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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사랑채서 풍류기행 아쟁ㆍ철가야금ㆍ소리 '한마당'

16일 저녁 8시 오목대 사랑채에서 열린 사랑채 풍류기행은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잔치집 같았다. (desk@jjan.kr)

 

봄밤 그윽한 꽃향기와 가을밤 풀벌레 소리가 있어야만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여름 밤에 즐기는 풍류는 후텁지근한 장마 끝이라 더욱 좋다.

 

16일 저녁 8시 오목대 사랑채에서는 전주의 풍류가 살아났다. 삼삼한 국수와 막걸리 한 사발, 시원한 김치로 고픈 배를 달래고 나니 소리가 기다려진다. 전주 음식처럼 담담하고 은근하지만 깊은 소리를 들을 차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은 것은 아쟁 소리. 전국고수대회 대명고부 최우수상을 수상한 홍석렬씨와 그의 딸 민주양이 연주하는 아쟁이 판을 열었다. 바람 소리에서조차 공력이 묻어나는 전주시립국악단 단무장 김성호씨의 대금산조와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이수자 강동렬씨의 철가야금산조가 마당에, 마루에, 문턱에 어지럽게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울린다.

 

"소리의 고장인 좋은 마당에 와서 소리를 하려니까 오금이 다 저린다”는 너스레로 시작된 '소리여세'의 단가 마당. 소리로 세상을 열어가는 소리여세는 판소리의 전통적 계승과 현대화를 추구하는 소리꾼과 고수, 학자들의 모임이다. 명창들의 잊혀진 단가를 풀어내는,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소리꾼들의 열창은 목을 풀기위해 불렀던 의미의 단가가 아닌, 무더운 한여름 밤을 달래는 서정적인 소리였다.

 

잃어버린 단가를 찾아가는 소리여세의 판은 둥글리다 구성지게 흘러내리고 폭포수 같은 통성을 지닌 송만갑의 '백구타령' '역려가객', 월북한 명창 정남희의 '청루원', 임방울의 '명기명창', 정정렬의 '불수빈' 등 구성진 소리가 차고 넘쳤다.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잔치집 같은 풍류기행을 연 이는 한정식 식당 오목대 사랑채 주인이자 전 전주소리축제 프로그래머를 지낸 이보근씨.

 

"그냥 판을 벌이고 싶었다”는 그는 "처음이라 미숙하지만 계절별 혹은 분기별로 풍류기행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국악만이 아니라 양악이나 전시도 마당에서 열어볼 계획이란다. 예술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는 한 풍류객에 의해 한옥마을에는 또하나의 문화공간이 생겨났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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