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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건축의 착각 배흘림

착시 감안 기둥 가운데 부분 볼록하게

한 때 제주도에 「도깨비 도로」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물론 실제 「도깨비 도로」가 아니라 일종의 착시였다.

 

사람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도 우리는 사실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고, 뇌에 저장되어 있는 이미지만 확인하게 된다고 한다.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서 거울 속에 비치는 얼굴이 조금씩 달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얼굴의 좌우가 조금씩 다른데도 그걸 쉽게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운전을 하다 보면, 도로의 노면 좌우가 반듯하게 수평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견 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빗물처리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도로의 노면에 경사를 준 탓이다. 그리고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자동차의 바퀴 축 자체를 반대로 약간 기울여 놓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차내에서는 다시 수평으로 인식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자동차나 사람얼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눈은 알게 모르게 그처럼 자주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그 착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착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형태를 다루는 조각이나 건축에서는 일부러 그 착시를 적절히 활용하곤 하였다.

 

잘 알려진 대로 건축에서는 엔타시스(entasis, 배흘림)라는 것이 있다. 기둥을 세워놓으면 기둥의 위와 아래보다도 가운데 배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가 보이게 되는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일부러 배 부분을 기둥의 위아래 직경보다도 약간 더 크게 처리하는 것이다. 멀리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열주(列柱)가 그렇고, 우리 주변에서도 전주역이나 박물관의 우람한 기둥들이 그렇게 배흘림처리가 되어 있다. 모두가 다 착시를 기정사실화하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긴 수평선이 대담하게 드러나 보이는 건축물의 처마곡선도 마찬가지다. 처마를 정확하게 수평선으로 그어놓으면, 양 끝단보다도 역시 중앙부분이 쳐져 보이게 되는데, 거기에도 착시를 끌어들였다. 아예 지붕처마선 좌우 끝단을 살짝 들어 올려놓은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더 안정적으로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이 때로 버선코처럼 날렵하다는 찬사까지 듣게 된다면, 착각이 또 하나의 새로운 감각기관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착각도 착각 나름인 모양이다. 요즘 대선주자들이 궁색하게 늘어놓는 제 변명이 그렇고, 입신양명하기 위해서 학력을 위조해놓고도 천연덕스럽게 「착각」이라고 둘러대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이건 요지경도 보통 요지경속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남이야 어떻게 보든 말든, 처음부터 「배흘림」이라는 착시를 운명처럼 알고 장중하게 서있는 저 기둥들이 차라리 훨씬 「더 품격 높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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