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서 14∼15일 열린 이라크와 8개 주변국 외무장관 회의는 전후 이라크 상황에 대한 이해 관계국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오는 6월 말 주권이양을 앞두고 미군 점령에 대한 저항이 더욱 거세지면서 초래된 치안불안과 이라크의 국가 틀로 유력시되는 연방제에 대한 복잡한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이라크, 철저한 국경 통제 요청= 호시야르 지바리 이라크 과도통치정부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주변국들에 국경통제를 한층 강화해 테러세력의 이라크 유입을 막아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 주둔 미군과 현지 경찰 등 미국 우호 세력을 상대로 감행되고 있는 공격에 알-카에다 등과 연계된 해외 테러조직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지바리 장관은 테러세력이 유입되는 통로국가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반미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이 있는 시리아와 알-카에다 추종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또 이라크와 1천여㎞의 국경을 공유하는 이란이 이라크 저항세력을 지원하는 외국 테러조직원들의 주요 유입 통로로 지목돼 온 만큼 지바리 장관의 국경통제 강화 언급의 주요 타깃에는 이란도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주변국들, `연방제 이라크 분열 초래할 것' = 지바리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이라크내 종족, 종파간 갈등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라크의 국가통합을 특별히 강조했다.
지바리 장관은 주변국들이 이라크의 분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지만 이라크는 연방제를 채택하더라도 계속해서 통일된 국가체제로 존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변국 장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라크의 새로운 국가체제로 검토되고 있는 연방제 방안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주변국들은 아직 명확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연방제안이 미군 점령후 목소리가 커진 쿠르드족 등 특정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 결국엔 영토분할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은 "모두가 이라크의 분열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시리아의 이사 다르위시 외무차관도 "이라크를 분할한다면 이는 이단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심상치 않은 쿠르드족 움직임= 외무장관 회의가 개막된 14일에 맞춰 쿠르드족 3개 자치주 중 한곳인 술레이마니야에서는 수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사실상의 자치권을 누려온 도후크, 아르빌, 술레이마니야외에 이들 지역에서 훨씬 남서쪽으로 내려온 디얄라, 가나킴 및 아르빌 인근의 모술 지역에 대한 자치권도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해당되는 이라크 영토는 한국군이 추가 배치될 예정인 북부 유전지대 키르쿠크를 포함해 바그다드 이북 이라크 영토의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또 향후 10년간 이들 지역을 국제기구의 관할하에 둔 뒤 주민투표를 거쳐 분리독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쿠르드족 대표들은 연합군임시행정처(CPA)의 술레이마니야 대표부를 방문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이라크 주변국 중 특히 쿠르드족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온 터키를 비롯해 이란, 시리아가 이날 시위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자국내의 쿠르드족을 자극해 독립투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쿠르드족은 현재 2천만명이 넘는 거대 종족이지만 한번도 독립국가를 가져 보지 못했다. 이중 이라크에 약 400만명이 거주하고, 나머지는 이란(900만), 터키(700만), 시리아(100만)에 퍼져 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지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만일 종족과 종파에 기반한 연방제를 이라크에 적용하려 한다면 이라크 내부뿐 아니라 주변국들의 거센 저항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번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그점이 분명히 표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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