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극도로 겸손해지고,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죠. 무대는 항상 두렵고 어렵지만, 특별한 인연이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그들의 특별한 인연. "학창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했다”고 장난처럼 고백하는 제자는 어느새 교수님이 됐고, 고교시절 레슨을 받던 어린 제자도 스승의 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음악으로 소통하는 사제지간에는 벽이 없고, 저만큼 물러난 세월의 빈 자리는 피아노 선율이 채우고 있다. 전주대 송미희 교수와 그의 제자 김주(전주대 겸임교수) 김윤미씨(전주대 출강)가 20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피아노 듀오 연주회'를 연다.
"연주자마다 곡의 해석은 다르지만, 듀오는 함께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중요해요. 음악도 마음도 합쳐져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도 재미있죠.”
기본적인 기량이 바탕이 되지만 듀오 연주회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호흡이 중요하다. '닮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듀오'라고 말하는 송교수는 믿음직스럽게 성장한 두 제자에게 지난해 듀오 연주회를 제안했다. 그러나 스승 앞에서 더욱 겸손해지는 제자들은 "선생님을 따라 무대에 오른다”고 말한다.
"평소 좋아하는 곡들을 엮었지만, 무엇보다 연주자가 연주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죠. 교대로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하기 때문에 다채로운 무대가 될 거예요.”
자신들의 개성보다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듯이 음악 자체만을 들려 줄 이번 무대는 18세기 작곡가 모짜르트부터 20세기 현대 작곡가 브리튼까지 다양한 곡들을 소개한다.
스승과 제자들이 만난 첫 연주회의 무대는 두 제자가 열고 닫는다. 첫 곡 브리튼의 작품은 "빗겨나가는 화성이 많고 리듬이 다양하고 복잡해 연주자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곡”이고, 마지막 곡 인판테의 'Danses Andalouses'는 남미의 민속적인 리듬에 화려하고 격렬한 열정이 녹아들어가 있다. 연주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기량이 요구되는 곡들이지만, 관객들은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송교수와 김교수가 호흡을 맞추는 모짜르트 곡은 연주자의 실수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곡이지만, 이들은 "어려울 수록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것을 얻어낼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한다. 송교수가 퍼스트로, 김씨가 세컨드로 나서는 아렌스키 곡은 감미로운 1·2악장을 지나 화려한 3악장이 이어지는 곡이다.
"김교수는 투박하고 학구적인, 거짓없는 연주를 해요. 반면에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김선생의 연주는 꾸준한 노력으로 성실함이 배어있어요.”
연주에도 성격이 묻어난다는 송교수는 톤이 선명하고 내적인 김교수의 연주와 화려한듯 하면서도 단정한 김씨의 연주가 어울려 듣기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깊이있는 연주로 무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송교수의 몫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무대에 서지만 걱정은 있어요. 무대에 서면 우리가 제자가 되고, 객석의 학생들은 스승이 되죠. 학생들 앞에서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랄까요.”
서로를 끌어주고 받쳐주면서, 이들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같은 무게로 나란히 무대에 설 생각이다. 다른 연주 색깔을 지녔지만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닮아있는 스승과 제자가 듀오가 지닌 진정한 앙상블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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