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하천을 편히 숨 쉬게 하라"

 

하천이 신음하고 있다.

 

수해 복구와 수계 치수를 이유로 추진되는 하천 정비사업이 항구복구(개량복구)를 남발하면서 하천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항구복구는 '땜질식 원상복구'와는 달리 피해 재발을 원천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수해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하천 전구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막대한 상태계 변형을 초래하는데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하천 정비는 또 구간에 따라 자치단체와 국토관리청 등으로 사업기관이 이원화돼 생태 보존의 연계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제시 금산면 성계리 백호마을 '성암교 쌍다리' 부근.

 

3백m 아래로는 원평천 지류와 만나는 유각천 하류가 흐르는 곳이다. 이 구간은 현재 하천 정비사업이 진행중이다.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유각천은 지난해 12월 이곳을 기점으로 공사를 시작, 모두 30억원을 들여 총 3㎞에 이르는 하천 전구간을 정비할 계획이다.

 

하천은 그러나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채 흉측한 몰골로 변했고, 강둑을 따라 파헤쳐진 제방은 콘크리트 석축 공사가 한창이다.

 

장마철 상습적인 수해가 하천 정비사업을 하게 된 이유. 하지만 공사중인 이곳은 수해 지역은 아니다. 인근 마을주민인 유모씨(69·봉남면 구중리)는 "이곳은 물난리 한번 나지 않았는데 왜 하천사업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주민들이 공들여 제방에 쌓아둔 돌을 뜯어내고 다시 석축공사를 하는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이미 유각천과 원평천 지류(지방2급하천)가 합쳐지는 원평천(국가하천) 수계치수공사를 마을 건너편에서 경험했던 유씨는 "하천 바닥을 긁어 자갈과 모래를 닥치는대로 채취해갔다”며 "수심이 깊어 이제는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찾아 볼수 없다"고 했다. '오죽하면 사고 책임을 지는 각서까지 쓰도록 했겠냐'고 얼굴을 붉혔다.

 

하천 정비가 이처럼 물의 흐름을 막는 자갈과 모래, 수초 등을 마구 파헤치는 하상정리로 이뤄지고, 하천이 상류와 하류에 따라 폭이 다르고 생태 환경이 차이가 있는데도 유속을 높이는 직강하 공사에 치우치면서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김진태 사무차장은 "물의 흐름을 바꿔놓기 위해 하천변을 따라 인위적으로 제방을 쌓는 졸속 하천 정비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주 고산천이나 운주천 등 하천 정비가 이뤄진 대부분의 하천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 사무차장은 특히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치수 능력의 부족을, 하천에 따라 관리기관이 다른 현행 수방 체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하천은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관리청이, 지방1급하천은 광역시도가, 지방2급하천은 각 자치단체가 관리한다. 이 때문에 사업기관이 구간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일원화된 생태 통합관리가 절실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제 원평천의 경우도 금산면 화율리에서 봉남면 내광리에 이르는 지방2급하천 13㎞구간은 김제시가 맡아 수해상습 개선사업에 나선 반면, 하류 쪽인 봉남면 내광리에서 죽산면 해창리에 이르는 국가하천 16.2㎞ 구간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수계치수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대해 김제시 복환근 산업개발국장은 "하천 정비는 환경 보존과 상충되는 측면이 많아 원형 상태로 복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재정이 부족한 자치단체는 정부로 부터 별도 예산을 따와 하천 정비를 하기 때문에 국토관리청 등과의 연계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안태성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에서 다시 뛰는 군산 수산업, 글로벌 K-씨푸드 중심지로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