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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국민 가슴에 '광장’ 만드는 정부 - 김성중

집권세력의 서울광장 폐쇄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6.10범국민대회의 평화적 집회를 천명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서울광장은 말이 시민광장이지 법적으로 서울시 소유가 맞다. 따라서 서울시가 사용을 허가하면 행사를 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집회 성격에 대한 서울시의 판단이다. 시는 6.10 대회와 관련 '불법집회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판단에 무게를 뒀다. 검찰은 한술 더 떠 아예 대회 자체의 원천봉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불법 야간 옥외집회여서 폭력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단다. 서울광장이 닫히게 되는 배경이다.광장을 한 마디로 규정하면 '열린 공간’(open space)이다. 공간은 공간이되 '열려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열린’이라는 말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개방과 소통을 상징한다. 하지만 서울광장은 전경버스에 가로막혀 있다. 따라서 서울광장은 더 이상 '열린 공간’이 아니라 '닫힌 공간’(closed space)이 됐다. 이쯤되면 서울광장은 이미 진정한 의미의 광장이 아니다.무엇이 서울광장을 닫힌 공간으로 만들었을까. 정부가 서울광장을 폐쇄한 이유로 '쇠고기 촛불’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가 이미 촛불로 크게 한번 데었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불법 집회 그 자체가 아닌 듯 하다. MB정부의 진짜 걱정은 '소통의 부작용’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열린 공간의 집회를 통해 국민들의 생각과 주장이 분출되고, 그런 소통들이 '방아쇠’가 되어 '반정부 여론’이라는 뇌관을 때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표정이다. 촛불과 소통에 대한 정부의 병적인 공포심도 여기에서 발원한다. 그래서 막을 수 있는 집회는 죄다 틀어막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서울광장 노제를 막판에 허용한 까닭이 궁금해진다. 모든 정권은 초대형 시국 사건이 터지면 여론의 추이를 분석, 예측하고 처방을 낸다. 노제 당시 정부는 전국민적 애도를 공간적으로 막아봤자 정치적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허용했다고 봐야 맞다.따라서 10일의 서울광장 집회를 불허는 정부 나름대로 '계산서’가 나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데 '막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대목에서 간과한 게 있다. 바로 광장 차단이 불러 올 역풍이다. 봉쇄가 그저 봉쇄로 끝나면 좋으련만 국민들 가슴 한켠에는 '반정부 광장’이 생길 공산이 크다. 정부로서 민주주의 성지인 서울광장의 하룻밤 행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두려운 일 아닌가.그래서다.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정부의 방침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자유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야 한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도심 집회 금지의 이유로 내건 '국가경쟁력 향상’에 대해서도 '국가경쟁력 향상은 사회적 통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열린 공간’을 '닫힌 공간’으로 둔갑한 서울광장을 다시 열라고 말하는 배경에는 헌법과 국가 경쟁력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김성중(정치·기획탐사팀장)

  • 오피니언
  • 김성중
  • 2009.06.10 23:02

[데스크窓] 강금원 회장이 흘린 눈물 - 김원용

그 분을 떠나보내면서 만해 한용운님의 시 '님의 침묵'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으리라.'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는 만해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이 어딘지 맞닿아 있다는 느낌에서다. 님에게 '미안해요, 고마워요, 일어나요'를 외친 안도현님의 조시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이별이라는 슬픔을 딛고 희망으로 승화되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다.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아직 추모의 분위기를 헤어어나지 못하고 있다. 님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로 마중하더라도 주책없다고 타박하거나,'바보타령' 에 신물이 난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국민들은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공개석상에서 보기 힘든 김대중 대통령님의 눈물도 보았다. 특히 가족들을 제외하고 눈물을 많이 흘린 분이 있다. 재판정에서 울고, 교도소에서 울고, 빈소에서 통곡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다. 강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소상히 밝혀 주목을 받았다.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이 구속된 후 인터넷에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강 회장과의 인연, 그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됐을 것이라는 점, 대통령이 된 후 단 한 건의 청탁도 없었다는 점, 퇴임 후 강 회장이 구속된 데 대한 미안한 마음들을 절절히 담았다. 강 회장의 구속에 대해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며, 글 말미엔 '면목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했다.'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는 유서의 첫 머리도 강 회장을 가장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을지 싶다.강금원 회장이 누구인가. 부안 출신에 전주공고를 졸업했지만, 정작 여기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동향 사람이라거나,동문이라는 지인들도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그가 30년 전 고향을 떠난 때문이기도 있겠지만, 권력의 주변에 있을 때 전혀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지.강 회장이 왜 그토록 님에게 무조건적인 후원과 애정을 가졌을까.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신 답을 냈다. "젊었을 때 부산으로 건너와 사업을 하면서, 호남사람에 대한 끝없는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렸다. 툭하면 호남 사람 의리 없다, 신용 없다고. 부산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던 호남에 대한 의리가 있었다면(지역의 벽을 넘어 민주당에 남은 점을 두고), 나 또한 호남사람으로서 보여주고 싶다. 호남 사람이 얼마나 신용 있고, 의리가 있는지"현재 강 회장은 자신의 회삿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영결식을 앞두고 병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유무죄야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권력의 군불조차 쬐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의 권력만 갖고도 허장성세를 부리는 부류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권을 챙겼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그에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1주일만 빨리 보석됐더라도 님과의 이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엊그제 재판에서 다시 울먹였다. 진정성이 느껴진다.그런 강 회장의 눈물이 이제 우리 사회 소금이 됐으면 좋겠다. 님을 향한 그의 순수한 마음이 님이 꿈꾸던 '사람사는 세상'을 가꾸는 자양분이 되리라 믿는다./김원용(편집부국장)

  • 오피니언
  • 김원용
  • 2009.06.04 23:02

[데스크窓] 매년 팔·다리가 잘리는 가로수들 - 이성원

최근에 전북대가 아트 캠퍼스의 일환으로 정문에서 실내체육관에 이르는 340m의 울타리를 허물었다. 대학의 캠퍼스들은 공간이 넓고 조경이 잘 가꿔져 있어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여가휴식 공간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학들이 담장을 없애는 일에는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전주시내 등 많은 초·중·고교가 담장을 허물고 지역주민들에게 녹색공간을 내줬지만 도내에서 대학이 담장을 허문 것은 지난 2000년 전주교대와 2007년 군산대에 이어 전북대가 세번째다.전북대의 담장허물기는 단순히 경계가 없어졌다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건물과 녹지가 조화를 이루고, 미적 감각이 살아 숨쉬는 아트캠퍼스를 만들어 대학구성원들과 주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우석대는 2011년 완공 예정인 진천캠퍼스에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에코캠퍼스로 만든다는 청사진이다. 전주대는 전국 28개 대학이 구성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에 참여했다. 연도별 이산화탄소 저감계획을 수립하고 차없는 캠퍼스 조성을 앞당기며,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 확산을 위한 연구에도 협력하기로 했다.전북도교육청은 이미 이 같은 대열에 동참했다. 올해 착공한 8개 기숙형공립고의 기숙사는 모두 태양광과 지열 시스템을 갖췄다. 시설비는 20~30% 더 들지만 탄소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자체가 큰 혜택이기 때문에 앞으로 신축할 일반학교의 교실 등에도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입주할 예정인 도교육청 신청사도 벽면에 태양광 판넬을 부착하는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저탄소 녹색성장은 더이상 구호가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실감이 커질수록 우리는 저탄소운동, 녹색성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이런 점에서 전주시가 오래전부터 녹색도시를 추진해왔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열섬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나무를 심었고 하천을 가꿨다. 그 효과가 올들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신록의 계절과 함께 도시는 푸르름을 뽐내기 시작했고, 가로수를 따라서 새들의 지저귐도 늘고 있다. 악취 등 부분적인 문제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정겹다.신록(新綠)이 점차 무성해지면서 성하(盛夏)의 계절을 향하고 있다. 도시의 나무잎은 점점 더 무성해지고 사람들은 그 그늘을 찬양할 것이다. 가로수 잎에서 발산되는 신선한 공기는 또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바야흐로 가로수들의 잔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축제의 대열에 끼지 못하는 가로수들도 있다. 우아동 엄마랑유치원 부근 등 일부 지역의 플라타너스들이다. 꽃가루가 날린다는 등의 민원으로 매년 봄이 되면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고 있다. 축제의 계절이 돌아와도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따돌림당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같은 일을 되풀이 할 것인가?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면 차라리 뽑아내라.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야 한다./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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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09.06.03 23:02

