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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 통권 300호 발간⋯고하 최승범 선생의 문학혼 잇는다

"한가지 문학을 일으켜 세우는 길/ 한 생애를 달려왔노니/ 어언 300호를 발행하노니/ 한국문학에 금자탑을 쌓았노니/ 섬진강이 흐르는 그 산하에 들리도록/ 섬진강이 흐르는 그 사한에 가닿도록/ 오늘은 환호 한번 주기 바라오/ 오늘은 갈채 한번 주기 바라오"(전북문학 발해 300호 기념 축시 '바람이 불고 천둥이 쳐도' 중 발췌/문두근 시인)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가 문학 계간지 <전북문학> 2025년 가을호(통권 300호) 특집호를 펴냈다. <전북문학>은 고하 최승범 선생이 1969년 창간해 약 50여 년간 291집까지 발행한 순수문학 동인지다. 고하 선생 작고 이후인 2023년 가을호부터는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가 그 뜻을 이어받아 간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가을호는 문학과 예술의 계절에 맞춰 통권 300호를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됐다. 특집호는 문두근 시인의 <전북문학> 300호 발행 축시로 문을 연다. 이어 고하 선생의 제자 송지선·양병호·서철원 세 문인이 직접 추천하는 고하 선생의 시와 타 작가 작품을 함께 탐구하며, 스승의 문학세계를 되짚는다. 또한 송하진 시인이 300호 발간을 기념해 창작한 한글 서예 작품과 김도영 서예가의 기념 서화가 실려 특집호의 품격을 더했다. 이번 특집호에는 지역 문인과 주요 인사들의 축하글도 다채롭게 수록됐다. 특히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 회원이 아닌 지역 내 작가 30여 명이 고하 선생을 기리며 창작한 시와 수필을 실어, ‘전북문학’의 정신과 전통을 함께 기념했다. 이 밖에도 시·수필·문학론 등 회원들의 신작이 일부 게재됐다. 300호 발간을 기념해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는 오는 17일 ‘전북문학 300호 발행 기념 문학제’를 연다. 문학제는 오전 10시부터 전북대학교 국제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열리며, 총 3부로 구성돼 지난 56년간의 <전북문학> 여정을 되돌아볼 예정이다. 양병호 <전북문학> 발행인은 “통권 300호를 맞이한 ‘전북문학’은 향토에서 발간되는 문학 잡지로 국내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장수 문학지”라며 “긴 세월 함께 걸어온 분들과 그 발자취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문학적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15 16:40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어린이 청소년, 책하다 힙하다' 출간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에서 펴낸 <어린이 청소년, 책하다 힙하다>(도서출판 기역)는 학교 도서관 사서교사들의 책이야기 ‘서로이음’에서 만든 서평집이다. ‘서로이음’은 초·중·고 사서교사(구혜진·나현정·배고은·심하나·정경진)로 이뤄진 서평집 제작 기획단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집필진 선생님과 함께 선정한 책을 소개하는 서평집을 제작하고 있다. 이번 서평집에서는 ‘텍스트 힙’을 이끄는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이 어떻게 텍스트 힙을 이끌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텍스트를 글자나 문자, 종이에 찍힌 활자에 제한 두지 않는다. 책을 둘러싼 공간, 그 안의 사람들과 콘텐츠가 주는 감각과 취향까지 모두 텍스트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들을 담고 있다. 학교 도서관 독서 활동을 비롯해 교보문고 허이진 MD가 바라본 ‘텍스트 힙’ 현상 인터뷰까지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와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심하나 사서교사는 펴내는 글에서 “텍스트 힙을 이끄는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의 흔적들을 모은 작은 아카이브와도 같은 이 서평집이 오늘도 아이들과 책 사이를 잇기 위해 조용히 애쓰는 독자분들에게 작은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는 1998년 설립됐다. 이후 학교 도서관의 다양한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15 15:56

전통은 어떻게 변화했나…노복순 '전통음악의 현대적 전승과 동시대의 언어'

