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라는 것은 번개처럼 번쩍 지나가는 것일 뿐입니다. 앞으로 변함없이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돌아온 김기덕 감독이 16일 오후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5억 제작비에 배우는 신인이니 어떻게 영화 홍보를 해야 할까 걱정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베를린 영화제 수상 덕택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고, 영화에 담은 주제를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유럽 언론들의 반응은 어땠나.
▲평론가 별점으로 볼 때 23편 중 7위 정도였던 것 같다. 슈피겔을 비롯해 4개 매체가 쓴 리뷰를 읽어봤는데 호평이든 혹평이든 상관 없이 문장이 길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영화의 주제나 이미지, 장면의 연계성 등을 선명하게 해석해 내고 있더라. 한국의 비평은 감독의 태도가 작품에 은근히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신비평인 경우가 많아 상처받는 감독도 많고 비평가도 많다.
--심사위원들에게서 어떤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보나.
▲유럽에서는 김기덕이라는 감독이 자기 노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는 듯하다. '사마리아'뿐 아니라 이전 작품들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상을 준 것 같다. 심사위원들 중 사미라 마흐말바프나 가브리엘레 살바토레, 댄 탤보트(뉴요커 필름즈 대표) 등이 내게 지지를 보냈다고 들었다. 그분들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해서 이런 독립프로덕션의 영화에 애정이 많았던 것 같다.
--지난 11일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18세 이상 관람가가 나왔다.
▲요즘 심의는 예전보다 성숙해 진 것 같다. 관념적인 심의를 한다. '사마리아'의 경우 예전같으면 목욕하는 짧은 노출신 정도밖에 문제될 게 없었겠지만 이번 심의에서는 여고생이 죽은 친구 대신 매춘을 하면서 돈을 돌려준다는 설정이 문제가 된 것 같다. '사마리아'는 '사회와 우리 아이와의 관계 회복'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영등위가)심의를 재고했으면 좋겠다. 이 영화가 18세 이상 등급으로 상영된다고 미성년자 매춘이 줄고 청소년들이 보호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래도 `18세이상관람가'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재고를 부탁하는 것이다.
--영화에 성(性)에 대한 표현이 많은 것 같다. 감독의 '성애론'을 듣고 싶다.
▲어떤 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수준은 스포츠 신문의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재된 생각을 표현하면 반드시 불리하게 된다. 성에 대한 얘기는 다 내 영화 속에 표현돼 있다. 입체적으로 보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도 평면적으로 보면 범죄가 된다. 만약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면 최근 불거졌던, 신문 전면에 깔렸던 기사들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영화를 보고 '네가 이런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이창동 감독이 만들면 사회를 보는 시선이고 내가 만들면 자신의 얘기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지 않나.
--성적인 표현에 대해 여성 단체의 비난이 많다
▲비평가들이나 이런 단체들의 조언이 있어서 '봄여름…'이나 '사마리아'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이번 수상으로 행여나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의 평론이 조심스러워지면 어떨까하는 걱정도 있다. 영화로 인한 논쟁은 내 논쟁이 아니다. 옹호하는 사람들과 비판하는 사람들 사이의 논쟁일 뿐이다.
--이번 영화부터 독립프로덕션을 만들어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내 프로덕션을 만든 것이 늦은 감이 있다. 효과적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위해 프로덕션을 만들었고 장비를 하나씩 마련하고 있다. 영화는 돈으로 찍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 같다. 시상식때도 모자를 쓴 모습이 다른 수상자들에 비해 이색적이었다.
▲시상대에서의 모습이 꼭 슈퍼마켓 가는 복장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모르겠다. 그냥 버릇이 돼서 그런 것 같다. 계속 모자를 쓰고 있으니 이제는 눈 밑의 그늘이 없으면 허전하고 모자를 벗으면 발가벗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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