[데스크窓] 농촌 일손돕기 '원스톱' 체제 갖춰야 - 정대섭

최근 기획취재를 위해 영농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철 이르게 높은 온도에 짜증내기 일쑤였던 기자는 시설하우스 속에 구부려 앉아 채소를 수확하는 60-70대 아주머니들의 진땀을 바라본 순간, '내가 너무 쉽게 사는구나'하는 부끄러움이 솟았다.높은 지열과 비닐하우스에 반사되는 일사광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작업장. 치솟기만 하는 하우스 속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검은색 피복을 양산삼아 힘겹게 옮겨가며 상춧잎을 따는 모습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들었다.그나마 농촌의 희망찾기 아이템이어서 밝은 내용을 취재하긴 했지만, '작목반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뭐냐'는 질문에 '가장 힘든 것은 농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때는 그만 취재의욕이 사라질뻔 하기도 했다.사실 옛부터 농번기에는 '부지깽이도 한 몫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일손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새참을 준비하다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에 밥을 태운 경험도 있고, 감자를 썰다가 식칼을 손에 들고 '식칼 어딨냐'고 설치던 경험도 있다.어느 순간부터 농촌의 고령화로 여성농업인이 늘면서 '경운기 모는 여성'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어느 해에는 편한 일감과 함께 상당한 일당을 지급하는 취로사업으로 농촌인력이 쏠려, 정작 농가들은 일손이 모자라 큰 피해를 본 일을 취재한 적도 있다.그나마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고령화의 심각성이 조금 상쇄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농촌의 노동력 부족문제는 심각하기만 하다.취재를 위해 찾은 완주군 용진면 봉서골 작목반은 농가식구와 고정화된 아주머니들이 수확과 김매기 등에 나서고 있었지만 고정출연하는 일손을 자꾸 빼앗겨 애가 타고 있었다.저장성이 약한 채소는 매일매일 수확하지 않으면 유통에 문제가 생기는데 일손이 부족하면 수확은 물론, 시세에 맞추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채소수확 일거리는 점심과 새참 등을 제공하고 일당 3만원 정도를 지불하는데 최근 인근지역에 나무식재 열풍이 불어 1만원씩을 더 주면서 부족한 일손을 빼앗고 있다는 푸념이다.지난 가을 사과주산지로 유명한 장수군을 방문했을 때 사과농장 주인의 열변도 같은 맥락이었다.농작물 재배기술이나 다른 여건은 잘 갖췄는데 숙련된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수확철에는 사과농장마다 승합차를 몰고 전주권 인력시장으로 새벽처럼 나갔다가 동이 트기전에 농장으로 들어오는데, 어슴프레한 시골길에 꼬리를 무는 승합차량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것.물론 영농철에 각급 기관단체들에서 일손돕기에 나서고 자치단체마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농번기에 집중되는 농촌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통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농촌 자치단체들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될 부분이다.영농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기존의 일손 알선 창구 개념을 뛰어넘은 통합시스템을 도입해 영농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예를들어 사과 수확철에 자치단체내에 얼만큼의 인력이 필요한 지 데이터를 가지고 인력시장에 대한 홍보와 함께 순환버스 운행 등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원스톱 지원체제를 갖춰 나간다면, 새벽에 또 저녁에 원거리를 운행하면서 빚어질 지 모르는 사고의 위험도 줄이고 농가의 일손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정대섭(경제팀장)

  • 오피니언
  • 정대섭
  • 2009.06.01 23:02

[데스크窓] 대통령이 자살해야 하는 나라 - 권순택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갔다. 정말 '바보'처럼 갔다.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고 어느 이른 새벽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살아 있을 때도 컸지만 막상 떠나고 보니 무엇으로 그 공간을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해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애절함과 비통함, 분노와 오열, 미안함과 참회로 그 빈 공간을 채우려 해도 매워지지 않는다.하나 뿐인 자기 목숨마저 내 던졌던 그의 초연한 결의는 우리로 하여금 작금의 현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무엇이 누가 왜 대통령마저 자살로 몰고 갔을까.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앞서 여론 재판을 통한 뭇매와 난도질은 청렴과 깨끗함을 정치생명으로 내걸었던 노 전 대통령에겐 도덕적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자신을 향한 검찰의 칼끝을 방어하면 할수록 측근과 친인척, 나아가 부인과 자녀들에게 까지 옥죄어 오는 사정의 칼날을 피하기에는 권력을 버린 대통령으로선 너무 힘겨웠을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수면위로 보이는 빙산일 뿐이다. 그 저변에는 우리 사회의 집단 가학성과 새 정권의 과거 짓밟기 악순환, 칼자루를 쥔 세력들의 앙갚음 심리 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취임사에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겠다고 국민들 앞에 다짐했던 노 전 대통령. 그동안 최고 권력과 연결된 검은 돈의 고리는 차단했지만 30년지기인 친구와 후원자로부터 받았던 도움이 단죄 대상이 될 줄은 전혀 몰랐던 건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통념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불행히도 죽은 권력의 소망은 살아있는 권력으로 부터 결코 용납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철저하고 가혹하리만치 파헤치고 까발려져야만 했다.줄대기에 눈 먼 국세청장이 특별세무조사를 구실로 노 전 대통령의 후원 기업인을 4개월간 이잡듯 쥐지고 검찰은 수사인력을 두배로 늘려 수개월동안 노 전 대통령 주변을 먼지 털듯 털었다는 것. 국가 정보기관 역시 억대 시계 선물 얘기를 흘려 망신주기에 일조했다. 언론 또한 연일 대서특필을 통해 여론의 심판대에 세워놓고 마침내 정치적 도덕적 사형선고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 역시 실망과 야유, 비난과 조소로 직전 대통령을 깎아 내리는데 동참했다. 심지어 한때 정치권을 기웃거렸던 K교수는 '자살하거나 재판받고 감옥에 가라'고 까지 모욕을 퍼부었다.권력의 칼날과 언론의 십자포화, 국민의 돌팔매질 등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우리 사회의 집단 가학이 인간으로서 감내하기에는 한계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믿었던 정치적 동지와 이웃들마저 '골고다의 언덕'을 향하던 그를 외면하고 부인했다.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자살하는 나라', 아니 '대통령을 타살시킨 나라'라는 역사의 비극을 연출한 공동 정범이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남은 우리를 향해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용서와 화해, 포용과 일치를 살아있는 자들에게 당부한 것이다.국민들의 가슴속에 묻힌 그의 뒷모습이 한없이 더 커 보인다./권순택(문화사회부장)