<전통음악의 현대적 전승과 동시대의 언어>(도서출판 문정기획)는 가야금을 전공한 노복순 교수가 쓴 음악 서적(樂書)이다. ‘전통은 어떻게 변화했고, 그 변화 속에서 본질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라는 저자의 의문에서 이 책이 탄생했다. 저자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으로 두 가지 지점에 주목한다. 먼저 전통음악이 갖는 본질적인 특성이다. 전통음악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조선시대 궁중과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울려 퍼졌던 소리는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점차 원형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전통음악’은 여전히 오늘의 문화 현장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재창조되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지 예술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역사와 정체성, 공동체의 기억을 담고 있는 문화 자산으로 전통예술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두 번째로 저자는 전통음악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재창출 하는 창조적 행위로 인식했다. 특히 판소리와 시나위 등 전통 장르의 음악학적·미학적 의미, 지역 민속예술의 가치, 공연예술축제를 통한 음악 문화의 구현 방식을 조명해 전통예술이 동시대성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3부까지는 논문 형식으로 학회지 발표 논문과 미발표 글이 수록되어 있다. 4부에는 칼럼과 리뷰로 신문에 게재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각 장은 각기 다른 문제의식과 연구 대상을 갖고 있지만,‘전통음악의 현대적 전승’이라는 주제를 공유한다. 오늘날의 전통음악은 단지 과거의 문화유산으로서가 아니라 현대의 삶과 감수성, 사회 구조와 긴밀히 연결돼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전통예술 연구는 고전 텍스트나 역사적 기록에 대한 해석에 머무르며 실제 공연 현장이나 대중과의 소통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저자는 ‘전통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예술이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중심으로 전통음악의 여러 장르와 실천 방식들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기획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본다. 저자 노복순은 서울대학교 국악과,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가야금 실기를 전공했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판소리 미학 연구’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객석’ 예술평론상을 수상했고,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연구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소리판, 미학으로 공연을 읽다>, <애국과 독립을 노래하다>, <담양와우농악>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15 15:54

김봉렬 시의 정수…첫 시집 '설렘의 눈빛 다시 푸르고'

시집 <설렘의 눈빛 다시 푸르고>(도서출판 순수)를 펴낸 김봉렬(70) 시인은 늦깎이 시인이다. 상산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30년 넘게 재직한 그는 10년 전 퇴직해 문인의 길을 걷고 있다. 2022년 월간 <순수문학>으로 등단해 3년 만에 펴낸 첫 시집에는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서의 조화를 담아냈다. 68편의 시를 1년간 공들여 매만져 더욱 단정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무엇도 영원할 수 없는 쓸쓸한 세계를 먹먹하게 그린다. 인간과 자연의 삶이 서로의 경계를 확연히 구분 지을 수 없을 만큼 상호 침투되어 있음을 고요히 응시한다. 시인의 그 고요한 응시는 향수나 체념으로 기울여지지 않는다. 그저 지난날이 지금 여기에 흔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모나지 않고 두툼한 산안개/쭈글쭈글한 신갈나무잎처럼/편협한 의식의 내면이/자작자작 양탄자로 불타는 시월에/치솟는 분노마저 산 아래에 내려놓고//지리산 하늘가 촛대봉 가까이/단숨에 다다르고 싶은 가을에/세월의 단풍 들어 축축한 눈/내 가슴 속의 구겨진 번뇌를/낡은 배낭에 넣어 산에 오른다”( ‘시월, 잊혀진 오후’ 부분) <설렘의 눈빛 다시 푸르고>는 인간과 자연의 순수성 회복과 자연물의 서정적 정념에 관한 기록이다. 시인은 한마디로는 요약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답고 애틋한 풍경들을 담담하면서도 감미로운 문장으로 한 겹씩 풀어놓는다. 동시에 물질만능의 자본주의 물결에 휩쓸려 가는 세상에 날카로운 통증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는다. 유인실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이번 시집에서 뿜어 나오는 근원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는 자연과의 공존, 생명 존중의 마음에서 발원된다고 말할 수 있다”며 “그동안 자신을 규정해 온 현실의 견고한 삶에서 배제되고 누락되었던, 순수했던 기억을 호명함으로써 자신에게 온전한 집중하는 일관성을 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대의 서정시에 대한 유의미한 충격을 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제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순수문학인협회, 향수옥천, 필동인, 표현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화집 <집>(공저), <시의 사계>(공저), 필 동인시집 <세월의 바람, 꽃 흔들며>, <시작이 반이다, 다시 시작이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15 15:53

제13회 중산문학상에 김병호 시인 선정

제13회 중산이운룡문학상 수상자로 김병호 시인(54)이 선정됐다. 중산이운룡문학상운영위원회는 김병호 시인을 올해 중산이운룡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시상식은 같은 날 오후 5시 전주 연가 3층 연회석에서 열렸다. 중산이운룡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융성을 위해 헌신해온 문인을 대상으로, 작품성과 문학사회적 기여도를 종합 평가해 수여하는 상이다. 고(故) 이운룡 박사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제정된 이래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남곤·소재호 시인은 “김병호 시인은 시와 평론 양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오며, 문학적 사유와 표현의 밀도를 높여온 작가”라며 “평론가로서의 비평적 시각, 교수로서의 후학 양성, 문학지 주간으로서의 저변 확대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 세대 문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문학적 성찰을 꾸준히 이어온 점에서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다”며 “앞으로의 행보가 한국문단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숙 중산이운룡문학상 운영위원장(시인·문학평론가)은 “고 이운룡 박사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할 훌륭한 문인을 발굴·시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김남곤·소재호 시인,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역대 수상자와 원로 문인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에서는 고 이운룡 시인의 작품 ‘성운(星雲)’과 김병호 시인의 시 ‘나라서적’이 낭송됐으며, 구윤상 시인의 오보에 연주가 더해져 문학의 향기를 더했다. 제13회 중산문학상 수상자인 김병호 시인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현재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계간 <시로여는세상> 주간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달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 <슈게이징> 등을 펴냈고, 평론집 <풍경의 뉘앙스>, <시라는 질문>을 출간했다. 시인은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윤동주상 젊은작가상, 동천문학상, 시와함께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09 10:15

