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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석 건축담론] 밖여닫이 '공적 사회'의 단면

한옥의 창과 문

우리의 한옥을 창호를 자세히 살펴보면 창과 문의 크기와 형태가 비슷하여 어느것이 창이고 문인지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

 

서민의 주택이었던 초가는 보통 툇마루가 없이 댓돌에 신을 벗고 전면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초가와는 달리 툇마루도 있고 대청도 있는 양반가에 이르면 문과 창은 엄연히 구분되는데 머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문과 창으로 구분하고 창으로는 드나들지 않는 것이 예(禮)이다. 머름은 보통 삼십센티미터 정도의 높이로 마당에서 보았을 때 사람의 눈높이 정도로 방의 바닥이 보이지 않아 방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 머름이 있는 곳에 설치된 창은 홑겹이 아닌 이중 삼중의 문을 달아 열, 바람, 빛의 유출입을 조절하게 되어 홑겹 창의 기능을 보완하고 멋스러움을 더한다. 덧문을 열어 제치고 머름 위에 팔을 걸친 채 담장너머로 시선을 던지는 여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청마루를 통해서 들어가게 되는 문은 보통 분합문을 많이 사용하는데, 두짝 이상의 분합문을 돌쩌귀를 연결하여 접은 다음 들쇠에 매달아 공간을 개방하여 유동성을 주는데 한옥이 가지는 독특한 과학적이며 미적인 특징 중의 하나이다.

 

서민의 창호이든 양반가의 창호이든 안쪽으로 열리는 창호는 없다. 지금의 창호의 형태도 이중창이 있지만, 우리의 한옥도 이중, 삼중의 창호를 사용하였는데, 안쪽에 홑창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미닫이를 설치하다 보니 자연히 밖의 창은 밖여닫이로 만들 수 밖에 없었고, 또한 대청마루에 면한 분합문도 밖으로 올려 매달아야하므로 밖으로 열리는 구조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시대에 따라 문의 기준이나 기능들이 바뀌어 가고 있다. 현대의 문들이 피난의 방향으로 열려야 하는 규정과 기능에 따라 문의 개패방향과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윈스 턴 처칠 경이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집은 사람을 만든다."고한 말처럼 어떠한 규정에 의해서든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면 사회적으로 코드화 되어 우리의 의식을 바꾸어 가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지금의 주거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문들이 피난방향으로 열려야 하는 현관문을 제외하면 안여닫이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대조적으로 한옥의 경우는 밖여닫이가 지배적이다. 창호 하나만의 예로 전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한 점도 있지만, 지금 우리의 사회는 훨씬 공적인 사회에서 가정적인 사회로 그리고 개인적인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다.

 

더불어 각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건축 설계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 집에서 여러 세대가 한꺼번에 살던 과거 우리의 생활과 한옥의 공간구조에 비하여 핵가족화되고 주된 생활공간이 아파트로 형성된 지금은 폐쇄적이고 개인적인 정서가 많아진 사회라는 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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