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당국은 알-카에다가 마드리드 연쇄 폭탄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했으나 신빙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앙헬 아체베스 내무장관이 14일 밝혔다.
아체베스 장관은 이날 자정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아랍 복장을 하고 모로코 억양이 섞인 아랍어를 구사하는 한 남성이 알-카에다 유럽지부 대변인을 자임하며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테이프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테이프에서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공격 후 정확히 2년 반 만에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사건에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면서 "이는 범죄자 부시(미 대통령)와 동맹국들에 스페인이 협력한 대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당신들이 전세계에서,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야기한 죄에 대한 대가로 신의 뜻에 따라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알-카에다 유럽지부 대변인 아부 두잔 알 아프가니의 성명"이라고 밝혔다.
테이프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한 남성이 마드리드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테이프가 있는 곳을 알려준 이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체베스 장관은 테이프 속의 인물이 스페인 사법 당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며 사법 당국은 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 정부는 사건 직후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를 배후로 지목하고 이슬람 세력과의 연관을 배제하려 했으나 이러한 대응이 오히려 국민의 분노를 샀다.
최근 마드리드와 북부 바스크 도시인 빌바오 등 스페인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대응에 항의하며 총선 전에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테러 사건 현장인 마드리드 아토차역 외곽에 모인 7천명의 시위대는 "투표 전에 진실을 밝혀라" "아스나르(총리) 당신의 전쟁으로 우리가 죽어간다"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아스나르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아체베스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ETA를 용의선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 모로코인 3명과 인도인 2명을 마드리드 인근에서 체포한 사실을 공개해 이번 사건과 이슬람 세력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디오 방송 '카데나 세르'는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기관 국가정보센터(NIC) 관리를 인용, NIC의 조사의 초점이 차차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이번 공격을 모의했다는 쪽으로 맞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IC 관리는 지금까지 나온 단서들은 "이슬람 세력의 테러를 99% 시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알-카에다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러의 배후가 알-카에다와 관련 있는 이슬람 과격주의자들로 밝혀질 경우 총선에서 집권 국민당(PP)에는 불리하게 야당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아스나르 총리는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지원, 이라크에 병력 1천300명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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