석정 선생의 문학세계와 '조우'…제12회 석정시문학상 시상식

제12회 석정시문학상 시상식과 문학제가 지난 27일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시상식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영 석정문학회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 정군수 전 석정문학관장, 류희옥 전 전북문인협회 회장, 김남곤 시인, 조미애 표현문학회장, 제11회 촛불시문학상 수상자인 김왕노 시인 등 관계자 및 문인들과 신석정 선생의 유족들, 정화영 부안군 부군수, 박병래 부안군의회 의장, 전북자치도의회 김정기 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석정시문학상을 수상한 소재호 시인은 “신석정 선생은 환란의 시대를 견인하며 조국의 앞날을 밝게 예언하신 선구자”라며 “우둔하고 졸렬한 후학입니다만 올곧은 선생의 정신을 어렴풋이 깨닫고 익히며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정주 시인이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저는 저를 키운 건 구 할이 여러분이라고 말하겠다”며 “앞으로 더욱 분발하고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석정촛불시문학상을 수상한 김사륜 시인은 “이번에 선정된 ‘철공소 꽃 직원들’을 포함한 다섯 편의 시는 촛불의 심지를 다독이듯 저의 정신과 사유를 손 펌프질하여 빚어낸 작품들”이라며 “앞으로도 서정과 문학의 향기를 전하는 참된 시인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제정된 제1회 석정수필문학상 수상자인 이연희 수필가는 “여러 면으로 부족한 제가 상을 받게 됨에 한없이 영광스럽고 어깨가 무겁다”며 “신석정이라는 고귀한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글 쓰는 일에 더 충실한 문학인으로 거듭나겠다”고 전했다. 윤석정 이사장은 “부안을 중심으로 신석정 선생을 기리는 문인단체가 석정문학회, 신석정기념사업회 등이 있다”며 “신석정 선생의 삶과 문학정신이 부안과 전북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앞으로도 석정선생님의 문학을 통한 교류와 성찰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린 제11회 신석정 전국시낭송대회에서는 이은명 씨가 대상을 받았다. 금상은 홍경숙 씨에게 돌아갔으며, 은상은 소선녀 씨가 차지했다. 이외 문학상 시상식을 전후해 신석정시 선양낭송대회도 펼쳐져 큰 호응을 얻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28 16:28

10대의 불안과 방관을 그린 '당신의 화원에 나를 초대합니다' 출간

“사라진 그녀를 찾으려 다시 찾아간 폐허,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과 나의 운명을 맞이했다”(책‘당신의 화원에 나를 초대합니다’ 중 발췌) 전주 출신 청년 작가 에나스(본명 김건호) 첫 장편 소설 <당신의 화원에 나를 초대합니다>를 선보이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 작품은 믿을 사람 하나 없는 현실 속 10대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가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사회의 고질병을 함께 고민해보게 만든다. 소설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여름방학 중 낯선 사건에 휘말리면서 마주하는 불안과 상처, 그리고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추적한다. 단순한 성장담에 머물지 않고, SNS 시대가 불러온 익명성의 그늘 ‘집단적 방관과 외면, 책임 회피’ 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특히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당신은 방관자인가, 구조자인가?”라는 물음은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작품은 도화선처럼 번져가는 소문, 무심한 방관, 침묵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서늘하게 드러낸다. “악마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선한 마음이 얼마나 쉽게 어둠에 잠식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독자는 이야기 속 ‘화원(花園)’을 거닐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동시에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더 이상 ‘버려진 피해자’가 아닌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거듭난다. 태양빛이 비추는 열린 문을 통과하는 순간, 독자는 ‘당신의 화원’이 단순한 사건의 무대가 아니라 내면을 직면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에나스 작가는 “도화선처럼 입으로 전해지는 살인과, 그것을 외면하거나 묵인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사회의 균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첫 소설을 통해 지역을 비롯한 많은 독자들과 깊은 공감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에나스는 2002년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제일고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부터 독서와 백일장을 통해 글쓰기를 이어왔으며, 오랜 구상 끝에 이번 첫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단순한 추리 서사를 넘어 인간 심리와 현실을 정밀하게 탐구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한국 심리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24 18:46

