단해, 저서로는 미디어콘텐츠북 <목소리가 얼굴에게>, 시집 <피어나 블루블루>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역사 속 선자청 동화로 깨어나다⋯이경옥 작가,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조선 시대, 더운 여름을 식혀주던 ‘에어컨 공장’이 있었다. 바로 부채를 만들던 관청, 선자청(扇子廳)이다. 이경옥 작가가 펴낸 신작 동화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고래책빵)은 신분과 성별의 벽을 넘어 부채를 만들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담을 통해 ‘승리보다 중요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달래는 전염병으로 동생을 잃고 생계를 위해 부채를 만들던 아버지를 도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전라감영의 선자청에서 심부름꾼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지만, “계집애는 관청에 들이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달래는 뜻을 꺾지 않고 친구 만복이와 함께 선자청으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곳의 첫 여자 일꾼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선자청은 달래에게 녹록지 않다. 부당한 대우와 조롱 속에서도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익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늘 무시당한다. 결국 달래는 살아남기 위해 경쟁과 타협의 길을 택하지만, 그 선택이 가까운 이들의 상처로 돌아오면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맞는다. 달래는 방구부채 하나로도 다른 사람을 시원하게 하고 기쁘게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품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사회 속에서, 작가는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묻는다. 조선의 부채 공장을 ‘바람을 만드는 곳’으로 비유하며, 진정한 바람은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간절한 바람임을 일깨운다. 이경옥 작가는 “어린이들이 자라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어른들의 편견이 아닌 스스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며 “작품을 통해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신시아 라일런트, '그리운 메이 아줌마'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수상하고,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해의 최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성이 높은 작품이다. 잘 짜진 구성과 절제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메이와 오브는 여섯 살 어린 서머를 보자마자 ‘우리 저 아이를 데려가요.’ 말할 만큼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들은 낡은 트레일러에서 끊을 수 없는 가족이 된다. 수많은 바람개비로 가득한 그곳은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서머를 믿게 한다. “천국에 대한 아저씨의 생각을 표현한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언제라도 거기에서 천사들이 떨어져 나와 금빛으로 빛나며 유유히 트레일러 안을 날아다닐 것만 같았다. (중략) ’메이”라는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다른 바람개비보다 작은 날개들이 많고 모두 순백색이었다.’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다녔던 서머. 분명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골고루 발라주며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주었을 엄마가 있었을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다. 메이와 오브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이가 밭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때 서머는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오브마저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컸다. 메이를 분명히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집중하는 오브는 서머를 더 옭아맸다. 반짝이는 과자봉지부터 온갖 것을 수집하는 클리터스의 등장은 메이를 만나리라는 오브의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클리터스가 물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연은 오브를 더 간절하게 했다. 급기야는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심령 목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목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다. 서머는 절망할 오브 생각에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의외로 오브는 돌아가던 차 방향을 클리터스가 기대하는 주의회 의사당으로 향할 때 서머는 무기력했다. 낡은 트레일러로 돌아온 오브는 메이가 생전에 가꾸던 밭에 바람개비를 모두 걸어둔다. “큰 바람이 쏴아 불어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날려 보내 주었다.” 는 해방을 상징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강한 상실의 트라우마는 서머의 감정을 일찍이 제한시켰다. 메이와 오브와 가족이 된 것은 축복이기도 했지만 언제 없어질지 모를 두려움이었다. 메이의 죽음은 가족에 대한 간절함을 반 토막 냈다. 서머는 마음 놓고 메이 아줌마를 그리워할 수도, 모두 내려놓고 울 수조차 없게 만든다. 또다시 겪는 결핍은 서머를 보이지 않게 억눌렀다. 심령목사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하루는 어느 시간보다 길었으며 정지되었다. 기억에도 없는 시간 속에서 엄마가 발라줬을 거라 믿는 베이비 로션은 극한 고독을 상징한다. 드리웠다 금방 사라질 연기보다 가볍다. 하지만 서머의 조였던 숨통을 트이게 한 건 밖으로 나온 바람개비다. 메이와 영원히 함께 할 거란 믿음을 상징한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간결하지만 매 순간 극적이다. 서머의 상실과 결핍, 치유의 과정은 읽는 동안 숨죽이게 한다. 작가의 절제된 서술은 깊이를 더하게 하는 백미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했으며,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출간.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출간했다. 이후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와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출간.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10.29 18:00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전하다…박성우 '열두 살 자기소개'

