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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집이란 무엇인가?

집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지금 앉아있는 바로 이 공간, 집이란 무엇일까? 아침에 출근했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어김없이 돌아가야 하는 집, 즐거운 곳에 다녀왔다가도 시들해지면 다시 생각나는 집, 구두 벗고 넥타이를 풀자마자 소파에 풀썩 몸을 던지면서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파고들고 싶은 집, 정말 그 집이란 것이 무엇일까?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저녁마다 잠자리에 드는 장소는 국경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모두 다 ‘집’이다. 또 우리가 처음으로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난 곳도 바로 집이며, 공부를 하는 학교도 집이고, 일을 하는 사무실도 집이다.

 

이러한 집을 예전에는 양택(陽宅)과 음택(陰宅)이라고 구분해서 불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살림집을 양택이라고 하는데 비해서, 죽어서 묻히는 묘(墓)는 음택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케케묵은 옛날에만 음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어서 요즈음은 묘를 쓰지 않고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시는 게 추세라고는 하지만, 사실 납골당도 집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에 잠시 머물렀던 자궁(子宮), 즉 ‘아기집’이 우리 인간에게는 가장 편안하고, 아늑하고, 또 영원히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가고픈 이상적인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제 몸에 스스로 집을 지니고 다닌다고 해서 여자를 ‘제집’이라 불렀고, 그것이 계집이 되었다고 한다. 엄마뱃속 같은 공간, 그리고 그렇게 유기적인 공간을 구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는 집이고 건축이다.

 

그렇게 보면 우주(宇宙)도 집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집’이란 뜻을 지닌 우(宇)와 주(宙)를 합해서 우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집이 무한히 넓고(弘), 크다(荒)고 생각한 것이다. ‘자궁’이라는 가장 편안한 집에서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났다가 알 수 없는 ‘우주’라는 저 큰 광활한 집으로 사라지는 것이 어쩌면 우리 인생인지도 모른다.

 

/최상철(삼호건축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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