36년 문학 여정 담긴 열린시문학회 동인지 '열린시문학' 제35집 출간

열린시문학회가 회원들의 창작 성과를 한데 모은 동인지 <열린시문학> 제35집을 펴냈다. 이번 호는 지도교수이자 시 창작 교실을 이끌고 있는 이재숙·구윤상 시인의 초대시로 문을 연다. 이어 회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집필한 신작 117편이 실려 다채로운 시세계를 전한다. 특히 ‘2025 특집’에서는 단단한 필력과 흔들림 없는 문학적 신념으로 독자층을 쌓아온 백봉기 시인을 집중 조명한다. 백 시인의 대표작 ‘추억이 있다’를 비롯해 ‘봄비’, ‘설산’, ‘눈 내리는 밤’,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2’, ‘미로’, ‘무언(無言)’, ‘나의 여인’, ‘이과수 폭포’ 등 시편이 수록돼 시인의 삶과 사유를 한층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책에는 열린시문학회의 지난 1년 활동을 기록한 화보도 실려, 회원들의 추억과 교류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한다. 구윤상 열린시문학회 대표는 머리말에서 “열린시문학회가 시문학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36년이 지났다”며 “처음 시의 길을 열어주신 스승 이운룡 선생님의 은덕에 힘입어 제자들은 여전히 굳건히 물길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는 인간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행위”라며 “시대가 바뀌고 계절이 흘러도 열린시문학회는 흐르는 강물처럼 인류 역사의 한가운데를 도도히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24 18:46

농담처럼 부려놓은 말들의 뒤통수…서귀옥 시집 '우주를 따도릴 것처럼 혼잣말'

2012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귀옥 시인의 첫 시집 <우주를 따돌릴 것처럼 혼잣말>(문학동네)이 출간됐다. 드넓은 시야로 삶을 관찰하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개성이 돋보이는 이번 시집은 신인문학상 수상 후 13년 만에 펴낸 첫 시집이다. 시인은 삶과 죽음, 생존과 종말의 이미지를 독창적인 상상력과 매혹적인 언어로 56편의 시를 직조한다. ‘삶의 실감이 필요한 존재들의 내적 외침’을 중심으로 비참한 삶의 현실을 익살스럽게 표현해냈다. 어두운 절망에 빠지지 않는 활달한 시편은 읽는 재미를 이끄는 동시에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진실한 태도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왜 죽여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를//네, 엄마 방에 새 거울을 들였어요 새 엄마를 들인 것도 아닌데, 뭐요?//병든 엄마한테 화분을 선물한 건 집요하게 죽어가는 화초에 맹물을 주면서 웃는 엄마가 웃기니까//내가 나이를 빠르게 먹은 건 나를 죽이려고 그런 거라니까요//(…중략…)//떨긴요, 잠 못 자서 그래요 솔직히 밤중에 거울을 보다 엄마와 맞닥뜨리면 무섭죠 당연히, 아무리 반가워도 귀신인데//네네, 평생 곁에 두었어요 죽을 걸 알면서……나만 그래요?”(‘미필적 고의’ 부분 ) 서귀옥 시인은 시집 속 화자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을 유머나 싱거운 농담처럼 표출한다. 가령 “이번 생이야말로, 리미티드에디션인데 SALE, 그러니까 살래?”( 시 ‘경영철학’ 중에서)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때 시인이 그려내는 삶의 풍경은 단순히 허구적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맞닿아 있다. 요동치는 사회와 개인의 불안한 내면을 동시에 비추는 셈이다. 송현지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에서 “서귀옥 시의 겉으로 보이는 경쾌함은 시 속 인물들의 비참을 부각시키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며 “우스꽝스러운 농담 같은 말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살아남기 위한 ‘사투’이며 독자가 그 경쾌한 표면을 벗길 때 시의 위장은 비로소 완성된다”라고 설명한다. 서귀옥 시인은 2012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대상 수상, 제3회 서울 암사동유적 세계유산 등재 기원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201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24 18:46

'순교자의 모습 시(詩)에 담다'…이태영 '바우배기 전설'

“순교자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서 시의 형식을 빌려서 이 글을 쓴다" 이태영 대건안드레아가 펴낸 시집 <바우배기 전설>(역락)에는 저자가 스스로의 신앙을 고백한 130여편의 시가 실려있다. 천주교 신앙인이자, 가난하고 억눌린 시민들을 거둬들여 슬픔을 어루만져 온 저자가 마주한 순교의 역사와 참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저자는 지난 2021년 3월 완주군 초남이성지 근처 바우배기에서 발견된 한국 최초의 순교자 묘소의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순교자들의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하고, 유해 발굴 보고서까지 만든 그는 일련의 과정에서 느낀 감회와 생각을 시의 형식을 빌려 기록했다. "순교자의 묘소에/사제가 세운/십작가가 있네//순교자의 목뼈를 보니/주님을 못으로 박은/십자가가 떠오르네//늘 보던 십자가인데/오늘은 주님 못 박히신/십자가로 보이네//왜 그간/십자가를 보고도/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십자가' 전문) 시집 말미에 실린 유종국 프란치스코의 시평 '신앙 고백의 한 방식'을 보면 저자가 순교자들의 삶을 가감없이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고민을 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1791년 신해년에 전주 남문 밖에서 처형 당하여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무덤 2기와 1801년 신유년에 전주 남문 밖에서 처형 당하여 순교한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무덤 1기가 의미하는 신앙적 가치와 신념이 절절하다. 유종국 프란치스코는 시평에서 “시집에 실린 시들은 유해발굴 과정의 감회라고 하지만 자기 고백적 언어지향성을 지닌다”며 “한국 최초의 순교자들의 무덤 발굴과 유해 감식을 통해 시로써 그 분들의 삶을 조명해 놓은 르뽀이자 스토리가 있는 일기”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전주에서 태어났다.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유해 발굴 사업에서 '전주교구 순교자 현양단'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 신앙유산연구위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전북대 박물관장과 전라북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저서로는 <이순이 루갈다 옥중편지>(역주·공저)가 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24 18:4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김근혜'들개들의 숲'

