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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자식같이 키운 1만1880㎡ 벼 오리떼가 먹어치워

"볏짚만 앙상...세상에 이런일이" 익산 만석동 이성승씨 망연자실

벼 한톨 남아있지 않는 볏짚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성승씨. (desk@jjan.kr)

자식처럼 키워온 벼가 한순간에 사라진채 앙상한 볏짚만이 들녘을 지키고 있다.

 

오리떼가 몰려들어 벼알을 모두 해치웠기 때문이다.

 

밤새 날벼락을 맞은 농부는 한톨도 없이 사라진 벼를 보자마자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생각치않은 뜻밖의 재앙에 억눌렀던 감정을 이기지 못한듯 눈물바람을 한다.

 

지난 24일 밤 수십만 마리로 추정되는 오리떼가 몰려들어 1만1880㎡(3600여평)의 벼를 순식간에 먹어 해치운 익산시 만석동 들녘 이성승씨(69)의 논.

 

벼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온데간데 없고 앙상한 볏짚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추수를 마친 주변 논의 풍경과 다름 없다. 오리떼가 해치웠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먹다 떨어진 벼알 몇톨만이 논 바닥 여기저기에 나뒹굴고 있다. 허기진 배 채우기에 앞다투던 오리떼가 남기고 간 깃털도 바람에 날려 진풍경이다.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자 찾은 관계 공무원들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추수후 버려진 한톨의 쌀을 건지기 위해 벼이삭을 줍는게 농부의 심경이라는 이씨는 “한톨없이 사라진 이런 모습은 60평생 처음맞는 일로 쳐다보기조차 싫다”며 긴 한숨을 내쉰다.

 

농사를 짓기 전인 지난 봄에 800만원 상당의 임대료(일명 선자)를 이미 지불했기에 이 씨의 상처는 더욱 깊다.

 

마을 주민들은 이씨의 벼가 오리떼의 먹이가 된 지난 24일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같은 날짐승의 울부짖음에 놀랐다며 이씨의 논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장본일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이씨는 “익산시에 도움을 청해봤지만 보상해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일을 어디에 하소연 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이씨의 논은 지난번 태풍때 벼가 넘어져 벼알의 위치가 오리들이 접근하기에 적당한 높이였다. 또 먹이를 쪼아먹는 다른 조류와 달리 오리는 벼를 훑어먹기 때문에 벼알이 남아나지 않는다는게 농민들과 관계 공무원 등의 설명이다.

 

금강변과는 다소 떨어진 익산시 만석동 일대는 넓다란 들녘으로 종전에도 수십만 마리의 철새와 오리떼들이 무리를 이루며 몰려드는 먹이 창고 역할을 하고 있어 또다른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장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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