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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건축단상] 아파트의 웰빙조건

큰 평수보다 정신적 안정과 만족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는 우리의 삶에서 이제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 되었다. 도시화와 고밀화의 현상에 밀려 우리에게 주어진 아파트에 대해 우리는 아파트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잊은 채, 아파트가 주는 장점들에만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아파트가 갖게 되는 외부공간과의 단절성, 규격화된 내부 공간, 조망의 제한성, 고밀화, 열악한 일조 및 통풍조건 등의 거주성의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아파트의 평면이 과거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노예선과 흡사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일 정도이다. 아파트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금 추구하는 ‘웰빙(wel-being)’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먼 주거형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파트는 우리사회에서 고부가가치를 인정받는 고가의 상품이 되었고, 시시각각 펼쳐지는 아파트 광고에는 미녀 모델들이 아파트의 일상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파티, 외국의 화려한 성(城) 등과 같은 과장된 이미지로써 우리를 계속 유혹하고 있다.

 

인간의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衣食住)의 주(住)는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容器)이다. 이 그릇의 형태와 내용에 의해 우리의 삶의 형태와 내용도 다르게 된다. 우리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웰빙 개념은 아파트의 편의성과 재산적 가치 등에 만 익숙해진 우리를 아파트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의 웰빙화 방법은 고층화, 과밀화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점, 그리고 주거 환경적인 요소들에 관련된 물질적 측면만이 강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재산적 가치와 공간의 물질적인 크기만을 추구해 왔다. 큰 평수의 크기와 호화재료 만을 쫒다보면 우리는 항상 물질적 조건에 대해 상대적 부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진정한 웰빙은 물질적 충족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안정되고 만족될 때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주거의 정신적 웰빙 개념은, 본래 인간의 동기부여 방법을 연구했던, 20세기 초의 심리학자 마슬로우(A. Maslow)의‘인간의 욕구 5단계’로서 설명될 수 있다. 즉, ①생리적 욕구. ②안전 욕구. ③사회적 욕구. ④존경(인정) 욕구, ⑤자기실현(자아 완성)의 욕구이다. 첫 번째, ‘생리적 욕구’는 주거에서의 기본적인 기능으로서 물질적인 시설에 해당된다. 두 번째, ‘안전 욕구’는 물질적 정신적 모두에 해당된다. 다음의 ‘사회적 욕구’는 주거 내에서 가족구성원과 방문자를 포함한 내외부 모든 사용자의 사회적 관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존경 또는 인정 욕구’는 주거의 형태와 내용이 가족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고 더 나아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마지막 단계인 ‘자기실현 또는 자아완성의 욕구’는, 개인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자기들의 주거가 다른 주거와는 구별되고 고유성 또는 정체성까지도 갖기를 원하는 정신적 만족 상태를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진정한 웰빙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볼 때이다. /필자는 건축가로 연세대에서 건축계획 및 설계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 미국 아리조나주립대 교환교수, 독일 하노버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전주대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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