인간은 늘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그래서 오늘의 고단함을 딛고 이상향을 향해, 현재를 담보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토피아를 그리며 순간의 행복을 내일로, 모레로, 그다음으로 미룬다. 이러한 세상을 꿈꾸는 게 인간만은 아니다. 얼마 전, 출간한 김근혜 작가의 『들개들의 숲』에서는 인간의 품을 떠난 개들과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들에 의해 유기되었지만, 인간의 삶과 멀어지면서 그들만의 자유를 찾아 떠난다. ‘섬숲’이라는 소문 속 낙원을 향한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 연대, 책임에 대한 고백이며 우리 내면의 유토피아에 대한 질문이다. 『들개들의 숲』은 유기견 ‘라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라도는 자신의 주인이 감당하지 못하고 버려지지만, 거리에서 만난 늙은 개 ‘할매’의 마지막 유언을 믿는다. 인간의 폭력도 없고, 먹이 걱정도 없는 평화로운 곳, ‘섬숲’에 대한 이야기였다. 라도는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보리, 유기견 코털과 함께 섬숲으로 향한다. 이들이 섬숲 가까이 가면서 낙원에 대한 부푼 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섬숲에서 향긋한 냄새가 불어왔다. 텁텁했던 목과 잔뜩 엉킨 실타래 같던 머리를 상쾌하게 해주었다.’라면서 노래를 부른다. (p19) 하지만, 섬숲이 소문처럼 꿈꿔왔던 낙원이 아니라는 걸 도착하자마자 깨닫는다. 먹이가 부족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개장수와 개 공장, 섬의 무차별적 개발 등 인간의 욕망이 만든 그림자들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라도 일행은 섬숲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들을 구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잃기도 하면서 ‘유토피아’라는 허상과 현실 사이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섬숲’이라는 공간은 희망과 자유의 상징이지만, 그곳 역시 생존을 위해서는 수많은 갈등과 먹이 쟁탈전이 일어난다. 결국 낙원이라는 것도 누군가의 희생이나 상실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작품 곳곳에서는 유기 동물에 대한 연민만이 아니라 돌봄과 책임, 인간과의 연관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라도와 보리, 코털의 우정은 단순한 동료애를 넘어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연대를 보여준다. 인간의 보호 아래 있던 존재들이 버림받고, 때로는 인간이 만든 애견 상점과 개 공장에 갇히면서도 서로를 구하고 함께 일어서는 모습은 따뜻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생명을 소유하거나 소비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존재의 존엄성과 자율, 그리고 인간이 가져야 할 책임도 묻는다. 더불어 은유와 상징,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통해 이야기를 마치 사회 소설처럼 풀어놨다. 라도의 두려움, 친구들의 생존 투쟁, 엄마를 찾는 보리의 슬픔이 단순한 감성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의 부조리와 자기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동물들의 지상낙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토피아는 일정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관계의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지금, 이곳 속에 낙원은 숨어 있다. 『들개들의 숲』에서는 인간들의 불편한 거울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내내 지상낙원이라는 ‘섬숲’보다 현실의 무게와 희망을 놓지 않는 용기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9.24 18:45

김영 시인, 제21회 김삿갓문학상 본상 수상

김영 시인이 제21회 김삿갓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예민한 봉다리>. 영월문화관광재단은 24일 ‘2025년 제28회 김삿갓 문화제 문학프로그램 제21회 김삿갓 문학상 결과 공고’를 통해 김영 시인을 본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김삿갓 문학상은 천재시인 김삿갓의 시대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업적을 계승·발전 시켜 문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공모에는 총 73편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예심을 거쳐 총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진출했다. 심사위원들은 김영 시인의 시집 ‘예민한 봉다리’는 모국의 빛나는 결을 섬세하게 감지하고 활용해 삶의 깊은 층위를 전략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평가했다. 시적 구조를 조이고 늦추는 과정에서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배치하여 활력을 불어넣고, 절제된 언어로 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해 지성적 힘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심사위원들은 “삶의 깊은 층위에 스며있는 철리를 언어의 집 속에서 발화시키며 초현실과 현실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지성적 힘을 보여 준다”며 “상·하, 안·밖 등 대비적 요소를 교차시키며 소통과 융화의 묘를 드러내는 언어적 전략이 탁월하다”고 총평했다. 제21회 김삿갓 문학상을 수상한 김 시인은 “마냥 좋아서 문학의 길을 가는 제게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되지 않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대한민국의 시단을 알뜰하게 가꾸어 오신 대선배님들께서 제 문학의 길잡이가 되어주셨고, 손잡아주신 덕분이어서 한없이 감사하고 송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김삿갓 문학상 수상작품집인 ‘예민한 봉다리’는 삶에 대한 푸념과 투정과 편협함에서 비로소 한걸음 물러서서 본래의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써 본 작품들”이라며 “이 수상을 계기로 세상의 그늘과 모서리에 좀 더 다가가겠다. 다정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겠다”고 덧붙였다. 1958년 김제에서 태어난 시인은 김제예총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석정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파이디아> <나비편지> 디카산문집 <파랑 한 발채> 등이 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월간문학상, 전북문학상, 바다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상식은 10월 17일 오후 3시 30분 영월 난고 김삿갓 문학관 야외광장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24 17:10

