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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수덕사의 여인

백제 최고 절에 얽힌 사연

지금 현재 남아있는 우리 한옥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으라면 흔히 부석사 무량수전과 수덕사 대웅전을 꼽는다. 부석사 무량수전이 간결하면서도 장중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데 비해 수덕사 대웅전은 그저 그렇게 수더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토방을 돌아서 조금만 옆으로 다가가면 수덕사 대웅전 특유의 정확하고 간결한 벽면비례의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그런 수덕사에도 여인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어느 날 인생의 깊은 번민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귀부인이 덕숭산 산자락을 찾아오게 된다. 청상과부였다. 자연히 작은 암자에는 남정네들이 기웃거리게 되고, 애간장을 태웠다. 아랫마을 박부자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은은한 보름달빛 아래에서 도저히 이세상사람 같지 않은 그 여인이 마침내 박부자의 간청을 들어주게 된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암자근처에 백제에서 제일가는 절을 지어달라는 것이었다. 박부자는 흔쾌히 승낙을 했지만, 절을 완공할 때까지는 그 여인 곁에 갈 수가 없었다. 그것이 또 하나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박부자는 급한 마음에 백제에서 제일가는 목수들을 모조리 불러다가 공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절은 예정을 앞당겨 완공되었다. 절이 완공되던 날 밤 박부자는 약속대로 여인의 거처를 찾았다. 물론 여인도 곱게 화장을 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다소곳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박부자가 여인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 여인은 마치 무엇을 찾으려가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깜짝 놀란 박부자가 급하게 발뒤축을 잡아채자 그만 버선이 벗겨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여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뒤뜰 바위틈으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 후 해마다 봄이 되면 이상하게도 바위틈에서 버선모양의 버선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 바위를 버선바위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그 여인을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믿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에 수덕사를 찾아가면 그 전설을 되뇌면서 대웅전을 다시 한번 둘러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최상철(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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