  • 오피니언
  • 권순택
  • 2009.05.28 23:02

[데스크窓] 북핵과 함께 터진 슬픔 - 김경모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란 충격 속에서 날아든 북한의 전격적인 2차 핵실험 소식. 일련의 초대형 사건 사고가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최근 겪는 심리적 정신적인 긴장감과 압박감은 전쟁을 제외하곤 아마 유사 이래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온 나라와 국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란 뉴스와 함께 극도의 정신적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가운데 뒤통수를 후려치듯 불쑥 다가온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부 보수적인 인사들은 즉각"대한민국이 힘들 때 북한이 핵실험을 자행, 남남 갈등을 증폭시키려 한다"며 흥분하고 있다.하지만 남북한이 피를 나눈 동포라는 점, 최소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 사실 등에서 북한이 국상 중인 남한에 그렇게 비열하고 얄팍한 의도로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격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핵실험에 내재된 외교적 정치적인 남북한의 현재 위치를 냉철하게 가늠해 보자. 보수 측이 주장하는 남남 갈등 부추기가 북핵의 핵심이 아니라면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그게 무엇일까.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대외 정책이 이미 짜여진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는 설명이 사리에 맞지 않을까.그렇다면 북한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란 중대한 변수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미 계획된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 북핵에 비교적 정통한 인사들과 관련 학자들은 이미 진행 중인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힘든 기술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일반인들은 이에 대한 과학적 판단 근거가 취약하다.하지만 두가지 초대형 사건 사이에서 유추되는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부인하기 힘들다. 북한이 대외적 주요 변수의 첫 번째로 꼽는 대상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 장례기간의 핵실험은 남북 관계에 전혀 실익이 없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는 전제에서 말이다.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강행으로 상당히 얻은 게 많았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당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며 강경 대응을 외쳤지만,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결국 6자 회담 개최는 핵실험 2개월만에 이뤄졌다.북한은 그때의 학습효과를 다시 떠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 핵실험은 그런 가능성에서 진행됐다는 설명에 큰 무리는 없다. 더욱이 현 상황은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이 내달 4일로 예정된 시점이기도 하다. 유엔의 움직임도 1차 핵실험 때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잇단 초대형 사건은 남북한 관계의 한 축인자 당사자인 남한이 철저히 소외되었다는 엄연한 현실을 웅변해 주는 듯해 그렇잖아도 슬픔의 심연을 헤매는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여지없이 짓밟는다.한반도를 동강내고 살아가는 남북한이 이젠 서로가 상대방을 무시한 채 머나먼 타국과 선을 연결시키는 형국으로 외교 전선을 진행시킨다는 사실이 또 다른 슬픔을 터뜨린다./김경모(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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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모
  • 2009.05.27 23:02

[데스크窓] 선거전후 2년, 공무원생활이 힘들다고 - 안봉호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어느날 인기배우 제임스 머독이 링컨(미국 16대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밤이 깊어서야 잠자리에 든 머독은 얼마후 어디선가 들려 오는 흐느끼는 소리 때문에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었다.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이 멎은 곳은 대통령의 집무실이었고 신음하듯 울부짖는 소리는 바로 링컨의 새벽기도였다."이 민족을 긍휼히 여겨 주시고 하루 빨리 전쟁을 끝내고 통일된 나라를 이루도록 도와 주소서. 전쟁에서 죽어가는 젊은이들을 보호하여 주소서"링컨의 이 기도 속에는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는 지도자의 신념과 책임감이 절절히 녹아 있었다.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트루먼은 책임의 윤리를 가장 중시했다.그는 집무실의 책상위에 '책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써놓고 근무했다고 한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1년 남았다.글로벌시대를 맞아 시는 눈을 크게 멀리 뜨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경쟁속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심해야 할 시점인데도 벌써 내년 선거를 의식, 시의 행정이 지역발전보다는 일부 유권자들의 표에 오락가락하는 것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E마트주유소 건축과 군산CC의 골프텔신축, 옥봉석산 복구 및 활용문제를 보아도 최근 행정시스템이 정상궤도를 벗어나 있는 느낌이 든다.시끄러운 와중에서 불허될 것으로 보였던 E마트주유소의 건축은 결국 허가됐고 시가 '시기상조'라며 당초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군산CC의 골프텔건립과 관련된 도시계획시설 변경제안도 원칙적인 범위내에서 절차를 밟아 추진된다.옥봉석산의 복구 및 활용문제만도 그렇다.'복구냐, 활용이냐' 의견이 분분하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 행정행위를 해야 한다.그런데 시는 이미 복구명령 및 행정대집행 공문까지 다 보내 놓고 '옥봉석산의 복구 및 활용에 관한 공청회'를 뒤늦게 개최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을 함으로써 스스로 비판을 자초했다.시장은 군산시의 지도자다. 행여 내년 선거를 의식해 행정을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지도자로서 가야할 길이 아니다. 링컨이나 트루먼 대통령처럼 지도자로서 책임윤리를 가지고 과연 시의 행정행위 하나하나가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군산의 발전과 이익을 위한 일인지 되짚어가면서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정말, 자치단체장 선거를 전후 1년 즉 2년은 직업공무원 생활을 하기가 정말 힘들다.자치단체장이 새로 선출되면 그로부터 1년은 새 자치단체장의 뜻을 받드니라 정신이 없고 선거 1년전은 선거에 출마하는 현직 자치단체장의 표를 의식한 행정으로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이미 퇴직한 어느 직업공무원의 이같은 말이 문동신시장에게 들어 맞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안봉호(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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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09.05.26 23:02

[데스크窓] 민주당의 교만 - 김재호

남원·순창이 지역구인 이강래 의원이 지난 15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민주당에 당적을 둔 전북 정치인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당 대표인 정세균 의원(진무장·임실)에 이어 이강래 의원까지 지도부 반열에 올라 전북출신이 민주당 지도부를 싹쓸이 한 상황은 해당 의원 개인의 명예, 전북 정치권의 위상을 넘어 도민들에게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중앙정치무대에서 높아진 그들의 위상은 '양날의 칼'앞에 직면해 있다.지난 5개월여동안 전주지역 2개 선거구에서 진행된 재선거를 거치면서 도내 민주당은 치열한 정치투쟁 상황에 들어섰다. 가히 살풍경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 원수가 돼 서로를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 고소고발까지 하고 나섰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동영 의원이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정치적 수사를 동원, 어제의 적과 동지가 조만간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며 애둘렀지만, 그들의 마음 한 중앙을 꿰뚫고 지나간 배신과 돌팔매 흔적이 어느날 갑자기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정동영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의 비민주성, 비투명성 등을 지적하며 기회있을 때마다 비판을 가하고 있고, 민주당 지도부는 '뉴민주당 플랜'에 열중이다. 정동영의원의 비판에 민주당 지도부는 들은 척 하지 않고 준비한 쇄신 카드를 집행하고 있다는 제스쳐다. 정동영이 지도부를 향해 뭔가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는 당신 외침이 있기 전부터 수권정당을 위한 당 쇄신 카드를 준비해 왔고, 지금 진행하고 있다는 몸짓으로 보인다.정동영 의원 복당 시기와 관련, 이강래 원내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전 복당을 주장하자, 강봉균 민주당 도당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전 복당에는 이의가 없지만, 공천문제가 마무리된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강봉균 도당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에는 지난 재선거에서 무소속 정동영 의원을 도운 세력들은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고, 정동영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재선거 조력자들을 민주당 후보로 공천, 보상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러나 보인다.4.29재선거에서 무소속 정동영 신건에게 패한 민주당은 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정동영 신건을 도운 해당행위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에 열중이다.하지만 민주당이든, 정동영이든 다 부질없는 소모전 아닌가 싶다. 아쉽게도 '정치는 생물'인 것이 그동안 정치권의 이합집산 행태에서 증명됐고, 내년 지방선거 아니면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그들 대부분은 스스로 필요에 의해 뭉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도내 민주당 인사들의 교만이다. 민주당 색깔을 갖고 있으면 선거전에서 당선이 거의 확실했던 추억에 사로잡혀 밥그릇싸움, 세력싸움에 취해 있는 그들의 교만과 오만이 결국 제 발목 잡을 줄 모를까.전라북도의 요즘 최대 화두는 혁신도시에 토·주공통합공사 본사를 유치하느냐, 못하느냐다. 지금 전북은 토주공통합공사 본사 유치를 놓고 경남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고, 전북 정치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전북 국회의원 가운데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은 한 명도 없다. 토주공통합본사 유치전에서 전북출신 국토해양위원은 선봉장이다. 그러나 전북 정치권은 지난 5개월여 동안 선봉장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정치투쟁에 몰두했다.이런 가운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토주공통합본사 문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율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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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09.05.21 23:02