어린이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말하는 박성우 시인이 그림책 <열두 살 자기 소개>(창비)를 펴냈다. '좋은 자기소개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제일 아끼는 사진', '고치고 싶은 말 습관', '싫어하는 사람' 등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자기소개 키워드 30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은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어린이가 등장해 주제별로 저마다의 생각을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새 학년 첫날 자기소개 시간, 낯선 친구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책 속에는 운동은 싫어하지만 훌라후프 돌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교우 관계도 좋고 활달한 성격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면 남몰래 속상해하는 아이, 숫자에는 약하지만 독서와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누구보다 활발하게 농구와 여행을 즐기는 아이까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배치해 실제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마음성장 교양서를 선보이며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특유의 따뜻함으로 잔잔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책장을 넘길수록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성정이 드러나는 흐름은 한 사람 안에 여러 얼굴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또한 어린이책 <삼행시의 달인> <열두 살 장래희망> 등에 삽화를 그려온 홍그림 작가가 그림을 맡아 독자 눈높이에 꼭 맞는 삽화들로 책의 재미를 한층 높였다. 1971년 정읍에서 태어난 박성우 시인은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동시집 <불량 꽃게> 그림책 <소나기 놀이터> 등 다수의 책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9 17:27

전북 문학계 '선거의 계절'…차기 회장 선거 시즌 돌입

전북 문학계가 선거의 계절을 맞았다. 지역 대표 문학단체인 전북시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가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먼저 전북시인협회는 올 연말 이형구 회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전북시인협회에서는 유대준 시인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회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후 11월 10일 시인협회 회원 300명에게 후보자 접수 인원을 공개하고 11월 27일 정기총회와 함께 대의원 간접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 회장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두현 시인이다. 이두현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겸임교수와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월간 ‘문화저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현재 전북시인협회 수석부회장,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회원이다. 올 연말 3년간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전주문인협회 김현조 회장 후임으로는 정재영 시인이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문인협회는 800여 명의 회원에게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다음달 18일 당선증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재영 시인은 순창 출신으로 1993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전주한일고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하며 청소년 문학 교육과 강연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제11대 전주문인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문단을 이끌 회장 선거가 무투표로 치러지면서 지역 문단의 자정능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후보 등록 마감까지 출마자가 없어 단독 입후보자가 그대로 당선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문단 안팎에서는 무투표 당선 사례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솔선수범하여 지역 문인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인물이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지역의 한 원로 문인은 “회장 선거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력을 보면 대개 (협회) 사무처나 임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이 다수이다”라며 “다양한 인물이 나와서 경쟁을 해야 지역 문단이 활성화 될 수 있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7 17:24

전주 덕진공원 시비(詩碑) 어디로?…예고 없이 철거, 사라진 문학 흔적

전주시가 덕진공원 열린광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원 중심부에 있는 전주 대표 시인들의 시비(詩碑)를 예고 없이 철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가 반발을 사고 있는 시비들은 신석정·이철균·백양촌 시인의 시비로, 이들은 전북 문단의 초석을 이룬 이들이다. 시인들의 시비는 현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인근 실내 배드민턴장 근처에 임시로 옮겨졌지만,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덕진공원 열린광장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와 공원의 경관 개선을 위해 공원 내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공원 입구에 잔디와 원형 광장 등을 조성했다. 전주시는 이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시비를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전주시가 ‘문화도시’를 지향하면서도 정작 문화의 근간인 문학을 행정의 부속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문인들과 전주문인협회는 시비 이전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주시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가 옮기겠다고 결정한 실내 배드민턴장 주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문학적 상징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원로 시인은 “덕진공원으로 시비를 원상복구 해야 한다”라며 “애초에 시비를 세우기로 행정과 문인들이 서로 약속한 사항을 협의도 없이 임의로 옮겨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주의 상징적인 공간인 덕진공원에 시비를 세워두는 것이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에도 긍정적”이라며 “실내 배드민턴장 인근은 접근성 측면에서도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주시는 논란이 커지자, 현재 시비가 옮겨진 실내 배드민턴장 인근 부지를 메모리얼 파크로 조성해 문화적 가치를 높이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주문인협회는 ‘덕진공원 시비 이전 반대’ 공문을 전주시장에게 발송하고 시비 이전 전면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시비 몇 기가 공원의 풍경을 훼손하거나 시민의 발걸음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무엇보다 덕진공원에 있는 시비는 시민의 뜻을 모아서 만들어졌음에도 뜻을 접고 일방적으로 시비를 옮기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전주문협 관계자는 “문인들과 사전에 합의도 하지 않고 갑자기 시비를 배드민턴장 인근 주차장에 옮겨 놨다”며 “시비가 방해됐다면 공원 중앙부가 아니라 외곽에 세워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성 중인 메모리얼 파크 대신 ‘시비(문학비) 공원’을 마련하고, 향후 최명희 선생의 묘소까지를 문학공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전주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전주문협은 “문인들은 시비가 덕진공원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만약 이대로 사업을 지속할 때는 보이콧을 감행하겠다는 의견까지 모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주시는 10월 말 완공 예정이었던 메모리얼 파크 공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현재 전주문인협회 요구사항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6 09:00

