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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쿠바, 외교단절 일보 직전

 

중남미에서는 유일하게 쿠바와 외교관계를 끊은 적이 없는 멕시코가 쿠바와 외교단절 일보 직전까지 가는 등 양국간 관계가전례없이 급랭하고 있다. 이번 일은 멕시코가 유엔인권위 대쿠바 결의안에 찬성하자멕시코 야당 거물 측근 비리를 둘러싼 이른바 `비디오게이트'는 멕시코 연방정부의야당 탄압을 위한 `조작극'이라는 쿠바 정부의 성명이 나오면서 촉발됐다.

 

루이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멕시코 외무장관은 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쿠바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동시에 자국 주재 쿠바 대사를 멕시코에서 추방키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또 자국 주재 쿠바 대사관의 정치담당 고문을 `기피인물'로 규정했다며 당장 멕시코를 떠나라고 밝혔다. 데르베스 장관은 자국 정부가 쿠바와 외교관계를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아도 양국간 관계를 대리대사(공사)급 수준으로 낮추었다면서, 양국의 대사들은 48시간 안으로 본국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멕시코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 측근들의 불법행위를 '몰카 비디오'로 담아 공개한 이른바 '비디오게이트'와 관련해 쿠바 관리들이 야당 탄압을 위한 멕시코 연방정부의 음모라고 주장한 점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세계노동절 기념 연설은 멕시코 정부의 배타적 영역인 국내문제에 직접 간섭하는 행위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어떤 상황과 전제조건 하에서도 멕시코는 독자적인 국내외 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외국 정부의 어떠한 기도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또 역사적으로 친분을 유지해온 쿠바와 우애로운 관계를 변경할 시도나그럴 생각은 없으나 카스트로 의장이 행한 발언 수위나 쿠바 관리들의 행동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간 관계에서 특징지어져야할 우정과 존중의 조건이 구축될 때 정상적 외교관계를 회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산티아고 크레엘 멕시코 내무장관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지난달 외교비자로 멕시코에 입국한 쿠바 공산당 당원들이 외교 경로를 통하지 않고 '정치 집회'를 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의 결정으로 쿠바와 맺은 외교관계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절 연설에서 카스트로 의장은 중남미 및 세계 전역에서 멕시코가 한때얻었던 명성은 유엔 인권위의 대쿠바 결의안에 찬성함으로써 "재로 변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쿠바 외무부는 `비디오 게이트'의 핵심 인물 카를로스 아우마다 쿼트그룹 회장의 신병을 인도하면서 아우마다 회장이 `비디오 게이트'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된 것으로 이미 수개월전부터 예상하고 계획된일이라고 실토했다고 밝혔다.

 

아우마다 회장은 멕시코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시티 시장 측근 인사들에게 `돈가방'을 내미는 장면을 몰래 찍은 비디오가 공개되자 쿠바로 도피했으며 지난 3월말 쿠바 당국에 체포됐다.

 

최근 두달간 멕시코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비디오 게이트'는 국민지지도 1위로페스 오브라도르 시장의 `집권당 음모론' 주장과 연방정부의 반박 성명 및 소환장발부 등 여야간에 치열한 정치공방을 초래하며 조기 대선정국을 방불케하고 있다.

 

한편 2000년 11월 출범한 폭스 정부 이전까지 멕시코는 비동맹 외교노선을 견지하면서 대쿠바 경제봉쇄를 취하는 미국의 입장에 관계없이 쿠바와 돈독한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폭스 정권은 역대 정부와는 달리 쿠바의 인권문제를 노골적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2002년 2월 쿠바 방문 때는 쿠바 반체제인사들을 접견해 카스트로 정권의 반발을 샀다.

 

카스트로 의장은 또 2002년 4월초 멕시코의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재원개발국제 회의에서 폭스 정부의 친미정책을 강력히 비난하며 회의 도중 전격 귀국해 폭스 정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멕시코 정부는 이어 쿠바 인권개선 결의안에 대한 유엔 인권위 표결에서 기권해오던 종전 입장에서 벗어나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카스트로 의장은"몬테레이 국제회의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큼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격 발언을 자제하고 멕시코의 입장을 봐서 일찍 떠나달라"는 폭스 대통령의 전화메시지 녹음 내용을 폭로해 멕시코 정부의 입장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2002년 9월 멕시코 정부는 `지나치게 친쿠바적'이라는 이유로 리카르도 파스쿠에 쿠바 주재 멕시코 대사를 전격 소환해 해임했다. 후임으로는 폭스 대통령이추천 한 친미성향의 인물이 임명됐다. 폭스 정부는 2003년과 올해에도 유엔인권위쿠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 쿠바 정부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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