[데스크窓] 매관매직(賣官賣職) - 황주연

조선 후기의 방랑객 정수동 이야기다. 어느날 그는 평소 안면있던 조두순의 잔칫집에 들렀다. 조두순은 철종때 좌의정,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인물로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릴만한 힘을 가진 세도정치의 대부였다. 대문에 들어서니 종들이 우왕좌왕하며 때아닌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곡절을 묻자 "어린 도련님이 엽전을 갖고 놀다가 그만 삼켜 버렸다"는 답이 돌와왔다. "엽전이 창자에 붙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호들갑도 있었다. 정수동이 사랑에 앉은 대감들 들으라고 소리쳤다."걱정할 것 없네. 아랫배만 슬슬 쓰다들어 주면 그만일세. 이는 대감은 돈 몇 만냥을 삼키고도 배만 쓸고 있으면 끄떡없는데, 그깟 동전 한 닢 삼켰다고 무슨 탈이 나겠는가!"당시의 매관매직 실태를 통렬히 꼬집는 적절한 비유다.잊을 만하면 신문에 나오는 게 매관매직(賣官賣職)이다. 말그대로 돈이나 재물을 받도 벼슬을 시키는 것은 말한다.최근에는 진안군수를 3연임한 임수진 전 농어촌공사 사장이 2007년 공사 사장 재임당시 간부들로부터 승진인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농어촌공사 1급인 김모씨등 전현직 고위간부 4명에게 1천만~3천만원을 받은 혐의다.매관매직이란 원래 어느 한쪽 잘못만으로 일어나는게 아닌 까닭에 돈을 건넨 4명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음은 물론이다.군수 재직시절 살기좋은 진안만들기를 진두지휘, 군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영어의 몸이 됐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세상 사람들 모두 돈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돈을 주고 받는 사실이 적발되면 공직에서 파면되는 것을 물론이고 구속을 피하기 힘든데도 매관매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들키지만 않으면 서로 이문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5급 사무관 승진때 행정직은 5000만원, 기술직은 1억원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교육계에서도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1000만원, 교감은 500만원을 건네야 한다는 장천감오(長千監五)설이 오래전부터 떠돌고 있다.하물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부분 공사의 경우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돈을 싸 들고 오는 사람이 줄을 서는 것은 불문가지다.임 전 사장의 경우 지난 전주 재선거에서 덕진 공천을 받기 위해 노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출마에 대비해 실탄을 비축하려고 흙탕물에 발을 담그지 않았나 생각된다.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했다. 즉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깨끗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 윗 사람이 부패하면 아랫사람도 부패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다산 정약용은 고을 수령이 갖춰야 할 자질로 청심(?心)을 강조했다. 즉 뇌물수수, 매관매직등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선정과 덕행의 근본이라고 말하고 있다.정약용은 일찍이 상류층이 바로 서지 않고는 나라의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외쳤다.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발전동력은 엘리트들의 솔선수범 정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이 먼저 목숨을 바쳤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내년에는 단체장과 교육감을 동시에 뽑는 지방선거가 있다. 뇌물과 청탁 이권개입이 난무할 여지가 충분하다. 벌써부터 지방의원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연차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더 큰 문제는 측근들의 발호다. 측근들의 호가호위가 부메랑이 되어 주인의 뒤통수를 강타 할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황주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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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주연
  • 2009.05.20 23:02

[데스크窓] 서리맞는 국화축제 살려내는 지혜를 - 김원용

봄을 재촉했던 봄 축제들이 막을 내리고 있다. 축제가 끝나면 다시 흐지부지 되지만, 매년 도마에 오르는 게 축제의 난립 문제다. 대부분 축제들이 시장 논리가 아닌, 자치단체의 예산지원으로 경직돼 있다. 지역민이 즐기지 않더라도, 관광객을 끌어들이지도 못하더라도 자치단체들이 굳이 없애려 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포장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기존 축제는 없어지지 않고 또다른 축제가 생기면서 축제의 숫자는 매년 늘어난다.호흡기에 연명하는 축제에 예산이라는 주사제를 빼낸다면 그냥 없어질 축제가 더 많은 게 현주소다. 물론 축제가 꼭 돈이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민들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는 축제라면 눈에 보이는 경제적 가치로만 잣대를 댈 일이 아니다.이 점에서 최근 고창에서 벌어지는 국화축제 논란이 지역축제를 어떻게 봐야할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전국적 지명도를 자랑하는 고창의 대표적 지역 축제는 봄에 열리는 청보리축제와 가을에 열리는 국화축제다. 두 축제 모두 자연경관을 테마로 하고, 공교롭게 개인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드님이기도 한 진영호씨가 주도하는 청보리축제의 경우는 경관농업과 연결돼 정부 차원에서도 주목하고 있어 달리 토가 붙지 않는 것 같다. 개인의 희생과 노력에 의해 산업화 가능성까지 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민간주도 축제로서 전국 모델이 되고 있다.성공적인 모델을 옆에 둔 같은 고장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열리는 국화축제는 왜 매년 소리가 날까. 초기에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친일문제와 연결돼 논란이 일었고, 지금은 개발논리로 지역내 갈등을 빚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국화 밭이 석정온천지구 개발에 방해가 돼 군과 몇몇 토지주가 밭을 갈아엎고 시설물 철거에 나섰으며, 축제 위원장은 군청 앞에서 국화밭을 지켜달라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축제를 만드는 사람과 군이 왜 부딪혀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축제를 보려고 한해 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는 데, 군에서 장려는 못할망정 왜 막으려 하는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축제를 꾸려가는 시군이 허다하고, 축제의 의미조차 제대로 살아나지 않음에도 연명하려고 발버둥치는 시군이 허다하지 않은가.축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몰라도 온천개발 관련 토지주들과 문제가 있다면 의당 행정이 나서 조정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순서가 옳지 않을까 싶다. 장소의 문제가 있다면 장소를 옮겨 열릴 수 있게 배려하고, 축제와 온천이 훨씬 잘 어울릴 수 있다고 토지주들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자치단체에서 생색낼 수 있는 축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뭉개버려서는 어렵게 키운 자산을 버리는 꼴이 되지 않을런지 염려된다. 개인의 고집도 웬만한 정도는 넘나 보다. 축제를 지키려고 자치단체에 맞서 4년째 축제를 끌어왔으니. 자치단체와 민간이 손을 잡고 더 큰 축제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사정이 그래서 더 의아스럽다.고창 국화축제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라는 점이 시발점이 됐다. 미당의 대표작 '국화옆에서'를 모태로 삼았다. 오늘은 미당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서리와 바람을 맞고 있는 고창과 미당의 국화꽃이 시처럼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으로 올 가을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그래서 관 주도의 축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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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09.05.18 23:02

