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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형태의 의미

옛 민가 조상들 우주관 담아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天圓地方)’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하늘이 몹시 캄캄하고, 땅은 누렇다고 믿었다(天地玄黃). 그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무한히 넓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거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宇宙弘荒). 처음 글을 배우는 천자문 첫머리부터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천자문뿐만 아니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던 건축물 구석구석에도 그 생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경주 석굴암만 봐도 그렇다. 잘 알려진 대로 석굴암의 특징은 원(圓)과 각(角)의 절묘한 배합에 있다. 석존불이 모셔진 공간은 원형인 반면, 사람들이 참배하는 공간은 네모나다. 원형공간은 하늘과 같이 존엄한데 비해 우리 인간이 발을 디디고 서있는 땅은 낮고 세속적이라는 당시 사상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일반무덤도 마찬가지다. 관(棺)이 놓이는 부분은 땅속이라서 사각형으로 만들지만, 그 무덤이 하늘로 드러나는 봉분은 하늘과 비슷한 형태로 둥글게 만들어져 있다. 서양 기독교건축이 하늘을 향해서 찌를 듯이 높게 치솟아있는 고딕스타일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같은 하늘을 염원하면서도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면 이렇게 서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건축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도 하늘을 향한 머리는 둥글지만, 상대적으로 땅에 가까운 몸통은 네모난 형태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을 소우주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작은 부분이 전체의 정보를 담고 있다는 홀로그램의 성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늘을 둥글다고 생각한 것은 시작과 끝이 따로 없다는 ‘원의 의미’와도 상통한다.

 

그래서 부처님을 모신 사찰이나 임금님이 계신 건축물은 으레 잘 깎아 만든 원형의 우람한 기둥을 사용하였고, 일반민가에서는 원형과 대비되는 사각형의 기둥만 사용하도록 강제하였다. 현존하는 옛날 민가들은 그러한 당시 우주관의 건축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있다. 건축물이란 형태를 통해서 옛날 우리조상들이 가지고 있던 그 사상과 철학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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