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정치·기획탐사팀장)
집권세력의 서울광장 폐쇄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6.10범국민대회의 평화적 집회를 천명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서울광장은 말이 시민광장이지 법적으로 서울시 소유가 맞다. 따라서 서울시가 사용을 허가하면 행사를 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집회 성격에 대한 서울시의 판단이다. 시는 6.10 대회와 관련 '불법집회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판단에 무게를 뒀다. 검찰은 한술 더 떠 아예 대회 자체의 원천봉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불법 야간 옥외집회여서 폭력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단다. 서울광장이 닫히게 되는 배경이다.
광장을 한 마디로 규정하면 '열린 공간’(open space)이다. 공간은 공간이되 '열려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열린’이라는 말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개방과 소통을 상징한다. 하지만 서울광장은 전경버스에 가로막혀 있다. 따라서 서울광장은 더 이상 '열린 공간’이 아니라 '닫힌 공간’(closed space)이 됐다. 이쯤되면 서울광장은 이미 진정한 의미의 광장이 아니다.
무엇이 서울광장을 닫힌 공간으로 만들었을까. 정부가 서울광장을 폐쇄한 이유로 '쇠고기 촛불’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가 이미 촛불로 크게 한번 데었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불법 집회 그 자체가 아닌 듯 하다. MB정부의 진짜 걱정은 '소통의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열린 공간의 집회를 통해 국민들의 생각과 주장이 분출되고, 그런 소통들이 '방아쇠’가 되어 '반정부 여론’이라는 뇌관을 때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표정이다. 촛불과 소통에 대한 정부의 병적인 공포심도 여기에서 발원한다. 그래서 막을 수 있는 집회는 죄다 틀어막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서울광장 노제를 막판에 허용한 까닭이 궁금해진다. 모든 정권은 초대형 시국 사건이 터지면 여론의 추이를 분석, 예측하고 처방을 낸다. 노제 당시 정부는 전국민적 애도를 공간적으로 막아봤자 정치적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허용했다고 봐야 맞다.
따라서 10일의 서울광장 집회를 불허는 정부 나름대로 '계산서’가 나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데 '막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대목에서 간과한 게 있다. 바로 광장 차단이 불러 올 역풍이다. 봉쇄가 그저 봉쇄로 끝나면 좋으련만 국민들 가슴 한켠에는 '반정부 광장’이 생길 공산이 크다. 정부로서 민주주의 성지인 서울광장의 하룻밤 행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두려운 일 아닌가.
그래서다.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정부의 방침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자유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야 한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도심 집회 금지의 이유로 내건 '국가경쟁력 향상’에 대해서도 '국가경쟁력 향상은 사회적 통합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열린 공간’을 '닫힌 공간’으로 둔갑한 서울광장을 다시 열라고 말하는 배경에는 헌법과 국가 경쟁력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김성중(정치·기획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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