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연(편집부장)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생활태도를 대비하여 세속적인 탐욕의 부질없음에 대해 중국 당나라때 석한산이 읊은 한시가 이렇다.
"현명한 이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장생불을 좋아하네 /논밭 남의 것까지 차지하고, 정원 모두 내 것으로 삼으려 하네 /팔 걷어 붙이고 재물 찾아 나서고, 이 악물고 허약한 몸 마구 부리네 /성문 밖을 보시게나, 소나무 아래 온통 무덤인 것을 (賢士不貪? 癡人好爐冶 麥地占他家 竹園皆我者 努膊覓錢財 切齒驅奴馬 須看郭門外 壘壘松柏下)."
지금 전주시의회를 두고 하는 소리 같다.
전주지검은 지난 2일 전주시 도시계획 조례법 변경과 관련해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정우성 의원을 구속했다.
시의원이 개인 이익을 위해 '브로커’로 나섰고, 동료 시의원까지 포섭해 잇속을 채우려한 것은 후안무치다. 시민들의 공동체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의 극치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음에도 동료 감싸기에 급급했던 전주시의회는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시의회는 드센 규탄 여론에 떠밀려 울며겨자먹기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시의회 위상때문에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일부시의원들이 비리에 연루된데 대해 시민여러분께 머리숙여 정중히 사죄한다고 했고 윤리특위 구성방침도 표명했다. 엎드려 절받기다. 지켜보는 시민들만 '짜증 지대로’다.
하지만 윤리특위가 구속중인 정 의원에 대해 제명이나 사퇴권고 등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정 의원이 탈세와 쌀 직불금 문제로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았을때도 쉬쉬하던 그들이 한때 자기들의 수장한테 어떻게 정치적 금치산 선고를 내릴 수 있을까 해서다.
이래서는 안된다. 생활정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뿌리를 썩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그래서 원외 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싶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상설 원외기구를 만들어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밀착 감시하자는 것이다.
불법청탁 이권개입 뇌물수수등 부패의 싹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자체 감사기능이 유명무실한 지방의회에 지명대타를 투입해 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시민들의 세금을 축내지는 않는지 조목조목 따져보자는 거다.
지방의회가 잘못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앞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주대 오제록 교수는 불법 청탁 이권등에 연루되는 시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사회구조적 문제와 의원 윤리의식 부재, 민원인들의 이기심, 불합리한 행정규제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시의원의 윤리의식 결여와 자기들을 뽑아준 시민들을 무서워 하지 않는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단테는 신곡에서 오만을 모든 죄의 어머니, 곧 '용서받지 못할 죄’로 규정했다. 시의원이 공인으로서 책임과 도덕성을 망각하고 시민위에 군림하려고 하면 지방살림이 거덜나는 건 시간문제다.
지방선거가 1년도 안 남았다. 내년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기부행위와 공직사회를 중심으로한 줄세우기 사조직 결성, 공사발주 편의등 온갖 비리가 암암리에 똬리를 틀고 있다.
인권, 정의, 헌신을 좌우명으로 검사의 길을 걸어온 이재원 전주지검장의 지난달 취임 일성이 귓가에 맴돈다.
토호세력의 발호를 뿌리까지 살펴 세밀하게 파헤치겠다는 담대심소(膽大心小)다.
/황주연(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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