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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노래한 수묵의 담담함

 

섬진강을 따라 걷다보면 작가의 흔적을 느낀다.

 

햇볕 좋은 날 그가 걸터앉았을지도 모를 강가 바위, 작가의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간 간지러운 물살, 그날의 바람, 공기…. 작가의 발자국을 따라 그의 삶도 섬진강가에 남아있다.

 

3년 전 한국화가 송만규씨(49)는 순창군 동계면 구미마을에 작업실을 냈다. 92년부터 줄곧 섬진강을 그려왔지만, 섬진강가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게되면서 부터 작가는 비로소 작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번이고 강가를 거닐며 담아낸 섬진강 풍경. 네번째 개인전 '송만규-섬진강 흐르는 강을 따라 걷다'전이 10일부터 1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린다. 그의 화폭 안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던 섬진강도 3년만에 세상 바람을 쐬게 됐다.

 

"지리산을 다니다 섬진강을 보게됐죠. 첫 그림을 그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섬진강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섬진강을 그린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강물이 흐르는데, 내 몸은 언다'는 김용택 시인의 노래처럼 작가는 자연 앞에서 겸손해진다. 그는 처음에는 물의 표면을 봤지만, 지금은 물의 깊이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섬진강 깊이의 발견은 자연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작은 것 하나도 자연은 생명력과 평화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새벽강의 물안개, 바위돌 틈새, 작가는 보이지 않는 느낌들까지 섬세한 붓끝으로 그려넣었다. 유연한 버들가지는 섬진강에서 솟아오르는 물고기 떼처럼, 대숲 사이 떠있는 은근한 보름달은 그의 손 끝에서 기운이 생동한다.

 

"사람만이 호흡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인간에서 느낀 따뜻함과 편안함이 자연 안에도 얼마든지 있어요.”

 

80년대 민중운동을 했던 열혈청년은 세기가 바뀐 지금도 20m가 넘는 대작을 그려낼 정도로 여전히 푸른 기운이 넘친다. 첫 발을 내딛은 곳을 시작으로 발길이 닿는 곳까지, 작가와 자연이 합일된 대작은 웅장함 보다 포용하는 대범함을 보이고 편안함도 품어낸다.

 

수묵의 담담한 풍경 사이로 간혹 연두빛 봄과 황금빛 가을이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작가의 그림 곳곳에서 눈에 띄었던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허전한 빈 자리에는 대신 작가의 깊은 사색이 자리잡았다.

 

전통기법을 따라 진경산수를 그리는 그는 형식은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언어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양식의 문제는 고민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먹은 흑색이지만 온갖 색채와 형체들이 나온다”는 그에게는 색보다 먹이 우선이다.

 

3년 전 작업실을 옮긴 후 작가의 심경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간 중심이 아닌,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그는 인간미에서 미적가치를 찾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연미를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했다. 작가의 섬진강 기행은 이제 자연미를 확보해 나가는 여정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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