전북문인협회, 제29회 전북 중·고교생 문예작품 백일장 입상작 발표

전북의 청소년 문학인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전북문인협회(회장 백봉기)는 지난 18일 ‘제29회 전북 중·고교생 백일장’ 입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대회는 (재)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이 주최하고 전북문인협회가 주관했다. 중등부 장원은 자율화산중학교 3학년 맹민석 군의 시 '가을의 기억'이 차지했으며, 고등부 장원은 군산여자고등학교 2학년 신승현 양의 산문 '다시는 볼 수 없는 여행'이 선정됐다. 우수학교상은 임실 관촌중학교와 전라고등학교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은 전북 중·고교생 백일장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문학적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왔다. 목정문화재단은 이 행사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의 문예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한편 선배 문인들의 창작정신을 계승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아울러 도민의 문예 창작 기반을 다지는 장으로 자리 잡아왔다. 본선은 지난 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예선을 거쳐 중·고교 각 부문에서 운문과 산문 참가자 100명이 본선에 진출했으며, 대회 당일 제시된 주제는 ‘가을’과 ‘여행’이었다. 참가 학생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상금 규모도 눈길을 끌었다. 중·고교 장원에게는 각각 100만 원, 최우수상은 50만 원, 우수상 20만 원, 장려상 10만 원이 수여된다. 총 48명의 수상자와 함께 우수학교 2개교에는 100만 원 상당의 도서교환권이 주어졌다. 총 상금은 1100만 원에 달한다. 시상식은 별도의 공식 행사 대신 각 수상자의 학교에서 진행된다. 수상자 명단과 세부 결과는 전북문인협회 공식 카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은 “청소년들이 백일장을 통해 글쓰기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고, 전북의 문학적 토양을 더욱 풍성히 가꿔 나가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문학을 통한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22 16:26

발랄한 영혼의 위로⋯ 이송희 시인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

“네 얼굴은 수시로 표정을 바꿨어/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 한동안 어지러워서 한 곳을 맴돌았지/ 깍지 낀 연인들이 눈 밖으로 사라지면/ 가끔씩 멀리서 봄냄새가 흘러왔지/ 아침을 지나오다가 납빛이 된 네 얼굴/ 별들이 떨어져도 컵 속 물은 고요해/ 싸늘한 눈빛이 어제를 돌아 나올 때/ 모른 척 낯선 얼굴로 너는 또 문을 민다”(시 ‘회전문’ 전문) 어둠 속에서 발랄한 영혼의 시를 쓰는 이송희 시인이 시집<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작가)를 펴냈다. 시집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총 64편의 시조로 구성됐다. 이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을 불들이고 싶다”며 “시는 내게 다리 같고, 낡은 책 같고, 지울 수 없는 염료 같다”고 고백하며 시인의 삶과 시 쓰기가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일체(一體)임을 증명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적 화자는 어떤 대상을 응시하며 주관적인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반복하며 시를 쓴다. 눈에 들어온 사물과 풍경은 모두 화자의 개인적인 기억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된다. 작품 속 배꼽, 철길, 꽃꽂이 같은 일상의 사소한 대상들은 시인의 내면을 자극하며 ‘나’와 끝내 함께하지 못한 ‘당신’을 불러낸다. 시집 곳곳에는 “우리는 약속처럼 간격을 유지했다”는 고백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 어긋남의 슬픔이 번져 있다. 동시에 시인은 네트워크로 대체된 현대의 관계를 응시한다. 블로그의 ‘서로이웃’, 유튜브의 댓글, AI 쇼핑몰 같은 가상적 소통 속에서 드러나는 단절과 허망함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독과 결핍은 오히려 생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발랄한 영혼의 숨결로 다시 태어난다. 이정현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발랄한 시들을 읽으며 느껴지는 희미한 슬픔은 결국 삶의 필연적 어긋남에서 비롯된다”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자의 슬픔, 그것이 이 시집이 품은 비애”라고 평했다. 이 시인은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가람시조문학상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제20회 고산문학대산 등을 받으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17 18:19