'우리 모두 사랑하는 동화 잡지' 동화마중 2025년 하반기 통권 7호 발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전문잡지 <동화마중> 2025년 하반기 통권 7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는 ‘동화를 쓰는 마음, 읽히고 싶은 마음’을 주제로, 창작의 뿌리와 상상력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특집 ‘2025 전국국제그림책도서전’에서는 윤형주, 정유진 등 작가들이 그림책의 마법 같은 세계를 탐색하며, 일상 속에서 발견한 예술적 시선을 전한다. 또한 ‘마중 초대 작가’ 코너에는 심후섭, 이성자 작가가 참여해 새로운 동화적 상상을 펼친다. 제4회 ‘동화마중’ 신인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작 이희숙의 <아리와 몽이의 노래>와 심사평, 그리고 신선한 시각의 단편 동화들이 지면을 풍성하게 채운다. ‘동화마당’에는 공윤경, 김경숙, 김하영, 양인숙 등 현역 작가들이 쓴 따뜻한 이야기들이 실려,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울림을 전한다. 끝으로 평론·서평, 추천 도서 코너에서는 독자와 작가, 비평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자연 동화마중 편집자는 “’동화마중‘은 동화를 쓰고 발표의 장을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며 “장르 구분 없이 동화를 쓴 분에게 발표의 기회를 드리고 아동문학 발전에도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앞으로도 동화마중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40

김헌수 시인, 첫 동시집'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펴내

“흰긴수염고래 귀지를 봤어/ 텔레비전에서 본 귀지는/ 고래 덩치만큼 엄청 컸어/ 그거 알아?/ 고래 귀지에는 고래 일생이 들어 있대/ 나이가 몇 살인지/ 새끼는 얼마나 낳았는지/ 플랑크톤을 몇 접시나 삼켰는지/ 친구와 알래스카에 놀러 간 날도 들어 있대/ 하루하루 써 놓은 일기가 들어 있대/ 덩어리째 굴러 나온 내 귀지를 봤어/ 어제 투덜거린 말/ 똥개라고 놀린 말/ 씩씩대며 웅웅거린 말이/ 굴러 나온 것만 같아서/ 돌돌 말아 버렸지/ 내 귓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날이었지.”(시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전문) 김헌수 시인이 첫 동시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브로콜리숲)을 펴냈다. 이번 동시집은 동물과 사물, 자연의 표정 속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포착해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빛으로부터 출발해, 사소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정을 길어 올린다. 실제 시집 속에는 고래의 귀지, 비 오는 날의 우산, 빗방울이 전하는 편지 등 평범한 사물과 순간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작고 여린 존재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일깨워준다. 작품을 읽다 보면 미소가 번지거나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어린이에게는 공감과 상상의 기쁨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와 따뜻한 감각을 선물한다. 김 시인은 “동시를 쓴다는 것은 유년시절의 마음을 오래 품는 일인지도 모른다”며 “수업종이 울려도 물웅덩이에 빠진 땅강아지를 바라보다 지각하던 기억처럼, 남들에겐 스쳐 가는 장면 속 감정의 물방울을 길어 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작은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며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 큰곰자리를 좋아하는 친구, 달팽이가 남긴 반짝이 길 등 유쾌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동시를 읽는 동안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기억 하나가 독자에게 닿는다면 그 또한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동시집을 통해 “귓가에 스치는 바람결 하나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을 독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현재 그는 전북작가회와 완주인문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38