[데스크窓] 버리고 갈 것과 가져가야 할 것 - 이성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난 노빠가 아니다. 대선 때는 그냥 노무현이 좋아서 한 표 찍었고, 취임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적잖이 실망을 느꼈다. 전북에게 해준 게 무엇이냐는 데 생각에 미치면 서운함도 많았지만, 5년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는 ' 괜찮은 전직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혼자서만 깨끗한 척 도덕성을 내세우더니 꼴좋다는 비아냥에서부터 20년 지기에게 임기말에 돈 받은 것이 뇌물이냐, 선거를 앞둔 정치적 수사다,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서는 액수가 훨씬 적다, 폐족이 됐다, 수의 입은 사람을 굳이 포승줄로 묶어야 하나 등 별의별 이야기들이 많다.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걱정되는 것은 노무현과 '함께했던 것들', 그래서 '함께 몰매맞고 버림받아야 한다고 주장되는 것 들' 이다.사실 일부 중앙언론들은 요즘 노무현 때리기에 신이 났다. 노무현과 함께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이지메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노무현 정권 5년은 싸잡아 비난받고 하루빨리 망각의 늪속으로 사라져야 할 대상만은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았고, 국민을 위해 일했다. 거기에는 분명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5년 세월이 송두리째 노무현과 함께 묻어가서는 안된다.그중 하나가 국가균형발전법, 지방분권법, 행정수도건설법 등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의 제정과 추진이다. 대못을 쾅쾅 박아놓고 임기를 마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선 정작 변죽만 울리고 말았지만, 지방분권 정책은 수도권=중심부와 지방=주변부로 나뉘어 끊임없이 희생과 고통과 절망을 강요받고 있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를 제기했다.변죽에 그친 때문일까? 전북은 지금 혁신도시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전북으로 온다던 토공은 반쪽짜리가 되어 주공과 합쳐졌다. 전북도는 CEO가 포함된 본부와 연구원 등이 전북으로 온다면 기능의 80%를 양보할 수 있다는 논리로 통합본사 유치 노력을 하고 있다. 80%를 버리고 20%를 선택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본사유치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이 서글프다.노무현 정권의 철칙이었던 '대입 3불'과 평준화정책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대학들은 본고사 부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교과부는 국제중이네, 자율형사립고네 하는 특수학교들을 양산할 심산이다. 모든 여건이 열악하고 특수학교에 갈 수도 없는 지방학생들의 불안과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정권과 닮은 점도 있다. 교육문제를 즉흥적으로 생각해내는 뛰어난 순발력이다. 국가백년대계는 순간순간 다시 쓰여지고 있고, 정책은 죽끓듯 변한다. 고위 공직자들은 소신이 넘쳐 흐르고, 국민들은 마음 졸이며 교육을 걱정하고 있다. 이제는 사라져도 좋으련만…./이성원(문화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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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원
  • 2009.05.12 23:02

[데스크窓] 벌써 선거철이 다가왔나 - 안봉호

최근 군산시내가 어수선하다.E마트 주유소의 건축허가문제에 이어 군산골프장의 골프텔건립과 나운동 대형 나드리마트의 입점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역분위기가 안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지난해 11월부터 (주)신세계가 E마트주유소의 건립을 추진하자 기존 주유업계의 반대와 기름가격의 인하를 주도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찬성분위기가 약 6개월동안 충돌, 굉음을 냈다.최근에는 군산CC가 골프장부지에 50실규모 2동인 총 100실의 골프텔을 건립하려고 하자 찬성과 반대로 지역이 시끌어 졌다.일부 시의원들의 주도로 이뤄진 반대논리는 골프텔의 건립은 골퍼들의 골프텔이용으로 기존 숙박업소는 물론 요식업소에 타격을 줌으로써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이같은 반대논리는 대다수의 시민들로부터 "말도 안된다"는 반격을 받고 있다.이들은 "골프텔의 건립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앞으로 어떠한 호텔과 모텔의 신축도 허가치 않아야 하며 약 1000실규모인 5성급 호텔의 비응도투자유치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군산을 발전은 커녕 정체시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하고 있다.또한 새만금 방조제가 올해말 개통, 연간 500~6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올 경우에 대비해 숙박시설의 확충이 현안인 군산에서 골프텔 건립의 반대는 관광객의 타지역 유출을 부추겨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특히 관광객들은 성향에 따라 골프텔, 호텔, 모텔, 민박등 다양한 숙박업소를 선택하는 만큼 골프텔의 건립은 더 많은 관광객의 군산체류를 유인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기존 숙박업소는 물론 요식업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런 가운데 지난 7일자로 E마트 주유소의 건축은 허가됐고 골프텔의 건립도 조만간 관련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결국 법의 테두리내에서 이뤄질 모든 행정행위가 왜 이같이 소란스러운가.한마디로 시의 행정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한편이 반발하면 "안된다, 시기상조", 또 다른 한편이 반발하면 "긍정적 검토"로 최근 군산시 행정이 오락가락하고 있다.시와 시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 미래 군산발전을 위한다기보다 우선 당장 표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돼 안타깝다.벌써 선거철이 다가 왔구나 하는 느낌이다.행정이 갈팡질팡한다면 나운동의 대형마트건립도 기존 영세상권에 악영향을 준다는 반대와 소비자들이 보다 값싼 양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찬성논리가 부딪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행정행위는 시와 시의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휘두를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고 시민들로부터 지역발전을 위해 위임받은 것이다.그런만큼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이 진정으로 군산의 미래발전을 위한 일인가 생각하면서 법의 테두리내에서 원칙적이고 공정하게 행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안봉호(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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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09.05.11 23:02