홍철기 시집 ‘사랑한 후에 마시는 요쿠르트는 맛있다‘

익숙한 삶의 장면을 낯설고도 새로운 이미지로 포착하는 홍철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한 후에 마시는 요쿠르트는 맛있다>(더푸른)을 펴냈다. 첫 시집 <파프리카를 먹는 카프카>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서정적 감수성과 서사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시집에 수록된 56편의 시들은 정밀한 이야기 구조와 구체적인 언어들로 촘촘하게 엮었다. 더욱이 시인의 활달한 상상력은 시적 사유의 발효와 성숙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 끝내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경이로움이 있다. 특히 시인은 ‘끝’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울림을 시를 통해 보여준다. 끝의 실체는 소멸이 아닌 언어적 표현물의 사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끝을 입에 물었다/안에 머물러 나오지 않는 하루를 보낸다//혀를 반쯤 접어/읽지 말아야 할 오늘//그대는/부산행 밤기차를 타고/만날 수 없는 객실 번호를 쥐고 있다//무작정 펼친 치장 사이로 김이 서리고/사라지는 건 풍경이 아닌 이야기//도착 대신 끝이란 말을 적어 본다/물방울로 맺혀 흘러내리는 끝/안부가 그렇게 멀어졌다 (‘끝’ 부분) 시인은 끝의 이미지를 차용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전개 방식을 택했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인의 깊은 사유를 독자들이 오래 곱씹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다양한 방황과 일탈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가치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도 또한 하나의 시적 진화이자 극적 드라마와 같은 현상으로 읽힌다”며 “두 번째 시집이 이룩한 시적 사유의 성숙과 시적 진화의 모습은 인식의 전환에 이르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고 2017년 <시와표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조용한 용기를 건네는 송경숙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

계간 표현으로 등단한 송경숙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자연을 향한 진득한 응시와 인간에 대한 웅숭 깊은 탐색으로 빚어낸 이번 시집에는 송 시인이 독자에게 건네는 ‘조용한 용기’가 담겨 있다. 시인의 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그리움과 서글픔을 정갈한 언어로 형상화한다. 78편의 시들은 환상과 현실을 부지런히 오간다. 능소화, 민들레, 닥나무 같은 소재를 활용해 생명의 신비로움과 모성을 노래하고, 슬픔을 끌어안으며 인간의 상실과 애환을 담담히 읊는다. 시인이 끈기 있게 써내려간 서정의 세계는 따뜻하고 선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늘이 내 생일이야/누군가의 축하를 기다리다/깜박 잠이 들었어/꿈속에서 혼자 흐느끼고 있었지//한 때는/나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려/줄을 서서/사람들이 나를 찾아 왔었어//(…중략…)//사람들 손엔 뭔가 들려 있어서/아무도 나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어" ('공중전화' 부분) 시인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궁핍하고 모질었던 생애와 평화롭던 순간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인간과 자연, 사물과 사물이 교감을 이루는 조화로운 풍경 속에서의 삶의 존재를 파고든다. 평론가 소재호는 해설에서 “송경숙 시인의 시는 맑고 깨끗한 소녀적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인생철학을 내재한다”며 “그의 시에서 진실은 서늘한 논변이 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성의 대량 방출은 절제하여 가만히 그리움이나 서글픔 정도의 정조로 시의 맥을 이끈다”고 덧붙였다. 완주에서 태어난 송 시인은 현재 신아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김근 시론집 '다른 시간에 관한 몽상' 출간