"시적 상상력 가득"…김태익 에세이집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

정제된 문장과 깊은 감각으로 시대를 응시하는 김태익 수필가가 시적 상상력으로 쓴 에세이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움직이는 책)를 출간했다. 어릴 적 시골집에 대한 정취, 성장 과정의 추억, 회사 생활에서도 잃지 않았던 마음의 여유가 차분한 문장으로 녹아 있다. 1960년생 저자는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된 이후는 대도시라는 경쟁 사회에서 각박한 삶을 살았다. 이번 에세이는 성장 일변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산업역군으로 살아온 저자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펴낸 책이다. ‘김태익의 인생을 응축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에세이집은 내용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던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자식을 키우던 마음과 겹쳐본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졌지만, 자신에게 베풀어준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다. 옛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문장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나무는 늙어도 제목으로 쓰이지만, 사람은 늙으면 쓸모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엔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지만, 세월이 지나며 문득 그 말 속에 숨은 씁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 든다는 건, 단순히 나이만 먹는 일이 아니다. 고집은 세지고, 마음은 닫히고 변화엔 둔감해지고 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어느 날 ‘꼰대’라는 말 앞에 자신이 서 있다”(P.133) 총 55편의 에세이가 실린 책은 긴 세월을 힘껏 사랑함으로써 세상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수필가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지나가 버린 세월의 야속함보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잊고 있던 고향과 가족 친구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진지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작가의 글은 어느 부분에서는 박장대소를, 어떤 부분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맑아진 마음을 마주하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길상호 시인은 책 서평을 통해 “이 책에는 사라진 것을 환생시키는 마술이 감춰져 있다. 도시 불빛에 가렸던 별들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하고 쫓겨났던 개구리가 돌아와 합창한다”며 “작가는 앞서 간 발자국을 잊지 않는다. 그것을 자신의 궤적으로 만들면서 또 다른 길을 낸다”고 밝혔다. 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전북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토목을 전공했다. 현재는 서울에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7

임인숙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가네' 출간

성실한 텍스트 읽기와 쓰기로 균형 잡힌 글을 써온 임인숙 시인이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 가네>(출판하우스 짓다)를 펴냈다. 1998년 고향 정읍 산내면으로 귀향한 시인은 꽃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시인은 점차 소멸되고 있는 고향과 이웃을 기억하기 위해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낸다. 임인숙의 글이 시작되는 시공간은 실로 다양하다. 분꽃 향기 피어나던 저녁 어느 집 안, 영화를 보던 가설극장, 성남 언니와 함께 토란꽃을 찾기 위해 방문한 산과 들녘. 이러한 고유의 추억들은 저자의 문화적 지식과 만나 각각 한편의 깊은 울림을 준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적인 글이지만, 그 안에서 위로와 감동을 얻는 것은 물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이 수려한 글로 변모하는 마법 갚은 필치가 고루 담겨 있다. 문학에 대한 저자의 한결같은 애정과 뜨거운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멀리 라오스에서 노동 이민을 온 근로자의 사연까지 우리 이웃들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는 36편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천세진 문화비평가는 추천사에서 “보이는 것의 귀퉁이를 본 증언과 보이지 않는 것의 소리까지를 받아들인 증언이 세상에는 함께 산다”며 “시인의 수필집은 깊은 증언이 이룬 숲이다. 오래전에 떠난 사람들이 돌아와 제자리에 앉아 있고, 오래전에 끝났으리라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이제 겨우 달구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깊은 증언만 있어서 하나도 소란스럽지 않은데, 영원히 죽지 않는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 산내 출생인 임인숙 시인은 계간 <문예연구>에서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수필과 비평>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아름다운들꽃세상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7

