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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대문과 현관문

맞아들임과 밀어냄의 차이

대문간에서 「이리 오너라!」 하는 인기척이 나면, 마당쇠가 서둘러 뛰어나가 빗장을 풀고 얼굴을 빠금히 내민 다음, 마당 안으로 대문을 얼른 열어젖히면서 고개를 조아린다. 손님을 맞아들이려는 것이다. 이때 어느 집이나 대문을 집밖으로 밀어서 열지 않고, 마당 안으로 당겨서 열어젖힌다.

 

또 툇마루에서 「으흠, 으흠」하는 대감마님의 기침소리가 나면, 뜨개질을 하던 아씨가 서둘러 방안을 정리하고 얼른 버선발로 나와 문고리를 잡고 방문을 열게 되는데, 문을 여는 방향이 이번에는 대문과 반대방향이다. 방안에서 밖으로 열고 나오게 된다. 그러데 가만히 살펴보면 따로 떨어져 있는 측간이나 헛간도 마찬가지다. 문을 여는 방향이 방문과 똑같다. 내부공간에서 「외부를 향하여」 열리고 닫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유독 대문만 그렇게 다르다. 외부를 향해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내부공간인 마당 안으로 잡아당겨서 열리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대문의 개폐방향을 집안의 다른 문들과 달리 한 것은, 외부손님을 맞아들일 때 문간에서부터 정성껏 안으로 맞아들이자는 뜻은 물론, 집안의 화평한 복이 밖으로 나가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의 아파트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현관이라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사용하겠다는 욕심과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재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현관문을 피난방향인 「안에서 밖으로」 열리도록 강제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문의 개폐방향에만 그렇게 주목할 것이 아니다. 옛날 한옥의 문은 모두 다 하나같이 마당을 향해서 열리게 된다. 방문도 마당을 향해서 열리고, 대문도 마당을 향해서 열리며, 헛간이나 측간의 문도 모두 다 마당을 향해서 열리고 닫히도록 되어 있다. 이른바 마당이 집의 중심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록 외부에서 찾아오는 나그네일지라도 별 차이를 두지 않고 안으로 「맞아들일」 수 있었다.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밖의 상황을 먼저 살핀 뒤 방문객을 향해서 현관문을 「밀어젖히는」, 지금 우리네 아파트들과는 집을 만드는 개념부터 확실히 달랐다.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바뀌었으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버린 것이다. 맞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고 있다. 오늘 우리도 그런 집에서 혹시 슬그머니 밀려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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