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예원예술대 코미디학과 콘서트, "웃다 배꼽 빠져도 책임 못져요"

 

어느 시인은 사람들의 말이 줄어든 대신, 엘리베이터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웃음을 잃어버려서 일까. 세상에는 남을 웃기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학교도 있다.

 

짱뚱맞게 자른 앞머리와 질질 끌고 나타난 흰 고무신,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분홍색 멜빵바지…. '외모만 봐도 웃기는 학생들'이 9일 오후 7시 예원예술대 생활관 홍보관에 모였다.

 

XXL 사이즈의 여자가 S70 사이즈의 옷을 입다 목이 졸려 죽은 사연, 고기 5개를 얹어 상추쌈을 싸먹다 죽은 사연, 염락국에 온 사람들의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전공은 성악, 전공을 살려서… 노래방에서 일해요.” "뭐라고요? 노래방 도우미요? 이런… 전공을 아주 제대로 살리셨군요.”

 

"애드립을 더 살려.” "가방 들고 나가야지.”

 

연습과 실제가 공존하는 시간, 예원예술대 코미디연기학과 학생들이 '여기 미친듯이 웃긴 공연을 소개합니다(연출 김수현)'를 통해 '엄청난 창작 개그'를 펼쳐낸다. (1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오후 4시·7시)

 

나이보다 학번이 우선인 선후배 사이의 엄격한 규율도 연기에서만큼은 필요없다. 선배를 사정없이 밀치기도 하고, 배역에 따라 선배는 후배의 육중한 몸을 들고 몇 바퀴라도 돌아야 한다. 조명은 형광등으로, 음향은 학생들의 입이 우선 대신한다. 재미가 '덜'한 장면도 왁자지껄한 웃음으로 서로를 격려한다.

 

1년에 2차례 학기가 끝날 무렵 열고있는 기말발표회지만, 공연은 학과만의 축제가 아닌 전주 전역에 웃음바람을 몰고온다. 개그맨, 가수, 연극배우, 뮤지컬 배우 등 꿈은 전부 다르지만 이날 목표는 오직 하나 '관객 웃기기'다.

 

학과가 생긴지 올해로 5년 째, 기말발표회도 벌써 9회째다. 개그맨 전유성·이영자씨가 지도교수이고, 개그맨 양배추는 학과 선배, '웃·차·사'의 끔찍이 김신영씨는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번 공연은 6개의 꽁트를 엮었다. 수업 시간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 중 재밌는 이야기들만 추렸다. 텔레비전을 가운데 두고 모인 '가족회의', 한국인과 외국인이 맞선을 보는 '예원짝짓기', 부부싸움을 하다 죽은 사람은 무조건 지옥에 떨어진다는 '염라국 이야기', 맞선을 보다 생긴 헤프닝 '발리', 도둑 2명이 집을 터는 '도둑이야기', 길을 걷다 시비가 붙어 싸우고 있는 현장을 중계하는 'K-I'. 한 꽁트당 6∼7분 분량, 대개 6∼8명이 출연한다.2∼4학년 20명의 학생들이 무대에 오르고, 1학년은 스텝이다.

 

학생들이 만드는 무대라 이번 공연도 경제적 문제가 큰 어려움이었다. 영화배우 전지현의 얼굴 대신 전유성씨의 얼굴을 합성한 포스터를 목에 걸고 길거리 홍보도 나섰다.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온갖 개인기로 2천원짜리 표를 '강매'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하나 뿐인, 최초의 코미디 전공 학과입니다. 학교와 학과의 명예를 걸고 여러분들의 배꼽을 빼놓겠습니다.”

 

이들의 전공은 코미디. 무대에서는 망가지고 무너지는 모습이지만, 그 뒤에는 항상 진지한 고민이 있다. 연출을 맡은 김수현씨는 "출연자 모두 개성이 강하고 자기 색깔이 뚜렷하지만, 한 무대에 서면 함께 비벼질 수 있는 맛있는 비빔밥 같은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의 웃음이 때이른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린다.

 

도휘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