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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밴드 '아사' 고 유진영신부 추모공연

 

한 젊은 사제가 있었다. 어깨까지 닿는 단발머리에 넉넉한 웃음이 '신부'라기보다 '하숙집 아저씨'같았다.

 

피아노·기타·드럼도 멋드러지게 다룰 줄 알았던 젊은 사제는 청소년들에게 즐거운 미사를 선물하고 싶어 '뮤지컬 미사'를 꿈꿨다. PBS 창작생활성가제에서 인기상을 받고, '고백'을 타이틀 곡으로 음반도 발매했던 그는 무엇보다 사제의 길을 충실히 걸었다. 겨우 서른두해를 살고 서둘러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고 유진영 신부.

 

그의 길을 따르는 젊은 신부들이 모여 5일 오후 7시 30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추모공연 '하늘위에도 그대의 노래가'를 연다.

 

"저희들이 신부가 되면 함께 음악을 하자고 약속했었는데, 그 기다림이 너무 길었나봅니다.”

 

음악 활동을 약속하고 기다리던 후배들이 사제 서품을 받자 유신부는 곧바로 군종 신부로 임관했다. 지난해 3월 후배들은 약속대로 사제밴드 아사(A.S.A)를 창단하고 유신부를 기다렸지만, 그 해 12월 유신부는 급성백혈병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사제로서도 선배로서도 존경했던 유신부를 기리는 추모공연을 여는 '아름다운 사제들' 아사의 단원은 바오로 황의현(33·미국 교포사목) 비오 백승운(32·군종 맹호성당) 베네딕도 정범수(30·전주 평화동 보좌신부) 로벨도 양승욱(30·익산 주현동 보좌) 안드레아 정동수(30·익산 창인동 보좌) 막시미노 박문수(29·군산 나운동 보좌) 신부 등 다섯명이다. 재치 넘치는 말재주와 톡톡 튀는 생각들이 인기 만점인 젊은 신부들이다.

 

아줌마 신도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양신부는 9개의 악기를 다룰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기타 연주가 수준급인 정범수 신부는 작곡·편곡에 능하다.

 

미국 해리스버그 한인공동체 교포사목 황신부는 이번 공연을 위해 1주일전 한국에 왔다. "유신부님에 의해 성직자의 길에 들어섰다”는 그에게 추모공연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한달만 더 살았어도 예수님과 같은 나이였을 거라며 농담처럼 건네는 말에도 유신부의 짧은 생에 대한 이들의 아쉬움이 물씬 묻어났다.

 

자신의 자리에서 사목에 전념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들었지만, 존경하는 선배의 추모공연이어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사제의 삶'을 다룬 영상과 함께 스토리가 있는 무대로 1부를 꾸미고, 2부는 생활성가 가수들이 직접 출연해 곡들을 헌정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아사 단원들이 직접 연주하지는 않지만, 대신 목소리로 유신부를 추모한다.

 

추모공연에 맞추어 아사는 첫 음반 '하늘위에도 그대의 노래가'를 발매한다. 유신부의 곡을 리메이크한 '나의' '나에게 오너라'를 비롯해 아사 단원들이 직접 만든 곡들이다.

 

'나에게 오너라'는 유신부의 유작 악보에 정범수 신부가 글을 붙인 곡.

 

지난 1월 추모앨범 기획부터 1년여에 걸쳐 완성된 음반이다.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유신부의 뜻에 따라 생활성가를 통한 청소년 선교 교육에 의미를 두었다. 아사 단원들도 신부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전통교회 음악보다 젊은이 코드에 맞는 곡들로 유신부의 눈높이 사랑을 이어간다.

 

이번 공연에는 많은 사제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총감독 김영태 신부와 영상과 갖가지 자료 관리를 맡아준 김정현 신부는 아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큰 사고없이 끝냈으면 좋겠다”는 아사 단원들은 "짧은 사제의 삶을 통해 신앙을 배우면서, 교구내 생활성가 활성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에서는 추모미사도 진행된다. 1998년 사제 서품을 받은 유신부는 송천동과 서신동 보좌신부를 지내고 서울대 종교교사 연수를 마쳤다.

 

'임 향한 열정 간직한 채 먼저 가신 길. 어둠 속에 지친 삶을 이겨내며 그대의 길을 함께 걸어갈래요('하늘 위에도 그대의 노래가' 중)'

 

즐거움과 유쾌함으로 노래하는 젊은 사제 밴드지만, 유신부와의 9년전 첫 만남을 떠올리며 여는 이번 추모공연은 애틋한 사랑이 깊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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