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놀러가서 여러 사람과 함께 자게 되었을 때 옆사람이 심하게 코를 고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코를 고는 당사자는 하나도 불편할 일이 없건만, 같이 잠을 자는 사람은 큰 곤욕을 치른다. 베게를 귀에다 대보기도 하고, 손으로 귀를 막아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이불을 뒤집어 써보기도 하고, 머리와 다리를 바꾸어서 거꾸로 자보기도 한다. 그것도 웅장하게 코를 고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특히 평소에 예민한 사람은 잠을 자고 나고 몸이 무겁고 힘이 든다.
낮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서는 끔찍한 일이다. 일본에서는 코를 심하게 곤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하는 일조차 있었다고 한다.
정상 성인의 45% 가까이가 가끔씩 코를 골고, 습관적으로 항상 코를 고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5%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대로라면, 이세상 사람의 절반은 코를 골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코고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코를 고는 이유는 코에서 입을 거쳐 공기가 들어가는 통로가 저항을 받아서 혀와 입천장, 목 등이 울리면서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한다. 리드(reed)를 가진 관악기의 원리와 똑같으니, 밤새도록 연주되는 이 소음을 벗어나려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세계적으로 1000개가 훨씬 넘는 막대한 코골이 방지 발명품들이 출시되어있다.
발명품들은 각종의 코골이 방지용 특수 베게에서 차, 약물, 자기 전에 코에다 뿌리는 스프레이도 있고, 코에다 물리는 빨래집게에서, 특수 침대도 있다. 아예 방음 시설을 갖춘 방도 나와있는 모양이다. 잘 때에 손목에 차는 특수 시계도 있으니, 작동 원리는 음향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서 일정한 데시벨(dB) 이상의 코고는 소음이 발생하면 센서가 작동되어 진동을 하게 된다.
주먹을 쥐고 엄지를 세워서 코고는 남편의 옆구리를 강하게 찔러야 하는 아내의 수고를 대신해주는 편리한 기계이다. 그 외에도 헤드폰을 귀에 씌운 다음 마이크를 통해 자신이 코고는 소리를 증폭시켜 들려주어 죄책감을 느끼게 해서 코골이를 막아보려는 장비도 있는 모양이다.
발명품이 많다는 것, 약이 많이 있다는 것은 효과적인 수단이 적다는 반증도 될 것이다. 한가지를 써서 완벽하게 해결된다면 많은 방법이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일전에 뚱뚱한 친구와 함께 잠을 잘 기회가 있었는데, 술한잔 마신 친구는 이내 코를 골아대기 시작했고, 먼저 잠들 기회를 놓친 필자는 방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숨을 멈추는 것이다. 코끼리처럼 커다란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숨이 정지되고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른바 "수면 무호흡 증후군(sleep apnea syndrome)"이 되겠다. 괜찮겠지 싶었는데 숨이 정지된 채 지루한 시간이 흐르니까 은근히 겁이 난다.
불을 켜려는 순간 한꺼번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 생각이 들면서 친구의 가족들이 염려가 된다. 여태 평생을 이러고 살았으니 오늘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날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려면 지켜보는 사람이 더 애가 탈 것이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늘어진 목과 입천장에 대한 수술을 해주기도 한다. 술을 마신 다음에는 코골이가 심해지므로 과음이나 과식을 삼가도록 권유하고 있다.
입과 목의 구조상, 옆으로 누워서 자거나 베게를 깊이 고이면 코를 덜 골게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효과가 있다. 비만이 원인이니 살을 빼라는 충고도 같이 해주게 된다.
오래전에 [리더스다이제스트]誌에서는 미국의 저명한 칼럼리스트인 애비 여사의 칼럼인 디어 애비(Dear Abby)에서 인용한 글이 실렸다. 애비 여사는 특유의 재치로 이야기했다.
"코고는 소리는 달콤한 음악. 코고는 남편을 둔 당신은 행복한 사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지나가는 과부에게 물어보라."
/ 장인수 (우석대 김제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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