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의장, 대통령,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설왕설래를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대검중수부 폐지를 두고 검찰총장, 대통령, 법무부장관 등이 설왕설래하면서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정부ㆍ여당 내부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파트 원가 공개가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고,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은 공공주택에 대해 원가공개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아파트 원가 공개와 관련하여 장관이나 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도 서로 반대되는 말을 하고 있다. 여러 이슈들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모순된 발언들은 여당과 정부의 내부 의사소통과 의견수렴에 커다란 문제가 있음을 극명하고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탈권위주의 시대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의견수렴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대통령의 권위가 사라지자 여당 정치인들이 뜨고 싶어서 인기발언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해석에는 잘못된 것이다. 현 정부ㆍ여당의 문제점은 탈권위주의의 문제라기보다 의사소통과 의견수렴 부족의 문제이다. 내부적으로 심각한 논쟁을 거치더라도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여 외부적으로는 통일된 입장을 보여주어야 국민들이 이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다.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우리 정부ㆍ여당처럼 자꾸 반대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면 국민들이 혼란스럽게 느낀다.
예를 들어 아파트원가 공개는 열린우리당이 이미 총선공약으로 제시하였던 것이다. 공개적인 대국민 약속이다. 여당의 공약은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의견수렴한 결과라고 국민은 인식한다. 내부적인 정리를 통해 제시된 것으로 믿었던 공약들이 전혀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래서 실제적인 결정이 아니라면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다. 결정의 옳고 그름보다 말을 바꾸는 것이 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때가 많다. 자꾸 말을 바꾸면 국민의 정부ㆍ여당에 대한 신뢰감을 크게 떨어뜨려 혼란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민주화된 권위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도, 정부ㆍ여당은 국민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소통을 철저히 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필요한 말만 골라서 하고, 한 번 공표한 것은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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