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이 누리는 삶의 양식 '가치' 더해
건축은 인간의 활동을 담는 용기(容器)이며, 구체적으로는 건축의 공간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물리적인 공간적 특성에 따라 그 활동의 성격이 다르게 나타난다. 문화적 속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그 곳 만의 독특한 공간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문화’는 “인간의 공동사회가 이룩하여 그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가치있는 삶의 양식 및 표현체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의 내용을 살펴보면, 문화의 주체는 그 사회의 ‘구성원’이고, 방법은 ‘함께 누리는’ 것이며, 대상은 ‘가치 있는 삶의 양식 및 표현체계’라는 문화의 속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이 정의에는 문화의 보편적 일상성(日常性), 시간적 당시성(當時性), 공간적 당소성(當所性) 등의 특성도 포함되어 있다.
공간 문화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구성원이 아닌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시적 전시용이 아니다, 공간 문화는 행정적 절차에 의하여 특구로 지정된 어느 특정지역과 공간을 방문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지금의 이 곳의 일상적인 삶의 양식이며 표현인 것이다. 전북의 도시라는 우리의 공간에서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나물 등의 먹거리 재료가 풍성하므로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맛있는 비빔밥을 해 먹고 있으며, 일반 가정에서 지필묵이 항시 준비되어 있어서 서예를 직접 즐기고, 벽에 걸려있는 서예 진품을 감상하는 일 등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동네 골목에는 지금도 노인들의 소리가락이 흘러나오고 있는 일상적인 공간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의 도시에서는 이러한 먹거리, 서예, 판소리 등이 특별한 문화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우리의 일상 생활의 일부인 것이다. 외지인들이 전북지역을 방문했을 때 유물과 같은 사료(史料)들은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는 것들을 볼 수밖에 없지만, 전북의 고유한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 특별히 유명 지정 음식점, 서예관, 국악원, 특정 전통관 등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어느 장소에서도 일상의 문화를 느낄 수 공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외국의 도시들을 여행할 때, 우리는 그 곳의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그 곳의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일상적인 삶의 양식과 표현체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대상은 그 곳의 건축물, 사람(모습, 눈, 의상, 행동 등), 음식, 그리고 풍물들이다. 유명한 관광지와 유적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곳의 고유한 일상적인 공간 문화가 주는 인상은 더욱 강력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된다.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모든 도시문화의 지역성, 역사성, 그리고 전통성의 가치는 더욱 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의 도시는, 다른 도시와 차별되게 특정한 장소에 가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고유한 공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독특한 공간 문화의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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