잊혔던 옛이야기, 우물 속에서 다시 피어나다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오래된 추억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김란희 작가의 신작 <우물이야기>(도서출판 비공, 그림 전현경)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를 담은 깊은 이야기로 삶의 본질을 되묻는 작품이다. 책은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 속에 ‘인심에 따라 우물에서 단물과 짠물이 나온다’는 전래동화의 지혜와 신비를 품고 있다. 작가는 오랜 세월 마을의 중심이자 생명의 근원이 되어온 ‘우물’을 상징으로 삼아, 인심(人心)과 천심(天心), 그리고 순수한 동심(童心)이 어우러진 세계를 그려낸다. 우물은 물을 길어 올리는 장소이자 기억을 길어 올리는 공간으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개이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로 등장한다. 작품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수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잊혔던 옛날이야기가 다시금 우물 속에서 살아 숨 쉬듯 피어나며, 김 작가는 사라져가는 말과 정서, 옛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을 우리 고유의 언어로 복원한다. 단순한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삶을 성찰하는 깊은 울림을 담아낸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우물에 대한 향수를 품은 어른 독자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작품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잊혀가는 ‘이야기의 힘’을 일깨우며, 메마른 일상에 ‘다시 물을 긷는 마음’을 건넨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는 오래된 우물가의 물소리처럼 잔잔한 회상과 사색 속으로 스며든다.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민심, 천심, 동심이 한데 어우러진 인상 깊은 작품”이라 평하며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독자들에게 삶의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의 건조함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잊지 않게 해주는 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림을 맡은 전현경 작가는 김란희의 글에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터치를 더해 이야기에 깊은 여운을 더했다. 우물가의 물결,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표정, 별빛이 스며드는 밤하늘은 모두 할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감각적인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시각적 위안과 정서적 울림을 전한다. 김 작가는 “가난한 집 셋째 딸로 태어나 벗들과 책이 있어 깜냥껏 컸다”며 “글과 책이 좋아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꿈이던 적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원고지를 보면 여전히 뛰는 가슴을 발견하고 묵묵히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생전 책 한 권 낼 수 있을까 싶던 때,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이렇게 책을 내게 돼 행복하다”며 “제 글에는 외국인 아내, 폐지 줍는 어르신, 시민 활동가, 외로운 아이 등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마주치는 결핍을 품어줄 따뜻한 마음을 담고자 했다. 앞으로도 일가 보면 따뜻해지고 푸근해져서 안심하고 세상을 살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글 쓰기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출신인 김 작가는 현재 나고 자란 전주에서 문화해설사로 손님을 맞고 있으며, 전주서학예술마을에서 다양한 예술을 일상에서 누리며 살고 있다. 그는 1991년 8.15범민족대회 청년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동화<까치와 까마귀>로 통일상을 수상했고, 2005년 창비어린이 9호에 <외삼촌과 누렁이>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동화집 <금딱지와 다닥이>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37

백제시대 학자, 왕인 생애 다룬 그림책 '별을 찾는 아이'

아스카문화를 꽃피운 백제시대 학자 '왕인 박사'의 생애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쓴 그림책 <별을 찾는 아이>(책마을해리)가 출간됐다. 김진 아동문학가와 오치근 그림 작가가 합심해 펴낸 이번 책은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가 일본 문화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왕인’이라는 인물을 조명한다. 영암이라는 작은 도시에는 왕인과 이어진 ‘왕인박사 사당’과 ‘유허비’ 같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책의 화자는 ‘온이’라는 아이다. 아빠와 별똥별을 보러 간 주인공 온이는 왕인박사 채굴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별에 왕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다짐한다. 순수한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낸 책은 역사와 우주, 꿈을 연결해 진한 울림을 전달한다. 특히 왕인박사의 가르침과 영암의 역사를 상상력 자극하는 그림들과 함께 엮어내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진 작가는 2013년 <강물로 거슬러 오른 고래 한 마리>로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럭키 파트라슈> <노래하는 여전사 윤희순> <범내려온다> <세종대왕을 찾아라> <이순신을 찾아라> 등을 출간했다. 특히 <세종대왕을 찾아라>는 2학년 2학기 초등 인물 교과서에 수록됐다. 그림을 그린 오치근 작가는 섬진강 지리산이 빚은 구례 작은 마을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오징어와 검복> <집게네 네 형제> <개구리네 한솥밥> <평화의 돌> <해치> <흑등고래, 생명 무늬로 피어요> <나는 기다려요> 등이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아빠랑 은별이랑 섬진강 그림여행> <아빠랑 은별이랑 지리산 그림여행>, 가족이 함께한 <초록비 내리는 여행> <언제 어디서나 자연미술놀이> 등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작가-'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것들 때때로, 세상의 어법이 해독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접하는 상황이나 기분 때문인지, 권력적 구조 때문인지 경계가 모호할 때 그렇다. 그럴 때면 이 세계가 너무 거대하고 무거워서 막막하다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언어가 가진 자의 것이라면, 약하고 소수인 누군가는 무엇으로 말하고 버텨야 하나. 어떻게 나를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을까. 먹고 싶은 반찬이 무엇인지 묻지 않기 때문에 선택할 수도 없다. 머리카락을 기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짧은 머리의 미소년이 되어야 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삶에 선택되었을 뿐 그녀는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나날을 살아왔다. 그녀, 누구도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 시설 안에서의 장애인은, 다수의 중증장애인을 사회복지사 1인이 지원하는 구조 때문에, 개인이 불편해야 다수가 편하다는 암묵적 수용을 한다. 그렇게 불편함을 견딘다. 억압과 해방을 주는, 몸과 맘을 이루는 나의 물질로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장애는 삶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생(生)의 전부라서 나의 모든 것을 옭아매고 만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상황일 때는 사람과의 관계나 일상이 모두 예민해진다. 현재의 장애가 감기처럼 지나가지 않는다면, 평생 그 예민함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온전한 나’라서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남의 문제’로 여기는 ‘나의 문제’이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태도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임은주, 국화, 미숙, 차지숙, 이지숙, 정아, 최송아, 모두 일곱 명의 그녀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나와 너의 기록으로 완성한 손바닥 에세이다. ‘가족의 선택으로 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오거나 할머니와 살아온 시간이 더 많던 그녀. ‘늘 남의 시선이 먼저’ 보였던, ‘민폐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그녀.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마음이 담긴 솔직한 이야기는 ‘일곱 개의 새로운 언어’로 드러난다. 인생이란 스스로 ‘밀어야만 열리는 문’이라는 성장기를 완성해 냈다. 한때 좌절했으나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타인의 장애나 고통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의 말은 일회성 위로일 뿐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나를 속이며 스스로 ‘나의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그녀.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이 더해져서 어떤 장애, 역경에도 정직하게, 현상을 돌파하는 지혜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기까지 그녀들은, 참 얼마나 아팠을까. 거울을 보고 조심조심 발라도 지멋대로 발라지는 게 장애 때문이라던 생각을, ‘원래 내 생김새’라며 자신에게 ‘예쁘다, 귀하다’ 말을 건네는 그녀. 늘 글을 배우고 싶었지만, 손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포기하던 그녀가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는,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그녀. 결혼과 이혼, ‘평화로운 하루를 좀 더 빨리 갖지 못한 것’을 꼽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갈 때 우리도 함께 안타까워지고. 그런 그녀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가이자 인권 강사이며 상담가인 다니엘을 만나며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꿈을 다시 꿀 때는 우리도 그녀와 함께 행복해진다.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 때 그가 잃어버린 오늘은, 우리의 내일로 온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절망이 아니라 나의 절망이고, 너의 절망인 채로 두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시선이 곧 나의 시선’이므로, ‘그들의 시선을 판단하는 것은, 내 시선’이므로 ‘편견의 족쇄를 푸는 열쇠는 내 눈에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정숙인 작가는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백팩'으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몇 편의 단편소설과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2017)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10.22 18:34