[데스크窓] 위기에 빛나는 전북인들 - 정대섭

봄같은 겨울날씨에 이어진 변덕스러운 봄날씨가 '정신 차려라'고 외치는 것 같다. 한층 복잡해지고 빨라지는 사회환경이 정신없게도 만들지만, 가뜩이나 떨어지는 우리네 '행복지수'를 높여줄 사회적 이슈는 희박한 것 같다.좀처럼 바닥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제상황도 서민들을 우울하게 만드는데 한 몫 거들고 있다.그러나 주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자기자리에서 촘촘한 희망의 씨줄과 날줄을 엮으며 우리에게 용기를 선사하는 '전북사람'들을 만나보자.# 탁월한 경영 노하우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금융위기 속에서 '정도경영'을 표방하며 전북은행의 경쟁력을 온 천하에 알린 바 있는 홍성주 행장은 지난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국 은행의 모범사례'라는 찬사를 받았다.금감원은 전북은행의 '서브크래디트론' 운영사례를 전국 최고수준으로 인정, 일반은행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전북은행의 서브크래디트론은 1만8천여명의 서민들에 1천여억원의 대출실적으로 타은행들의 수범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홍 행장은 주춤거리는 행원들에게 '규정만 지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서민들을 위한 은행의 입지를 세우라'고 진두지휘에 나섰다고.전북은행의 서민대출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식당일을 하는 아주머니, 환경미화원, 노점상 등에 이르기까지 평소 은행문턱을 넘기 힘든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사람이 사회를 바꾼다지난달 초 전주탄소기술원 강신재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평소와 달리 감정의 울림이 느껴지는 축축한 목소리였다. "정부장, 축하해 주게. 내 연구생활 20여년의 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네...테크노크라트로서의 자부심으로 말하지만 새만금이후 최대 사건이야. 굴지의 기업이 손잡고 일하자고 나선 것 자체가 전북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네..."다음날 전북도와 현대기아자동차는 전북 에코-그린카 2020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발표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조3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었다.이런 결과를 강원장 혼자 만들었다는 오해는 하지 말자. 다만 한 리더의 순수한 열정과 일에 대한 집중이 유수의 대기업의 관심과 신뢰를 이끌어 낸 것만은 사실 아닌가.현대기아입장에서 5년여간 공동 세미나를 열면서 '무모할 정도로 공격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세계적 흐름을 꿰고 착실한 준비를 해 나가는 전주탄소기술원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강원장은 "공업화측면에서 미개척지인 전북을 선택한 이유는 기반이 되는 소재원천기술 갖추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이보다 중요한 일은 대기업의 신뢰를 얻은 인간경영"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인 감동시킨 도청 공무원들지난달 20일부터 열린 독일 하노버 국제박람회에 전북투자유치기업인 '솔라월드' 전주공장 왈버러사장이 참가한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뷰에 나섰다."전북으로 기업을 이전한 지 6개월밖에 안됐지만 참 잘 왔다는 뿌듯한 마음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왈버러사장은 인터뷰 내내 전북도의 세심하고 신속한 업무지원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마움을 표했다.왈버러 사장은 산업박람회 성공사례 발표에서 "전북도의 놀랍게 디테일하고 속도빠른 지원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면서 "교육이 잘된 근로자 채용, 불편없는 사회 인프라 구축 등도 크게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도 공무원들의 이같은 자세는 많은 관련사업체 유치에 성공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치단체와 기업의 '굿 파트너 십'이 최대 강점으로 수년내에 획기적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단언했다./정대섭(경제생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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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대섭
  • 2009.05.05 23:02

[데스크窓] 민주당·정동영의 손익계산서 - 김성중

이번 4.29재선거에서 정동영(DY) 당선자는 남는 장사를 했을까, 밑지는 장사를 했을까. 당장 당선이 됐으니, 그것도 신건 후보와 연합해 민주당 후보를 꺾었으니 일단 크게 이문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되짚어 보자. DY는 회사에게'민주당 프랜차이즈'로 덕진 대리점을 요청했지만 대표(정세균)는 이를 거부한다. 발끈한 DY는 도리어 두 곳(덕진·완산갑)에 가게를 오픈한다. 그리고 손님(유권자)을 엄청 끌어 모아 예측을 뛰어넘는 물건(표)을 판다. '어머니'라는 감성 마케팅 전략은 전대미문의 영업실적을 낸다. 대박이다. '이 동네에서는 그 어떤 브랜드도 '정동영'을 넘볼 수 없다'는 신화도 썼다.그러나 전주 밖에서 전주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면 DY가 대박을 터뜨린 바로 그날 정세균의 '민주당 프랜차이즈'도 수도권(부평을) 새 매장에서 혁혁한 매상을 올렸기 때문이다.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대권 가도를 향한 DY는 전주를 확실히 챙겼고, 민주당은 전국을 얻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바꿔 말하면 DY는 전국을, 민주당은 호남을 잃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얘기다.이런 관점에서 DY의 '4.29 영업실적'은 적자일 수도 있다. 전주에서 남긴 이득과 전국을 상대로 잃은 손해에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할 경우다. DY가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복당'을 천명했던 배경에는 이런 셈법이 자리한다. 전주야 '땅 짚고 헤엄치기'지만 전국(대권)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걸 DY는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정-신 연합' 승리와 '복당' 방정식은 역함수 관계다.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은 호남일색으로는 대여 투쟁도, 차기 정권 탈환도 모두 헛된 꿈임을 꿰뚫고 있다. 민주당이 DY를 내친 첫 번째 이유로 '전국정당화'를 꼽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평을 승리에도 불구하고 놓친 게 있다. 호남을 뺀 전국정당화가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민주당은 4.29재선에서 전주 국회의원 두 석과 전남 지방의원 두 석 모두를 내줬다. 1원을 얻고 2원 이상 밑졌으니 이 또한 큰 손해다.민주당은 또 이번 선거 결과를 'MB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논리라면 텃밭 호남에서의 참패 또한 '민주당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맞다. 하여, 민주당은 '전국적 승리'만 자축할 게 아니라 돌아선 호남 민심을 달래고 추슬러야 한다. 민주당이 'DY 복당 불가'를 떠들면 떠들수록 자기 모순에 빠져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결국 민주당과 DY의 개별적인 '4.29 대차대조표'는 적자다. 뺄셈 정치를 한 까닭이다. 가정법이지만 이 둘을 한 몸으로 더해 계산하면 두 배의 이익이다. 이는 민주당과 DY가 한 배를 타야할 운명임을 보여주는 근거다.물론 양자가 한 몸이 되려면 형식과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를 인정하는 진정성과 신뢰다. 다행히 선거기간과는 달리 최근 민주당과 DY가 외견상 '복당 뇌관'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 복당 신청서 제출을 미루면서 화해의 손짓도 한다. 정세균 대표 측근으로 DY 공격에 앞장섰던 최재성 의원도 엊그제 방송 토론회에서 "전주는 정동영 전 장관이 어차피 당선되는 곳이었다"고 했다. 상대의 실체를 서로 인정한 것이다.민주당과 DY. '덧셈 정치'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이 요구된다./김성중(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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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4 23:02

[데스크窓] 시민을 향해총 쏘는 경찰 - 권순택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군산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간부 경찰관이 벌 건 대낮에, 그것도 경찰서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있는 미용실 여주인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되레 국민의 생명에 위해를 가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범죄 방지와 범인 검거에 사용해야할 총기로 무고한 시민을 향해 발사했다는 사실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처사다.경찰관의 시민 총격사건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지난 2004년 3월에도 김제에서 술 취한 경찰관이 앙심을 품고 비디오가게 부부에게 권총을 난사, 남편이 숨지고 부인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었다.2002년 11월에는 전주 삼천동에서 강도를 뒤쫓던 경찰관이 애먼 시민을 강도로 오인, 총격을 가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이에 앞서 1999년 4월에도 진안경찰서의 파출소 순경이 도박 빚에 시달리던 친형의 채권자를 찾아가 권총으로 살해했었다.경찰은 이 때 마다 경찰관에 대한 총기 관리 및 직무 교육을 강화하겠다면서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어왔다. 하지만 도내에서 10년새 5건이나 총기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경찰의 총기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번번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말았다. 직무 윤리 및 기강확립이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됐기 때문일 것이다.이번엔 경찰이 시민들에게 뭐라 해명하고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공권력의 힘은 국민의 믿음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고 그 역할을 인정할 때 경찰의 위상은 곧추 세워진다. 그런 믿음과 신뢰가 무너지면 경찰의 위상 뿐만 아니라 법질서의 근간까지 무너지기 마련이다.시민을 보호하라며 지급한 총기를 무고한 시민에 겨눴다는 점은 경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부하 직원들을 지휘 감독하는 간부 경찰관이 자신의 감정 표출에 총기까지 동원했다는 것은 경찰의 직무윤리가 무엇인지 다시금 되묻지 않을 수 없다.전북경찰의 총기사고 대부분이 사사로운 감정과 치정에 얽매여 파생됐다는 점에서 경찰의 소양과 윤리교육, 직무기강 확립이 어느 정도인지 의구심이 든다. 일부 문제 경찰관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시민들의 충격과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전북경찰청 홈페이지와 경찰관서마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 바로 선 법질서, 안전한 사회'란 슬로건이 첫 눈에 들어온다.과연 국민의 경찰, 안전한 사회라는 전북경찰의 표어에 시민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경찰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대목이다. 요란한 구호로만 그쳐선 국민의 경찰, 안전한 사회의 실현은 요원한 일이다.경찰 모두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기 위한 엄정하고도 책임있는 내부 기강과 규율 확립이 절실한 때이다./권순택(문화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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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30 23:02