김근 시인의 시론을 묶은 <다른 시간에 관한 몽상>(도서출판 기역)이 출간됐다. 시집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Beginning the End> <에게서 에게로> 등 한국적 신화 상상력을 집요하게 파고든 시인의 시작노트와 일상 단상 등이 수록되어 있다. 김근 시론의 핵심은 ‘몸과 마음’이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낳은 말들이라고 정의한다. 서울 변두리 판잣집과 골목, 호수 곁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들은 온통 흐물거리는 시로 가는 머나먼 여정을 풀어놓는 질료가 된다. 김근 시의 가장 큰 특징은 ‘모호성’이다. 시인은 자명하고 확고한 것들이 지금, 여기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다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몸으로 시를 읽고, 의미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쓰는 동안 수 없이 흥분과 좌절과 회의를 반복하면서도 그는 끝까지 쓰기의 우연과 즉흥을 유지하려 한다는 자신의 철학도 고백한다. 책에는 시론과 함께 시집을 준비하며 후배들과 나눈 대화록과 시집 <에게서 에게로> 출간 이후 인터뷰, 시 '분서' 연작을 마친 뒤 시를 모아 소설로 풀어낸 '소설 분서' 까지 다채로운 글들이 담겨있다. 시인은 펴내는 글에서 “시에 관한 산문들을 모았다”며 “시론을 의식하고 시를 쓰지는 않았다. 시론은 언제나 사후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론이 써지는 순간, 시는 또 그 시론을 저만치 벗어나 있다. 이것이 시론의 운명이다”며 “나로서는 지난했던 이 여정 속에서 독자들이 내가 이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근 시인은 고창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마쳤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신화적인 상상력과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한 세상에서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겠다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내 고장 시인이 있었다. 그는 시의 이슬에 튄 몇 방울의 피를 훈장 삼아 문학을 길러냈다. 스물몇 해였던가. 그 마음을 닮겠다고 다짐하였으나 내가 마주한 것은 언제나 늪이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자기 위안’만 남는 한계였다. 이럴 때 환기(喚起)의 시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른 시기에, 내 고장을 거쳐간 수인이 있었다. 전주교도소에 머물며 “녹두장군의 농민군이 전주성을 공략할 때 넘었다던 완산칠봉”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던 실천가이자 사상가. 1968년, 스물네 살에 강단에 선 신영복 선생은 어떤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해 겨울, 선생은 ‘빙광’에서 희망을 찾았다. 빙광은 얼음에 비친 빛이 공중으로 반사되는 현상이다. 기온이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야만 자기 숨결로 만들어진, 벽에 달라붙은 성에에 비친 빛을 볼 수 있다. “빙광이 날카로워지면서 파릇한 빛마저 내뿜는 때를 가장 좋아한다”고 선생은 말했다. 선생은 혹한이 주는 고통조차 진실을 마주하는 창으로 여겼다. 날이 풀려 자기 입김이 만들어낸 성에가 “느릿느릿 벽을 타고 기어내리”는 것을 보면 공포스럽다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첫 장에서 고백한다. 염치없는 ‘자기 위안’이 만연한 시대에 물리적 한계를 넘어 실천적 의지가 만들어내는 용기와 통찰을 느낀다. 진실을 마주하는 자에게 따라다니는 한없이 깊은 사유를 본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사랑은 경작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선생은 인간에게서 희망 찾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수감자라는 이유가 학문에 대한 열정을 식게 만들 수 없음을 발견한다. 감옥 안에서 서예와 독서를 이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쇠창살 안에 갇힌 몸이지만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형수나 계수, 조카와의 소통을 소홀하지 않은 것 또한 페이지 마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청구회 추억」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키워 간 선생의 한없는 인본주의의 극치를 엿본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정서를 대변하는 시대에도 오롯이 느껴질 키득거림과 들뜸, 애잔함이 뒤엉킨 장면에서 느껴지는 선생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드높다.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슬픔 또한 선생을 좌절시키지 못한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주체로 남고자 했던 선생에게 어찌해도 지지 않는 의지를 배운다. 세속적⸳물리적 공간에 매인 선생의 환기는 빙광을 통한 무한한 우주로의 사유 확장이었다.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던 내 고장 시인과 달리, 선생은 숙고의 시간을 거쳐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새로이 쓰고자 했다. ‘자기 위안’ 대신 날마다 새로운 성좌를 키웠다. 어떤 이에게 희망은 오래된 고성에서나 피어나는 작은 풀, 납작 찌그러진 채 구르는 페트병 같다. 허리를 숙여야만 겨우 닿는다. 선생이 찾은 혹한의 빙광처럼 절박한 환기다. 그것은 냉철한 예지의 날을 세워 선생의 글을 마음에 새기는 용기다. 머리맡에 두고 날마다 실천적 의지를 다지는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오은숙 소설가는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9.17 18:16

전북출신 최철호 소장, '한강 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 출간

한양도성 전문가인 전북 남원 출신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한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사와 삶의 흔적을 담은 신간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아임스토리·240쪽)을 펴냈다. 최 소장은 그동안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등을 통해 성곽과 도성, 옛길을 직접 답사하며 연구 성과를 대중과 나눠왔다. 이번 신작은 서울의 젖줄이자 심장인 한강과 그 지류를 따라 형성된 경기의 마을과 나루,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발로 걸어 기록한 인문 기행서다. 책은 양근에서 출발해 남양주 두물머리, 광주 남한산성, 성남 옛길, 하남 강변 마을, 노량진을 거쳐 양천과 파주, 고양, 강화·교동도에 이르기까지 한강 물길을 따라 이어진 여정을 담았다. 정약용과 겸재 정선이 바라본 풍경을 비롯해 조선시대 임진왜란 행주대첩, 남한산성 수비, 노량진과 김포·강화로 이어지는 수운의 풍경 등 역사적 사건과 공간들이 생생히 담겼다.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은 강과 길이 만들어낸 마을과 공동체, 그리고 분단의 경계에 선 한강의 미래까지 담아내며, 한강을 따라 걷는 또 하나의 역사와 문화 체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최 소장은 “강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따라 걷는 일”이라며 “책장을 덮고 나면 한강 변 어디를 걷더라도 발아래 깔린 수백 년의 시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현재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서울용산학연구센터 이사, 양천문화재단 수석비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강연과 칼럼을 통해 성곽과 도성의 역사문화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준호
  • 2025.09.11 09:2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