고하의 선비정신, 문학으로 잇다

순수문학 동인지 전북문학의 통권 300호 발행을 기념하는 문학제가 지난 17일 전북대학교 국제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가 주관했다. 전북문학은 1969년 7월 고하 최승범 선생이 주도해 창간된 이후 56년 동안 지역문단의 맥을 이어온 대표 문예지다. 고하 선생 생전에는 291호까지 발행됐으며, 2023년 가을호(292호)부터는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가 그 뜻을 이어 계간으로 간행하고 있다. 이번 300호 발행은 향토문학의 지속성과 전통을 기리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행사에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우범기 전주시장, 최병선 전북대총동창회장, 이향아 호남대 명예교수, 이승복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문두근 시인,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조미애 시인,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 김철규 시인, 유백영 사진작가 등 지역 문인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는 고하 최승범 선생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전북문학의 발행 역사 소개와 축사, 감사패 수여, 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어지는 행사에서는 <전북문학> 300호 발행 기념 축시 낭송과 고하 시 낭송, 이만영 문학평론가의 ‘전북문학 발자취와 지역문학의 아이덴티티’ , 장욱 시인의 ‘고하의 8행 시조 구조 미학’ 강연이 펼쳐졌다. 감사패는 선명기획인쇄 함청 대표와 출판사 시간의 물레의 권호순 대표가 받았다. 올해 신설된 ‘전북문학상’은 장화자 시인과 장욱 시인에게 돌아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송하진·김도영 서예가의 작품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전북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하최승범문학상은 시(조) 부문 주기쁨, 이윤아, 김상민·전서진·송은영 학생과 수필 부문 정진원, 김자애, 정세은 학생이 각각 받았다. 축사에 나선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고하 선생님을 어려서부터 많이 뵈었고, 전북문학도 창간호부터 구독하고 있다”며 “고하 선생님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아 전북도와 대한민국의 문학이 더욱 빛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축사에서 “고하 선생님이 이끌어 온 열정과 품이 있었기에 300호라는 유의미한 숫자 달성이 가능했을 것이다”라며 “전주시에서도 말로만 예향이 아닌 진짜 문학의 도시, 예술의 도시, 문화의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병호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장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동인지로서 최장수 최다 발행의 역사를 이룩하게 된 것은 고하 선생님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헌신 덕분”이라며 “고하 선생의 문학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하 최승범 문학전집 발간, 고하 문학관 활성화 등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19 16:41