[데스크窓] 경제지표, 허상일까 실상일까 - 김경모

요즘 경제 상황과 지표가 경제 주체들의 판단력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만든다.가장 먼저 느끼는 혼란 요인은 생활 물가이다.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치솟는 물가는 지금 우리가 불황의 터널 어디쯤에 도달했는지 아리송하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배추는 지난해 이맘 때보다 124.5%, 양파는 48.8%, 닭값은 49.3%나 치솟았다. 과자 빵 등도 물가 인상 도미노에서 빠지지 않았다. 유명 제과업체 제품은 50%, 아이스크림은 20% 폭등했다.공공요금도 예외는 아니다. 전주지역 택시 기본요금이 최근 2200원으로 오른데 이어 서울도 2400원으로 인상 대기 중이다. 한국전력도 지난해 보류된 전기요금 인상안에 다시 불을 지필 태세다.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도 경제 참가자들의 판단력을 헷갈리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고,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등장한다.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2일 1018.81에서 1300대 중반까지 오르다 숨을 고르고 있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올들어 수억원이 상승하며 부동산 값이 정점을 치닫던 2006년의 90% 수준까지 치솟았다.시중엔 돈이 넘실거린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2006년 600조원대였던 부동자금이 이렇게 폭증한 이유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유동성 확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은 데서 비롯되었다.하지만 실물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확실한 지표는 찾기 힘들다. 실물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민간 소비는 최악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고, 고용은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던져준다.정부도 유동성이 과잉이라는 메시지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재정위원회에서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은 과잉"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현 상황이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과잉 유동성은 또 다른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경기 회복의 핵심 주체인 기업은 과잉 유동성 상황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돈에 목마른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소식이다. 1월 이후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와 관련된 공시 건수는 120여건으로 지난해보다 4배 가량 늘었다. 현금 확보가 급한 기업들이 신탁으로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도하는 게 공시의 가장 큰 이유이다. 결국 경제 주체들은 유동성 부족과 과잉 사이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네 경제의 실상은 어디 쯤에 서있는가.봄과 함께 피어나는 주식시장의 화려한 움직임이 우리 경제의 실상이라고 믿기엔 의심 가는 지표와 징후가 아직 너무나 많다. 하지만 또 다른 마음 한켠에선 주식 호황, 경제성장률 회복이 아무런 의미 없는 허상은 아니길 바란다./김경모(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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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8 23:02

[데스크窓] 지역주민 위한 부안군의 고심 - 홍동기

1년전 부안에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군민체육대회매창문화제연예인 초청공연 등의 큰 잔치가 마련돼 많은 군민들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져 가슴 벅찬 감동과 저력을 온 몸으로 느꼈었다.군민의 날(5월 1일)을 전후해 화합을 다지고 지역발전 역량결집을 위해 수십년동안 지속돼왔던 다채로운 체육및 문화 등의 행사가 지난 2002년이후 중단됐다 6년만에 열렸기 때문이다.방폐장 건설지역으로 현재 경북 경주가 확정돼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후보지 선정을 앞둔 지난 2003년 부안지역선 유치논란이 촉발돼 그 해부터 2007년까지 성대한 군민의 날 행사가 중단되고 군민의 장 수상자 시상및 기념식만 간략히 치러졌다.그해 정부가 방폐장 건설지역에 지역개발지원금 3000억원이상 지원 등의 당근책을 내놓고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유치신청을 받은 가운데 부안군 관내 위도면 등 일부 주민들이 방폐장 유치움직임을 보이고 급기야 당시 김종규군수가 충분한 여론수렴절차없이 정부에 방폐장사업 유치신청을 전격 냈다.이후 찬반논란이 극에 달하고 주민간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져 그 후유증은 자치단체장이 두번 바뀔때까지 이어졌던 것이다.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던 이병학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돼, 결국 당선무효를 선고받음으로써 2007년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군수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호수 현군수 체제 들어서야 군민의 날 행사가 정상을 되찾게 됐다.지난해 4월 3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월 3일까지 스포츠파크와 매창공원 일원에서열린 군민의 날 행사에는 출향인과 군민 등 2만여명이 참여, 방폐장문제로 쌓였던 서로간 쌓였던 앙금 등을 털어버리고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문화적 욕구도 채웠다.한데 부안군민의 날 행사가 극심한 가뭄이란 복병을 만나 올해 다시 기념식위주의 실내행사로 축소 개최된다.부안군은 올해 행사를 지난해보다 더 낫게 치르기 위해 예산에 1억5000여만원을 반영시켜놓고 연초부터 얼마전까지만 해도 군수배 체육대회를 비롯 문화행사, 가수초청공연폭죽쇼시가행진 등의 행사계획를 착실히 준비해왔다.그러나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현상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밭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못자리및 모내기에 비상이 걸려 농민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현상이 빚어져 부안군을 고민에 빠뜨리게 했다.군은 여론수렴 소홀 학습효과를 보여주듯 관내 유관기관 단체장과 군의원언론 등의 여론수렴을 거쳐 이달 16일 "매우 아쉽지만 각종 화합행사와 군수배체육대회를 취소및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절감예산은 가뭄극복에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상당수 자치단체에서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의 낯내기와 선심성으로 축제 등 각종 행사를 확대하는 경향에서 부안군의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고심끝에 내려진 선택에 대한 군민들의 반응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어떤 길이 군민을 위한 것이었냐는 평가는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다./홍동기(부국장 대우부안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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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3 23:02

