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 당선자의 과제] 돈봉투…줄대기…뿌리깊은 관행 고쳐야
앞으로 열흘 뒤면 전라북도교육청이 김승환호로 출범한다. 다분히 보수적인 성향의 교육계에 첫 진보교육감이다. 새로운 바람이 불고, 지금까지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전북교육의 희망이 되겠다'는 김승환 교육감의 취임을 앞두고, 그가 안고 있는 일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비리부패 척결''인사의 공정·투명성' '학력신장' '소외계층 지원''정책연대' 등의 우선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업이 하나 있는데 이를 맡게 해주면 리베이트로 몇 퍼센트를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 묻더군요. 우리는 그런 식으로는 사업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전화를 툭 끊더군요."서울에 회사를 둔 한 사업가는 지난해 황당한 일을 당했다며 이렇게 털어놨다. 사업을 모두 끝낸 뒤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사는 챙기고 있지만, 인사를 조건으로 사업하지는 않다는 그는 "관공서의 계약관련 인사관행이 모두 비슷하지만, 그중에서도 교육행정쪽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지난해 도내에서는 방과후학교 컴퓨터교육 계약 대가로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군산과 전주 등 초등학교 현직교장 9명이 해임과 정직, 감봉 등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퇴직자를 포함하면 무려 20여명이 연루됐다. 컴퓨터교육은 3~4년 계약을 할 경우 1~2년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어, 업체들이 기를 쓰고 학교장을 공략하는 사업이다. 위탁교육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올해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교육비리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의혹도 있지만, 서울교육청 하이힐 장학사의 사태에서 비롯돼 장학사 시험 매관매직, 상부에 대한 상납고리, 시설공사 및 방과후학교 선정비리, 자율고 입시비리 등으로 이어진 교육비리 전개양상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전교조가 전국의 일선교사 5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평교사의 10명중 7명이 장학사의 매관매직을 전국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했다. 또 근무평정비리는 68%, 보직교사 임용 학내비리는 62%, 수학여행 리베이트는 58%, 비정규직 채용 상납요구는 56%가 '직접 경험했거나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교육계의 뿌리깊은 부조리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교육청도 잘 알고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나름의 장치도 마련해놓고 있다.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도 있고 부패행위 신고의무 처리기준 등도 있다. 홈페이지에 '맑은전북교육신고센터'란을 두고 공직자부조리신고, 내부공익신고, 불법찬조금신고, 예산낭비, 불법선거고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그 효과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침과 기준은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고, 홈페이지의 신고센터도 신고를 장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교묘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조사와 신분확인을 위해 신고인의 연락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을 정확히 입력해야 한다'며 '인적사항이 허위인 경우에는 내용에 관계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다'고 고지하는 등 '신고의 내용'보다는 '신고자의 신분'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비리와 부조리는 단순히 대가를 주고받는 인사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사업의 부실을 초래하고 관련 종사자에 대한 대우는 열악해지게 된다.김 당선자는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 "교육청렴도를 그대로 두고 보기 위해 학자의 길을 접고 교육감 선거에 투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취임한 이후에도 이 상태라면 제 인생자체가 파멸로 간다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많은 사람들이 김 당선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교육비리와 부조리만 척결해도 반은 성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비리·부패에 대한 주민들의 눈총이 그렇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