"책의 도시라면서"⋯전주시 도서 구입 예산 2년 새 70% 삭감

전주시가 도서 구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희망도서 신청 제도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책의 도시를 지향하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시는 지난 5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올해 공공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을 조기 마감했다. 해당 제도는 시민이 도서관에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비치하는 방식으로, 시민 참여형 독서 문화 확산의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문제는 도서 구입 예산이다. 매년 큰 폭으로 줄면서 하반기에 조기 마감되는 일이 잦다. 전주시 도서 구입 예산은 지난 2023년 10억 원에서 지난해 6억으로, 올해는 3억으로 줄었다. 2년 새 70%나 삭감된 셈이다. 이에 각 도서관은 주 3회 접수하던 희망도서 신청을 주 2회로 축소했다.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다른 도서관에 이미 구비된 도서는 신청을 제한하고, 전체 예산의 97%를 희망도서 구비로 책정하는 등 최대한 많은 시민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신청이 조기 마감되면 민원이 잇따르고, 독서 수요가 높은 시기엔 불만이 커진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역 독서모임 운영자 이모 씨는 “지역 독서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힘이 빠지는 일이다. 책을 사지 못하는 도시에서 ‘책의 도시’를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 씨는 “희망도서 신청 제도는 책을 쉽게 사기 어려운 시민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특히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신청이 막히니 아쉽다”고 전했다. 전주시는 도서관 운영 관련 예산이 줄어든 배경으로 올해 세입 감소를 들었다. 전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 관계자는 “시 전체 예산이 삭감되면서 도서 구매 비용을 비롯한 관련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이 소진돼 희망도서 신청 제도는 조기 마감됐지만, 내년 예산이 확정되면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 희망도서 신청은 다시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 문학·출판
  • 문채연
  • 2025.10.18 07:5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에이미 탄 '뒷마당 탐조클럽'