[데스크窓] 기공식은 화려했는데 - 안봉호

"새만금을 대한민국 저탄소녹색성장의 시범지역이자 세계자유경제구역기지로 건설하겠다""새만금은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다""새만금을 사람과 자연, 산업과 환경, 역사와 문화, 관광과 레저가 함께 어우러지는 명품도시로 만들어야 한다"'위대한 도전의 시작'등….지난달 27일 군산에서는 새만금 내부개발의 첫 신호탄인 경제자유구역의 산업단지 기공식이 그럴듯한 수사(修辭)와 함께 화려하게 전개됐다.한승수 국무총리는 물론 지식경제부장관 , 농림수산식품부장관등 각 관련부처 장관을 비롯, 전북도지사와 시민등 1200여명이 참석해 이날 기공식을 축하했다.그러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기공식이 끝나면서 활기차게 시작돼야 할 산업단지조성공사는 매립토가 없어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군산항 준설토를 활용토록 돼 있으나 활용가치가 없거나 활용할 수 없는 준설토 때문에 매립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한마디로 산업단지조성이 초기단계부터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새만금 내부전체 개발도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지난 3월말 발주예정이던 내부개발을 위한 첫 공사인 125km의 방수제공사마저 최근 뒤늦은 필요성 논란에 휘말려 안개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특히 문광부, 농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등 관련부처의 견해마저 크게 엇갈려 방수제공사가 언제 발주될 지 불투명한 상태다.방수제공사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중앙관계부처와 일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또다시 새만금 사업이 이들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때문에 새만금 내부개발을 10년 앞당겨 오는 2020년에 완공하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는게 아닌지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지난 1991년 당시 부안에서 거창하게 새만금 방조제 기공식을 하고 1998년 완공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정치나 환경등 각종 논쟁에 휘말려 11년이나 늦은 올해말 준공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특히 새만금 내부개발을 계획된 기간내에 완료하려면 최대 관건인 매립토의 확보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놓는 것이 전제조건이나 그렇지 못하다.군산시의회는 물론 군산상공회의소등 군산시민단체들이 군산항을 준설, 매립토를 원활하게 확보하라고 중앙에 잇달아 건의했지만 '국토해양부로의 이송','경제성·시공성등 다각적인 검토필요'등 뻔한 메아리만 돌아왔다.정치인들은 매립토의 확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매립토확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새만금의 아마존, 국제공항, 관광단지, 신재생 에너지단지조성등 정치인들이 금방이라도 실현될 듯이 내놓은 청사진은 뜬 구름잡기다.정부는 올해말까지 새만금 사업의 내부종합실천계획을 수립키로 하고 이를 위해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수립 TF팀을 구성, 운영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는 제발 현실적인 계획이 나왔으면 한다./안봉호(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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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09.04.22 23:02

[데스크窓] 지금은 고대 로마가 아니다 - 김재호

4.29 재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에게 주어진 법정 선거운동이 9일 남았고, 유권자들은 하루 정도 더 생각할 시간이 있다.지난 16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후보들은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장소를 선점, 선거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어진 선거운동기간이 13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호가 딸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자신에게 기표하도록 유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교차로 확성기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에게 친숙한 대중가요를 개사한 선거 로고송은 확성기를 통해 뿜어져 나와 시민들의 귀를 따갑게 하고 있다. 사실 심각한 소음공해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길 가던 시민, 집안일 하던 주부, 사무실에서 일하던 회사원들이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민주사회에서 선거는 대의정치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정치적 행위를 대신한다. 이 때문에 대의정치 제도가 생기면서 수많은 나랏일을 결정하는데 모든 국민이 일일이 참여할 필요가 없어졌다.선거를 말하면서 로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기원전 로마 공화정 시절, 두 명의 집정관이 지명한 의원들로 구성된 원로원이 정치를 주도했다. 그 두 명의 집정관은 시민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했다. 집정관 직선제도는 처음 로마가 조그만 도시국가였을 때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마가 주변지역을 정복해 투표권을 가진 많은 평민들이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게 되고, 이 때문에 로마까지 걸어가 투표하기가 힘든 상황이 생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로마는 지역구별로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당시 사정상, 로마시내에 사는 시민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집정관이 되기 위해 표가 필요했던 야심찬 부자, 귀족들은 가난한 유권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표를 샀다.아이러니하게도 2000년 이상 지난 현대 민주사회에 로마 집정관 후보들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고대 로마인들처럼 사실상 매표행위를 공공연히 한다. 선거법이 엄격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론 계획적 범행도 많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0년 전 로마시대 부자들이 써먹던 반칙을 21세기에 적용하는 것은 넌센스 아닐까. 당장 1년전 치러진 18대 총선만 보자. 후보가 당지도부에 거액을 제공하고 의원직을 돈으로 샀다가 적발됐다. 전주 완산갑과 덕진에서는 선거구민에게 기부행위, 향응제공행위 등 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 2명의 당선이 무효됐고, 결국 재선거를 하느라 난리법석들이다.전통적으로 재선거 투표율은 낮다. 이 때문에 유권자를 적극적으로 투표소로 '모시는' 과정에서 반칙이 개입할 여지도 상존한다. 시민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하고, 후보들의 반칙도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선거에 무관심하고,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조직력이 강한 후보가 유리하다.하지만 투표율이 높을수록 특정 후보의 반칙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고대 로마시대가 아니다. 투표소가 한 곳에 있던 로마가 아니다. 동네에 투표소가 있다. 지금 당장 투표하는 날 '29일'에 동그라미를 치자./김재호(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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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09.04.21 23:02

[데스크窓] 한광옥의 아름다운 뒷모습 - 김성중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 선거는 꽃보다는 쓰레기 쪽에 가깝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았던 한국인들의 투표율이 처음에는 높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는 현상만 봐도 그렇다. 더러운 건 피하는 게 사람의 심리니까.그럼에도 선거판에는 항상 신선한 향기를 내는 인물들이 있다. 정치가 뿜어내는 악취에 코를 쥐었던 유권자의 두 손가락을 슬며시 놓게 하는 그런 향기 말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있기에 우리는 정치에서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본다.한광옥. 전주북중·서울대 졸업. 1981년 제11대 민한당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평민당 국회의원과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 및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상임위원.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라는 이력도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전북 출신 거물 정치인이다.그런 그가 말년에 고향 전주에서 실시되는 재선거에 나왔다. '웬 출마냐'라는 지적도 있었고 결과는 경선 패배. 민주당에서 마련한 경선 방식은 처음부터 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조직력 부재가 가장 큰 단점이었던 것. 하여, 경선 정글을 탈출해 무소속 출마한다는 설이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큰 길을 선택했다. 참모들은 무소속에 승산이 있다고 강권했지만 그는 경선을 완주했다. "정치인은 자신의 유불리만 따져 행동해서는 안 된다.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당을 떠나서야 되겠느냐"며 유혹을 과감히 뿌리쳤다. 정세균이 그토록 강조한 선당후사다. 그리고 경선 운동기간 시민들의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가슴이 뛰었을 것이고 승리가 다가온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고향에서의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는 중대발표를 준비했다. 모두들 뭔가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그의 말 한마디는 선거판을 흔드는 파괴력이 있다. 취재진이 몰려갔고 그의 입을 주시했다. 하지만 언론은 맥이 빠졌다. '경선을 겸허히 수용한다'가 중대발표의 핵심이었던 것.오히려 기자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바로 그 말이 진짜 중대발표로 다가왔다. 앞서 말했듯 불복과 배신의 선거판에 승복과 수용의 태도야말로 정말로 중대한 결심이자 의미있는 발표 아닌가. 향기는 그렇게 다가왔다. 다음날 그는 "나도 사람인데 패배를 수용하고 시인하는 게 쉽겠느냐"고 소회를 밝혔다. 그래서 그의 향기는 더욱 값졌다.한 가지 더. 한광옥은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이란 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에게 정치인의 정도와 승복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보라. 재선거가 열리는 전주의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고 눈 감고 듣기 힘들다. 이름을 거명하기도 지쳤다.그래서다. 정치 혐오증에 시달린 우리에게 오랜만에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준 노정치인 한광옥. 그는 배반, 음모, 모략이 넘실대는 격랑의 정치사에 남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또 있다. 고심 끝에 출마를 접은 김대곤·한명규 두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다.혼탁한 선거판에 향기를 뿜어낸 이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새로운 꿈을 선물해줘야 옳다./김성중(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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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중
  • 2009.04.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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