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쫓기는 맹꽁이 어디 가서 살까요
경칩을 지나 춘분을 앞둔 산기슭의 웅덩이이나 저수지는 산개구리, 두꺼비 등 양서류가 일생일대 최대의 임무인 짝짓기와 산란으로 분주하다. 젤리처럼 투명한 우무질에 쌓인 알들이 수면 곳곳에 수백 개씩 무리를 지어 떠 있다. 곧 있으면 꼬물꼬물 올챙이가 되고 성체가 되어 들과 산을 오가며 살 것이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맹꽁이가 채울 것이다.
지난해 7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전주 도심 한복판에 맹꽁이가 나타났다.
2002년 다가산 강당제 마을의 작은 웅덩이에서 농약에 중독돼 신음하던 맹꽁이 무리를 이사 시킨 지 5년 만 이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살아남아줘서...' 시민들은 열악한 서식 환경에도 살아남아준 맹꽁이들은 작은 생명의 울림을 들었다.
△도심 속 하찮은 습지가 멸종위기종 서식지
맹꽁이가 발견된 곳은 저수지를 메워서 만든 전주시 삼천동 거마제 공원 삼천도서관과 세경아파트 사이의 작은 습지(웅덩이)와 긴 조립식 상가 뒤편의 배수로 근처였다.
과거 저수지 물길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솟아나는 지하수와 대지가 높은 세경아파트 쪽에서 흘러나온 빗물이 고이면서 작은 습지를 만들었다. 옆으로는 기다란 건물이 사람들의 출입을 차단하고 콘크리트 기초가 물이 흘러나가지 않게 가둬두는 역할을 하면서 제법 많은 물이 고인 늪처럼 보인다. 군데군데 놓여진 조경석이나 방치된 나무들은 맹꽁이의 은신처를 제공해 주었다. 또한 아파트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텃밭에 빗물이 스며들면서 습한 곳을 좋아하는 맹꽁이의 서식 환경을 갖췄다. 자연적인 요소와 인위적인 환경이 개체수를 증가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맹꽁이의 주요 서식 공간은 텃밭 아래, 건물 뒤편의 축축한 땅이며 산란처는 서식지 웅덩이와 도서관 옆 웅덩이로 추정된다. 물 억새나 고마리, 피, 사초과 종류의 식물이 분포하고 근처에서 소금쟁이가 관찰되고 있어 습지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행동반경이 좁아 개발 사업이 벌어지면 큰 피해
맹꽁이 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도로 건너편 효문여중 대숲과 연결된 텃밭과 집터도 비슷한 환경이었다. 효문여중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농사를 짓는 물을 대기 위한 웅덩이가 있었고 대숲과 연결된 배수로는 축축한 기운을 유지하고 있어 장마철에는 일시적으로 웅덩이가 형성될 것으로 보였다.
2002년 당시 다가산의 강당제 마을도 저수지는 메워졌지만 작은 웅덩이는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시끄러울 정도로 울어댄다고 불평하는 주민이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맹꽁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다세대 주택을 지으면서 웅덩이를 메웠고 도로가 뚫리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행동반경이 작고 좁은 지역에 모여 사는 편이라 대규모 개발 사업이 벌어지면 피해를 크게 입는다.
이외에도 전북대학교 내, 화산공원 빙상 경기장, 삼천동의 논 주변에서도 관찰되었다. 대부분 가까이에 연못이나 웅덩이가 있는 곳이다.
△느리고도 빠른 맹꽁이
맹꽁이는 느리다. 개구리와 두꺼비 올챙이들이 자라서 들로, 산으로 떠난 뒤인 초여름 장마의 전령으로 나타나 짝짓기 산란을 준비한다. 뒷다리가 짧아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두꺼비처럼 점프를 하지 않고 기어 다닌다.
맹꽁이는 소탈하다. 원래 물가보다는 민가 근처의 생활 오수가 있고 두엄자리나 벌레가 많은 웅덩이에 살기를 좋아한다. 장마철에 잠깐 고이는 웅덩이나 연못에 알을 낳는다. 습도 유지만 되면 겨울잠을 자듯 먹이 활동을 하지 않아도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다.
맹꽁이는 경쟁할 줄 모른다. 짝짓기를 위해 암컷 쟁탈전을 벌이지 않는다. 그저 사력을 다해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신사답게 구애할 뿐이다. 개구리, 두꺼비와 달리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붙잡을 때 주로 사용하는 앞발의 포접돌기도 없다.
하지만 맹꽁이는 빠르다. 알은 덩어리가 아니라 수면에 하나씩 펼쳐져 있는 것은 햇빛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빠른 시일 내에 부화를 하기 위함이다. 완전히 변태를 마치고 성체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40여일, 개구리나 두꺼비에 비해 20일 정도가 빠르다고 한다. 맹꽁이는 운둔자다.
맹꽁이가 숨을 수 있는 곳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덮개가 있는 수로나 바위틈, 수변 식물이 길게 자란 물가, 썩은 나무가 쌓여있는 곳을 좋아한다. 인가주변에서 울음소리는 자주 들리는데 잘 보이지 않는 이유다. 3㎝ 정도 깊이의 땅속에 숨어 있다가 야간에만 땅 위로 나와 포식활동을 한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자문=전북대학교 생물학과 이원구 교수
tip
맹~꽁~' 이라고 들리는 울음소리는 짝을 찾는 소리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가 한 개여서 한음절의 소리밖에 낼 수 없다. 목 근처의 울음주머니를 한껏 부풀린 수컷이 울음소리를 내면 행여 암컷을 뺏길까봐서 다른 수컷들이 경쟁적으로 울음을 울기 때문에 '맹~꽁~'으로 들린다고 한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자문 이원구 교수(전북대학교 생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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