지난 겨울, 모두가 그랬겠지만 마찬가지로 고달픈 연말을 보내느라 진이 빠졌다. 목표로 한 일은 죄 실패했고, 일거리도 없었고, 좋은 뉴스도 들리지 않았다. 무기력에 몸이 처졌고, 지하로 굴을 팔 것 같았다. 이런 때를 종종 겪으면 나름의 예방책을 찾게 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움직일 것. 겨우 신발을 고쳐 신고 무작정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에너지는 자주 바닥을 쳤다. 움직이기까지는 힘을 낼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운 정도로. 그때쯤 새로운 즐거움을 얻었다. 옷을 아주 두껍게 껴입고서 도서관을 가다 말고 천변 벤치에 앉아서 온갖 새들이 오가는 걸 지켜봤다. 운이 좋은 날은 잠시 들른 수달을 볼 수도 있었다. 발끝이 얼고, 코가 차가워지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다시 도서관을 향해 걸었다. 가상에 살얼음이 낀 물 위를 오가면서 정신없이 먹이를 찾는 오리를 보고 있자면 나도 덩달아 마음이 바빠진 탓이었다. 그 뒤로는 생물 도감과 검색을 통해 새들의 이름을 익혔다. 그저 새라고만 불리던 조류들은 차츰 이름을 되찾았다. 백로, 청둥오리, 물까치, 까치, 왜가리, 멧비둘기. 오늘 보이는 오리 가족이 어제 있던 오리 가족인지 추측하며 들여다보는 재미로 무기력한 시간을 잘 견뎠다. 그 겨울에는 알게 모르게 나를 돌본 주변 사람들이 있었고, 관심을 끌어준 새가 있었다. 날이 풀리고, 좋은 뉴스가 들리고, 일이 바빠지면서 겨울의 탐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들른 도서관의 신간 코너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책을 만났다. 이름하여 '뒷마당 탐조클럽'. 정말이지 반가운 제목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열고 서문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아주 흥미로운 탐조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막연한 즐거움이 새로운 취미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이 클럽을 통해 새들이 먹이를 찾고, 터전을 지키며, 짝을 찾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조금 더 깊고 오래 바라보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혹시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그림을 그리는 일에 도전해 보거나, 매일 한 마리의 특별한 새를 찾아보는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중략) 결국 이 클럽이 지향하는 바는, 야생 새들과 이어진 작은 인연 속에서 인간으로서 의미를 되새기며, 삶을 더욱 깊고 충만하게 살아가는 데에 있습니다.” (7쪽) 책을 덮으며 지난 겨울을 다시 떠올렸다. 철저히 도서관을 향하는 산책과 그 길을 둘러싼 생명을 중심으로. 새들을 관찰하고 그 곁에 식물과 다른 생물들을 관찰하면서 안부를 묻던 일이 퍽 즐거웠던 것이 떠올랐다. 다 함께 아름다운 스케치가 곁들여진 이 탐조의 기록을 보자. 그리고 노트와 펜을 들고 나가자. 집 근처에, 마당에, 천변에 자주 등장하는 새를 찾아보자. 그러다가 생각나는 이가 있으면 안부를 묻자. 분주하게 자신의 생을 이어가는 새들을 보며 따라 해보자. 그러다 우리가 자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감각해보자.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힘을 낼 수 있게 한다. 지난했던 지난겨울을 다 함께 견딘 것처럼.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10.15 18:32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 책 '다시 피는 꽃·이모작' 펴내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이 공직생활을 마친 뒤의 삶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집 <다시 피는 꽃·이모작>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정년퇴직 후 맞이한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사유와 경험을 담은 기록이다. 전북 출신으로는 1962년 전북지방병무청 개청 이래 첫 청장을 지낸 그는 책을 통해 ‘이모작 인생’의 의미를 비롯해 전북일보 칼럼 집필 활동, 연금 생활과 여가, 평소의 소신과 예절, 고향 남원에 대한 애정, 견문을 넓힌 해외여행 등 다양한 주제를 담담히 풀어냈다. 공직자의 삶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며 스스로의 삶을 가꾸어온 그의 발자취가 잔잔하게 녹아 있다. 조 전 청장은 1장 ‘다시 피는 꽃 이모작의 의미’에서 “우리 인생을 이모작에 비유해 보면, 대개의 경우 65세 전후 정년을 맞이할 때를 일모작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필자는 1965년 공직에 발을 디딘 후 약 35년간 직장생활을 마치고, 1999년 정년퇴직한 지 올해로 25주년을 맞아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주어진 책무 때문에 자신의 소질을 살리거나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했지만, 퇴직 후에는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삶의 지혜를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에 지금 이 시기가 인생의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추수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책에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공직자로서 지켜온 원칙과 인간으로서의 성찰이 함께 담겨 있다. 그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예절과 품격, 공직 윤리에 대한 소신을 강조하는 한편, 은퇴 후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 자세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또 해외여행을 통해 얻은 견문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이모작의 삶은 새로운 시작이자 다시 피는 꽃과 같다”고 말한다. 남원 출신인 조 전 청장은 원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청주지방병무청 동원과장, 병무청 비서실장, 의정부병무지청장 등을 거쳐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전북지방병무청장을 역임했다. 퇴직 이후에는 병무청 퇴직 공무원 모임인 ‘병우회’를 창립해 선후배 간의 교류와 화합을 이끌었으며, 꾸준히 글을 쓰고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15 17:05

아이의 인생 물음에 대한 변호사 엄마의 응답⋯김정선, '인생이 궁금한 너에게'

생명과학Ⅰ 수능 강단오름소속, 연세대 논술·예체능계 입시 현장에서 활동해 온 김정선 변호사가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해 쓴 신간 <인생이 궁금한 너에게>(도서출판 지식과감성)를 펴냈다.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닌,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실제 질문들을 통해 인생의 근본적 의미를 묻는 책이다. 저자는 초·중·고 시절 학생들이 자주 던졌던 “왜 공부해야 하나요?”, “친구는 어떻게 사귀어야 하나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에 대해 자신의 사유와 경험을 바탕으로 답한다. 책은 이처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돼,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도록 이끈다. 내용은 학문적 담론보다 일상 속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공부의 이유’, ‘내면의 힘’, ‘성장과 회복’, ‘타인과의 관계’ 등 학교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주제들을 현실적인 시선으로 풀어냈다.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경험담이 어우러져 청소년은 물론 성인 독자에게도 공감과 통찰을 전한다. 김 변호사는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지혜롭고 깊이 있다”며 “단순한 학습서가 아니라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고 말했다. 책 속에서는 ‘인연’에 대한 저자의 철학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사람의 인연에는 산과 같은 인연과 물과 같은 인연이 있다”며 “산 같은 인연은 늘 그 자리에 머물며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 물 같은 인연은 흘러가지만 그때마다 꼭 필요한 자리에 나타나는 존재”라고 설명하며, 성장의 길목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에게는 길잡이로, 삶의 본질을 다시 묻는 성인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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